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에 해당하는 글 4건

통계의 미학

Biz/Review 2011.12.13 22:00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습니다만, 저 고등학교 다닐 때는 '수학의 정석'이라는 책이, 교과서를 넘는 표준적 지위를 점하고 있었습니다. 한데, 대부분 학생의 정석책은 첫머리인 집합과 명제만 거뭇하게 손때를 타고, 미적분 쪽으로 가면 뽀얀 모습을 간직했지요. 그리고, 맨 마지막의 확률과 통계. 여기는 잘못 건드리면 손 벨 정도인 친구들이 태반이었습니다.

물론 기초부터 쌓여야 하는 학문의 특성 상 끝까지 완독하기 어려운 탓도 있지만, 아무리 독한 마음으로 덤벼들어도 좀체 이해하기 어려운 학문이 통계와 확률인 탓도 크지요.

최제호

통계에 대해 사례 위주로 쉽게 풀어쓴 책이라해서, 가볍게 머리나 식히려 집어 들었습니다. 결론만 말하면, 꼼꼼히 공들여 작성한 품은 충분히 인정하는데, 그리 좋은 점수를 주긴 어렵네요. 

통계를 전공했고, 통계를 현장에서 응용한 전문인으로서 저자의 식견은 학문적으로 적확합니다. 또한 다양한 사례를 통해 통계의 개념을 설명하려는 노력은 가상합니다.

다만, 교양 과학 서적이라는 상품으로 보면 매력이 없다는게 문제입니다. 학문적 기술은 교과서에 준하게 정론적입니다. 어투가 부드러운 점을 빼면 교과서와 차별을 느끼기 힘듭니다. 그러다보니 저처럼 통계와 확률을 충분히 숙지한 사람에겐 매우 따분합니다. 애초, 원했던 부분은 다양하고 재미난 사례였는데, 사례 자체도 신선하거나 인식의 전환적인 울림이 없습니다. 제가 가장 실망한 부분이 여기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책 한권으로 적어내다 보면 저자의 내공으로 보아 몇가지 강렬한 토픽이 있음직도 한데, 그저 국내외 쉬운 사례 뿐입니다. 즉 사례에서 우러나는 상품성보다 교과서 내용의 설명적 역할에 그치고 마는 점이 아쉽습니다.

물론, 저자의 지향점을 제가 순수히 혼자 곡해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수많은 통계책이 난무하는 형편을 고려하면 제 기대가 그리 답답한 바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위험(risk)를 변동성(volatility)이 아닌 위태로움(danger)로 이해하는(페이지 266) 저자의 아카데믹 넘치는 세상인식에서 이미 책의 밋밋함은 예고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실, 리스크의 변동성 개념이 통계에서 나왔는데 말이지요.

정리하면, 데이터의 수집과 가공, 평균과 분산의 분명한 관찰, 비교에 따른 인과관계의 형성, 그리고 확률을 통한 의사결정에 이르는 통계의 개념을 찬찬히 다시 공부하고 싶은 사람에겐 쓸만한 교재입니다. 다만, 그런 공부의 목적이라도 꼭 이 책이어야 하는 이유는 찾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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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첫번째 문단에 등장하는 그 친구들중 한명 입니다.
    통계에 대한 공부를 쉬이 시작 할 만한 혹은,
    추천하시거나 권하시는 책이 있으신지요?
    • 글쎄요. 제가 통계 전공이 아니라 접해본 책이 많지 않습니다.
      교과서류로 공부했습니다.
      어떤 쪽에 관심있느냐에 따라 다를 것 같습니다. ^^
secret
요즘 경제 기사를 보면 한숨만 나옵니다. 주식시장은 벌벌 기고, 환율은 널을 뜁니다. 우리 경제를 견인하는 수출은 엔진 RPM이 줄어들고 있고, 소비는 위축되며 기업은 문을 닫고 있습니다. 나라의 위험, 회사의 위험, 개인의 위험이 계층별로 혀를 낼름거립니다. 아니, 위험(risk)을 넘어, 위기(crisis)의 관리가 화두인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유서깊은 베어링 은행을 한방에 보내버린 사나이, Nick Leeson을 아십니까? 그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 Rogue Trader에 대한 글에 서도 지적했듯, 사소한 세부의 결함이 시스템의 존망을 흔드는 위기로 발전하기 십상입니다. 지목할 원인도 다양합니다. 글로벌화로 인한 국가간 상호의존성, 가치사슬의 외부화로 인한 가시성의 축소, 지식경제의 발달로 인한 개인의존성 심화, 파생상품 등 비직관적 금융도구의 다양화 등 현대 경제의 변인들이 총체로 작용합니다.
이러한 위기의 시대에 우리는 얼마나 준비가 되었을까요.

