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행론'에 해당하는 글 2건

나는 전략가다.

이렇게 간단히 자신에 대해 단언하기는 쉽지 않다.
다소 경박하거나 오만해보일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난 전략가이다.
비즈니스 스쿨에서 단련할 때 가장 주력을 했던 분야이고, 이후의 경력도 그러하다.
전략팀장으로 회사에 입사해 기획실장을 거쳐 CFO까지 변모는 했을지라도 전략통임에는 변함이 없다
기획안 입안이나 중장기 의제설정에서 신규사업 론칭과 기업인수합병까지 다양한 일을 했다.

장황한 서두는, 내 소개나 자랑이 아니라, 학문적 경력적인 면에서 전략에 대한 소양과 토대를 짚으려 함이다.

전략이 무엇인지, 어떤 접근을 취할지는 꽤 많은 이론과 학파가 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전략의 이론책은 가까이 하지 않게 되었다.
굳이 읽는다면 실행학파의 전략서적 쯤.

그 이유는, 어느 수준을 지나면 전략이 이론 자체로는 공허하기 때문이다.
전혀 모르는 상태라면 전략서적이 큰 도움이 된다.
그러나 대략의 기초를 닦은 후라면 이론만으로 묘수가 나오지는 않음을 몸으로 배웠기 때문이다.
전략은 선택이고, 실천이고, 지속이며 프로세스로의 총합이다.
그리하여 언제부터인가는, 실행이나 통찰에 대한 주제에 천착하여 책도 읽고 공부하며, 부단히 현실에 적용하는 시도와 실천을 해왔다.

Cynthia Montgomery

(Title) The Strategist


그리고,
이 책을 보는 순간, 전율 했다.

아.. 내 고민이 세상 하나의 외로운 고민은 아니었구나.
그리고, 이 고민을 꼼꼼히 정리하는 연구자도 있었구나.

이 책은 전략의 요체를 잘 정리했다.
그리고, 이 책은 의사결정자(decision maker)를 위한 전략서적이다.
책의 요점을 굳이 발라내면 하나다.
"당신이 경영자라면, 전략을 아웃소싱하지 마라. 스스로 전략가가 되어라."

매우 울림이 큰 일갈이다.
아웃소싱이란 말을 좁혀 생각하면, 전략업무가 기업 내에서 갖는 위상과  관행은 매우 뒤틀려 있다.
기획실이랄지 마케팅실이랄지, 똘똘한 직원에게 전략수립을 지시한다. 또는 외부에 전략용역을 맡긴다.
전략 수립의 주체는 열심히 (날림으로하는 짝퉁 전략은 논외로 하자), 공들여 기가 막힌 전략을 수립한다.
전략은 의사결정자에게 보고되고, 수정과 조율 등 우여곡절 끝에 대개 승인 된다.

"좋아. 해보자고. 실행해!"

불행히도, 조직이 어느 정도 되면 입안의 주체와 결정의 주체, 실행의 주체는 다 다르기 마련이다.
아등바등 열심히 하다보면 어떤 전략은 성공하고, 상당수는 실패한다. 아무도 모르게.
큰 관점에서 돌이켜보면 과연 전략 수립 프로세스가 필요했는지도 의문이다.

저자는 명쾌히 지적한다.
전략은 단발성이 아니고 지속적 실행과정이라고. 그리고 의사결정자가 전략수립의 핵심요소 자체가 되어야 한다고.
이 부분은 조직화와 실행까지 두루두루 영향을 미치는 명제다.
이 부분에 신시아 씨의 탁월함이 보인다.

세부적 항목은 기타 전략서와 크게 다르지 않다. 몇 주 지나 글쓰는 지금 사실 잘 기억도 안난다.
하지만, 책의 통찰과 사고의 틀은 그 충격이 매우 크다. 
기분좋은 머리 울림이다.

이 책은 컨설팅 펌을 무용화한다.
그리고 이 책은 성공의 비밀을 담고 있다. 
다만 그 비밀을 믿고 따라서 신실하게 실천할 사람이  100 중 하나 될까 말까할 일일 뿐.
한마디로 요약하면, 경영의 실존주의다.
그리고, 대통합이론이기도 하다. 
실행론과 자원론, 조직론, 순수전략을 다 버무려서 생각하는 틀을 제시한다.

