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보적 아카데미즘'에 해당하는 글 2건

사람은 자유의지가 있을까?
뇌과학자의 대답은 어떨까요?

이케가야 유지

고등학생을 상대로 뇌이론 강의한 내용을 글로 적은 책입니다. 얼핏 이 이야기만 들으면, 매우 유치하거나 단순하리라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사실, 강의 자체는 글의 눈높이를 검증하고, 논의를 돕는 목적이고, 철저히 책을 위한 강의기 때문입니다.

재기 넘치는 일본의 신예 뇌신경학자 이케가야 씨는 저와도 같은 모토를 지녔더군요. "어린 학생에게 설명하지 못하는 지식이라면 아는게 아니다." 그리고 더욱 큰 덕목인, 모르면 모른다 이야기하고, 틀릴지 몰라도 내 생각은 이게 맞다고 생각한다는 소신을 명료하게 밝힙니다. 전에 제가 싫어한다고 하던 후안 씨의 후안무치한 '유보적 아카데미즘'과 반대입장이지요. 이는 뇌과학이 아직도 발달 중인 상황과 난무하는 이론속에서, 미필적 오류 가능성을 감내하는 학자의 진정성이기도 합니다.

제가 이리저리 뇌과학 책을 많이 봅니다만, 자신의 연구 주제를 넘어선 제반 분야에 걸쳐 이처럼 단정적 포지션을 취하는 저자는 본 기억이 없습니다. 맞든 틀리든 이케가야 씨는 명쾌합니다.

  • 뇌 크기와 신경의 수로만 보면 돌고래가 사람보다 더 크다. 그러나, 사람이 지능이 높은건 몸이 정밀하기 때문이다.
  • 자유의지는 잠재의식의 시녀일 뿐이다. 뇌가 결정하면 1초 후 의식이 설명한다.
  • 애매한 기억은 인간의 특징이자, 추상화의 본질이다. 하등 동물일수록 기억이 정확하고 융통성이 없다.
  • 안 외워지는 이유는 규칙을 추출하고 신경을 강화하는데 어려움이 있어서다. 천천히 사고하고, 반복하라.
  • 언어는 소통의 도구일 뿐 아니라, 추상적 사고의 도구다.
다른 동물과 비교하면, 소뇌에 비해 지나치게 대뇌가 큰 인간입니다. 운동을 절제하고 사색하게 된 운명에 대한 기관학적 설명이랄까요.

대뇌에서 의식이 생겨나고 마음이 생겨나고 감정과 정서가 생깁니다. 더 중요하게는 우리가 보는 세상은 실제 어떤지 아무도 모릅니다. 우리 뇌가 수용하고 해석 가능한 만큼만 우리가 알 뿐입니다.

그래서, 뇌는 중요합니다. 스스로에 대한 물음, 인간 관계의 물음, 사회에 대한 물음의 답이 깊숙히 숨겨져 있으니까요. 하지만, 아직도 뇌과학은 미지의 영역이 많습니다. 요즘 PET니 fMRI 같은 기술이 발전하면서 급속히 발전하고 있습니다. 적절한 관심은 많은 도움이 될 테지요.

