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몰 토크 small talk'에 해당하는 글 1건

일단 만나

Biz/Review 2009.08.23 11:09
어느 토요일, 가족이 함께 외출하게 되었습니다. 딸 아이는 친구와 만나기로 했던 약속을 취소해야 했지요. 못 나간다고 문자를 보내고 가볍게 따라 나섭니다. 전 놀랐습니다.
I: 그게 다니?
D: 네.
I: 전화 해야지? 나중에 보자고.
D: 문자 보냈으니 됐어요.
들어보니 딸아이 친구들도 다 그런답니다. 요즘 아이들 쿨한 소통 방식이라고 생각하고 넘어가도 될 일이지만, 전 차근차근 설명합니다.
문자는 전화 통화가 어렵거나, 이미 이야기된 일을 확인하거나, 매우 간단한 메시지를 보낼 때 쓰는 거란다. 혹시나 무슨 일로 문자를 확인하지 못해서 약속을 미룬걸 모르면 친구는 엄청나게 실망하게 되잖아. 약속의 취소나 변경은 반드시 통화를 해야하고, 못 하게 되면최소한 답문자 확인을 해야 네 할 일을 다 한 거란다.
사실, 디지털 기술이 발전하면서 유난히 가벼워지는 소통입니다. 우리 애들만 그런게 아니지요. 2006년 케빈 페더라인(Kevin Federline)은 브리트니 스피어스로부터 문자 메시지로 이혼 통보를 받았습니다. 다소 건조한 서구의 소통만 그런게 아닙니다. '이혼이야 (Inti talaq)'를 세 번 외쳐야 이혼이 성립되는 이슬람 국가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있습니다. 이집트에서 두 번의 이혼 통보를 문자로 하고, 세번째에서야 만나서 한번 이야기하고 트리플 탈라크 요건을 마치는 사람들이 많아져 사회 문제가 된 적이 있지요.

몸소 말하듯, 장문의 편지를 보내든, 다른 사람에게 메시지를 전하든 직접 말을 전하는 예전의 소통보다 훨씬 다양한 소통의 방법이 많은 요즘입니다. 휴대폰 문자가 그 대표고, 이메일과 심지어 트위터까지 말입니다.

하지만 소통의 수단이 많아질수록 표현이 풍부해야 옳지, 가장 쉬운 소통의 기술 뒤로 숨어서는 안 될 일입니다. 왜냐하면 중요한 일은 면대면(face to face) 접촉에서 이뤄지기 때문입니다. 가장 귀중한 단서가 현장에 있듯, 사람 사이 일을 풀어가는 가장 중요한 실마리 역시 대면 했을 때 알게 됩니다. 입으로 노(no)를 말하지만 실낱 같은 가능성이 있는지, 거의 예스에 가까운 노인지 어찌 원격에서 알겠습니까. 만일 그런 방법이 있다면 해외 출장은 거의 필요가 없겠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서 말한 사례처럼 대면 접촉을 피하는건 사회의 대세입니다. 이유는, 대면 접촉의 상황에서 생기는 감정적 불편함을 견디기 어려워서입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이런 대면 접촉의 기피는, 기피를 정당화해주는 많은 정보기술로 인해 다시 대면 접촉의 기회를 줄입니다. 결과로 더욱 대면 접촉에 불편한 감정을 증가시켜 다시 대면 접촉을 기피하는 순환에 빠져 들지요. 한 조사에서 스스로를 수줍어 한다고 평가한 사람이 1985년 85%에서 2000년 93%로 늘었다는 결과는 시사하는 바가 크지요. 우린 모두 수줍습니다.

