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과 함께 제주도 자전거 일주를 포스트 많은 부모님 독자분들께 공감을 얻은듯 합니다. 온라인이나 오프라인에서 제가 블로그에 아이들과 함께 이야기를 적지 않은 동안 어떤 공부를 했는지 여쭤본 분들이 많았습니다. 사실, 아이가 입시 공부에 치중하면서 자연 아빠가 해줄 몫은 적어진 요즘이긴 합니다.

 

하지만, 올해 봄에서 여름까지 몇주간 걸쳐서 했던 내부 세미나가 있는데 저희 가족에게 매우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이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블로그 오래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저와 딸이 오랫동안 대화하고 고민을 나누면서 찾은 꿈이 ' 건축가 만들기'였습니다. 딸의 재능과 적성에 맞는 직업이었고, 꿈을 이루려 딸은 열심히 고등학생 시절을 보냈지요. 그런데, 이미 알고 있던 내용이지만, 과연 저성장 시대에 건축가라는 꿈이 장기적으로 좋은 꿈인가에 대한 의구심이 있었습니다. 원래 계획은 개발이 많은 해외로 가는게 목표였는데, 국내라면 건축은 매우 성숙산업이니까요.

 

마침 아들도 있으면 진로를 택해야 하고, 최소한 과를 정해야 하는데, 전공학과가 인생을 좌우하진 않지만 성적에 맞춰 그냥 정하기도 애매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우리 가족은 다가올 미래가 어떻게 것인지 자유롭게 상상해 보는 시간을 갖기로 했지요.

 

그게 바로 미래 신기술 세미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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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과 제주를 자전거로 도는 언제 이룰까 싶은 막연한 꿈이었습니다. 하지만 꿈을 이루고 돌아온 아빠와 아들에게, 금은보화를 안고 돌아온 모험선처럼 소득이 많은 여행이었지요.

서로의 소회를 이야기 해 봤습니다. 아래 내용 중 인용(quotation)은 아들과 인터뷰한 워딩입니다.


오랜 꿈이 이뤄진 점이 좋았습니다.

성인식

아들이 18세가 되려면 조금 남았지만, 훌륭한 성인식이었습니다.

소년이 세상에 나가는데 첫째 벽은 아버지입니다. 절대적으로 의지하다가, 우러러 보다가, 만만해지다가, 어느덧 공감을 하며 어른이 되어가지요. 일단 체력적으로도 아버지보다 나은 것을 스스로 확인하는건 인생의 경험일 것입니다.

해보니까 어떻게든 된다는걸 느꼈어요.

그보다 더한건 장기간 라이딩을 묵묵히 견뎌낸 인내심이지요. 굳이 정신력이라 말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목표를 향해 한바퀴씩 페달을 밟아 1미터씩 1미터씩 240,000m 감해나가는 경험은 앞으로 성인으로 살아가는데 자산이 것입니다.

 

추억

제주의 아름다운 해안을 자전거로 휙휙 달리는 느낌은 상상 이상입니다. 저는 학생시절 지리산 종주를 하며, 감격적으로 아름다운 산을 봤습니다. 그리고 이게 국토구나 하는 감동과 정체성을 갖게되었지요. 아들도 그랬을겁니다.

여러가지 맛난 음식을 먹는게 또 다른 재미였어요.

그리고 평생 남을 환상적인 장면 속에 아빠의 모습이 함께 한다면 제게도 기쁨이고 아이에게도 일생의 힘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부자의

제가 가장 감명 깊었던 , 여행의 동반자로서 가족으로서 아빠를 적극적으로 챙기는 아이의 모습이었습니다. 쥐가 났을 , 길에 넘어져 상처가 났을 아이는 메딕처럼 구급약이 들어있는 가방을 메고 달려와 아빠를 돕습니다.

사나이의 뜨거운 우정을 느꼈습니다.

저보다 힘이 남아 빨리 차고 나갈 있을 때도 페이스에 맞춰 페달을 밟는 배려심에도 많이 놀랐습니다. 자전거 타다보면 남의 속도 맞추면 힘이 드는데도 굳이 그랬습니다.

Leader의 역할이 무겁다는걸 생각하게 되었고, follower와 호흡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그리고, 고등학생x아들 치고는 대화가 많은 부자입니다만, 여행 나눈 수많은 이야기는 둘만의 추억입니다. 제주 도착날은 힘에 부치지 않아 인생과 커리어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나눴습니다. 라이딩 중에는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 객적은 유머, 길탓 등을 하며 서로 힘을 북돋웠지요.

부분은 아들보다 제게 선물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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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게 이틀 동안 달려온 성산.

전체 여정의 3/4 쯤 왔습니다.

아침에 커튼을 걷어보니 창밖의 성산이 턱 하고 가슴에 들어옵니다.

이 호텔은 조식이 포함되어 있지 않기도 하지만, 오늘 일정이 바빠 아침 먹으러 나갈 시간을 줄여야 합니다. 아들의 아이디어로 전날 미리 물부어 먹는 국밥을 사 놓았고, 이날 일정에 큰 효자 노릇을 합니다.

오늘은 약 70km이고 비교적 평탄한 구간이라 생각하지만, 문제는 예약해둔 6시 반 비행기를 꼭 타야한다는 사실입니다. 공항에 여섯시 전에 도착해야 하고, 그 전에 자전거 반납하고 샤워하고 마지막 제주 현지식을 하려면 적어도 세시까지 자전거를 반납해야 합니다. 게다가 오늘 들러야 하는 포스트는 네 군데 입니다.

그렇게 계산하니 시간이 매우 촉박합니다. 

그저 길이 도와주기만 바랄 뿐입니다.

길 떠나서 문제 없는 날은 없지만, 마지막 날의 복병은 비입니다.

비 오면 춥고 자전거 타기 힘든 점도 있지만, 길이 미끄러우면 사고 위험이 높습니다. 그래서 내리막이나 평지에서도 속도를 자주 줄여야 합니다. 평속도 떨어지지만 힘도 더 들게 됩니다.

아침에 날씨를 보니 한숨이 절로 나오네요.

어쨌든 부자는 오늘도 씩씩하게 길을 향해 나섭니다.

오늘의 첫째 포스트이자 환상도로 일곱째 포스트인 성산일출봉입니다.

