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역학 2법칙'에 해당하는 글 1건

오늘, 삼성 이재용 전무의 이혼 합의 및 소송 취하 뉴스가 있었습니다. 여러가지 함의가 있는 소식입니다. 저는 좀 다른 측면에서 보고자 합니다.

저는 이혼을 엔트로피 증가 이벤트로 봅니다. 엔트로피는 마구잡이도 또는 무질서도라고 하지요. 만물은 내버려두면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방향으로 진전한다는게 열역학 2법칙입니다. 과학에서 우주를 기술하는 가장 큰 원리 중 하나지요. 엔트로피를 낮추거나 유지하는데는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결혼이라는 고도의 정렬된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역시 많은 에너지가 소비됩니다. 자제하고 인내하는 감정적 에너지, 상대를 돌보고 보살피는 시간적 에너지, 그에 수반하는 금전적 자원까지 말입니다. 따라서, 열역학적으로 기술하면, 사람은 혼인 상태에서 벗어나기 십상입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한 생물학적 장치는 자식입니다. 남과 여 사이의 결합상태 변환(transformation)에 필요한 역치(threshold)를 형성하지요. 또한 사회적 고안물도 있습니다. 예컨대, 저 기사와 같이 이혼에 따른 위자료와 재산분할 소송도 저는 일종의 결혼 유지 기제로 간주합니다. 동양에서 흔히 보는 관습도 유효한 장치입니다. 아예 이혼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반사회적, 최소한 반가족적 행위로 규정짓는 것이지요. 옳고 그름을 떠나서 효과는 있습니다.

비단 동양만 그렇지는 않습니다. '코끼리와 벼룩' 의 저자 찰스 핸디 씨는 엄격한 아일랜드 목회자 집안에서 자란 탓에, 이혼은 인생의 옵션이 아니었습니다. 주목할 점은, 바로 그렇기 때문에 결혼제도라는 질서 내에서 문제의 해결책을 찾는 창의적 해법이 많았다고 회고합니다. 체념적으로 순응하는게 아니라, 창조적으로 적응하는 겁니다. 새로운 관계와 상호작용의 규정을 만들어 가는 부분입니다.

이 점이 중요합니다. 전략에서 흔히 중요시하는 옵션, 또는 전략적 대안이 이 상황에서도 반드시 좋은건가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자체를 옵션으로 두면 그 방향으로 이뤄지려는 자연적 힘이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역치를 높이 설정하면 단기적으로 어렵지만 장기적으로 안정된 해법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물론, 이혼은 사적인 부분이고 수 많은 스토리를 어찌 하나의 관점으로 설명 가능하겠습니까. 또한 무조건 참는게 능사이겠습니까. 하지만, 외부 옵션 (outside option)의 전략적 폐쇄가 낮은 엔트로피를 유지하고 정렬된 상태를 유지하는 해법일 때도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습니다.

또 다른 엔트로피 증가 이벤트는 주변에 많습니다. 살찌는게 그 한 사례입니다.
명성은 어떤가요? 가만 두면 명성은 흠이 날 소지가 많습니다. 끊임없이 유지보수하는 활동이 필요합니다.
인격 또한 그러합니다. 갈고 닦고 스스로를 정돈하지 않으면 엔트로피가 증가하고 어느 순간 도덕적 궤도를 넘습니다. 심지어 더 강한 사회적 규약인 법과 상충이 생기기도 합니다.

이런 경우들 역시,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방향의 변환 역치를 높이는 강한 내적 기준을 얼마나 유지하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품격과 내면의 성공이 달라질 터입니다. 내일 당신은 어떤 부분에 에너지를 쏟으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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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Inuit
@inuit_k / CxO / Author ("가장 듣고 싶은 한마디 YES!") / Making better world, every minute.

트랙백이 하나이고 , 댓글  22개가 달렸습니다.
  1. 문명은 일반적으로 살기 조금 힘든 아열대 기후에서 성장했다는 역사적 사실이 떠오르네요.

    발전은 결핍이 있어야 가능하다는... 적자생존도 그렇고...

    만사가 그런 것인가 봅니다. 그래서 인간의 탐욕이라는 것도 한계가 없는 것 일수도 있고요.
  2. 일시적으로 역치를 높이는 방법 중에 하나가 "4주 후에 뵙겠습니다" 가 아닐까요? =)
    어떤 기사를 보니 실제로 효과가 있다는 내용이 있더군요.
    • 그렇지요.
      저도 숙려기간만 도입해도 이혼율이 확 떨어진다는 결과를 본 적 있습니다. ^^
  3. 사람이 인생을 살면서 하지말아야 할 두가지.