Harvard Business School

(원제) Crisis management


마침, 이러한 제 의문에 명쾌한 답을 주는 책을 만났습니다. HBS 책이 갖는 장점인 간결한 정리와 실질적인 해결책을 제시합니다.

위기인식
잠재적 위기를 평시에 최대한 도출. 각 위기요소의 발생확률과 기대값을 정량화.

위기예방
평상시에 위기상황을 대비. 대내외 관계 정비. 위기 조짐을 조기에 파악하는 능력 확보

돌발위기관리
위기관리팀 조직. 평상시 시뮬레이션 및 수시 가동.

위기인지
고객불평 및 내부목소리 경청 (체계 마련). 현업에서 위기 인지를 주도하고 자유롭게 소통하도록

위기제어
1) 신속하고 단호한 대응. 2) 사람 우선 원칙 3) 현장에 나가라 4) 커뮤니케이션 개방

위기해결
신속한 대응 (시간은 내편이 아니다). 지속적 정보수집. 커뮤니케이션에 노력 집중. 종결 선언

써 놓고 보니,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는 3단계 방법과 유사합니다. HBS 책들이 원래 원칙적인 면과 기본을 중시해서 그렇습니다. 하지만, 실질적인 팁도 여럿 있습니다. 예컨대, 위기 인지를 위해 TFT를 조직하는 부분입니다. 방법은 이렇습니다. 내부의 인사들로 팀을 구성합니다. 그들에게 테러리스트 임무를 부여하여 어떻게 회사를 쓰러뜨릴 수 있는지를 찾게 하는 방법은 당장도 활용 가능한 팁입니다. 왜냐하면 내부를 잘 아는 직원이 마음먹고 회사를 망가뜨리려 하면 어떤 구멍이 있는지 나오고, 바로 그 구멍이 위기의 잠재요소이기 때문입니다.

책의 말미에는, 언론 응대와 기록을 통한 학습이란 두개의 챕터가 있지만 보론에 불과합니다. 결국, 어떤 위기가 있을까 끊임없이 상상해보고, 실제로 벌어지면 어떻게 대응할지 미리 준비하는 과정이 위기관리의 절반입니다. 나머지는, 준비된대로 적절히 대응하되 시간과 소통이라는 두가지 축을 잊지 않는게 중요합니다.
그리고, 이런 기본적인 사항이 얼마나 체계화되고 평소에 대응준비를 했냐에 따라 각 조직 (또는 개인)의 위기관리 실력이 판가름 난다고 봅니다.

한가지 실전에서 풀어야할 문제가 있습니다. '예방의 ROI'에 대한 공감대입니다.
이론과 달리, 실무부서에서 위기를 관리하는데 필요한 자원을 할당받기가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런 위기 또는 위험을 관리하는데 이만한 자원이 든다.' 이 부분을 소통하여 실행에 옮기기까지 많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겨우 받은 자원을 갖고 위기를 관리해 놓으면, 다시 말해 사고가 안나면, 소요된 자원이 아깝게 느껴질지도 모릅니다. 어떤 부서는 헛돈 썼다 소리 들을 수도 있습니다. 아무리 합리적이고 논리적으로 접근해도 쉽지 않은 문제입니다.
경영진의 입장도 그렇습니다. 이런 저런 위기 또는 위험을 이야기하는데 그 모든 요소를 다 통제하는데 막대한 예산을 투여하기는 어렵습니다. 우선순위를 정한다 해도 장단기 균형 맞추기가 쉽지 않습니다.

