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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근

(부제) 피렌체를 알면 인문학이 보인다

이탈리아 여행폭풍공부 시리즈의 마지막입니다. 일정 상 마지막으로 이 책을 읽고는 무척 기뻤습니다. 제가 딱 원했던 깊이의 주제였기 때문입니다.

르네상스의 발원지로서 피렌체의 황금기가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인물중심으로 살펴보는 책입니다. 항상, 인물 중심의 서술은 전체 스토리를 생략해 간다는 점, 영웅주의에 빠지기 쉽다는 점 등의 단점이 있지만, 그래도 큰 그림을 잡는데는 매우 효과적입니다.

따라서 바로 이 책을 읽으면 좀 낯설 수 있었겠지만, 이미 피렌체의 지리, 역사, 풍경을 다 숙지한 상태에서 읽으니 참 즐겁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 모든 건물들, 인물들이 어떤 관계망속에서 얽혀 있는지 알게 되니 말입니다. 

르네상스의 출현
거칠게 생략해서 르네상스적 깨달음은 단테가 산타 트리니타 다리에서 베아트리체를 만났을 잉태되었습니다. 미의 찬미, 아름다움에의 추구라는 인간적 주제를 예술의 중심으로 당겨온 공로지요. 이는 계관시인 페트라르카에 의해 확산됩니다. 회화라면 조토의 고뇌하는 천사에서 맹아를 보이게 되지요.

르네상스의 발현
선 원근법을 개발한 알베르티와 구현한 브루넬레스코의 공을 꼽아야 합니다. 초기 르네상스를 이끈 피렌체의 트로이카를 특기할 만합니다. 건축의 브루넬레스코, 조각의 도나텔로, 회화의 마사초이지요. 

르네상스의 절정
메디치가에 의해 육성된 르네상스는 보티첼리와 미켈란젤로에 의해 만개합니다. 특히 미켈란젤로는 10세 때 위대한 로렌초의 양자가 되어 일찍부터 재능을 꽃피우지요.

이야기들
이렇게 줄거리 위주로 적으니 무척 건조해 보이지만, 책은 훨씬 재미있습니다. 르네상스 인간들의 좌절과 반목, 고뇌의 스토리가 풍성하기 때문입니다.

두번 물먹은 브루넬레스코부터 볼까요. 그는 성 요한 세례당의 문짝 컨테스트에서 기베르티에게 진 후 청동 조각을 접습니다. 피렌체를 떠나 로마로 가서 건축의 거장이 되어 다시 돌아옵니다. 반면, 승자인 기베르티는 그 후로 평생 두개의 문짝을 만들고 생을 마감합니다. 첫째 문은 20년, 둘째 문은 27년. 과연 누가 승자일까요.

브루넬레스코의 좌절은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메디치 가문 저택 설계의 수주 경쟁에서는 미켈로초에게 지지요. '눈에 띄지 말고 살자'는 메디치의 가풍에 따라 검소한 미켈로초가 화려한 브루넬레스코를 이깁니다. 하지만, 브루넬레스코의 흔적은 두오모 돔부터해서 피렌체 전역에 퍼져 있으니 큰 일은 아닙니다.

이 책에서 마이너로 분류한 레오나르도 다 빈치와 라파엘로는 어떤가요. 재능상, 둘 다 마이너는 절대 아니지만, 피렌체에서는 성공하지 못했던 천재들입니다. 특히 레오나르도는 재능에 비해 인정을 못 받습니다. 아직도 수수께끼이지만 저자는 아리스토텔레스 주의자인 레오나르도가 플라톤주의의 메디치 가문과 안 맞았을 것을 추정합니다. 메디치 가문에 발탁되기 위해 무던 애를 쓰던 레오나르도는 결국 메디치의 추천으로 밀라노 스포르차 가문에 취직합니다. 그것도 '한 재능있는 음악가가 있습니다'라는 추천장을 들고 말이지요.

그외에 미켈란젤로와 레오나르도 간의 경쟁, 친구인 도나텔로와 브루넬레스코간 조각 대결 등 재미난 이야기가 많지만 일화 소개는 이쯤 그치겠습니다.