그런 면에서 이 책은 깊이를 잃지 않으면서, 쉽게 설명했습니다. 저는 아들의 뇌 입문 공부용으로 이 책을 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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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u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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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랙백이 하나이고 , 댓글  15개가 달렸습니다.
  1. 우와.. 저도 뇌에 관한 책을 볼까 하는데, 이책 봐야겠네요!
  2. 뇌에 관심이 깊으신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지요? 그냥 궁금해서 여쭙니다. ^^ 자유의지의 존재 여부에 관한 제 글을 트랙백 걸어 봅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 일단은 지금 진행중인 책과 관련이 깊은데요, 그 이면에는 뇌에 대한 이해가 중요해서 그렇습니다.
      사람의 이해가 사회에 대한 이해고 인문적인 부분이 있어서요.
      무엇보다 그냥 뇌과학이 매력적이라서 중독적으로 읽게 되네요. ;;;
  3. 재미 있을것 같습니다. 초등학생이 추천받아 읽을 만하다면 저도 읽을만 하지 않을까 싶네요. 내일 당장 사러~ +_+ 아.요즘엔요.. 다큐프라임을 많이 봐서 저도 이 뇌라는 녀석에 엄청 관심이 많아요. 주말 내내 읽어봐야겠습니다.
    • 초등학생 용은 아니지만, 아무튼 깊이와 상냥함이 잘 조화되어 있어요.
      모드님 잘 지내죠? 전 좀 허전한 한 주 였어요..
  4. '어린 학생에게 설명하지 못하는 지식이라면 아는게 아니다.'라는 생각을 가진 저자의 책이라면 저도 맘에드는군요.
    읽어봐야겠습니다ㅎ
  5. 아...inuit님 냄새 오랜만에 맡아요. 킁킁~ 여전하신듯~^^
    • 아 이게 누구신가요.
      잘 지냈어요?
      많이 궁금해했네요.
      어찌 지내요?
      그간 연락없이 궁금하게 해서 100점 감점이었는데, 다시 돌아왔으니 80점 까드리죠..;;;
  6. 토요일 밤에 들어와서 한 0시 부터 읽기 시작해서 중간 중간 두번 잠들다 깨고 결국 지금에서야 다 읽었습니다. 사실 이해 못한 부분도 있고 너무 재미 있어서 읽으면서 동시에(책의 내용으론 동시란 없겠지만요.)책의 내용의 일부를 소설같은 상황으로 만들어서 상상하면서 키득키득 거렸습니다. 단편적으로 알던 정보들 혹은 모르던 정보들을 겹합해서 큰 스토리를 만들어낸것 같은 책이네요. ^^ 담에 또 ㅡ.ㅡ;; 아드님 추천용 책을 읽어봐야겠습니다. 저한텐 딱 읽기 적합하던데요.. ㅋㅋ
    • 와.. 단숨에 읽으셨네요.
      뇌과학에 대한 관심과 흥미가 대단하네요.
      모드님이 한번 뇌의 지식을 갖고 소설쓰면 매우 재미날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끔 아들 책 리스트를 공개할까요?
      방금 '학문의 즐거움' 마쳤습니다. -_-;
  7. 저는 뇌와 언어에 관해 흥미가 있는데, 하도 최근 연구 결과가 빨리 업데이트 되서 따라가기 힘드네요. 언어학과 뇌과학이 결합되는 분위기입니다.
    • 언어가 없었으면 추상화가 안되고 고등기능이 작용하지 못했을거란게 대세더군요.
      자아개념과 시간개념 모두가 언어 없이 표상하기 어려워서 그렇지요.
secret
뇌는 우리 몸 속 하나의 기관입니다. 그러나, 단순히 '기관 중 하나' 이상의 의미를 지니지요. '거의'라고 표현해도 무방할 정도입니다. 몸을 컨트롤할 뿐 아니라, 의식을 형성하기 때문입니다. 개체의 정체성이기도 하지요.

Stephen Juan

(원제) Odd brain

정말 깔끔한 양장의 책입니다. 뇌에 관심 있는 사람이 실물 보면, 안사고 못 배길 정도지요. 실제 사보니 딱 스낵입니다. 어느 주말에 뒹굴뒹굴 심심풀이로 읽었습니다.

읽고 보니, 애초에 제가 기대했던 뇌의 기막힌 발견은 없습니다. 뇌의 해부학적 깊이까지 들어가지 않고, 정신의학과 심리학까지만 훑고 나오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읽기에는 재미있지만, 제가 바라던 전문성은 없었습니다.

책은 크게 세부분입니다. 

1) 뇌의 손상이 야기하는 기묘한 현상들: 아스퍼거, 신체이형장애, 서번트 증후군, 코타드 증후군 등
2) 치료가 필요한 정신적 병증들: 강박, 도벽, 사회공포증 등
3) 정도가 심한 정서 반응들: 공포, 갈망, 스릴, 최면 등.

일요일 스낵과 딱 같은게, 읽기에는 좋으나 영양가는 미지수입니다. 공부의 재미보다 잡학적 상식을 늘리는 재미가 더합니다. 전체적으로 느껴지는건 두 가지입니다.