숙소가 포스트 직전이었기 때문에 10분만에 도착해 하나 거저 먹고 시작합니다.

이제 김녕해변으로 가야 합니다.

거리는 적당한데 평지이기만 바라며 페달을 밟습니다.

비는 보슬보슬 내리고 바람은 맵습니다.

하지만 풍경은 야속하게 운치가 있습니다.

이윽고 김녕성세기 포스트에 도착.

정말 순조로운 출발입니다.

3일차 되니 다리가 무겁고 힘이 덜한데, 그래도 가장 가벼운 시작입니다.

길이 돕습니다.

김녕해변 아름다운거야 유명하지만 더 길게 못보는게 아쉽습니다.

원래 김녕에서 함덕가는 중간에 식당을 봐 놨는데 지금 페이스로 하면 정오 전에 식당 도착하게 생겼습니다. 함덕이나 더 가서 점심을 먹을까 어쩔까 아들과 논의를 합니다. 결론은 이른 점심을 먹기로 했습니다. 

아침을 다소 부실하게 먹었고, 아직 괜찮지만 3일차 다리는 미리 좀 쉬는게 전체 라이딩에 도움이 되고, 전체 일정대로면 저녁도 어차피 빨리 먹게 될테니 이른 점심이 나쁘지 않은 선택입니다.

출발하고 좀 있다 동복리에 맛난 해산물 식당에 도착했습니다.

11시 40분쯤인데 벌써 식당은 꽉 찼습니다.

이집 명물인 회국수를 시키고 성게미역국과 생선구이를 먹었습니다. 다 맛있습니다.

밥먹고 기운을 차려 다시 페달을 밟으니 금새 함덕서우봉 포스트에 도착했습니다.

아홉번째이자 제주시 귀환 전 마지막 지점입니다.

아름다운 함덕 해변인데 마음은 바쁩니다.

함덕은 우리 가족하고 인연이 없는지 저번 가족 여행 때도 함덕에서 잤는데 비가 와서 아름다운 풍경을 충분히 못 봤는데 이번에도 흐리고 비가와 풍경이 좀 나쁩니다. 그래도 이쁜건 이쁘지만. 

함덕에서 조천 통해 제주시로 가는 해안도로는 유독 아름답습니다. 제주 해안 어디가 안그렇겠냐만 여기도 대단한 풍경입니다.

함덕을 출발할 때는 계산상 꽤 여유가 있었습니다. 2시 반이면 도착할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제주시로 가까워지면서 업힐이 좀 나오고 해안도로가 구불구불해 속도가 떨어지면서 갑자기 엄청나게 페이스가 떨어졌습니다.

분명 제주시 외곽 쯤 있는데, 잔여 거리 9km에 두시 십분. 평지면 40분 거리인데 지금 속도면 세시 반 도착입니다. 비행기 타는데는 문제가 없지만 원래 계획을 다 실행하긴 어려울지 모르겠습니다.

아들에게 묻습니다.

"아들아, 시간이 모자라서 샤워와 제주시에서의 저녁 중 하나만 할 수 있다면 뭘 택하겠니?"

"음..  (생각 후) 샤워요."

 그렇구나. 저는 일단 맛난거 한번 더먹고 갈 것 같은데 아들은 깔끔합니다.

제주시는 업다운힐이 많고 경사가 깁니다. 도저히 시간을 맞출 방법이 없어 수를 냅니다.

즉 마지막 구간 쯤에서 해안도로로 빠지지 않고 시내로 직선주행을 하기로 합니다. 비가 많이 내린지라 미끄러지고 사람들이 많아 매우 조심스레 라이딩을 해야 하지만, 이 덕에 시간을 많이 줄였습니다.

드디어 환상도로의 시작이자 끝인 그 지점, 용두암 포스트가 보입니다. 예정보다 조금 늦은 세시에 도착했습니다.

이 빨간 부스를 보는 순간 아들과 저는 각자 희한한 탄성을 지릅니다. 

스탬프를 찍고, 인증샷도 찍고 아내에게 영상통화를 합니다.

아들과 남편이 사서 고생하는걸 마음졸이며 걱정했을지라 가장 먼저 완주소식을 알립니다. 아내는 우리처럼 기뻐합니다. 완주도 좋지만 두 남자가 무사한 자체가 기뻤겠지요.

이렇게 다 모아진 스탬프를 가지고 용두암 관광안내소에 가면 완주 인증 뱃지를 줍니다.

용두암에서 그리 멀지 않은 렌털샵. 예정보다 15분쯤 늦었지만 후딱 반납하면 일정을 맞출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길에서 계획은 계획일뿐.

자전거집 사장님이 문닫고 출장을 나가있어 반납이 불가합니다. 먼저 오신 손님이 전화를 넣었고 부랴부랴 오시는 길이라 해서 이야기 나누며 기다립니다.

결국 자전거를 반납하고 나니 시간이 애매합니다.

우선 근처의 목욕탕에서 뜨끈한 물로 샤워를 합니다. 사우나가 아니라 예전 그 목욕턍입니다. 시설은 안 좋지만 정감이 넘칩니다.

어디 가서 저녁을 먹기는 시간이 부족해서, 느긋하게 씻고 공항에 일찍 갑니다.

맛이 좀 덜하고 가성비가 떨어지지만 공항에서 제주도 음식을 마지막으로 먹고 서울로 떠납니다.

노곤하지만 정말 새로운 경험이었고 충만한 행복감을 안고 날아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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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의 고생으로 얼추 반은 왔지만 앞길도 만만치 않습니다.

오늘의 목표는 성산까지 80km를 주파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해 떨어지기 전에' 가는게 둘째 목표지요. 

아침을 든든히 먹고 다시 길을 떠납니다.

중문에서 출발해 서귀포 지나 20km 지점의 법환바당이 첫째 타겟입니다.

오늘은 무슨 일이 생길까 걱정하려는 찰나, 바로 꽈당 넘어졌습니다.

실은 살짝 굴렀는데, 바닥이 뾰족한 돌이라 상처는 의외로 깊습니다. 몇년을 스크래치 하나 없던 사이클 바지가 찢어지고 손가락과 무릎이 까져버렸습니다.

법환바당까지는 짧은 거리라, 내심 아침 먹고 슉 갈거라 생각했지만 길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습니다. 

서귀포 지나는 동안 업힐이 많이 나와 아침부터 힘을 소진하고 끌바도 종종 했습니다.