결국, 위기관리는 방법론의 문제라기 보다, 문화와 조직구조의 문제란 생각을 합니다. 최고경영자 및 경영진의 의지와 합리성, 현업에서의 투철한 조직충성도가 겸비되지 않으면, 역시 코끼리 냉장고에 넣는 이야기에 머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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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위기관리는 잘 모르겠지만 위기관리를 하나의 정치로 이용하는 사람들도 있는것 같습니다. 제가 본건 사고가 발생하고 위기관리의 명목으로 다른 위기를 만들기도 하더라고요. 하지만, 보통 작은 회사는 그런것들이 위기라는것을 모르더라고요. 위에 적은신 것중 실무에 있는 사람들은 위기라는것을 알아채고 회사를 그만두거나 우회하는 방법을 선택하거든요. 그래서 위기관리는 기업이 커야 가능한건지도 모르겠습니다. (큰회사도 정치가 있다는 것을 알지만요.)
    아~그나저나~ 백수인 저야말로 인생의 위기관리를 좀.. ㅡ.ㅡ;;
    • 네. 뱀 잡는데는 살모사가 최고라고 갖다가 풀어 놓는 사람이지요.
      결국 그 살모사가 자길 물겁니다.

      큰 회사라고 위기관리가 잘 되지는 않습니다.
      사실 더 취약하지요.

      백수가 되신거 자체가 인생의 위기관리를 위한 reset 버튼 아니겠습니까.
      마음 편히 새로 펼쳐질 삶을 즐기시지요. ^^
  2. 저나 가까운 주변지인들 보면서 요즘 한번더 '위기'관리의 중요성을 깨닫게 됩니다. 한두방에 'oTL'을 몇번 보니...
    • OTL, orz보다도 더 좌절스러워 보입니다. oTL
      지금은 만회니 뭐니 보다, 일단 살아 남아야할 시기잖습니까.
      추운 그곳에서도 잘 지내시길 바랍니다. ^^
  3. 위기관리란 방법론이 아니라, 문화의 문제라는 inuit님의 지적에 공감합니다. 위기관리가 필요하다고 말은 많이 하지만, 정작 그걸 실행에 옮기는 조직은 많지않은 듯합니다. 방법론이 없어서라기보다는 '생기지도 않은 위기'를 미리 예방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치부해버리는 안일함 때문이겠지요. IMF 라는 예방주사가 강하지 못했던 모양인가요? 저도 한번 읽어봐야겠습니다.
    • 네. 위기관리처럼 사후에야 중요하게 여기는게 없잖습니까.
      또 미리 대비하기에 다소 막막한 부분도 있고.
      하지만 이런걸 잘하는 조직이 생존하는 조직이라 생각합니다.
      큰 판 왔을 때 선수가 드러나는 법이라고 생각합니다. ^^
  4. 정작 위기가 도달했음에도 형편없는 관리 능력을 보여주는 조직도 있습니다. 위기를 위기라 인식하는데서 끝나고, 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위기를 만들어낸 것과는 다른 방법을 써야한다는 것을 모르는 경우죠.

    제가 있는 조직이 지금 그런 상황이라 ㅡ.ㅡ 위기 관리라는 말이 실감나게 다가옵니다. 관리까지는 못하더라도 대응이라도 제대로 해야할텐데 말입니다.

    말씀하신데로 HBS는 교과서 같은 느낌입니다. 원론을 알기 위해 이 출판사에서 나오는 책만큼 좋은게 없지요 ^^
    • 그래도 쉐아르님의 존재 자체가 위기 관리 대응안일거라고 생각합니다. ^^
    • 음... 사실 그런 명목으로 지난 일년동안 세가지 일을 했습니다. 해결사 노릇을 하고 있지요. 근데 이게 오랫동안 할 건 아닙니다. 별로 남는 것도 없구요 ㅡ.ㅡ

      무엇보다도 끊임없이 위기상황이 안생기도록 미리 관리를 하는게 아니라 여기저기 위기가 생기면 급한 불 끄느라 정신없는 책임자에 대한 실망이 갈수록 커져갑니다.
    • 많은 스트레스속에서 작업하셨겠어요.
      해결사의 미션과 상황을 저도 잘 압니다. ^^

      그래도 그 덕에 쉐아르님 회사가 잘 유지되고, 쉐아르님도 경륜을 더 쌓지 않겠습니까.
      연말에 잘 쉴 수 있으셔야 할텐데.. ^^
secret
재테크, 또는 투자자금 운용의 일반적 목표가 있습니다.
위험 회피와 고수익 추구이지요. 둘은 대개 상충되는 가치이고 상쇄 (trade-off) 관계에 있습니다. 도대체 위험은 뭐고 고수익은 뭔지. 얼핏 알지만 두 번만 깊이 물으면 대답하기 힘들도록 쉽지 않은 개념이기도 합니다.