주니어는 내 소개 보고 괜히 읽는다고 덤비다, 의외의 밋밋함에 휘둘리고, 애먼 잠과 싸우지 말라.
하지만, 매니저 이상이나 임원, 또는 조직의 명을 책임지는 사람이라면, 열 일 제치고 읽어라.
내 말과 소개에 고마움을 갖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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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Inuit
@inuit_k / CxO / Author ("가장 듣고 싶은 한마디 YES!") / Making better world, every minute.

받은 트랙백이 없고 , 댓글  12개가 달렸습니다.
  1. 주니어에겐 아직 무리인 책인가요? @_@
    P.S 댓글달려하니 제 닉 Mr.Curiosity는 차단된 이름이라고 떠요 ㅠㅠ
    • 저도 동일한 질문을 드리고 싶습니다.
      의사결정권자를 위한 전략서적이라고 하셨는데
      쥬니어들에게는 어떤 의미로 다가올 수 있는 책일까요?
      미래를 위한 참고서???
      (저도 차단된 이름으로 나오네요.. aka.s2an/akas2an)
    • keenwj//
      죄송합니다. 이유는 모르겠어요. 제가 차단한 적은 없고 시스템에서 막히지 않았을까 싶은데, 잘 모르겠습니다. ㅠㅜ
    • 션쿤//
      마찬가지로 죄송합니다. 티스토리에서 막은건지 잘 모르겠네요. ㅠㅜ

      주니어에게 아무 의미가 없다고 할 순 없습니다.
      다만 일반적으로 주니어들은 fancy한 것에 열광하기 때문에, 밋밋함을 견디지 못할 것같다는 말이구요. 실제로 어려움을 겪어본 후에 이 책을 보면 느낌이 다를거란 생각입니다. 마치 중년이 되면 청년때 안보이던 부분이 보이듯 말입니다.
  2. 그렇다면 구입하기 전에 도서관에서 먼저 찾아봐야겠군요. ^^
  3. 그럼 주니어는 어떤걸 추천하시는가요?
  4. 블로거님 글 읽고 바로 서점가서 책사서 봤어요. 진정한 전략이 무엇인지 핵심을 찔러주는 책이여서 첫장 넘기자마자 그날 다 읽었습니다. 하핫
    좋은책 추천 정말 감사합니다. :)
  5. 다른 블로그에서 좋은 소개라고 '소개'해서 건너왔습니다.
    그런데 저자 이름만 Synthia -> Cynthia로 바꿔주세요.
    서점가서 찾아봐야겠습니다.
secret
A. 스스로를 믿고 뚜렷한 목표를 세운 뒤 열심히 노력한다면, 내가 원하는 모든 것을 이룰 수 있다.
B. 내가 기회를 위해 준비하고 그 기회를 보고 행동하면 나는 많은 것을 이룰 수 있다.
스스로를 돌아봅시다. 당신은 어느 쪽에 가깝습니까?

William Duggan

(원제) Strategic Intuition: The creative spark in human achievement

전략이 보는 미래상에 대해 글을 쓴 적 있습니다. 결정론적 세계관이 갖는 선형성 대비 실행론적 세계관이 갖는 비선형성에 대해 정리를 했지요. 어떤 전략적 관점이더라도 지향점이 필요합니다. 목표 없이 실행론만 따로 떼어 강조하는건 마치 군사를 훌륭하게 훈련만 시키면 전쟁에서 항상 이긴다는 주장과 유사합니다. 어디를 어떻게 공략할지에 대해서는 묵묵부답입니다. 작전 없이 대군이 몰살당한 사례는 참 많은데 말이지요.

반면, 전술목표에 집착하는 것도 바람직하지는 않습니다. 시시각각 변하는 전장에서 융통성과 적응력이 필요한건 당연합니다. 더건 씨는 기존의 전략적 목표 입안 방법을 조미니(Antoine-Henri Jomini)의 방법이라 규정합니다. 하늘에서 뚝 떨어진듯 목표를 고수하고 그 목표에 이르는 방법만 천착한다고 상정합니다. 이러한 전략은 평범할 뿐이고, 쿤의 패러다임 시프트에 해당하는 위대한 전략을 입안하는 방법론으로는 조미니가 맞지 않다고 주장합니다. 대신, 더건 씨는 클라우제비츠(Carl von Clausewitz)의 방법을 제안합니다.