그래서, 요즘 세상에서 소통 잘하는 사람, 일 잘하는 사람은 대면 접촉에 충분한 훈련을 쌓은 사람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원제) Face to face

말이 길어졌는데, 이런 취지에서 대면 접촉의 길잡이를 자처한 책입니다. '일단 만나.' 제목부터 상큼하지요. 저자는 대면 접촉의 구도를 쉽게 도식화합니다.

small talk -> bridge -> big talk

결국 가벼운 스몰 토크에 저자는 무게를 많이 둡니다. 스몰 토크에서 감정적 유대와 아이스브레이킹이 끝나면, 목표와 정렬된 브리지 토크를 통해 본론인 빅 토크(big talk)으로 들어가면 되니까요. 그리고 빅 토크는 각각의 주제마다 방법론이 있을겁니다. 그래서 책은 스몰 토크에 방점을 찍고 있지요.

스몰토크의 비법으로 책은 OAR를 제시합니다.

Observe: 상대와 주변을 관찰하여 소재를 찾는다
Ask: 적절히 질문하라
Reveal: 관심사와 솔직함을 드러내라

이 중 질문은 대화의 방향을 결정하는 키니까 잘 활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소재가 가벼워 스몰토크일 뿐, 실제로는 경청이 필요합니다. 경청의 방법은 제가 세가지 수준의 경청에 대해 정리한 바 있습니다.

책의 나머지는 식사 대화법, 전화 통화, 세대간 이성간 대화, 온라인 대화 등인데, 그다지 인상적이지 못합니다. 친절한 세부지만, 꽤 자잘해서 사족 느낌이 큽니다. 하지만 이런 주제에 익숙지 않은 분께는 도움이 될 듯 합니다.

무엇보다, 제가 배운 한가지 큰 교훈이 있습니다.
Be a host.
전체를 관통하는 마음가짐입니다. 어느 자리에 가든 그 자리를 주최한 사람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사람을 대하면 적절하며 효과적이란 뜻입니다. 실제로, 우리 나라 사람들이 익숙지 않은 스탠딩 파티에 가면 누가 말 걸어주고 소개해 주면 참 고마움을 느낍니다. 그런데, 비단 우리나라 사람 뿐 아니라 그 자리에 온 모든 사람이 그런 마음을 느끼는게 당연하지요. 그래서 먼저 나서서 그런 매개와 호스트 역할을 하는 이는 그 존재가 더욱 빛날 겁니다.

정리하여 말합니다.
  • 전에도 한번 말했지만, 직접 얼굴보고 못 할 말은 이메일로 쓰지 말아야 합니다.
  • 직접 만남에 능통한 사람이 소통의 달인이 됩니다.
  • 항상, 현장에 직접 나서서 체험하겠다는 마음가짐이 가장 중요합니다.
  • 그리고 그 시작은 스몰 토크의 연마입니다.
  • 나머지는 당신의 말하기 재능이 알아서 인도할 것입니다.
일단 만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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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Inuit
@inuit_k / CxO / Author ("가장 듣고 싶은 한마디 YES!") / Making better world, every minute.

트랙백  4 , 댓글  42개가 달렸습니다.
  1. 최근에는 사표도 문자로 제출하나 봅니다. ㅠ.ㅠ
    http://me2day.net/xain/2009/08/10#12:14:09

    지각 알림을 문자로 보내는 것은 일반사가 되었고 말입니다. 현장에 직접 나서서 체험을 하라는 말씀은 경험적으로도, 또 그러한 경험을통해서 알게되는 것이 많았던 적이 있어서 귀에, 눈에 쏙 들어옵니다.

    직접 얼굴보고 못 할 말은 이메일로 쓰지 말아라는 머리에 새겨두어야 겠습니다. 제 머리가 돌이라서 말입니다. ㅋㅋㅋ
    • 맙소사 사표도 문자로.. >_<
      문자는 숨는 매체가 아닌데 말입니다.

      지저깨비님 오랫만입니다. 잘 지내시죠..
  2. 저도 약속같은 경우 문자로 보내는 경우가 많았는데..

    반성해야겠습니다.
    • 문자가 반드시 나쁜게 아니죠.
      단순한 정보를 단체로 알리는데는 딱이죠.
      확인 용도도 좋구요.

      조수아님은 매체를 적절히 사용하시리라 믿습니다. ^^
  3. 저도 문자가 익숙해지면서 전화통화가 부담스러워 기피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이제 다시 습관을 들여야겠네요 ㅡㅜ.
  4. 그렇죠.