하지만 감탄사가 나오는 아름다운 해안도로가 그나마 힘을 내게 해줍니다.

한시간 반 가량 걸려 법환바당 포스트에 도착.

길모퉁이에 숨어 있어 저는 지나쳤고 아들이 뒤에서 발견하고 불러세워 겨우 도착했습니다. 무인 포스트에서 스탬프를 찍는데 잉크가 말라버렸습니다. 식수를 부어 겨우 희미한 도장을 찍었습니다.

다음은 약 15km 구간을 달려 나오는 쇠소깍을 향해 갑니다.

중간중간 현무암 돌담길이 아름다운 마을도 지나고, 그림같은 풍경의 해안도로를 기분좋게 달립니다. 힘은 무척 듭니다.

드디어 쇠소깍 포스트 도착.

정오 무렵 잘 도착했습니다. 생각보다 힘이 들어 원래 계획보다 한시간은 늦은 셈입니다.

쇠소깍은 강과 바다가 만나는 지점인데 그 풍경이 참 좋습니다. 전에 가족 여행 왔을 때도 좋아했던 곳인데, 다시 봐도 기분 상쾌합니다.

쇠소깍에서 좀 쉬고 풍경도 감상하다 다시 출발. 

이제 표선까지 약 30km 구간이 오늘의 고비입니다. 표선에 늦게 도착하면 다시 성산까지 시간에 쫒겨 라이딩을 해야 합니다. 동쪽 해안이 그나마 평탄하다는데 희망을 겁니다. 업힐 수두룩하면 또 시간이 지체될 것이라 걱정만 낙관반입니다.

표선 가기 전 남원 마을에 미리 봐둔 식당에서 점심을 합니다.

바다 마을 답게 전복을 국수처럼 썰어 물회를 만든 메뉴가 기가 막힙니다. 옥돔은 언제 먹어도 맛이 좋습니다.

식사 후 남원 포구의 평화로운 풍경을 보며 가볍게 산책을 합니다. 마음 같아서는 몇시간이고 머무르고 싶은 조용하고 아름다운 항구입니다.

남원에서 표선 가는 길은 다행히 순조롭습니다. 

여섯번째 포스트인 표선해변에 계획대로 잘 도착했습니다.

표선 해비치 해변은 엄청난 규모의 모래밭을 자랑합니다. 모래도 고와 한참을 놀고 싶은 생각입니다.

하지만 해떨어지기 전에 성산까지 가야하므로 초코바 하나 먹고 다시 페달을 밟습니다.

힘이 떨어졌는지, 평속이 좀 느려지긴 했지만 해떨어지기 직전 성산의 숙소에 도착했습니다.

다리는 남의 다리 같고 까진 곳은 쓰리지만, 그래도 오늘의 목표를 큰 탈 없이 달성해 기분이 매우 좋습니다.

아이가 제주가면 먹고 싶어하던 흑돼지게 오늘 저녁 메뉴입니다.

이번 여행 유일하게 실패한 식사입니다.

맛은 좋았지만, 관광객 상대의 집이라 가격이 비쌉니다. 맛은 그냥 서울에서도 살 수 있는 질 좋은 돼지고기 정도. 매번 환상적인 식사만 하다 평범하니 실망이 더 큰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이렇게 약 80km 질주한 이틀째 라이딩을 마쳤습니다.

3일차 라이딩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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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과의 제주 일주, 드디어 첫째날.

아침에 일찍 일어나 예약해둔 자전거 샵에 갔습니다. 제주공항 근처에 바이크 렌털 샵이 많고, 대부분 서비스가 비슷합니다. 오히려 너무 많아 선택이 곤란할 정도입니다. 저는 '보물섬 하이킹'이란 곳에서 빌렸습니다. 

자전거 렌털 비용은 대개 만오천원에서 2만원 사이로 비슷합니다. 업체간 차이는 대개 친절함과 신뢰감 그리고 서비스 물품이지요. 미리 전화해서 사장님과 통화해보니 나쁘지 않은 것 같고, 미리 현금 결제하면 우의, 장갑, 버프, 휴대폰 거치대 등을 다 구비해 주는데다가, 10% payback을 해주니 이곳이 낫더군요.

오늘 일정은 멀고 멉니다.

제주를 한바퀴 도는 환상도로를 240km 봅니다. 4일로 돌면 다소 여유가 있습니다. 하지만 아들 학교를 하루 빼고 왔기 때문에 토, 일, 월 3일간 돌아야 합니다.

마지막 날은 저녁 비행기를 타야하므로 시간이 짧아

1일차 90km

2일차 80km

3일차 70km

정도로 배분하는게 3일 돌이의 기준입니다. 그리고 경치가 좋아 제주시에서 서편 애월쪽으로, 즉 반시계방향으로 도는게 가장 낫지요.  

하지만 첫날 90km 구간에 환상도로 최대의 난코스로 알려진 애월구간, 대정송악상 구간이 둘다 포함되어 있어 거리도 멀고 신체적 부담도 큽니다. 동편은 상대적으로 평탄해 서쪽보다 낫다고 자전거샵에서 설명을 해주십니다.

일정이 빡빡해 8시에 가서 바로 자전거 받고 돌려는 생각은 오산. 빌리느라 서류 작성하고 장비 장착하고, 코스 설명과 기타 질의응답 등등 시간 소요가 많아 결국 9시경 출발합니다.

제주시에서 이호태우 해변으로 가는 구간이 위험하니 조심하란 소린 좀 들었지만 정말 황당했습니다. 자전거 전용도로가 아니라 차로를 이용해야 하는데, 그것만도 식은땀이 날 지경인데, 계속되는 위협운전에 어질어질했습니다. 특히 아들을 뒤에 두고 가는데 계속 불안했습니다.

그탓일까 워잉업도 되기 전에 다리에 무리를 해버렸습니다. 10km 쯤 가니 다리가 잔뜩 부어오르며 땡땡해 집니다. 평소에 휘파람 불며 탈 거리인데 말입니다.

그도 그럴것이, 짐을 줄여도 3일치 옷과 물품이 든 짐가방에 무거운 자전거, 쉴새없는 업다운힐로 쉽지 않은 라이딩입니다. 일단 해안도로로 들어가 바다를 보며 물도 마시고 잠시 숨을 돌립니다.

