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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철

건축과 도시는 일견 유사하나 서로 다른 스케일만큼이나 지향점도 다르다.

건축 관련한 책은 몇 권 읽었으나, 도시설계에 관한 책은 접한 적이 없었는데 마침 블로그 댓글로 추천을 받아 읽었다.
 
책 읽는 동안 이야기의 흐름에 따라 받는 느낌도 크게 변화했는데, 매우 독특한 경험이었다.

첫째 파트, 천년 도시, 천년 건축
크노소스 궁전, 예루살렘, 이스탄불 등의 기행이다.
내가 왠만해서 책 읽다 그만두기를 싫어하는데, 중간에 집어던지려 했다.
이유는는 내 기대와의 부정합이다.
나는 도시설계 전문가의 통찰, 그로부터의 배움을 기대했다.
그러나, 첫머리인 이 부분은 수필 수준에도 못미치는 기행문이다.
의식의 흐름에 따른 노년의 굼시렁에 가까운 사변적 이야기, 중언부언에 감정과잉 문장들.
거기에 더해 글 자체도 길이니 문체니 모두 너무 뻑뻑해서 내가 왜 이 문장들을 읽으며 시간을 허비해야 하는지 의문스러웠다.

둘째 파트, 해외의 건축, 도시 이야기
이 부분의 몇 페이지를 읽지 않았다면, 책을 별점 하나짜리 서가에 투옥하고 다음 책으로 건너갔을테다.
하지만, 이 부분은 충분히 매혹적이었다.
백남준 선생과의 조인트 전시회를 연 크로아티아 미라마 박물관 프로젝트, 신규 증설이 금지된 베니스 비엔날레의 자르디니 구역에 한국관을 꽂아 넣은 흥미진진한 스토리, 공자의 도시를 고대와 현대, 서양과 동양이 만나는 새로운 해석으로 탈바꿈시키는 취푸 신도시 프로젝트, 몇 안 남은 이슬람 중세도시를 재해석하는 바쿠 신행정 수도 프로젝트 등은 읽는 내내 흥미롭기도 했지만 많이 배웠다.
첫째는 도시설계가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는지에 대해 배웠다. 내가 책에 기대했던 그 부분이고 기대 이상이다.
둘째, 목숨 아끼지 않고 프로젝트에 말 그대로 혼을 붓는 프로페셔널의 자세다. 지금껏 열심히 일한다고 해왔는데, 내 스스로 돌아보게 만드는 위엄이 있다.

셋째 파트, 국내의 건축, 도시 이야기
김석철 교수는 예술의 전당을 설계한 이다. 사실 서현 등은 예술의 전당 프로젝트를 성공사례로 보고 있지 않다. 관료의 입김에 의해 심대히 변질된 기형 프로젝트기 때문이다. 흔한 스토리 그대로다. 설계를 다 해 왔는데, 한국적 특징을 넣어라 강하게 밀어붙여 결국 큰 갓과 부채를 넣고 마무리하는 전개.
반면, 국립현대미술관 때는 한국적 정서를 담기 위해 팔각정을 넣으라는 군부정권의 지시에, 건축가는 그게 조선적 정서지 어찌 한국적 정서냐고 버텼다는 전설도 있다.

아무튼 10년의 노력을 쏟아부은 저자는, 예술의 전당에 매우 강한 자부심을 갖고 있고, 실제로 그 이후에 세계적 명성을 쌓게 된다.

넷째 파트, 나의 건축 나의 도시
여기서 다시 중2 감수성의 사변적 글 모음으로 전환한다.
첫번째로 개인의 성장과정을 적은 글은, 매력적이고 존경할만한 저자의 성장이력을 통해 그의 건축과 사상을 엿볼 수 있어 그런대로 의미가 있었다. 하지만 그 후의 수필적 감상문과 자부심 넘치는 '자뻑'은.. (더 이상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결론이다.
도시설계의 흐름이나 철학을 보고 싶은 사람은 주저하지 말고 둘째, 셋째 장만 읽어라.
너무도 즐거울 것이다.
김석철 교수를 너무나 흠모하는 사람은 넷째 파트의 첫장까지 읽어라.
나머지는 그냥 두어도 무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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