제가 성장할 때만 해도 재테크니 하는 골치 아픈 이야기가 없었는데 요즘은 왜 이리 돈모으기가 복잡해졌을까요? 주범은 저금리입니다. 성실히 적금만 부으면 되던 시절이 지나고 실질금리가 제로나 마이너스에 상응하는 시기에서 돈의 가치를 유지하기조차 힘든데 모으는건 얼마나 힘들겠습니까. 그래서, 어떻게든 금리 수준을 초과하는 금융상품에 관심을 갖게 되고 그에 따라 초과수준만큼의 위험이 수반되지요. 여기서 위험은 danger가 아니라 risk이고 변동성을 의미합니다.

그러다보니, 다양한 '수익률-위험'을 조합한 금융상품을 모아서 종합적인 관리를 할 필요가 생깁니다. 이렇게 포트폴리오 개념이 재테크의 기본운용원칙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이때 각 금융상품에도 포지션이 있지요.
흔히 하듯, 축구로 비유 가능합니다.
보험은 골키퍼, 현금은 수비수, 채권형 펀드는 수비형 미드필더, 주식형 펀드는 공격형 미드필더, 주식과 실물 자산은 가장 수익성과 변동성이 높아 최종 공격수에 해당합니다. 둘다 능하면 매우 강한 공격력을 보유하지요. 주식-파생상품의 투톱 시스템도 효과적인 공략이 됩니다.


이런 관점에서 지금 여러분의 자산 운용을 돌아 보시면 재미있는 현상을 발견하실 겁니다. 전원 수비 또는 전원 공격 진영에 있거나, 종종 채집되는 사례처럼 아예 선수가 없기도 하지요.  ^^;

사용자 삽입 이미지

임동명

말이 길어졌습니다. 같은 맥락으로 비유하자면 저는 요즘 해외 스트라이커를 영입하려고 정보를 탐색중입니다. 우리나라 자본시장의 규모는 세계 1.6% 수준 (
2005년, pdf 파일이므로 클릭 주의 요망)에 불과합니다. 그리고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은 4%, 중국은 10%, 인도는 7% 수준이지요. 국내파 선수만 가지고 경기하면 재미가 덜하지 않을까요.

그래서 이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현직 재무설계사의 책답게 차근차근 쉽게 설명하고 일관적 시각으로 탄탄하게 전개됩니다.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자산 설계라는 관점에서 해외시장을 보도록 조언해주는 시각이었습니다.

왜 투자를 해야 하는지, 어떤 목적으로 얼마의 기간동안 어느 수익률을 기대하는지를 명확히 하고 그에 따라 고르도록 유도하는 것이지요. 처음에 언급한 재테크의 기본원리를 잃지 않도록 내내 상기시켜 줍니다. 어설픈 부채도사처럼 '금년에는 어느지역에 투자할지어다'라는 예언서보다 정론에 입각한 책을 저는 매우 좋아합니다.

결국 해외투자의 포인트는 투자목적에 맞는 완전한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것입니다. 우선 국내와 동조화가 안되는 지역이나 산업이면 좋고, 투자자산이 주식에 많이 몰렸다면 실물형도 좋은 구성이 됩니다. 그리고, 투자 기간에 따라 환예측을 하고 헷지 여부를 결정할 필요가 있지요. 특히 올해부터 3년간은 해외투자펀드나 국내펀드의 주식 차익 부분이 비과세 되므로 고려할만한 선택이리라 봅니다.