언제 90km를 가나..?


환상도로는 10개 인증센터가 있고 그걸 찍는게 상징적 목표입니다.

허덕허덕 애월구간을 오르내리며 첫째 포스트 다락쉼터에 도착했습니다.

다락쉼터가 20km. 이제 2/9 왔는데 하늘이 노란 느낌입니다.

다시 또 다음 포스트를 향해 묵묵히 페달을 밟습니다.

정신없이 20km를 더 달리니 두번째 해거름마을공원 포스트가 나옵니다.

이때 작은 문제가 생긴게, 휴대폰 배터리가 위험상태입니다. 원래 보조배터리를 나하나 아들하나 두개 가져왔는데, 아들 폰이 이상해지면서 아침 두어시간만에 보조배터리 두개를 다 잡아 먹어 버렸습니다.

어차피 좀 쉴겸 해거름공원의 카페에 갔습니다. 오전 날씨는 흐리고 바람이 많이 불어 몸도 으슬으슬하던 참입니다. 

이미 12시인데 점심은 좀 더 가서 먹기로 했습니다. 카페에서 몸을 녹이고 사람과 폰을 다 충전하고 아이엄마랑 영상통화를 좀 하고 다시 길을 떠납니다.

50km 지점 쯤 한경면 고산리에 봐 둔 국수집이 있습니다. 순조롭게 목표시간이 1시에 국수집에 도착했습니다.

꽁꽁 언 몸과 퉁퉁 부은 다리를 하고 받은 국수는.. 정말 최고의 맛입니다. 고생을 해서 더 맛나겠지만, 그걸 빼도 엄청난 맛입니다. 제주 명물 고기국수와 성게국수를 시켰는데, 면이 다 다릅니다. 그리고 주문하면 그때부터 한그릇씩 만드시지요. 일본 라멘장인 같은 느낌이고 전체적으로 유사합니다. 그냥 잔치국수랑은 차원이 다릅니다.

정말 감동스럽게 국수를 먹고 팍팍한 다리를 좀 더 쉬고 다시 길을 떠납니다.

그런데 오전부터 시원찮던 다리가 끝내 말썽이 납니다. 쥐가 나버렸습니다. 

아들이 아무리 젊어도 자전거 매주 타는 내쪽은 문제가 없으리라 생각했는데 천만입니다. 아이는 멀쩡한데 제 다리만 쥐가 났습니다. 아이는 재빨리 다가와 응급처치를 해줍니다. 당장 쥐가나면 어찌할지 막막하더군요. 주물러야 할지 냅둬야할지.. 바늘로 피내는건 아는데.

후딱 인터넷 찾아보더니 일단 마사지를 해주고 파스를 붙여줍니다. 한참 주무르니 좀 낫습니다. 바닥에서 은근 시간을 까먹어 해떨어지기 전에 숙소갈 조급한 마음에 다시 길을 떠납니다.

곧 이어 딸의 전문스러운 조언이 옵니다. 혈중포도당을 다 쓰면 추가에너지를 만드느라 젖산발효를 하고, 그 젓산이 근육세포에 쌓이면 쥐가나는거라고.

빙고.

제가 평소 물만 마시는 무보급 라이더라서 오늘 타격이 컸던 것 같습니다. 급히 비상용 설탕과 초코바를 먹고 다시 길을 떠납니다. (이후로도 초코바와 사탕 보급을 충실히 했고 뒤로 한번도 쥐는 나지 않았습니다.)

쥐는 이미 나서 무리를 할 수는 없고, 마의 구간인 송악산 구간이 옵니다.

해는 뉘엿거리고 바람은 시려옵니다.

숙소까지 어찌갈지 걱정이 많은데, 하늘은 대책없이 아름답습니다.

그러던 와중..

긴 언덕의 고개에 오르니 저 밑에 산방산이 보입니다. 드디어 송악산 포스트에 도착했습니다.

긴장했던 것 보다는 시간과 에너지 면에서 수월하게 송악산 포스트에 도착했습니다.

기분이 매우 좋습니다. 이 페이스라면 숙소에 5시반 해지기 전에 도착할 것 같습니다.

초코바 하나를 보급하고 다시 출발합니다.

그러나 웬걸. 

죽음의 길은 송악산 포스트 이후입니다. 송악산에서 산방산을 통과하는 길이 미친듯한 업힐입니다.

밥공기를 엎어놓은듯한 카리스마의 산방산을 저는 매우 좋아합니다.

하지만 오늘은 산방산이 밉습니다.

평생 안하던 끌바를 하며 업힐을 하나하나 넘습니다.

끌고 가니 평속이 떨어져 거리는 줄지 않고 해는 자꾸 저뭅니다.

이번 여행의 대원칙이 야간라이딩을 하지 않는 것입니다.

아들의 안전을 위해서지요.

그래서 원래 계획대로 안덕에 숙소를 잡았으면 딱 5시 넘어 도착했을텐데, 불과 10km 더 가는 중문의 숙소는 가도 가도 나올기미가 없습니다. 지쳐 무거운 발걸음에 업힐 끌바를 계속 합니다.

이 속도라면 계산 상 7시에서 7시 반에 도착합니다.

하지만 기적같은 일이 일어납니다. 다운힐 구간으로 몇 km를 계속 내리 쏘면서 순식간에 중문 단지가 가까워집니다. 예정보다 한시간 늦은 6시반에 숙소에 도착합니다. 한 30분 야간라이딩했지만 매우 양호한 페이스로 숙소에 도착하니 부자는 기뻐 얼싸안습니다.

하루를 더 기쁘게 해준건 맛난 저녁이지요.

호텔 스탭 분과 이야기 나누다 현지사람들이 자주 간다는 식당을 소개 받았습니다. 제주 명물인 돔베고기를 먹었는데 정말 맛이 좋더군요. 하루의 피로를 날려주는 맛이었습니다.

이렇게 첫날의 극한 라이딩을 마치고 숙면을 취하게 됩니다.