1) 어린 시기는 정말 중요하다. 가정 교육, 부모와 함께 하는 시간을 어찌 보내냐가 사람의 뇌를 좌우한다.
2) 신경전달물질 중에서는 세로토닌이 중요하다. 세로토닌 부족으로 야기되는 신경증이 매우 많다.

마지막.
작가 후안씨에 대해서는 짚고 넘어갈 부분이 있습니다. 뇌의 이상은 인간의 존엄의 상실을 의미할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뇌 관련한 글은 신중한 경우가 많습니다. 에세이에 가까운 색스 씨는 시종 인간에 대한 따뜻한 마음이 드러납니다. 모펫 양[추후 링크]은 뇌의 신비에 대한 경의가 느껴집니다. 후안 씨에게도 그런 인간미를 바라는건 과할까요. 해부학적 냉철함도 아니고 신문 스트레이트 기사의 건조함만 느껴집니다. 모든 학설이 '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 식입니다. 유보적 아카데미즘이 짙게 배어 있습니다. 우스꽝스러운 사례를 나열해놓고 자신은 책만 안잡히고 싶어하는듯한 느낌마저 듭니다. 책을 맛나게 다 읽고 나서, 스낵 껍질 버리듯 다시 안보게 되는게 그런 이유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책은 읽다보면 어디가서 신기한거 많이 안다는 소리 들을 만한 흥미로운 에피소드와 짧막 상식이 많습니다. 애초, 백과사전류의 기대가 응분의 사전 준비물(prerequisite)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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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uit_k / CxO / Author ("가장 듣고 싶은 한마디 YES!") / Making better world, every minute.

트랙백이 하나이고 , 댓글  14개가 달렸습니다.
  1. 비밀댓글입니다
  2. 이런.. 보통 속상한게 아니죠.
    내 새끼 같은 건데, 헐하게..
    일단, 반나절이라도 작정하고 지친 몸과 마음을 좀 쉬세요.
    많이 좋아진답니다. ^^

    근데, 직거래 홈피는 뭐죠?
  3. 보통 '기막힌'이 들어가면 낚는 경우가;;;
  4. 뇌에 관해 조금 더 깊게 알 수 있는 책 한 권 추천 부탁드립니다. ^^
    • 어떤 쪽에 관심있는지 말해주시면 쉽겠네요.
      의식이 궁금하달지, 해부적 상세가 궁금하달지, 뇌의 호르몬 작용이랄지..
      제가 뇌 책 수십권을 읽어도 계속 새롭고 방대하더군요. ^^
    • 별로 아는게 없어서 어떤 책을 접하는게 좋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해부학적인 내용부터 알아가는게 좋을까요? 책을 읽다보면 가끔씩 나오긴 하던데 체계적(?)으로 소개한 책은 본적이 없습니다.
    • 그러면, '뇌, 생각의 출현' (http://inuit.co.kr/1678) 추천 드릴게요. 내용이 좀 방대하고 산만한 편이라 다 읽지 마시고, 2, 3장 뇌 관련 부분만 읽어도 전혀 지장 없습니다.

      해부학적 도해와 함께 차근차근 공부하듯 읽을 수 있습니다.
      다만, 좀 지루한 교과서스러움은 염두에 두세요. ^^
  5. 응? odd? 원제가 눈에 화~ㄱ 들어오는데요. 이거 직업(?)병 맞죠. ㅎㅎ
  6. 저 이 책 읽어 봤어요. ㅎㅎ
    처음엔 제목 보고 어려울것 같은 책 같았는데 의외로 참 재밌게 읽었네요..
  7. 저도 이 포스트를 읽고 뇌에 대해서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추천도서를 여쭙고 싶었는데 위에 어느분이 하셨네요. 어떤책부터 읽는게 좋을까요? 제가 읽은 뇌에 관한 책이라곤 베르나르베르베르의 소설 '뇌'가 유일합니다. 그냥 '뇌의 기막힌 발견'이 책부터 읽어도 괜찮을까요?
    • 오자히르님은 제가 어떤 성향인지 잘 몰라서 말씀드리기가 어렵네요.
      위의 댓글도 참고하시고, 가볍게 시작하려면 '뇌과학으로 풀어보는 감정의 비밀' (http://inuit.co.kr/1582)이 흥미를 돋구고 중요한 이해를 도울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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