총평하면, 이 책을 읽고나서 당장 돈싸들고 달려나갈 구체적 목적지는 없습니다.
그러다보니 다소 원론적이고 두리뭉실하게 느껴질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기초부터 설명을 하므로 좀 지루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제가 믿는 바 이 시대 사람들은 죽는 날까지 투자를 해야 하는 운명이고, 그렇다면 단기적 묘법보다 오래갈 원칙이 중요합니다. 그런 관점에서 부록으로 들어가 있는 재무설계에 대한 보너스 챕터만 잘 읽어도 젊은 투자자에게는 많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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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얼마전에 전부 해외펀드로 이동했는데
    수익률이 걸음마라.. 우울해요;;
    국내 증시는 큰폭으로 상승했으니까요-_-
    제가 갖고 잇는 종목 하나도 한달 안 되어 20% 가량 상승..ㄷㄷㄷ

    물론 장기로 보는거지만 나름대로 열심 고민해서 고른건데 쩝;

    제가 원했던 동유럽에 마땅한 펀드가 안 보였던것도 못내 아쉽구요 흑
  2. 저같은 초짜들이 읽어도 괜찮을까요 ㅇ-ㅇ;
    정말 요즘은 투자를 해야 돈을 벌수 있을거 같습니다. 저축만 해서는 제자리걸음이에요. ㅜ_ㅠ
  3. 전 일단 소비부터 줄여야겠습니다. 학생신분에 쓰는돈이 너무 많군요 에휴.
    • Jjun님 요즘 다시 지름교 열성신자로 복무중인가봐요. ^^
      3년후에도 소중히 쓸 물건아니면 사지 마세요. 하하
  4. 보고 재무팀에 있는 친구에게 추천해줬습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5. '~해라'. 이런 제목을 가진 책을 보면 읽기도 전에 반감이 듭니다
    눈에 띄는 약간 자극적인 제목을 통해 소비자의 발걸음을 붙잡아 두려는 마케팅적 기법이 반영되었는지도 모르지만, 그냥 아는 척, 잘난 척하는 것 같아 기분이 좀 나쁘달까요^^(저와 같은 사람에게는 책의 내용도 보기 전에 마이너스로 먹어주고 읽게 되는거죠;;)
    책을 읽고 무작정 '묻지마' 식의 해외펀드 투자를 하는 사람들이 있을까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그래도 inuit님의 리뷰처럼 원론적이고 장기적인 원칙을 서술했다는 점에서 저도 한 번 읽어보고 싶은 생각이 드는데요^^;

    해외펀드... 포트폴리오 가능집합이 넓어진 거라고 이해하면 될까요. 수익률이 높은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가능성도 더 높아졌을것이라 생각합니다. (아무래도 해외다보니 기존의 시장포트폴리오와 음의 상관관계를 가지는 투자 대상이 많지 않을까 추측합니다;;;;) 뭐 후보들이야 많으면 좋겠지만 책으로 발간될 정도라면 큰 수익을 얻는 시점 역시 지난 듯하다는 저의 생각입니다. 돈벌기가.. 쉽지 않죠ㅠㅜ
    • 네 책제목은 마케팅이라 책의 실제 내용이나 정서와 동떨어진 경우가 많습니다.

      해외투자가 꼭 음의 상관관계를 가질지는 몰라도 전체 포트폴리오의 변동성을 낮추는 점은 있습니다. 기대수익도 올릴 가능성이 높구요. 그러니 국내 투자대안으로만 구성했을 때보다는 향상된 포트폴리오겠지요.

      라고 말하지만, 돈벌기는 쉽지 않습니다. ㅠ.ㅜ
  6. 해외펀드 땜시 홀딱 망한 사람도 았구만,, 아직도 지우지 안았나 보네..
    싹 지워라..
    뭘 하라 말라야?
    비벼먹을...
secret

Rogue Trader

Biz/Review 2006.04.19 21:04
Rogue trader, 우리 제목으로는 '겜블'이라고 나온 영화를 보았습니다.
이 영화는 영국의 유서깊은 은행 베어링을 한방에 깔끔하게 파산시켜 버린 Nick Leeson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것입니다.