이책에서 가장 크게 배운 점은 두가지입니다.
첫째, 메디치가 주최한 피렌체 공의회의 의미를 알게되었다는 점입니다. 동방의 문물이 피렌체로 밀려들어와 융합하며 르네상스의 기반이 되었습니다.
둘째, 르네상스는 단순히 신학과 인문학의 대결이 아니란 점입니다. 아리스토텔레스 주의와 신 플라톤 주의의 충돌에서 생겨난 사조란 주장이 수긍가며 인상 깊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내 시대정신(zeitgeist)을 떠올렸습니다. 한 시대 첨단을 걷는 도시에 산다는 것이 갖는 축복같은 의미를 새삼 새겼구요. 무한히 천재를 빨아들여 다시 천재를 키워내는 지식의 용광로 피렌체. 그 찬란하고 치열했던 시대정신이 아릿하게 부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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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비밀댓글입니다
    • 여행 다녀왔습니다.
      예전에 이탈리아 가셨었지요. 기억이 납니다. ^^
      메일 보내 드릴게요.
  2. 오 책 소개 감사드립니다..^^^
secret
당신은 컨설턴트 출신의 경영학자입니다. 어느날 낯선 전화를 받습니다. 전화기에서 들리는 억양 있는 영어.
나, 피터 드러커요.
피터.. 드러커?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라는 바로 그? 어안이 벙벙합니다.

그는 몇가지 대화 끝에 자신에 대한 책을 써주지 않겠냐고 물어옵니다.


책에 나와 있는 멋지고 영감있는 모든 내용보다, 전 이 일화가 제일 마음에 남습니다.
뭐라 비유할까. 블로거에게 인터넷 만든 사람이 인터뷰 포스팅을 의뢰한다? 이건 약하고. 목자에게 야훼가 복음을 전한다. 이건 좀 과장스럽고. 아무튼 자기가 사는/노는 세상을 열어낸 전설과의 만남입니다.
너무 동화 같아 꾸몄을까 의심되고, 무척 부러워 같은 비엔나 출신이라서 연락 왔겠지 짐짓 폄훼도 해보고 싶습니다. 것도 잠시, 새로운 형식의 드러커 선생을 읽을 기대가 더 커집니다.

남보다 몇십년 앞서 경영을 정의하고, 개념을 발전시킨 드러커 선생입니다. 경영의 핵심으로 리더십을 꼽고, 경영에 전략 개념을 도입하고, 지식근로자 (knowledge worker)라는 미묘한 개념을 범주화했습니다. 이런 그에게, 생물학적 자손 이외에 또 다른 DNA를 남기고 싶은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 결과는 통상적인 자서전일리는 없을테지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Elizabeth Hass Edersheim

(원제) The definitive Drucker


드러커 선생의 저술은 매우 방대합니다. 이 책은 그 요약집이 아닙니다. 그래서도 안되지요.
저자인 에더샤임 씨가 마지막 16개월간 피터 드러커와 인터뷰를 하고, 피터 드러커와 인연있던 사람들과 컨설팅의 결과를 추적하여 적은 내용입니다. 그리고, 마지막 드러커 선생이 죽기 전 가장 관심있던 주제와 결론 위주로 현대 경영 환경을 정리했지요. 그런면에서 제목이 매우 예리하고 적절합니다. 마지막 통찰 맞습니다.

책 자체에 대해 이야기하면, 냉정히 볼 부분은 있습니다.
책 내내 드러커 선생에 대한 숭배가 묻어 있습니다. '드러커가 말하길..', '이미 드러커는..' 등등. 저처럼 드러커 선생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좀 낯간지럽고 불편할 찬양 일색입니다. 미리 말했듯, 저자와 드러커 선생의 첫 만남에서 이미 관계는 그렇게 형성이 되었을테지요.
반면, 책의 핵심 구조는 이미 다른 책에 소개된 내용이 많습니다. 핵심 질문이나 주요 절차들 말입니다.

하지만, 이 책의 가치는 컨텐츠 자체에 있지 않습니다. 이미 논의된 내용이 많기 때문입니다.
비밀은 목차에 있습니다. 수많은 경영 이론을 세상에 내놓은 드러커 선생이, '나는 이 부분이 궁극적으로 중요하다고 믿는다'는 주제에 방점을 찍었기 때문입니다. 달리 말하면 방대한 이론을 시대정신에 맞춰 추스렸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에더샤임씨가 채증한 사례와 목차가 이 책의 최고 가치입니다.
문장만 따라가면 알기 힘들고, 한발짝 물러서야 보이는 매직아이 같은 구조입니다.

맥킨지 컨설턴트 출신 답게, 저자는 책구조를 '드러커의 자동차'로 틀 짓습니다.
1. 자동차의 앞유리
vision과 지형도입니다. 현대 경영 환경을 요약했지만, 시대에 따라 달라질 가능성을 열어 놓습니다.