    매번 생각하면서도 점점 편의주의적이 되어가는 저를 발견합니다.
  5. 방금 제가 하고 온 과정이군요. ^_^
    small talk (공통으로 아는 주변 사람들 이야기, 이런 저런 신변 이야기)
    Bridge talk (그러면서 요새 제가 하고 있는 일들 이야기)
    Big talk (자. 지금 일잘해서 인정받으며 대우 좋은 직장을 떠나 인더스트리도 다르고, 대우도 시원치않지만 나와 같이 모험을 해보지 않겠나!)
    Face to face로는 처음 뵌 분과의 대화과정이었는데, 결과가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_^; 만나보니 꼭 뽑고 싶은 사람이었는데요. ^_^;;
  6. 으흐흐..
    문자가 점점 귀찮아지는 저에게 또다른 핑계를 댈 수 있는 포스팅이군요 ㄳ ^^;

    예전 포스팅에서도 언급하셨지만 이메일 하나도 조심히 써야하듯이 문자메세지 등의 커뮤니케이션 수단도 사용할때 조심해야 하는건 당연하겠죠 ^^;
  7. 전 성격이 외향적인건 아니라서요(ㅎㅎ 발랄한것과 다르다는~) 사람들 만나는게 참 어려울때가 많습니다. ㅡ.ㅡ;;안되는줄 알지만 문자 사직서... 전 저런게 일반화되면 인생의 100배는 더 행복해질지라고 생각해버렸습니다. 물론, 실제로 그렇게 하지는 않습니다. ^^
  8. 전요. 다른생각을 가져봅니다.
    배려? 배려!
    상대를 배려한다는 마음가짐, 그 변형일수도 있다고 보거든요.
    상대가 바쁠때 전화를 걸면, 방해했다는 느낌 크죠.
    문자가 상대의 시간을 덜어준다는 그런 마음가짐일 수도 있어요.
    문자로 해고통보하는 건 말고요
  9. 제 생각엔 절대적인 답은 없는 것 같습니다.
    그 상황에서 가장 적합한 방법이 어떤 것인지 판단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럼 정답은 눈치껏?? ^^;
    • 아뇨. 복잡하고 오해의 소지가 많거나, 감정적인 이슈는 직접적인 방법을 사용하자는 뜻입니다.
      절대적이지는 않지만 모호한 구분은 아닐겁니다.
  10. 온라인 대화(문자, 메신저, 이메일.등등)는 오해를 불러 일으킬 가능성이 높아 가능한한 피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ㅎㅎ 무엇보다 (최소한) 목소리를 듣는게 "인간적"인 대화방법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요^^
    • '오해의 소지'가 키워드라고 생각해요.
      명료한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한 상황에서는 신경 반드시 써야겠지요.
  11. 공감가는 글입니다. 전화로 하기 불편한 말은 문자로도 보내면 안된다는게 제 평소 생각입니다. 약속 취소, 지각, 병가 등등 말이죠. 그래서 언제가는 "문자는 가장 비겁한 통신 수단이야" 하고 불만을 토로한 적도 있습니다. 특히 문자로 왔다 갔다 세 번 이상 커뮤니케이션 하면..이럴 시간에 전화로 말 몇 마디하면 되는데 왜 이러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 공감백배입니다.
      문자는 비겁한 소통수단이 되기 십상이지요. 항상 그렇지는 않겠지만.
  12. 대면접촉의 중요성에 대해 많이 공감합니다. 그리고 정확한 확인이 필요한 커뮤니케이션의 경우 2가지 이상의 툴을 사용하는데(문자 + 전화 or 메일 + 전화) 그것에 대한 중요성도 다시 한번 확인해 봅니다. 좋은 책 추천도 감사드립니다.
    • 네. 프로페셔널은 매체를 병렬로 사용하지요.
      편의성과 배려를 위한 문자/메일 그리고 확인 전화. ^^
  13. 지난주 주말에 저녁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비슷한 일이 생겼습니다.