베어링 은행 파산은 두가지 점에서 아주 유명한 경영 사례이지요.
첫째, 파생상품의 극단적인 위험과 이의 피하기 위한 적절한 헷지가 중요하다는 점, 둘째, 내부 통제 시스템의 미비는 국소적인 비효율이나 비리가 아니라 전사적 위험의 단초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수천억원이 마음을 짓누르는 리슨의 입장에서 서술되는 이야기 구조라, 예상보다 무척 긴장하며 보았습니다. 이완 맥그리거의 까칠한 영국 액센트는 역시 매력적이었습니다.
영화 본 김에 당시 상황을 놓고 공부를 좀 했습니다.

리슨은 왜 망했나?
첫째는, 그 유명한 88888계좌라는 에러 처리 계좌를 손실 은닉용으로 사용하였다는 점입니다. 이는 고객 자금 운용시 생기는 미소한 손실을 모아서 잡손실로 처리하는 계정인데 리슨은 첫 실수를 잠시 숨기는 용도로 사용했고, 손해가 깊어지다가 추후 이를 한번에 만회하고 오히려 이익까지 봅니다. 그 이후로 중독적으로(addictive) 이 계좌를 사용했다고 전해집니다. 그도 그럴것이 전 베어링 은행 수익의 50%를 리슨 혼자서 내니 모든 기대가 한몸이고, 그러다 보니 손실은 88888 계좌로, 이익은 싱가포르 베어링 지점 계좌로 갈려 들어가게되고 점점 더 스타가 되어 버리지요. (기술적으로는 이보다 더 복잡합니다.)
영화에서 계좌이름을 짓는 장면이 인상적입니다. 리슨이 admin에게 어느 숫자가 좋냐고 물으니, '중국사람은 8자를 행운의 숫자로 생각한다'고 대답했고, 그 자리에서 바로 계좌 번호가 88888로 정해졌지요.

둘째는, 실제로 겜블을 했다는 점입니다. 물론 개인적인 편취를 위한 것이 아니지만, 리스크에 냉정해야할 트레이더가 도박의 심리로 업무에 임했다는 사실입니다.
도박에서 절대 지지 않는 비결을 아시지요?

답은..

이를 martingale gamble이라고 하는데, 전제사항이 두가지 있습니다. 첫째 잃고 딸 확률이 1/2일 것, 둘째, 무한의 자금을 갖고 있을 것.
영화에도 나오고 실제로도 그랬지만 리슨은 잃으면 그를 만회하기 위해 두배로 트레이딩을 했습니다. 그러나 운나쁘게도 리슨은 두가지 전제가 다 맞지 않았지요. 시장에서 이길 확률은 50% 미만일 뿐더러, 베어링은 자금이 유한했지요. 결국, 리슨이 베어링 납입자본의 60%를 끌어다 쓴 시점에서 본사 자금의 문제가 불거지면서 베팅은 끊길 수 밖에 없었습니다.

셋째, 시장을 과소 평가했다는 점입니다. 달리 말하면 자신의 예측력에 지나친 기대를 했고 시장을 움직일 수 있다고 생각했던 점입니다. 이는 '시장과 맞서 싸우지 말라'는 증권가의 격언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입니다. 이해는 가는 부분이, 싱가포르 거래소 SIMEX가 다른 시장보다 작기 때문에 실제로 베어링 혼자서 지수를 움직일 적이 있기는 했습니다. 그러나 가격이 가치를 크게 벗어날 수 없는 것인데, 자신이 원하는대로 시장을 움직이기 위해 과도한 포지션을 가져갔던 것이지요.
기술적으로 조금 더 설명하면 이렇습니다. 선물거래의 경우 일일 청산이 원칙인데, 문제의 88888 계좌에 손실이 커지면 이를 유지하기 위한 증거금이 필요합니다. 이 현금을 확보하기 위해 옵션을 팔았는데, 죽음의 거래인 스트래들(straddle)을 했습니다. 스트래들은 같은 행사가격에 콜과 풋을 동시에 파는 것인데 옵션 발행자가 이기는 경우는 옵션 만기일에 행사가격과 정확히 일치하는 경우이고 그래봤자 그 이익은 옵션 프리미엄이 전부입니다. 만일 가격이 올라가거나 내려가면 그 손실분을 전부다 떠안아야 하지요. 보통 이 경우는 현물, 선물거래 등으로 헷징을 하는데 리슨은 헷지 없이 스트래들 거래를 했습니다. 대담의 차원을 지나 무모했던 것입니다. 그러니 스트래들 가격을 지키기 위해 시장과 맞서 무모한 포지션을 세울 수 밖에 없었습니다. 예컨대, 지수가 떨어지면 지수를 끌기 위해 매수를 하는 식으로 말이지요. 가격을 벗어난 포지션은 정리하면 다 손해인 것입니다.
설상가상으로 규모가 작은 SIMEX에서 현금 확보를 위해 옵션을 남발하다 보니 장에는 유동성이 풍부해지고, 옵션 프리미엄이 떨어져 손실을 메우기 위한 옵션 발행물량을 점점 더 늘려 위험을 키웠지요.

