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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실패한 산보기에 다시 도전합니다.
이른 아침부터 졸린 눈을 쉽게 뜨지 못하는 아이들, 차에 싣고 길을 나섭니다.

권금성 올라가는 케이블 카를 탔습니다.
몽고의 침입 때 권씨, 김씨 두 사람이 쌓은 성이라는 설명을 듣습니다.
아이들, 몽고군이 무슨 일로 이 먼 곳까지 올까 의심을 합니다.
전설이긴 해도 좀 납득이 안가긴 합니다.

아.. 전에도 와본 곳이지만, 눈 덮인 정초의 권금성은 그 아름다움이 혼절하도록 아름답습니다.
눈이 시리게 푸른 하늘 속에, 눈이 부시게 빛나는 바위정상입니다.
그 통바위 사이에 곧게 선 나무는 생명력의 극치입니다.
온 주변의 산들은 백의를 입고 단정히 앉아 있습니다.
어찌나 영묘한지 보고 또 봐도 질리지 않습니다.
아들은 저 산의 peak 모양이 주식 그래프 같다고 합니다.
도시 아이는 어쩔 수 없구나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멀리 울산바위가 설악에 박힌 보석처럼 빛을 발합니다.
아들은 금강산과 얽힌 일화와, 울산원님과 양양원님간 다툼에 대한 설화를 이야기 해줍니다.
어느새 여행의 화자에서 청자로 바뀌어가는 제 모습을 봅니다.
아이가 대견스럽기도 하고, 세월이 장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권금성 밑의 작은 암자에 들렀습니다.
스님이 따끈한 차 한 잔씩을 내어주셨습니다.
밤 되면 이 깊은 산, 높은 바위에 얹혀있는 암자의 느낌은 어떨지 궁금해졌습니다.
영묘한 산속, 속세와 번민에서 멀리 자리잡은 이 곳은, 추위만 피한다면 그 이름처럼 안락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새해를 맞아, 마음을 정갈하게 하고자 떠난 어려운 길입니다.
설악은 그 이름처럼 큰 눈과, 큰 산으로 저희 가족을 맞아주었습니다.
큰 눈은 역경이었지만, 견딘 후의 아름다움에 눈물나게 아름다운 경치가 되었고, 큰 산은 사는게 힘들어도 진짜 중요한게 뭔지 오연하고 넉넉한 가르침을 주었습니다.
산과 나무 사이를 찬연히 비추는 저 해처럼, 올해도 자연의 이치가 우리 모두를 보살펴 주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최소한 가족들 마음이 더 부드럽고 넉넉해진 여행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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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u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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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마지막 한 문장으로도 많은것을 얻어오신것 같아요^^
  2. 근데 inuit님!!
    님은 대자연 속에서 아이들과 어떤 대화를 하시는지..
    급 궁금해집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시는지요?^^
    • 상황따라 자연스럽게 이야기합니다.
      중요한건 이야기를 많이 하려 노력하는 점이지요. ^^

      자연속으로 가면 책이나 컴퓨터도 뒷전이니 식구끼리 이야기하기 딱이지요. 저희는 평소 못보던 TV도 많이 봅니다만. ;;
  3. 휴,,, 좋았겠어요... 사진도 아주 좋습니다. inuit 님 새해에도 건필하세요.
    • 네. 좋았습니다.
      산은.. 그 자체로 완벽하잖아요. ^^

      duru님도 좋은 기회 닿아 산의 정리 맞아가며 연초 즐겁게 지내셨음 합니다. ^^
secret

[설악 2010] 1. 눈 雪

Travel 2010.01.03 21:29
크리스마스에 이어 1주일만에 또 연휴입니다.
서산 여행도 이래저래 비용이 꽤 많이 들었더랬지만, 연초는 또 다른 의미가 있으니, 식구들 색다른 바람 쐬주고 싶었습니다.

Slippery way
떠나는 날, 전국은 눈폭탄입니다.
특히 영서지방은 눈도 많이오고 춥습니다. 새로 뚫린 춘천고속도로 ~ 미시령터널을 지나면 속초는 꽤 가까운 거리인데, 날씨가 안 도와줍니다.
아침 일찍 나선 길, 눈발이 흩날리는걸 보고 출발했는데 이내 폭설로 변합니다. 톨게이트 넘어서부터 차들이 엉금엉금입니다. 차도 많지 않은데, 속도가 안 납니다. 10분가다 한 대씩 어딘가 망가진 채 갓길의 차들이 보입니다. 정도가 심한 차는 차축이 부러져 바퀴도 빠져있고, 버스에 깔린 차, 반파된 차등 온갖 사고의 전시장 같습니다. 그냥 범퍼나 전조등 깨진 정도는 큰 흠도 아닌듯 합니다.

그나마 고속도로는 막혀도 진행은 되었는데, 국도로 나오니 길은 극악입니다. 제가 지금껏 다녀본 중 가장 미끄럽습니다. 조금만 방심해도 차가 S자로 비틀거립니다. 운전 내내 수동으로 놓고 엔진브레이크를 활용하면서 눈을 헤쳐나갔습니다.