클라우제비츠 방법의 핵심은 혜안(Coup d'oeil)입니다. 단번에 돌파를 이루는 위대한 통찰을 말합니다. 다소 막막한 감이 있지요. 그래서 그 부분을 상세하게 한 권 분량으로 패키징한게 이 책이지요. 네가지 요소입니다.
  • Examples of history: 위대한 전략은 바퀴를 새로 발명하는게 아니다. 있는 사실들을 최대한 조합한다.
  • Presence of mind: 냉철한 사고력이 필요하다. 특히, 존재하는 외부 상황을 인정하고 그에 적합한 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다른 말로 Karma에 대항하는 Dharma 또는 도(道)이다.
  • Flash of insight: 책의 핵심 소재인 섬광 같은 통찰력이 불연속적 도약을 이룬다. 전문가적 직관보다 깊이 있고, 통상의 분석보다 빠르다.
  • Resolution: 머리속에 섬광이 떠올랐으면 타당성을 본 후, 지체 없이 실행에 옮기는 결단이다.
책의 주장은 고정적 목표에 집착하지 말고 근원이 되는 목적을 이루기 위한 방법을 보라는겁니다. 따라서 전략의 지향점에 있어 최종점이 아닌 결정적 지점을 찾는데 노력을 경주하라고 역설합니다. 즉, 위대한 목표는 결코 계획의 결과가 될 수 없으며, 통찰의 결과라는 뜻이지요.

이런 관점으로 처음 문제로 돌아가보면, 더건 씨의 입장은 확고한 B의 지지자입니다. 미리 목표니 뭐니 이야기하지 말고 기회를 끊임없이 보다가 결정적 순간을 노리라는 겁니다.

사실, 복잡한 내용 쫓아다니면서 고갱이를 추리고 나면 허탈합니다. 고정된 목표를 부정하고 평소에 무념으로 도만 닦으라는건 다소 공허한 감이 있지요. 그걸 합리화하기 위해 여러가지 사례를 들지만, 알고보면 마이크로소프트나 구글의 창업에 준하는 드문 사례입니다. 물론, 그만한 성공을 목표로 하는 담대함이 필요하지만, 대량으로 복제 가능하지 않은 방법론이 갖는 희소성이란, 로또의 갑갑함을 연상하게 하지요. 어찌보면 Good to Great의 엄격한 소수를 연상케 한달까요.

하지만, 기존 전략의  이면을 들여다보기에 알맞는 각도와 관점을 가진게 책의 미덕입니다. 전략에 관심있는 분은 한번 읽어볼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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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uit
@inuit_k / CxO / Author ("가장 듣고 싶은 한마디 YES!") / Making better world, every minute.

받은 트랙백이 없고 , 댓글  14개가 달렸습니다.
  1. 목표가 있기 때문에 A선상에 위치하고 있는 부두인형입니다. 그치만 A.B의 길을 걷고 싶어요. 통찰력을 깨치기에는 제가 너무 무디고, 저 자신을 믿기에는 스스로가 미덥지 않기 떄문이죠.

    이 글을 보니까 전에 본 뉴스기사가 생각나는데요. 사람들이 질서정연하게 차례를 지켜 통로를 지나가는 것보다 몇몇이 무질서를 만드는 쪽의 소통이 더 원활하다는 논문이 발표됐다고 합니다. 무엇이든 한 쪽으로만 생각하는 것은 위험한 일인 것 같아요. ^ ^;
    • 네. 저는 A가 지배적입니다. B에도 가능성을 열어두지만요.

      아래 말씀하신 사례는 참 재미나 보입니다..
  2. 저의 경우에는 올 해 읽은 책 중 가장 훌륭한 책 중 한 권이 바로 이 제 7의 감각이었습니다.

    저같은 경우엔 '창조적 기획'에 대해서 계속 파고 있는 편인데, 기획의 창조성이란 측면에서 본다면, 이 책이 현재까지 한글로 나온 책 중 가장 훌륭한 책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전략적 측면에서만 접근하기에는 아까울 정도로 '창조성'에 대해서는 가치있는 이야기들이 많이 있는, 읽는 내내 '심봤다'를 외칠 정도로 좋은 책이었습니다. ;-)

    저는 읽는 내내 동지를 만난 것 같아 매우 기뻐하느라 미처 눈치채지 못했었는데, 말씀하신대로의 (전략적 측면에서는 너무 단언하는 것 같은) 단점들도 있는 것 같네요.