제주 일주 2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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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비밀댓글입니다
  2. 내년 봄이나 여름쯤에 제주도 투어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후기 읽어보니 3일은 아무래도 무리겠네요 ^^ 4일 정도로 일정 잡거나
    나누어서 가야겠습니다.
    아이들과 같이 갈때는 작은 백미러 하나 달고 가는 것도 좋더군요.
    전용도로는 상관없는데 차도로 지나갈때는 꼭 필요할듯.
    처음에는 뒤돌아보느라. 목이 너무 아팠는데..
    백미러 하나 달고 너무 편합니다.
    • 네. 가능하면 4일로 가시면 중간에 쉬엄쉬엄 가면서 아름다운 곳에 좀 더 머물 수 있어 좋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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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교육철학은 다소 독특하다.


일반적인 공부는 원하는게 아니라고 믿었다. 시대에 맞는 사람, 스스로 행복한 삶을 개척하도록 돕는게 교육의 목표다. 재미삼아 '상속세 제로의 대물림 프로젝트'라고 칭했다. 아이들 자라는 시기와 상황에 맞춰 함께 보낸 시간을 블로그 적어가며 많은 학부모 블로거들과도 교감해왔다. 세가지가 핵심 축이다.


첫째이자
 코어는 독서교육이다. 유럽 명문가의 독서 교육 방식 모티브로 우리 현실에 맞춰 조절을 했다.

 

둘째는 여행이다. 역시 유럽 명문가의 주된 방식이고 우리는 우리의 방식대로 즐거우며 배움이 있는 여행을 많이 했다. 유럽만 따져도, 스페인, 이탈리아, 프랑스, 영국 등을 공부와 겸해 다녀왔다.

 

나머지 한축은 액션 러닝이다. 딸과는 건축가의 꿈을 알아보기 위해, 책을 읽고 거리로 나가 건축물을 보았다.

 


그리고, 아들과도 하고자 했던 꿈이 있었다.


자전거로 제주를 일주하기다. 처음 꿈을 세운 날이 2009 4 4일이고, 아직도 기억이 난다. 당시 안경을 쓰고 있으면서 키도 작고 몸도 작은 녀석을 보면서, 아이와 함께 제주도를 자전거로 돌면 재밌겠다 생각했다.

 

함께 몸으로 부딪히며 평생 아빠와의 추억을 만들어 주고 싶었다

내게도 의미가 있었다. 성장할 아이의 페이스를 못쫓아가지 않도록 스스로 건강을 경계하고 유지해온 축이, 나의 10번 꿈 자전거 일주였다.


당시 그 꿈이란게 히말라야를 셀파없이 오르는 느낌의,  이야기였다. 불면 날아갈듯 작고 여린 아이와 제주를 한바퀴 돌다니. 하지만, 길게 호흡을 가졌다. 제일 먼저 실행한 건 아이에게 자전거 타기를 가르친 일이다. 나 역시 매 주말 자전거를 타며 체력을 유지했다.

 

그렇게 7년이 흘렀다. 나는 중간에 다리 연골이 찢어져 수술도 하고, 마비가 와서 고치기도 했다. 그새 아들은 내 키를 훌쩍 넘어섰고, 제주에는 자전거 전용으로 한바퀴 있는 환상도로가 막 완공되었다.

 

지금 실행하기로 마음먹은 계기는 다소 뜬금없다.

지난 주말 여느 때처럼 자전거를 타고 집에 들어오다 눈물흘리는 앳된 병사 봤다. 잊지 않았지만 내려두고 있던 꿈이 벼락같이 생각났다. 입시한다고, 대학갔다고 어영부영하다보면 아이는 저 나이의 군인이 될게다. 육신이  좋아지진 않을거고 시간은 항상 맞추기 힘들다. 결정적으로 아이의 제대후에는 같이 할  다음 꿈이 있다. 그전에 끝내야 하는데 지금이 적기였다.

 

들어오자마나, 아들에게 바로 자전거 일주를 다가오는 주말에 하지 않겠냐 물었다. 아이는 선선히 그러자고 했다. 늦게 발동이 걸려, 요즘들어 늦도록 창백히 공부하는 녀석이 시간이 부담스럽다 이야기하면 수긍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기특하게 그자리에서 제의를 수락해주니 고맙기까지 하다.

 

그래서

2764일만의 꿈을 향해 

우리 부자는 오늘 비행기를 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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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긴 말 필요 없이...너무 멋진 아빠시네요^^
  2. 역시. 여전히. 그 분이시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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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포지효

日常 2011.10.22 19:46

*
수술 잘 마치고 어제 퇴원했습니다.

**
생살 찢고 뼈를 깎고 무른 뼈를 다듬는 수술이 어찌 가볍겠습니까만, 그래도 의사선생님의 '가벼운 수술'이란 말에 과대한 희망을 걸었던 제가 어리석었습니다.

수술 후 마취에서 깬 후, 좀 괜찮겠다 싶어 화장실 가려 다리에 힘을 준 순간, 순수한 고통의 세계를 맛 봤습니다.

인어공주가 처음 다리 생기고 걸을 때 유리 위를 맨발로 걷는 고통에 비했던 동화가 순식간에 떠오르기도 합니다. 그게 제법 현실성 있는 마법이구나..

그리고 한 다리에 힘을 줘 딛지 못하는 한, 단 한 발짝도 움직일 수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새삼 몸으로 배웠습니다.

***
원래 예정했던 연골성형술은 작게 살을 찢어 내시경을 넣어 시술할 예정이었습니다.

열고 보니 상태가 더 나빠 연골에 구멍을 뚫어 재생을 돕는 미세천공술을 추가로 시전했다고 의사는 말합니다. 그래서 아프기도 꽤 아프지만, 수술 후 발에 힘주어 걸으면 안 된다고 합니다. 

****
지척에 있음에도, 유럽의 도시보다 먼 어디 쯤 있는 것처럼 여겨지던 내 연골은 그간의 경시와 설움을 한번에 복구하려는듯 보입니다. 하루 24시간 쉴새 없이 '나 여기 있었어요'를 각인 시켜줍니다. 심지어 잘 때도 잊기를 한시간 이상 허락하지 않습니다.

연골의 작은 부분이 시원치 않으니 한 다리가 성치 못하고, 서고 걷지 못하니 온 몸의 기능이 원초적으로 변합니다. 

하루에 제법 여러가지 일을 하던 저는, 이제 하루의 목표가 단순해 집니다.
일어나 앉기,
(금식 풀려) 물 마실 수 있기,
(죽 떼고) 밥 먹을 수 있기,
소변 볼 수 있기,
배변하기...

