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터프한 협상 3번을 진행할 때의 일입니다.

어차피 맺을 계약이지만, 우리는 시간을 끌면서 조건을 개선하고자 하고, 상대는 빨리 매듭짓고 싶어하는 상황입니다. 계속 지공을 펼치니 상대, 열받아 길길이 날뛰기 시작했습니다. 협상하다 집에 간다하기, 버럭버럭 소리지르기, 대표이사에게 메일질하기 뭐 이런 치졸한 짓이지요. 대화가 점점 뻑뻑해지고 산통 깨질 조짐마저 보입니다.
결국 감정선의 조율이 중요했습니다. 그래서, 어렵사리 저녁식사 약속을 잡아냈습니다. 식사는 매우 중요한 교감의 순간이기 때문입니다.


마침, 그날이 11월 셋째 목요일. 보졸레 누보 나오는 날입니다. 마침 상대가 프랑스 사람인 점에 생각이 갔습니다. 예약장소가 횟집이라 좀 어색합니다. 게다가 중국 사람앞에서 한자 쓰듯 계면쩍은 일이지만 앞 뒤 볼거 없습니다. 식사 장소로 가는 도중 막내는 편의점으로 살짝 빠졌습니다.


횟집에서 눈 딱 감고 꺼낸 비장의 무기인 보졸레 누보. 다행히 효과 만점이었습니다. 다른 와인과 달리 세계 동시 발매인지라 그 친구도 처음 맛보는 보졸레 누보입니다. 낯선 타국에서 동양인과 횟집의 식사인데, 의외의 선물이었겠지요.

뭐, 그 뒤론 십년지기처럼 개인적 이야기로 꽃을 피웠습니다. 소주 잔 돌리기에 파도타기까지. 2차 맥주 마시러 갈 때도 서로 손에 손잡고, 어깨 걸고 다니고. 그 날 우리 모두는 형제였습니다. -_-

직전까지 같이 말 섞기도 힘든 상황이었습니다. 게다가 그 친구도 이렇게 협상 중간에 (끝나도 마찬가지) 협상 상대와 무장해제하고 술 마신것도 처음이라고 한국 지사에서 전하더군요. 저는 그렇게 좋은 친구를 얻었습니다. 그리고 협상도 잘 진행되어 계약도 했습니다. 어젠, 다시 만나 signing ceremony를 했지요.

일전에 gut rationale을 말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횟집에서 대뜸 꺼낸 보졸레 누보.
계산된 목적이었지만, 마음으로 열어가는 소통의 장이었습니다. Rational gut이라 부를만 했습니다.

'Biz'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고 다발 지역을 지나면서  (12) 2009.02.26
꿈을 향한 첫 발  (146) 2009.02.22
Rational Gut  (18) 2009.02.13
부동심 투자가의 어록  (14) 2009.02.10
선거결과를 내게 다시 물어 달라  (30) 2009.02.06
[책 소개] 시나리오 플래닝  (19) 2009.01.19
  1. BlogIcon Crete 2009.02.14 02:16 신고

    rss로 구독하며 늘 즐겨 읽고 있습니다. 일전에 소개해 주신 해바라기C님과는 많이 친해졌죠. 이모저모로 감사 드립니다.

    오늘 소개해 주신 포스팅을 보고 이런저런 생각이 드네요. 제 경우는 학위하고 지금까지 계속 병원 연구소만 전전하고 있어서 Inuit님처럼 드넓은 세상을 상대로 활약(?)을 하는 삶을 부러워만 하는 백면서생입니다.

    하지만 현재 북한 평양에 건립중인 평양과기대에 가서 북한 학생들을 꼭 가르치고 싶다는 소망을 가지고 있죠. 그래서 만나는 사람마다 평양과기대에 대한 홍보를 한답니다. 그런데 문제는 지난 10년간 퍼주기 논란 덕분에 북한을 지원하는데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은근히 많다는 거죠.