    친구가 일을하는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난 뒤에 픽업을 해서 같이 가기로 했는데, 시간대를 잘 못 알아서 한시간이나 넘게 기다려야 했더랬지요. 애기들은 졸려서 보채고 하니 어쩔 수 없이 먼저 자리를 떠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친구는 정신없이 바쁘니 전화를 받을 수 없는 상황. 먼저 간다고 문자 한통 날려주고 확인하는 대로 전화달라고 했는데, 친구 퇴근시간에서 30분이 지난 시점에서 전화가 오더라구요. 즉 만약 우리가 기다렸다면 1시간 반 정도를 대책없이 기다렸어야 했는 분위기였지요.

    그 친구도 우리랑 같이 갈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우리가 없어졌으니 황당햇을 테고... 뭐 하여튼 이랬습니다. ㅡㅡ; 이런 경우에서는 문자를 보내고 전화통화를 하고... 이런게 꼭 본문과 같은 상황은 되질 않더라구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도 기본적으로는 전화통화를 선호하는 편입니다. 문자는 확인용도로만. ^^;
    • 그런경우가 많지요 정말.
      배려한다고 문자 보내고 하염없이 기다리게 되는..

      좀 다른 이야긴데 저는 전화도 불편해요.
      직접 보는게 제일 나은데 어쩔 수 없을때가 많지요.
  14. 전화통화 잘 안하는, 문자가 편한 저는..
    막상 약속 취소 문자 받았을때 맘상하는 편이라,약속 취소같은 경우에는 꼭 전화를 하는 편이예요.
    근데 약속 취소를 문자로 받았을때 전화해서 맘상했다고 말하기도 그렇고 ㅋㅋㅋ 아무튼 알아줬으면 하지만 표현하기가 좀 애매했던...:)
    • 하하하
      죄송합니다. 말씀이 재미나서요..

      문자로 약속취소 되었을 때 문자로 답할지 전화로 전할지 정말 애매하네요. ^^
  15. 헙 전 전화 받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전화를 하구요, 못받는 사람이라면 문자를 보낸답니다^^
  16. 참 좋은 이야기군요..
    일단 만나...
    마음에 확 와닿습니다.
    오늘 만나야 할 사람을 떠올립니다.
  17. 일단 만나세요.. 저도 전화나 메시지등으로 하는 대화는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

    일전에 술집에 갔다 요즘 애들이 쓰는 신기한 단어를 들었습니다.
    뻐카충이란 단어의 의미를 듣고 저도 서서히 늙어가는 구나란 생각을 했답니다...

    '아빠 뻐카충하게 돈좀줘~~'

    뻐카충이 버스카드충전이라더군요 ㅋㅋ
  18. 문자를 잘못보내서 오해하는 경우도 많더군요. 무미건조한 텍스트뿐이라..이모티콘이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크크.

    책 제목이 와닿네요. 현정은 회장이 김정일만나러 북한에 간것도.."일단 만나자"는 뜻 아니었을까요. 서로를 이해하려면 만나는 것, 스킨쉽이 중요한 듯합니다.
    사람들이 스스로 수줍음이 많다고 생각한다니 놀랍습니다. 그런 점에서 지난번에 이누잇님과 산나님, 승환님과의 만남은 참 놀랍습니다.
    • 맞아요.
      그래서 오해의 소지가 있는 미디어를 사용할 땐 주의를 충분히 기울여야하죠.

      그리고 말씀처럼 일단 만났던 저번 모임 기억은 아직도 좋게 남아 있어요. ^^
  19. 이별 또한 문자 하나로 이루어지는 세상...
    참 쿨(?) 하네요 ㅠㅠ
  20. 소통은 아무래도 평생의 숙제인듯 싶습니다. 많은 사람들과 알아갈수록 깊이있는 관계를 유지하기는 힘들어지더라고요. 일단 만나는게 좋은데 서울 땅덩어리는 왜이리 넓은걸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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