끝도 없이 펼쳐진 하얀 길. 미시령을 넘자 거짓말처럼 눈이 그쳤습니다. 속초도 눈은 내렸지만 한참 전에 그쳤나봅니다. 까만 아스팔트 길이 이렇게 반갑긴 처음입니다. 높새바람 탓인지 속초는 강원도지만 서울지역보다도 기온이 높습니다. 마치, 설국에서 남국으로 직행한 기분입니다.

Confirm to be live
사고가 나리란 생각은 한번도 안했지만, 지난길 돌아보면 참 아슬아슬했습니다. 빳빳이 긴장해서 운전한게 어언 네시간. 길 상태 비해선 빨리 도착했습니다. 긴장이 풀리니 식욕도 강해집니다.
아이들이 며칠전부터 회 먹고 싶다 노래를 불렀고, 이번 여행의 큰 우선순위 중 하나가 회먹기였습니다. 저녁 메뉴였는데 순서를 바꾸어 점심부터 횟집을 들렀습니다.

국민 어종인 광어, 우럭을 비롯해 다섯 가지 살아있는 생선의 모듬입니다. 방금까지 살았던 녀석이란걸 의심할 여지도 없이 살이 단단하고 쫄깃합니다.
싱싱한 회 사이에서 눈을 끔벅거리고 입을 버끔거리는 활어회를 아이들은 무척 신기해합니다. 사실 전 활어회 접시에 살아있는 생선 머리 내오는걸 별로 안 좋아합니다. 살아 있는 회라는 증명으로 즐기기엔, 살을 다 내어 주고도 편히 죽지도 못하는 그 처지가 안쓰러워서입니다. 그런데, 이날만큼은 원초적으로 위험과 싸웠던 탓인지, 그냥 안전히 모여 앉은 식구들이 보기 좋고, 아이들 먹이게 도와준 생선이 갸륵하다는 생각이 우선 들기만 합니다.
전 회보다 매운탕에서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희열을 느꼈지요. 한순간도 긴장을 풀지 않고 네시간여를 운전하다보니 뭔가 얼큰한게 당깁니다. 이집 매운탕은 정말 일품입니다. 간이 약해 슴슴하지만 생선의 진한 국물이 칼칼한 맛과 어울려 한 없이 먹어도 질리지가 않습니다. 회뜰 때 여유를 많이 두었는지 생선 살도 푸짐해, 매운탕만 놓고도 술안주를 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Cool, creamy winter waves
보통 속초는 대포항이 유명하지요.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포구입니다. 그보다 좀 떨어진 동명항은 한적하고 깨끗합니다. 회가 좋다는 소리에 저는 동명항으로 갔습니다. 식사 후에 바다나 보자고 잠시 걸었는데, 정말 훌륭한 뷰포인트가 있더군요.
영금정이라고 뭍에서 바다로 다리로 연결된 정자인데, 사방 바다를 감상하기에 좋습니다. 눈 쌓인 항구에 몰려드는 파도가 일품입니다. 바다는 깨끗하여 얕은 물은 개울처럼 바닥이 투명하게 보입니다. 파도는 마치 하와이라도 되는듯 높이 말려옵니다. 큰 돌에 부딪는 파도는 연초록 빛으로 부서져 하얀 크림으로 변합니다. 제주도 주상절리의 장관을 닮았습니다. 어찌나 절경인지, 단순히 바다와 파도만 보는데도 시간 가는줄 모르게 재미납니다.

Snow in mountains
설악산 국립공원 근처의 숙소에 체크인을 했습니다.
눈앞에 병풍처럼 펼쳐진 눈덮인 설악에 온 식구는 경탄을 넘어 경악을 했습니다. 한참 보고 있으면 그냥 마음이 착해지는 느낌입니다. 고요하고 정갈한 모습에 자연의 큰 마음 이외에 잡사는 생각도 안 납니다. 그 자연스러운 우아함 앞에서는 인간이 뽐내는 자잘한 치장이 얼마나 초라하고 우스운지 모릅니다.
서둘러 케이블카를 타러 갔는데, 들어가는 초입부터 붐벼 수상타 싶더니 매진이랍니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숙소로 돌아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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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션 덕스  (30) 2009.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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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uit
@inuit_k / CxO / Author ("가장 듣고 싶은 한마디 YES!") / Making better world, every minu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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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마지막 사진은 예전에 수학여행 갔을 때 봤었던 콘도와 비슷한데요?ㅎㅎ

    뭐 결국은 저기 숙박권도 2번이나 가지고 있었지만 제가 부산에 사는지라 너무 멀어서 말짱 헛게 되기도 했구요.ㅠㅠ
    • 숙소는 호텔이었습니다.
      그래서 밥을 해 먹지는 못했어요.