걷기의 위대함과 연골의 가까운 위치를 망각한 죄값으로, 다시 한살 시절의 진리와 법칙을 처음부터 다시 배워 나갑니다.

*****

가장 기뻤던 순간은, 목발이 지급된 날입니다.

목발 덕에 설 수 있게 되고, 풀척풀척 움직일 수 있게 되니 어찌나 기쁘던지.
생활 반경이 침대위에서 화장실로, 복도로 급격히 늘어난 순간이기도 합니다.

******

아프면 환자만 아픈게 아니라, 온 식구가 고생입니다.

아내는 하루종일 붙어서 온갖 수발 들어주고, 간간히 짜증까지 받아 줍니다.
딸은, 학원 가기전에, 학원 다녀와서, 정해진 일상처럼 아빠 상태를 살피고 갑니다.
아무리 안 와도 된다 말려도, 누구 닮았는지 고집이 셉니다.

*******
가장 느꺼운 순간은 아들이 이틀 밤을 간병해준 것.

밤에 물도 소변도 혼자 힘으로 볼 수 없던 시기, 낮에 하루종일 와 있던 엄마와 교대하여 밤새 아빠 곁에서 잔 시중을 들어 주었습니다. 

작년 맹장 터졌을 때 아빠가 이틀을 꼬박 지켜준 적 있는데, 그새 컸다고 아빠 시중을 듭니다. 그 마음이 갸륵하고 그 성장이 대견합니다. 반포(反哺)로 효를 행한 까마귀가 자꾸 생각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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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앗 퇴원 축하합니다~~
    얼른 나으세요^^
    • 고맙습니다, 띠용님.
      오늘 기사 보다 보니 혼다 선수가 저랑 같은 부위의 상처로 시즌 아웃 되었더군요. 반월상 연골판... -_-
  2. 저도 가족들 병수발 들면서 짜증 내는 걸 다 받아주지 않은 걸 반성해봅니다... 환자 본인은 정작 얼마나 아프고 만사가 짜증스러웠을지 생각하지 못했네요.
    • 그게 지나고나면 딱 쉬운 일인데, 당시에는 서로 예민하기 십상인 일이지요.
      그래도 혼자였다면 얼마나 힘들었을지 생각해보면 가족이 힘들때 얼마나 소중한지 더욱 잘 알게 됩니다.
  3. 큰 일이 있으셨네요. 수술이 잘되었다니 기쁜 소식이네요.
  4. 경과가 어떠신지요? 다른것보다 정상생활 + 라이딩생활이 가능하도록
    회복이 되어야 할텐데요 ^__^;;; 올 겨울은 자전거 잠깐 멀리 하시고 재활에
    힘쓰셔야 할듯 합니다 완쾌를 기원합니다 ^^;;

    (겨울에 쉬시면 포스팅이 늘어나려나요 ( --) ;;; )
  5. 저도 엊그제 오른쪽 새끼발가락이 부러져, 반깁스를 하고 집안에서도 목발을 집고 다니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이 글을 보니, 그저 동변상련. 전 수술은 하지 않았지만, 얼른 두발로 걷고 싶네요. 쾌차하시길.
    • 아.. 많이 불편하시겠네요.
      특히 반깁스가 보기보다 매우 제약이 많지요..
      저도 집안에서 목발 없이 화장실도 못 갑니다. -_-
  6. 얼른 쾌차하세요. ㅜ.ㅜ
  7. 불편이 크시겠네요. 쾌차하시길 바랍니다.
  8. 얼른 쾌차하시길 바랄께요.
    많이 힘드시겠네요. (댓글을 보니 이제는 그나마 좀 나아지신 듯 하지만...)
  9. 빠른 쾌유를 빌게요.
    " 다리에 힘을 줘 딛지 못하는 한, 단 한 발짝도 움직일 수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새삼 몸으로 배웠습니다."
    그리고 이부분이 크게 맘에 와닿네요.
  10. 으 이럴수가..회사분과 얘기를 나누다 inuit님이 문득 생각나서 와봤는데 이렇게 수술을 하셨군요. 대수술이었나봅니다. 얼른 나으시길 바랍니다. 화이팅!
  11. 허걱!!!
    이 무슨~~~@.@
    얼른 나으셔서 막 뛰어다니세요~~^^
    따님도 아드님도 참 이뻐요!!^^
  12. 저런, 안와본 사이에 큰 일을 치루셨네요. 아직 쾌차하지 않으신 것 같은데 얼른 회복하시길 빕니다. 전 이누잇님만큼은 아니지만 어제 집밖을 나서다 발목을 접지르는 바람에 반깁스 상태로 절룩거리고 다니고 있습니다. ㅜㅜ
    • 아.. 반깁스면 꽤 다치셨네요.
      안정을 취하고 무리하지 마세요.
      발목이 잘 안 낫습니다..
  13. 뒤늦게 알게 되었네요. 빛의 속도로 빠른 회복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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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의 시스템이 참 불만족스럽고 사람들이 거칠다는 점은 이미 설명했지요. 궤를 같이 하여,로마에서 머문 5일 동안 우리 아들은 세번의 위기를 넘겼습니다. 

첫째는 로마에 도착한 날입니다. 테르미니 역 앞의 길을 건너려는데 택시가 쏜살 같이 앞을 지나가는 바람에 아이가 큰일 날 뻔 했습니다. 다행히 놀라서 가방을 놓아버렸고 가방만 건드리고 갔습니다.

둘째는 나보나 광장이었는데 쓰레기 차가 아이 귀 옆을 정말 5cm 여유도 없이 곁을 스쳐갔습니다. 짧은 순간이었음에도 눈앞에서 오버랩되는 아이와 차의 모습은 기이하도록 길고 느리게 느껴졌습니다. 열받은 아내, 차를 쫓아가서 큰소리로 항의를 했는데, 여성 운전사는 비실비실 웃고 도망가 버렸습니다. 일부러 놀리려고 한게 아닐까 싶게 뻔뻔한 모습이었습니다.

셋째는 다시 테르미니 역이었습니다. 역에서 아들이 화장실 가고 싶다고 합니다. 이제 이탈리아와 로마의 시스템에 익숙해진 아들입니다. 아래 층쪽으로 화장실 표지가 보이니 혼자 다녀오겠다고 합니다. 기차역이라, 유료일듯 해서 1유로 하나 쥐어서 보냈습니다.
 