베어링은 왜 망했나?
경영에 관계하는 저로서는, 이 부분이 더 흥미롭습니다.
회사차원에서는 단 한가지 문제, 내부 통제가 미비했다는 점입니다.
이 부분은 앞서 말한 것처럼 이미 유명한 이야기지만 좀더 자세히 들여다 볼 필요가 있습니다. 영화야 그렇다치고, 베어링 파산에 관한 문서들을 보면 베어링이 망하기 전 해인 94년 감사보고서는 대략 이렇습니다.
'리슨이 규정을 넘는 규모의 자금을 운용하고 있으나 전체 거래 규모와 전사 손익에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할 때 과하지 않으며, 혼자서 결제, 지휘, 감독을 하는 것 등의 위험 요소는 있으나 이러한 권한을 남용하여 개인의 이익을 취한 바 없음'

여기에는 세가지 시사점이 있지요.
일단 돈 잘버는 것이 충성이므로 좀 힘을 실어주자는 기조는 회사마다 있게 마련입니다. 이 경우 그에 합당한 조직적 구조가 따라줘야 합니다. 이것을 개인의 문제로 만들어 영웅시하고 절차를 눈감다 보면 큰 구멍이 생길 가능성이 있습니다. 만일 정말 그렇게 잘하는 직원과 지점이 있으면 본사에서 그 조직을 더 강화하고 자주 들여다보고 격려도 하면서 밀착을 유지하고 cross checking이 되도록 해야 합니다.

둘째, 리슨의 성공에 거액의 보너스를 지급하면서 내부 감사를 했는데, 스타 직원의 사기를 꺾지 않으려 했던지 대충대충 했다는 것입니다. 특히 감사의 목표가 개인비리 파악에 치중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개인의 이익을 도모하는 경우보다 조직의 손실을 숨기는 것이 더 큰 리스크임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마지막으로, 리슨의 본사 상위 조직에서 선물, 옵션에 문외한임을 드러내기 싫어서 자세한 내용을 토론한 적이 없다는 것입니다. 선물, 옵션이 대단히 기술적이므로 어려운 것이 당연하고 상사라도 모를 수 있건만, 근엄한 영국신사께서 그런 내색을 하기 싫었겠지요.
영화에서 이런 장면이 나옵니다. 싱가포르에 뭔가 문제가 심각한듯해서 본사 고위 임원이 비행기로 날아갔습니다. 리슨은 엄청 겁을 먹습니다. 어찌나 긴장했던지 연회장으로 가는 길에 구토까지 합니다. 드디어 만남. 임원은 리슨을 따로 불러서 이야기 합니다. "자네 포지션에 문제는 없는 거지?" "예, 물론이지요!" -끝-

이러한 문제점은 영국만의 문제도, 금융회사만의 문제도 아닙니다. 아마 우리 주위에서 볼 수 있는 상황일 것입니다.

무엇을 배울 수 있나?
파생상품의 위험성과 내부통제에 대한 것은 이미 말했습니다.
전 이야기의 결말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보면서 리슨이 자살을 시도하지 않을까 조마조마했습니다. 상황상 그 심리적 압박이 보통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는 두바이로 비행기 타고 도망가다가 경찰에 잡혀 싱가포르로 압송됩니다. 그리고 6년반의 실형을 선고 받습니다.