      확실히 부산은 설악산 가기 좀 쉽지 않지요.
      그런데 이번 여행에서 경상도 분들 엄청 많으시던걸요. 경북인지는 몰라도.. (물론, 소수만 계서도 많이 있는듯 티가 잘 납니다만. ^^)
  2. 전통의 설악파크호텔이군요...^^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가족들 모두 두루두루 건강하시길 빌겠습니다..!
    • 네, 꽤 오래된 호텔이죠. ^^
      isanghee님도 가족과 함께 건강속에 행복한 새해 되시길 바랍니다. ^^
  3. 네..맞습니다.
    몇분만 계셔도 많이 계신 듯한 활기차고 목소리 짱 큰 갱상도입니당..히히
    저도 목소리 커서리 아는 언냐는 통화시 수화기를 귀에서 살짝 떼어주는 센스를 발휘해야한다능..ㅋㅋ

    즐거운 시간되셨죠!!..^^
    눈이 많이 온다는데 조심하세요~~~
  4. 와..저도 1월 2,3일 설악산에 있었는데요 =ㅁ=
    눈 때문에 너무나 아름다웠어요!
  5. 오웃..눈길운전 위험했겠는데요.
    점심시간인데 동료분이 아직 출근을 못했어요. 눈 때문에 인원의 절반정도만 출근한 상황이랍니다. 배가 고프네요. 싱싱하고 시원한 회사진을 보니 군침이 꿀꺽..
    새해 첫 출근일부터 눈이 와서 난리이지만 왠지 웃음이 나옵니다. 퇴근길도 무사히!^^
    • 많이 위험했지요.
      오늘 눈은 더 한듯 합니다만, 속도를 갖고 먼길 가는거라 쉽지 않았습니다.

      큰 비보다 큰 눈이 조금 여유는 있는듯해요.. ;;;
  6. 사진으로 보니까 회가 정말 먹음직스럽네요. 그리고, 경치도 너무 멋집니다.
  7. 아슬아슬 여행길이셨을 듯.
    사고없이 무사히 도착하신 건 정말 다행입니다.
    그나저나 저도 그 회 한점 먹어보고 싶네요 ㅎㅎㅎ
  8. 풍경이 얼마나 예뻤을지 상상은 가는데도 이미 먼저 나온 회와 매운탕에 혹해버려서.... 원래는 풍경이 너무 예뻐요~ 이렇게 적고 싶긴했는데.. 도저히.. ㅠㅠ 정말 맛있어 보입니다!!!! ㅋㅋㅋ 본능에 충실해버린~
    • 음, 음식사진에 제일 먼저 눈이 가는건 인지상정이지요.
      저도 그래요.. 본능mode로 들어가버리죠. ^^
  9. 새해를 펄펄나는 회들로 시작하시다니.. 부럽슴당..(꿀꺽!)복들도 펄펄 살아 나시길...^^
    • 누님 한국에 돌아 오신건가요?
      역 기러기 생활 속에서도 가족과 평안과 행복이 넘치는 한 해 되시기 바랍니다.
      무엇보다 사업 번창하세요. ^^
  10. 설악파크호텔이군요. 몇년전에 묶어 본 적이 있습니다.

    눈 오는 길 운전 힘드셨겠네요.

    새해 인사가 늦었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네. 오래된 건물이지만 위치가 워낙 좋더군요. ^^
      안부 고맙구요..

      새해 좋은 일 많이 생기시기 바랍니다.
  11. 즐거운 여행이었겠습니다^^ 저도 지금쯤 대천쪽으로 여행가 있어야하는데 폭설때문에 취소했지요. 회가 참 맛있어보입니다^^
    • 아.. 눈이 걸림돌이었군요.
      제 아들도 스키 캠프가야 하는데 취소되어 몹시 낙담입니다..
  12. inuit님^^
    제 이웃인 미탄언냐가 책(늦지 않았다: 한명석)을 출간하시고 이벤트하십니다.
    널리 알려주시고 이벤트 참가하여 주셔서 빛내주시면 감솨하겠습니당^^

    오늘도 좋은 날 아자!!!되소서~~~
  13. 속초 다녀오셨군요. 저도 대포항 보다 동명항이 더 낫더라구요.
    거기는 회가 양식도 아니고, 값도 대포항보다 저렴하구요. ^^*
    가족이랑 새해에 좋은 추억 쌓으셨겠습니다. :)
    • 클리티에님은 저랑 사유가 겹치는 부분이 많은듯 해요. ^^

      동명항이 속초로 생선 들어오는 항구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고기도 싱싱하고 실속있다지요.
  14. 아깝군요. 지금 설악파크호텔 & 카지노와 양양공항과 자매결연예정입니다.
    아마 김포-양양간 소형항공기를 이용하셨으면 40분만에 공항-호텔 24분소요...
    항공기요금도 1월은 40% DC이벤트중이거던요, 6100원의 40%면? 거기에 공항사용료 4천원만 하시면 왕복기름값보다 저렴하게 오실수 있을 걸 그랬습니다. 3~4명이면 호텔에서 버스서비스(무료)할 수 있다고 합니다....다음부산도 항공기 다닙니다. 요금은 85000원이고요 화,목,금,토,일 거의 매일 다닌답니다/. 시간은 60분 소요....엄청나죠..고도가 낮게 약400km
    태백준령을 우리나라에서 가장아름다운 7번국도를 종단하는 기분과 부산시내 상공을 관통하는 유일한 민간 여객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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