    그런 분들께 다가가기 위해 오늘 언급하신 rational gut을 잘 활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언제나 사고의 폭과 깊이를 더 해주시는 포스팅에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좋은 주말 되세요.

    • BlogIcon Inuit 2009.02.14 09:32 신고

      히야님과는 서로 팬이 되신듯 해요. ^^

      참, 유니크한 꿈을 갖고 계시는군요.
      그 꿈을 놓지 않는다면 반드시 이뤄질 일이라고 믿습니다.
      어떻게 제 어줍잖은 글이 도움이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어떤 힌트가 되었다면 다행이고 기쁜일입니다.
      어려워보이지만 달성가능한 그 꿈을, 저도 성원하겠습니다. ^^

  2. BlogIcon outsider 2009.02.14 05:30 신고

    inuit님 블로그 포스팅을 보다보면 제가 '콩나물'이 되는 기분이에요~^^

    • BlogIcon Inuit 2009.02.14 09:33 신고

      아.. 어렵네요.
      콩나물이란.. 무슨 뜻일까요.
      빽빽한 교실? ^^;

    • BlogIcon outsider 2009.02.14 11:33 신고

      아아^^ 그게 아니구요...'inuit님 포스팅=물' ^^

    • BlogIcon Inuit 2009.02.14 12:10 신고

      그런 뜻이군요. ^^
      고맙습니다.

      바꿔 말하면, 맹물에서도 양분을 섭취하는 '콩나물'의 능력이 대단한거죠. ^^

  3. BlogIcon 엉뚱이 2009.02.14 06:55 신고

    대단하십니다~ ^^

    • BlogIcon Inuit 2009.02.14 09:33 신고

      엉뚱이님 오랫만입니다.
      잘 지내시죠? ^^

  4. BlogIcon 덱스터 2009.02.14 10:04 신고

    ㅋㅋㅋㅋㅋ

    선물의 심리를 간파하셨군요 ^^

  5. 이철웅 2009.02.15 17:35 신고

    너무 오랫만에 들렀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역시나 빼곡히 좋은 글들을 그 사이에 올려주셨네요.
    감사히 읽었습니다.

    2년차가 되니 마음이 잡히질 않네요.
    물론 악화일로인 경제상황이 가장 큰 문제이지만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없는 것 또한 원인인듯 합니다.
    오늘은 이 블로그의 저 앞으로 넘어가 Inut 님이 졸업을
    앞두고 느끼셨던 고민을 다시 한 번 읽어보려합니다.

    또 찾아뵙겠습니다. ^^

    • BlogIcon Inuit 2009.02.15 20:49 신고

      아직 멀었잖아요. ^^
      1년동안 여러가지가 더 많이 바뀔겁니다.

      혹시 이 글 안보셨으면 참조해보세요. ^^
      ( http://inuit.co.kr/1564 )

  6. BlogIcon 5throck 2009.02.16 18:04 신고

    좋은 친구를 얻으신 것과 좋은 계약을 하신 것 모두를 축하드립니다. 경기가 어려운데 힘든 일을 해내신 것 같습니다.

    • BlogIcon Inuit 2009.02.16 22:08 신고

      네. 고맙습니다.
      정말 경기가 어려워서 모든 일에 더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

  7. BlogIcon 격물치지 2009.02.18 00:00 신고

    요즘 정말 마음을 사는 소통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됩니다.

    제 칼은 날카로워 지는 것 같은데,

    그릇은 넓어지지 않는 것 같기도 하고...

    진정한 소통, 설득, 협상은 모두 인간에 대한 이해가 바탕인 것 같습니다.

