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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중에는 들어와 잠만 자기 바쁜 아빠인지라, 주말 계획에는 신경을 많이 쓰는 편입니다. 가족과 함께 지내는 시간이 비록 짧더라도, 많이 이야기하고, 함께 웃고, 오래 기억되도록 하고 싶어서지요. 그러다보니 많이 부대끼는 액티비티가 딱 맞는 것 같습니다.
이달 초에는 아이들과 장거리 인라인을 탔었는데, 많이 고생은 했지만 처음으로 장주에 성공한 아들의 뿌듯함과 정신적 스트레스를 육체적 고난으로 풀어버린 딸아이의 상쾌한 웃음에 저까지 흐뭇했었습니다.


이번 주말에는 시내로 나들이를 나갔습니다.

다른 포스팅에도 언급했었지만,
대학 캠퍼스는 공원같아 산책하기 그만입니다.
이런 저런 이야기하며 교정을 돌고나면
왠지모를 젊은 기운마저 얻어온 느낌이지요.

여름 여행에서 펌프에 맛을 들인 큰녀석이
잡아 끄는대로 온 가족이 오락실에 들어갔습니다.
익숙하진 않지만 음악에 따라 통통 튀는 딸아이가
늘 저렇게 활기차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두 아이는 디스크로 골넣기 게임 대결도 펼쳤는데,
의외로 작은 녀석이 공격적으로 누이를 압박하여
게임을 내내 큰 점수차로 리드했습니다.
다만, 막판에 연이은 실수로 점수차가 좁혀지자
평정심을 잃고 스스로 무너져 극적인 역전패를 당했습니다.
아빠는 게임의 속성과 냉정한 자세에 대해
여러가지로 예를 들어 설명을 해주었습니다.
말로야 알아 듣겠지만 더많은 게임을 겪어야 이해가 가능하겠지요.
어쩌면 녀석이 제 아이를 낳을 때쯤 되어야 알지도 모르겠습니다.
남자들이란 혈기만 방자하지, 철이 늦게 들지 않습니까.


고삐풀린 망아지처럼
온가족은 그 동안 굶주렸던 주전부리 욕구를 채웁니다.
길에서 눈에 띄는 간식은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습니다.
아빠는 만두집 앞에서,
엄마는 어묵 좌판에서,
딸아이는 핫도그 가게에서 멈춰섰습니다.
그래도 한참 걷고 노니 배는 다시 고파옵니다.


마끼와 캘리포니안 롤을 먹고 싶어 하는 아이들을 데리고 일식집을 갔습니다.
돈까스, 초밥, 우동, 새우튀김 등 종류별로 늘어놓고 양껏 먹었습니다.

숨좀 돌리고 또 행군.
마로니에 공원도 지나고 시장통도 지나 청계천으로 향했습니다.

다섯시간 넘게 걸었으니 다소 더운 편이었지만,
청계천변은 매우 시원했습니다.
아이들은 강종강종 징검다리를 건너오가고,
엄마 아빠는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눴지요.
다리가 팍팍하면 냇가에 잠시 앉아,
물을 바라보며 풀잎을 희롱하고,
모기가 성가시면 팔을 홰홰 젓다,
풍경이 지루하면 또 걸었습니다.

온몸이 뻐근하게 긴 산책이었지만,
아이들은 재잘재잘 오늘의 품평을 합니다.
"마끼가 너무 맛있었어요."
"징검다리 건너는게 참 재미있었어요."
"일기에 쓸게 너무 많아요."

일기에도 쓰고, 마음에도 써 놓으렴.
살면서 힘들고 지칠때 두고두고 펴볼 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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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Inuit
@inuit_k / CxO / Author ("가장 듣고 싶은 한마디 YES!") / Making better world, every minute.

받은 트랙백이 없고 , 댓글  14개가 달렸습니다.
  1. 부러울정도로 행복한 주말을 보냈셨군요.
    전 어제도 출근해서 감사준비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좋은 가을, 손님들만 들이닥치니... 휴...
    그나저나 5시간을 걸을만큼 정정(ㅎㅎ)하신군요. 전 엄두가 안나네요.
    • 거래처의 감사인가봐요. 아니면 본사..? 아무튼 날씨가 좋으니 우울하지 마시고 즐겁게 대응해주세요. ^^

      그나저나 '정정'이라니요? 아직은 3짜란 말입니다! (버럭버럭)
      ^^;;
  2. 재밌었겠네요. 저는 토욜 새벽에 퇴근해서 하루종일 누워서 뒹굴뒹굴했답니다. 따님께서 참 의젓하군요. 스트레스를 그렇게 푸는 것은 성인인 저도 잘 못하는 건데 말이죠.
    • 이번 토요일도 밤을 새다니 엘윙님 요즘 고생이 많네요.
      그래도 고생이 보람이 될겁니다. 계속 의미를 찾는다면.

      그리고.. 애들 스트레스야 그나마 쉬운편 아니겠어요.
      공부하기 싫다든지, 옷이 마음에 안든다든지, 안경쓴 모습이 싫다든지.. 나가서 그네 한판만 쎄게 타고 와도 확 풀리더군요. ^^
  3. 마지막 두줄이 맘속에 아주 많이 와 닿습니다.^^.
  4. 행복 가득이네요^^
    저도 마지막 두줄이..;)
    • 사실 대학로 가게된 시초가, astraea님의 밴디트 펌프질이었습니다. 원래 아내랑만 가려다가 다 같이 갔고, 공연은 생략하고 그냥 놀았어요. 그래도 재미있었습니다.

      애들이 좀 크면 같이 보고, 빨리 떼어놓고 놀러나갈 방안을 마련해야죠. ^^
  5. 좋은 아빠가 되기 위한 여러가지들을 매번 보여주시네요...
    잘 익혀놔야겠군요..

    여자는 언제 ... 끙;;;
    • 재주 좋고 자상한 Jjun님인데 여자들이 왜 몰라줄까요?
      아참 전에 그 츠자는.. 그냥 끝이었나요?

      아니면 후배 하나 골라서... *-_-*
  6. 펌프질,,,쿨럭;;;;;
    대학로는 재미난 공간 같아요^^
    마로니에 공원에 길거리 공연도 많고
    예술진흥원인가요? 거기에 있는게,,
    거기에 전시회도 계속 열리는데^^

    밴디트는 cd 가 나오면 올릴가 싶은데
    발매소식이 안 들리네요
    도우미분이 거짓말 하신건지-_-
    • 그날도 여기저기에서 많은 길거리 공연이 있더군요. 이번은 아니지만, 길에서 하는 마술이나 개그공연도 아주 즐거웠던 기억이 있습니다.
  7. 다섯시간 걷느라 더우셨겠지만, 읽는 이의 마음까지 따뜻해지는 긴 산책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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