그러나, 영화 그 이후를 보면..
4년반지나 리슨은 암 진단을 받아 석방되었습니다.
그리고 자서전인 'Rogue trader'를 펴냈습니다. 이 희대의 사건은 사람들의 관심을 집중하기에 충분했지요.
결국 제가 본 영화로 까지 만들어졌습니다.
그리고 영국에 돌아가 몇년간 백수생활을 하다가, 작년에 아일랜드의 프로축구 클럽인 갤웨이 유나이티드의 회계담당자가 되었다고 합니다. (기사)

결국, 평범한 사람들에게 주는 교훈은 딱 하나.


정리: 무슨일이 있어도 살아남아라. 훗날은 아무도 모른다.

따름정리: 단, 사고를 치려면 크게 쳐라. 오명이든 악명이든 유명해지고 볼 일이다.

뭐, 진짜로 위의 정리를 믿으시는 것은 오로지 본인의 책임하에서입니다. -_-

마지막 사진은 영화에서 처음 인도네시아에 부임했을때 채권이 안전하게 보관된 철창속의 사무실 풍경인데 결국 마지막 운명을 상징하는듯 합니다.
그 거대한 베어링 은행을 파산시켜 단 1파운드에 네덜란드 ING에 팔게 만들고, 퇴근하듯 철창을 나오긴 했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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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uit
@inuit_k / CxO / Author ("가장 듣고 싶은 한마디 YES!") / Making better world, every minute.

받은 트랙백이 없고 , 댓글  19개가 달렸습니다.
  1. 회사가 저렇게 허술할수도 있군요. 중간에 선물거래설명부분은 전혀 모르겠습니다. ㅜ_ㅠ 끄응
    교훈은 참고로 하겠습니다. +_+_+_+
  2. 남는건 교훈이군요... ^^
  3. 허걱...기회되면 영화보고 나서 이 포스트를 다시 보기위해서 포스트 안 읽고 맘속으로 북마크하고 갑니다.^^.
  4. 맨마지막에 기자들을 보고 수신호를 보낼때 왠지 찡했었죠. 결국에는 자서전까지 썼더군요. 간땡이가 단지 큰건지 아니면 부은건지는 모르겠지만 책에다가는 자신의 상관들이 어떻게 자신의 비밀계좌를 파헤치지 못했는지 멍청하다고까지 해놨다고 합니다. 닉레슨...거물이에요... 참! 링크추가하고 갑니다. 쑥쓰-!
    • 아이고 맙소사..
      우연히 제 포스팅을 읽다가 댓글을 지금에야 보았습니다.
      왠지 죄송스럽네요. 바로 달려갑니다.
  5. 영화볼때는 이완군의 발음이 잘 안들려서 분노하기도하고...
  6. 내용이 너무 좋아서 블로그에 담으려 합니다.
    • 알겠습니다. 제 원본의 링크는 유지해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나루토님 블로그 주소를 남겨주셨으면 더 좋았을텐데요. 저도 놀러가게요. ^^
  7. 전 그냥 가벼운 사기극 정도로 봤는데 상당히 세세하게 분석을 해 주셨네요.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 무슨말인지 모르게 써서 죄송합니다. ^^;
      그래도 재미있으셨다니 다행스럽군요 하하.
  8. 늘 생각하는 ...것은 공부가 왜? 재미가 없어야 하는가 입니다...모처럼 재미있게 배우고 갑니다
  9. 이 영화 제가 신입사원 연수때 Risk management 교육시간에 봤던 영화로군요.^^ 오랫만에 기억이 떠올라 다시 볼까봐요. 이완 맥그리거 팬이거든요.
    +
    정리, 따름정리가 모두 와닿네요^^
    덧붙히자면 어떤 영화의 대사도 생각나기도 하고요. "강한자가 오래가는게 아니라 오래가는자가 강한거다."
    • 금융기관에서 일하시나요? 연수때 이런 영화를 보여주다니. ^^
    • 예,금융회사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교육시간에 국제금융과 리스크관리라는 주제로 강의를 들었었는데 다이아몬드 펀드사건, 엔론 파산 사례랑 마지막으로 이영화를 틀어 주셨는데 영화본것이 가장 기억에 남네요.^^
    • 그야말로 집약판이죠. ;;
      IMF 때 국내 S사 파생상품 사기당한 이야기도 재미난데 말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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