    결혼
    그리고
    이혼

    - 마르셀로 비르마헤르

    너무 공감가는 이야기라 생각합니다...
    • 결혼은 해도 후회, 안해도 후회란 말이랑 거의 등가네요. ^^
      한방블르스님 안녕하셨어요.
      오랫만입니다. ^^
  4. 어제 오늘 바빠서 정신없다가 잠깐 쉬는 틈에 다른 링크로 들어왔는데 아.. inuit님 글처럼 깔끔하게 쓰는 분 글을 읽는구나하고 ㅡ.ㅡ;;생각... 하다보니...
    ㅠㅠ 같은분이었다는.. 흠.. 제 글 읽기의 취향은 딱 이런걸까요? ㅎㅎㅎ
    • 역시.. 본문 글만 보고 글쓴이를 알아보는 mode님의 예민한 후각이란..
      감탄했습니다. ^^
  5. 제 엔트로피는 어디로 집중되어 가고 있는것일까요?
    그게 어느길이든, 긍정적이고 바른 변화로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개인적으로, 아직 결혼은 안했지만...이혼은 물론, 할수도 있겠죠.
    하지만..대화로 풀어나가서 안되는게 있을까?
    가장 중요한건 내가 보는 상대방이 아니라 진짜로 상대가 되서 생각해보는 방법 아닐까 싶습니다.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일중에 하나죠..ㅠ
    • 정말 그래요.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일 중 하나지요.
      마음은 쉬운데 막상 닥치면 어려운..
      그래도 추구할만한 가치가 충분해요. ^^

      명이님은 시원시원 잘 헤쳐가실듯. ^^
  6. 사람이 근본적으로 좋아지기보다는 나빠지는 쪽으로 가는 것 같습니다. 말씀대로 내적 기준을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좋은 성품을 유지할 수 있을텐데 기준을 유지하고자 하는 노력마저 위선이라 생각하며 브레이크를 해제해버리니 갈수록 더 안좋아지는 것 같습니다.

    높은 기준을 가진 문화일수록 '사랑은 동사'라고 생각한다던 스티븐 코비의 말이 생각납니다. 모두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세상은 훨씬 더 좋아질텐데 말입니다 ㅡ.ㅡ
    • '사랑은 동사'다..
      참 맞는 말인듯 합니다.
      능동성을 배제한 가치는 곧 어려움이 닥치겠지요.
      생각을 돕는 댓글, 고맙습니다.
  7. 음.. 예전에 엔트로피 관련 글읽다가 부정의 엔트로피라는 긍정적인 엔트로피에 관한 이야기가 섞여있어서 읽다가 혼자 헷갈려 듁을 뻔 했던 것이 생각나요.
    ㅎㅎㅎ

    결혼~ 곱게 늙어가는 모습 봐줄 짝을 찾는 거라는 면에서
    환상속에서 계속살고싶을 뿐, ㅎㅎㅎ
    • 금드리댁님은 계속 사랑받고 잘 사실거라 생각합니다.
      환상이 아니라 닥쳐올 현실이지요. ^^
  8. 재미있게 봤습니다 ^^;

    사실 엔트로피 증가는 대부분의 '게으름' 의 결과물이 향하는 방향과도 일치하는것 같다는게 제가 대학시절에 리포트 쓰면서 생각했던 내용이에요. 머릿속에 복잡하게 퍼져있는 지식을 깔끔하게 정리해서 내야 하니 -_-; 결국 엔트로피의 증가를 이겨내는 사람들이 성공하는것일지도 모르지요.. 후후...

    요즘은 제 엔트로피도 너무 증가해서 큰일입니다. 어휴 ;
    • 그 내용을 좀더 사색해서 '화학철학' 같은걸 집대성해볼걸 그랬습니다. ^^
      엔트로피는 냅두면 항상 증가할테니.. 에너지 관리가 필요하지요.
  9. 저도 많이 놀았더니 엔트로피가 걷잡을수 없이 증가했습니다. 음하하핫.
    내면을 갈고 닦는데 힘을 쏟고 있거든요 ;)
    • 얼핏 들으면 상충되는듯 싶습니다만. ^^;;;;;
      (설마 엘윙님이 살쪘단 뜻은 아니겠지요??)
  10. 지난학기 열역학과 씨름하느라 보기도 싫은 단어를
    다른 시각의 글로 접해서 재밌게 읽었습니다.

    항상 글 감사히 읽고 있습니다. :)
  11. 비밀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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