    나와 상대방에 대한 진정한 이해... ^^

    • BlogIcon Inuit 2009.02.18 23:28 신고

      내맘과 꼭 같아요.
      결국 소통의 본질은 인간에 대한 이해지요.
      큰 그릇에 가득가득 담읍시다. ^^

  8. BlogIcon 당그니 2009.03.13 01:45 신고

    역시 감각이 대단하세요^^

    • BlogIcon Inuit 2009.03.14 11:42 신고

      열심히 몰두하다보면 별 꾀가 다 나지요. ^^;;

이번 출장은 사장님과 동반 출장이었습니다. 워낙 세심한 분인지라 저는 하나도 마음 불편하지 않았고,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사장님도 그러셨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_-;


아무튼 그러다보니 이번 여정은 완전 럭셔리 출장이었습니다. 현지 전시회로 인해 방 구하기가 어렵다고 로컬 파트너가 잡아준 방이 executive suite. 개인적으로 두 면이 완전 유리인 호텔은 처음 묵어봅니다. Dubai Creek이 한눈에 보이니 view가 상당합니다. 하루종일 밖만 바라보고 있어도 지치지 않을 듯 합니다.


그리고, 하늘과 강이 훤히 보이는 Jacuzzi. 틈틈히 반신욕으로 피로를 푸는데 꽤 도움이 되었습니다.


연이은 일정으로 한가롭게 수영을 즐기기는 힘들었지만, 그래도 옥상의 수영장 주변에서 책장을 뒤적이며 잠시의 느긋함을 즐기는 재미도 색다르지요.

뿐만 아니라 하루 종일 스낵과 음료가 무한 제공되는 executive lounge도 제가 아주 애용했던 서비스였습니다. (덕분에 최초로 출장중 댓글이 가능했었지요.)

인증샷 -_-

이번 여행은 식사도 만족스러웠습니다. 비즈니스 미팅을 겸한 식사이니 어느쪽에서 내든 멋진 곳에서 식사를 하게 되니 저야 그냥 좋지요.

첫날 저녁은 러시안 레스토랑에 갔습니다. 마치 미국의 한국식당에 간 듯 합니다. 딱 봐도 러시안들이 우글우글 합니다. 웨이터들은 마피아 출신인지 다들 크로캅이나 효도르를 닮았습니다. 식당의 웨이트리스와 여성 손님들 은 매우 아름답더군요. 누가 러시아에 갔더니 수퍼모델이 농사짓고 있어서 놀랬다고 한 말이 결코 속없는 농담은 아니란 생각을 했습니다. -_-





식사를 마치고 나니 공연을 합니다. 정통 러시안 댄스는 아니지만 곡예하듯 동작이 시원한게 제법 볼 만합니다. 그리고 사이사이에 동양적인 외모를 가진 여성이 노래를 불렀습니다. 어떤 노래였는지는 러시아 음악의 분위기와 중동의 꺾어대는 발성이 뒤섞여 분간이 어려웠지만, 목소리가 참 매력적이었지요.

다음 갔던 곳은 Lebanese restaurant입니다. 여기는 온전히 2차였습니다. 헤어지기가 아쉬워 술한잔 더했던거지요. 서둘러 이동을 했지만 벨리 댄스 공연의 반은 놓친 듯 합니다.

터키에서 시작해서 이집트의 다산 기원이 가미되어 만들어진 밸리 댄스는 가까이 보면 성적인 매혹이 있습니다. 단지 허리와 골반을 흔들어대는 기교만이 능사가 아니고, 무희의 가슴과 아랫배가 적당히 도톰해서 살 자체의 떨림과 곡선이 주는 매력이 있어야 합니다. 마른 체형의 동양계나 어린 소녀는 별로 어울리지 않겠지요. 특이하게 이 날의 벨리 댄스는 브라질 여인이 공연했습니다. 터키의 벨리 댄스를 제대로 본 적이 없으니 뭐라고 말하긴 어렵지만, 별점을 많이 줘도 괜찮겠더군요.

레바논 식당과 여성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중동에는 레바논 여성에 대한 판타지가 있다고 합니다. 유럽의 영향을 강하게 받아 피부가 희고 아름다운 외모가 많은데다, 교육수준이 최고라서 교양있는 여성이 많답니다. 돈 좀 있는 중동 남성의 트로피가 되나 봅니다.