보내고 나서 2분쯤 지났을까, 아차 싶었습니다. 테르미니는 큰 역이라 길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로마의 표지판은 가다가 갑자기 사라지거나 모호하기 일쑤입니다. 게다가 돌아오는 계단이 똑 같이 생긴게 두개 있어 되짚어 올 때는 헛갈리기 쉽습니다. 

저는 단박에 아래층으로 내달았습니다.
역시 화장실이 두개 있습니다. 왼편에 하나, 오른 편에 하나. 

과연 아들이 어디로 갔을까? 일단 왼쪽을 가봅니다. 비교적 짧은 거리에 화장실이 있는데 아이가 그 안에 없습니다. 오른쪽인가 봅니다. 후다닥 가보니 아이가 없습니다.

이국 이탈리아의, 싹싹하지 못한 도시 로마에, 메마르고 광할한 테르미니에서 아이를 잃어 버렸습니다.

심장이 콩닥거리고, 머리에 피가 솟습니다. 흥분하기보다 침착해야할 순간입니다. 이 세상에서 아들을 가장 잘 아는 내가 아들 입장에서 경로를 추적해야 합니다. 모든 분기의 가능성을 살펴 길과 가능성을 하나씩 따내야 합니다.

우선 다시 위로 올라가, 딸을 첫번째 분기점인 아래 층 사거리에 세워 놓습니다. '넌 여기서 동생이 지나는지 주위를 둘러봐야 해. 절대 찾는다고 움직이면 안 돼. 아빠가 널 찾으러 올 때까지 여기서 등대 역할을 하는게 네 임무야.' 상황을 이해한 누이는 임무에 들어갑니다.

아내는 처음 아이가 길 떠난 위층 그 자리에서, 그대로 기다립니다.

저는 오른쪽 분기점을 하나씩 뒤지다가 아이가 길을 혼동했을 법한 계단을 발견합니다. 처음과 꼭 같이 생긴 계단입니다. 그리로 올라가니 과연 저 멀리서 아이가 정신없이 엄마 아빠를 찾아다니는 모습이 보입니다. 

테르미니 지나는 사람이 다 쳐다볼만치 큰소리로 아이를 불렀습니다. 다행히 아들이 제 소리를 들었습니다. 웃기게도 저는 아이에게 뛰어가고 아이도 제게로 뛰어 중간에 또 서로 놓칩니다. 다시 이름을 크게 불러 찾았습니다.

겨우 손을 잡고 안도하는 부자. 아이는 그제야 참았던 불안과 공포가 목을 타고 오릅니다. 
"어디 갔었어? ㅠㅜ"

어디 가긴. 네가 길을 잃은거란다.. 

너무 평온한 여행에 두고두고 기억할 추억과 이야기거리가 생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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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u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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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이쿠.. 정말 큰일날뻔했네요. 테르미니역에서 저도 로마패스 산다고 여기저기 가판대 기웃거리던 거며, Information 위치가 지도와 달라서 주변 배낭여행자들과 허탈하게 찾아 돌아다니던 기억이 나요..
    다행히 (아찔하지만,) 추억이 하나 늘어났네요. ㅎㅎ

    다시 또 가고싶어졌다는... ㅠ.ㅠ
  2. 아찔하셨겠네요. 이렇게 불친절한 로마인데도 많은 사람들이 다시 가고 싶어하는 걸 보니 정말 매력적인 도시인가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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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같은 출장이 시작되기 직전의 주말, 비가 오락가락하는 와중에 자전거를 탔습니다. 다녀오니 자전거가 온통 흙투성이로 엉망이 되었습니다.

평소에도 자전거가 더러워지면, 아들이 닦아줍니다. 저는 고마움으로 약간의 용돈을 줍니다. 이번에는 자전거가 형편없이 구석구석 흙투성이라 품이 보통 들 일이 아니었지요.

저는 제안을 했습니다. 
"아들아, 정말 수고했고 고맙다. 네가 한 일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해서 아빠에게 청구해 보렴. 합리적이라면 네 청구에 따르도록 하마."

-_-?

한참을 고민하던 아들, 답을 합니다.
"3천원 받을래요. 이유는.. 아빠를 사랑하니까요."

사실 전 제대로 설명만 하면 만원이라도 줄 용의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순진한 답에 마음이 뜨거워졌지요.

이후에, 서비스의 가치를 산정하는 방법에 대해 다양한 예시를 가지고 설명을 해줬습니다.
우선, 원가기반의 가치산정법은 들어간 소모품의 가격과 인건비의 가치를 기반으로 적정한 마진을 붙이는 것인데, 이 경우 초등학생 아들은 인건비의 공정시장가격이 낮게 책정될 수 밖에 없으니 불리한 방법입니다.
둘째, 역사적 가치기준법이 있는데, 이는 실제 일어난 거래를 기본으로 조정을 하는 것입니다. 예컨대, 저번에 훨씬 멀쩡한 자전거를 닦았을 때 용돈으로 3천원을 받았습니다. 이 경우, 그 보다 일의 규모가 컸으니 적정한 기준으로 두배나 세배를 청구하는 방식입니다.
셋째는 시장가치 환산법입니다. 자전거를 집에 와서 닦아주는 사람은 없지만, 유사한 서비스를 하는 경우, 예컨대 수동세차의 경우를 비교하여 적당히 가감하면 됩니다.
넷째는 사용자 가치법입니다. 제가 직접 자전거를 닦을 경우의 제 시간가치와 기회비용을 환산하는 것이지요. 제가 최소 30분 작업하는 시간은 객관적으로 계산가능하니 그 보다 약간 적게 청구하면 합리적인 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합니다.

별 것 아닌 가벼운 일이지만, 프리랜서의 밥줄이 서비스 가치 산정이지요. 특히, 원가기반의 방식보다는 사용자에게 주는 가치에서 역산하는 사고의 전환에서 의외의 수확을 얻을 수 있습니다. 아들에게도 그 점을 가르쳐주고 싶었습니다.