2. Steer
고객입니다. 외부의 환경을 내부와 연결시키며, 운전의 방향을 결정하는 유일한 잣대입니다.

3. Wheels
혁신과 폐기(innovation and abandonment)
협력
인적자원
지식

4. Chassis
필수 구성품을 서로 엮어주는 하부구조입니다. 경영에서는 의사결정구조와 규율, 그리고 가치입니다.

5. Driver
명시적으로 책에서 운전자라 칭하지 않아 부정확의 소지가 있습니다. 책에 중요하게 언급되어 있지만 '드러커의 자동차'에 빠진 마지막 요소는 CEO입니다. 그래서, 저는 CEO를 운전자로 비유하고 싶습니다. 결국 차를 움직이고, 모든 결정을 내리니까요.
이번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드러커 선생이 말년에 가장 관심을 쏟은 주제 역시 CEO라고 합니다. 엔론 사태 등으로 CEO의 도덕성 문제로 고민도 많이 했고, 현대 사회의 핵심 요소로 CEO를 상정했습니다.
특히, 피터스 씨 처럼 스스로를 경영하는 주체로서의 CEO 마인드를 많이 강조합니다.

드러커 선생은 갔어도, 그의 혜안은 현대 경영 프랙티스 전반에 남아 있습니다. 아직 그를 대신할 경영의 구루를 저는 못보았습니다. 언젠가는 드러커 선생에 필적하거나 능가할 사람이 나오겠지요.

저는, 벌써 그를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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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제가 궁핍하긴 한가봅니다;;
    피터드러커, 마지막 '통장' 으로 봤네요...=3=3)
  2. 통찰, 통찰력이라는 것- 그렇게 감탄스럽고 아름답고 가치있고, 그래서 참 부러운 재능이라는 사실을 어릴 적엔 전혀 몰랐었습니다.
    경영학에는 문외한인 저로서는 솔직히,
    책 전반을 아우르며 그 가치를 명확히 파악하고 찰진 리뷰를 쓰시는 분의 통찰이 더 크게 와닿네요.
    • jennifer님의 글에서도 통찰을 봅니다.
      사람 대하는 이치, 손님 대하는 법, 그리고 사는 재미 말입니다.
      통찰이 없다면, 배움은 고통이고 노화는 쇠락이라고 생각해요.
      공부하고 나이 먹으면서 그런거라도 생기니 살 맛 나지 않겠습니까.
  3. 사놓기만 하고 여태 못읽은 책인데 inuit 님 서평을 보니 빨리 봐야겠다 싶군요. 그런데 정말로 저자가 피터 드러커한테 '내 책 써달라'는 전화를 받았대요? 흐미 부러워라.....^^
    • 그러게 말입니다.
      산나님도 저처럼, 이런 부분에 부러움을 느끼는 독특한 부류시군요. 하하하
  4. 워 저는 피터 드러커라는 사람이 inuit님꼐 전화를 한줄알고 +_+ 후후.왠지 언젠가 일어날 것 같은 일이에요.
    통찰력은 개발자에게도 중요한거 같습니다.
    • 에거.. 그런 일이 있다면, 전 회사도 그만두고 그 일을 할지 몰라요.
      물론 톰 피터스 씨가 부탁하면,
      '죄송하지만 제가 요즘 촘 바빠서요..'
      라고 거절. -_-

      통찰은 갈고 닦을 부분입니다.
      타고 나기 보다 길러지는 부분이 훨씬 많기에.
  5. 신데렐라 스토리처럼 보이지요 ^^;; 과장하자면 드러커가 자신의 다음 세대 인물로 에더샤임을 선택했다 할 수 있으니까요. 이 책 정말 아끼며 읽었던 책입니다. 그만큼 울림도 컸구요. 서평을 적어놓은 것이 있어 트랙백 걸어봅니다.

    말씀하신 자동차의 패러다임은 제가 놓친 부분입니다. 다시 한번 읽어봐야겠네요 ㅡ.ㅡ 멋진 통찰 감사드립니다 ^^
    • 드러커의 자동차는 맨 끝에 나오는데 나름 유용한 warp-up 이네요.
      트랙백 감사합니다. 얼른 읽어보러 가겠습니다. ^^
  6. 제가 전화 받은 그 분이었다면 아마 장난전화하지 말라고 호통했을듯 하네요. ㅎㅎ
    • 만일 오일러 씨나 티모솅코 씨가 빔에 대한 자기 이론을 정리해 달라고 한다면요? ^^;
  7. 한발짝 물러서야 보이는 매직아이 같은 구조.. The definitive Drucker의 입체적 구조를 통찰하시는 inuit님의 혜안이 부럽습니다. ^^
  8. 평생을 환자만 잘 보면 될 줄 알았는데, 갑자기 쬐그만 병원을 경영하게 되었죠. 경영이 뭔지 몰라, 이것 저것 공부도 해 봤지만...

    하지만, 답이 나왔죠 ...

    답이 없는게 경영이라구요.. ㅎㅎㅎ

    우연히 들어와 정신 없이 보다보니 시간 가는 줄 몰랐네요..
    가끔 와서 좋은 의견들 많이 배우고 가겠습니다. ^^
    • 와. 한 때는 테리우스 셨나요. ^^

      글 읽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어떤 형태로든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자주 놀러 오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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