    저 책을 읽던 도중에 쓴 글, 부족하지만 링크 걸어봅니다.
    http://blog.naver.com/bird4you/120059714505

    약간 다른 이야기지만, 올해 읽은 책 중 저런 느낌을 주는 책은 두 권 더 있었는데, 하나는 탤런트 코드였고 (이 책은 몇 년 전부터 찾던 '천재성의 비밀'에 대한 책이었습니다), 다른 하나는 자크 아탈리의 미래의 물결이었습니다. 자크 아탈리가 왜 천재인지를 알 수 있었던 것 같네요.
    • 네. 저도 시간가는줄 모르고 읽었습니다.
      하지만 전략에서의 유용성은 좀 생각해볼 문제 같더군요.
      중간 내용은 요즘 자주 언급되는 뇌과학, 창의성과도 교차하는 부분이 많고 재미도 있습니다. ^^
  3. 충동구매를 했던 책이..저런내용이었다니..ㅠ.ㅠ

    yes부터 읽고 읽어야겠습니다^^..ㅋㅋㅋㅋㅋ..

    버스타고 다니면서 열심히 읽는다는~!!^^..
    • 하하하 저 책을 충동구매하셨군요.
      전 자주 그렇게 삽니다. ^^;;;

      예스! 사셨으면, 이벤트에 응모해주세요.
      주변에 한권 드리면 좋잖아요. ^^
  4. 알라딘에 찾아가서 목차와 추천사를 훑어봤습니다. 말씀하신대로 재밌고 흥미롭되 좀 공허할 것 같습니다. 돈오가 쉽게 오지 않음을 책에서도 인정하는 듯 해서 더 그런게 아닌가 싶은데, 직접 읽어보면 좋을 것 같군요.

    알렉산더가 일리아스를 늘 끼고 다니고, 마키아벨리가 로마사에서 공화국의 전망을 구하고, 맑스가 역사에서 계급투쟁의 역동성을 찾으려 했던데엔 역사가 주는 매력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 점에서 역사에서 전략과 통찰을 구하는 현대 경영학자들은 이들의 후계자를 자임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 아마 직접 읽어보시는게 가장 빠를겁니다.
      읽는 사람 상황따라 느낌이 많이 틀리니까요. ^^
  5. 전 C 선상에 있다고 봐야겠군요.^^

    C의 경우를 가정하면
    스스로를 믿고 뚜렷한 목표를 세운 뒤 열심히 노력한다면, 내가 원하는 모든 것을 이루는 것은 아니나 뜻하지 않는 목표를 이룬다.
    그리고 뜻하지 않은 목표에서 기회가 생기고 그 기회를 보고 행동하면 나는 많은 것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하고 열심히 노력한다.

    A와B를 적당히 비튼 것 같지만 제가 겪은 삶은 이랬고 제가 보는 역사도 이랬습니다^^
    가까운 예로 민주화란 목표를 위해 이뤄낸 직선제 개헌 후 뜻하지 않은 결과가 생겼습니다.
    A의 경우는 좌절 속에 투표자격을 논하고 B의 경우는 인내로 때를 기다렸습니다
    하지만 C인 저는 뜻하지 않은 목표가 이뤄진 것을 보고 투표는 우리가 믿는 민주주의가 허구라는 증상을 나타내는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다른 민주주의를 고민했죠.

    뜻하지 않은 목표에서 민주주의의 실체를 보게 된 기회가 생긴 것입니다^^
    제가 제대로 이해한 것인지 모르겠으나 님의 글을 보고 문득 생각난 점을 적어봤습니다.
    • 네.. 다양한 상황에서 다양한 함의를 읽게 되겠지요.
      고민하는 깊이에 따른 일이겠습니다만. ^^
  6. 전략적 직관력
    참 모순되면서도
    좋은 말인것 같습니다.
    읽어봐야 겠네요.
    • 네. 모순같지만 그렇지 않지요.
      흥미 느끼면 제 블로그에서 전략에 관한 글들 (시나리오 플래닝 정도로 검색해서) 보시면 감을 좀 가질 수 있으실겁니다.
  7. B는 제 아부지의 평소 지론이군요. ㄲㄲ

    A는 스스로를 믿고 뚜렷한 목표를 세운 뒤 열심히 노력한다면, 내가 원하는 것을 이룰 가능성이 높아진다.

    정도로 바꾸면 A도...
secr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