한번은 One & Only Royal Mirage라는 리조트형 호텔에서 식사를 했는데, 사막에 물을 대어 천국을 만들었더군요. 야자수와 기화요초가 우거진 숲속에 이름 모를 새가 까르륵 날아다니는데 도연명이 말했던 선계가 이랬지 않았을까 싶었습니다.


  1. BlogIcon 엉뚱이 2006.11.17 21:15 신고

    부럽습니다. ^^

    • BlogIcon Inuit 2006.11.17 22:23 신고

      오랫만에 빈티를 벗은 출장이었네요.. ^^;;

  2. photo 2006.11.17 21:19 신고

    오! 노트북에 보이는 저 아름다운 브라우저는 Noia 테마를 적용한 Firefox로군요.
    두바이는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는...-ㅅ-;;

    • BlogIcon Inuit 2006.11.17 22:25 신고

      도대체 어떤 귀인이신지. 식별도 가물가물 어려울텐데, 한번에 테마를 맞추시다니.
      FF-맑은고딕-Noir 이 조합에 매료되어 있습니다.
      집 PC - 개인 랩탑 - 회사 랩탑 모두 저렇게 되어 있지요. ^^

    • BlogIcon Psyk 2006.11.18 09:41 신고

      저는 noir 의 너무 튀는 버튼들로 인해서...
      brushed 매니아 입니다.^^
      집 PC - 개인 랩탑 - 회사 PC 통일이지요.ㅎㅎ

    • BlogIcon Inuit 2006.11.18 12:21 신고

      버튼이 튄다구요? 흠 잘 모르겠던데. ^^

  3. BlogIcon astraea 2006.11.18 00:34 신고

    화려하네요~와;
    (noir 는 버튼이 워낙^0^)

    • BlogIcon Inuit 2006.11.18 12:20 신고

      Noir의 버튼이 워낙.. 어떻지요? 궁금합니다. +.+

  4. BlogIcon susanna 2006.11.18 01:46 신고

    멋지군요~ 전 하늘이 보인다는 저 jacuzzi가 가장 탐나는 걸요.^^

    • BlogIcon Inuit 2006.11.18 12:22 신고

      낭만적이십니다. 그리고 저처럼 게으르시군요. 하하

  5. BlogIcon Amberite 2006.11.18 03:19 신고

    저는 두바이의 금값이 제일 신기하던데...^^;
    항상 조용히 읽고만 가다가 얼마전에 다녀온 두바이 보고 글을 남겨봅니다. ^^;

    • BlogIcon Inuit 2006.11.18 12:23 신고

      감사합니다.
      두바이 금값은 싸다고 언뜻만 들어서 잘 모르겠습니다. 알고계시는 이야기 있으면 나눠주세요. ^^

  6. BlogIcon isanghee 2006.11.18 03:23 신고

    역시 스위트가 뭐가 좋아도 더 좋죠..^^

    • BlogIcon Inuit 2006.11.18 12:24 신고

      그만큼 비싸구요.
      1박에 600 USD는 개인적으론 좀 과하다고 생각해요. ;;

  7. BlogIcon Psyk 2006.11.18 09:39 신고

    캬~~~ 멋진 휴식처럼 느껴지는군요. 물론 워낙 실력이 뛰어나신 inuit님의 비지니스는 성공이었겠고요. ㅎㅎ
    요즘 회사 이전으로 포스팅도 어려워[시간보다 귀차니즘... ㅡ.ㅡ] 무플방지위원으로서의 소명을 못하고 있습니다.^^
    깔끔한 화면 보기 좋습니다.

    • BlogIcon Inuit 2006.11.18 12:25 신고

      출장은 아주 성공이었습니다. 사장님이 직접 뜨셨는데 당연히 잘 되어야지요.

      그나저나 무플방지위원 말씀.. 흐흐흐 아주 웃게 해주셨습니다. ^_^

      겨울이 찰텐데 건강히 지내세요. ^^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