아빠를 사랑해서, 저번과 동일한 가격에 서비스하겠다는 그 착한 마음에 그냥 못 이기는척 3천원을 주고 말았지만, 아빠와 아들이 서로 배운 즐거운 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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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훌륭한 교육법이십니다. 아드님께 다음 번엔 네번째 방법을 택하라고 귀뜸하고 싶군요. ㅎㅎ 우리나라 사람들이 전반적으로 서비스에 대한 가치를 매기거나 인정하는 데에 서투른 것 같아요. 스타벅스 커피나 전자제품들 원가 계산하고 값이 너무 비싸다는 논란이 일곤 하는데 서비스나 문화, 연구같은 무형의 가치 인정에 익숙하지 않은 탓이라 생각합니다. 가끔은 그런 분들께 당신 월급 중 원가는 얼맙니까라고 묻고 싶어질 때도 있지요. :)
    • 마지막 이야기가 참 재미나면서 의미심장하네요.
      내 노동의 원가는 밥값이 아니겠지요.. ^^
  2.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아이와의 대화에서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는 듯합니다^^ 저는 울녀석이 저걸 이해할까?하는 망설임...으로 말을 못할듯
    서비스의 값어치는 주고받는 사람과의 합의가 우선일 것이며, 그이면에는 서비스하는 사람의 판단기준 + 양심에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하지만 받는 사람입장에서는 그 높은(?) 값어치가 항상 불만이겠죠?
    그러나 InuiT님은 양심(아빠를 사랑하는)있는 아들을 두셔서 좋으시겠습니다^^
    • 저도 종종 아니 꽤 자주 이 말을 이해할까 우려를 합니다.
      하지만, 제가 미리 아이의 한계를 상정하여 그을 필요 없고, 다 못알아 들어도, 감만 잡아도 공부라 생각하고 열심히 설명해줍니다. 그러면 꽤 알아듣습니다.

      우연과 필연님도 저 못잖게 아이와 좋은 관계 맺고 지내실거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
  3. 앗... s군 말에 잠깐 울컥했네요.. 멋져요!!! ^^
  4. 또래보다 생각이 깊어서 은근 기대를 하는 것 같은데
    아이는 아이답게 커야 하는데 ... 좀 더 신경을 써야겠습니다.
    (요즘 이렇게 댓글에 블로깅 하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5. 아드님이 Inuit님을 무척 사랑하는게 느껴집니다.
    아빠이기에 사랑도 하지만 존경까지 할 듯 합니다.
    • 네. 제 아들과는 사랑 이상의 정신적 유대가 있긴 합니다.
      따지고보면 다른 부자들도 같겠지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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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10라운드 성남 대 포항전을 관람했습니다.

사샤의 둘째 골 직전

요즘 아시아 챔피언스 리그 조 1위로 올라간데에 이어, K리그도 1패만 기록하고 있는 호조의 성남입니다.
하지만, 상대는 작년 아시아 챔피언에 클럽월드컵 3위에 빛나는 명문 포항입니다.
그리고 과거 성남 킬러이기도 해서 약간 부담감을 갖고 시작한 게임이지요.

그러나, 전반 6분만에 터진 몰리나 선수의 선제골로 여유롭게 출발했습니다.
후반에서도 몰리나-사샤의 합작골에 이어 김철호 선수의 쐐기골로 3:0 낙승을 했지요.

배너: "아시아 챔피언 승점 ㄱㅅ ♥"

게임 종료 직전, 성남 서포터즈의 도발. 워워.. ^^;

모따 성질 아직 안죽었네

드디어 경기 종료.
승부욕의 화신 모따 선수, 그라운드에 머리를 박습니다.
친정팀인데 살살 해요.

사샤, 수염 깎으니 훈남

승리 후 관중들에게 인사하는 선수단.

하지만, 가장 인상 깊은건 선수 가족들입니다.
화창한 5월이어서인지 아이들과 함께 경기장을 찾은 선수 가족이 많았습니다.
몰리나 선수의 아들(오른쪽 파란 셔츠), 아내와 딸입니다.
몰리나 색시는 남미 여인답게 흥이 많아 쉬는 시간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있더군요.
아예 승리 세레모니 내내 아가를 안고 경기장을 돈 장학영 선수입니다.
저 편에 한손에 아이를 안고 한손에 아이 손잡은 사샤 선수가 보입니다.
아들과 키스를 하는 조병국 선수.
그 뒤에 몰리나 아들이 계속 선수들을 졸졸 따라 다닙니다.
이유는 몰리나가 MoM(Man of match) 선정되어 아직도 그라운드에서 시상식 중이기 때문이지요.
승리 이후라서인지 선수나 아이들이나 모두들 행복해 보입니다.

하지만, 열혈팬 우리 아들도 그 누구못지 않게 행복했지요.
포항팬에겐 좀 미안하지만, 행복이 넘쳐난 탄천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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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우와아 정말 행복한 하루셨겠네요~~!

    저도 오늘 이겨서 정말 기분이 좋았답니다~ 게다가 에어부산 국내선 왕복항공권도 당첨됐어요~ 캬캬캬>_<


    p.s 만약 블로그를 옮기게 된다면 미리 알려드릴께요^^
    • 오늘 서울구단을 떡실신 시키셨더군요.
      주신 떡은 잘 받아 먹겠습..;;;;

      아니 근데 에어부산 항공권은 정말 대단한 아이템이군요.
      요긴하게 쓰세요. ^^
  2. 한국에 있을 땐 수원삼성 팬이었는데, 올해 삼성은... 꼴찌를 다투고 있는 기세;;;
  3. 행복한 시간이셨겠네요.
    아드님 사진 보니깐 예전보다 키가 큰것 같습니다. :)

    혹시 이누잇님 이사 하시나요?
    독립도메인을 가지고 계시니 어디로 이사 가시든 주소는 똑같겠지요?

    혹시 이사 가시게 되면 주소 알려 주세요.
    저도 공지보고 이사를 결정했지만, 재공지도 기다려보고 있습니다.
    • 역시 눈썰미 있으시네요. 키가 계속 크고 있습니다. 저보다 더 커야죠. ^^

      전 이사 할겁니다. 아마 주소는 같을거지만 혼란의 와중에 헤어지지 않도록 단단히 연락하고 지내요. ㅠ.ㅜ
  4. 비밀댓글입니다
  5. 이젠 축구 뉴스를 접하면 아드님이 떠오릅니다.^^

    정말 즐거운 하루가 되었겟어요.

    감사합니다.
    편히 주무세요~~^^
  6. ㅎㅎ 포항입니다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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