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과 함께 제주도 자전거 일주를 포스트 많은 부모님 독자분들께 공감을 얻은듯 합니다. 온라인이나 오프라인에서 제가 블로그에 아이들과 함께 이야기를 적지 않은 동안 어떤 공부를 했는지 여쭤본 분들이 많았습니다. 사실, 아이가 입시 공부에 치중하면서 자연 아빠가 해줄 몫은 적어진 요즘이긴 합니다.

 

하지만, 올해 봄에서 여름까지 몇주간 걸쳐서 했던 내부 세미나가 있는데 저희 가족에게 매우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이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블로그 오래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저와 딸이 오랫동안 대화하고 고민을 나누면서 찾은 꿈이 ' 건축가 만들기'였습니다. 딸의 재능과 적성에 맞는 직업이었고, 꿈을 이루려 딸은 열심히 고등학생 시절을 보냈지요. 그런데, 이미 알고 있던 내용이지만, 과연 저성장 시대에 건축가라는 꿈이 장기적으로 좋은 꿈인가에 대한 의구심이 있었습니다. 원래 계획은 개발이 많은 해외로 가는게 목표였는데, 국내라면 건축은 매우 성숙산업이니까요.

 

마침 아들도 있으면 진로를 택해야 하고, 최소한 과를 정해야 하는데, 전공학과가 인생을 좌우하진 않지만 성적에 맞춰 그냥 정하기도 애매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우리 가족은 다가올 미래가 어떻게 것인지 자유롭게 상상해 보는 시간을 갖기로 했지요.

 

그게 바로 미래 신기술 세미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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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계의 최고봉이면서, 찔금찔금 작품을 발표해 읽고 싶어도 읽을 것이 없다는 점으로 유명한 테드창이다.
심지어 그의 작품 수보다 수상갯수가 많다고 알려져 있다.
첫 작품부터 상을 휩쓸었고, 과작에 중복수상이 기본이기 때문이다.

테드창의 대부분 작품세계는 '당신 인생의 이야기'를 읽으면 알게 된다.
이미 작고한 젤라즈니에 비하면 찔금이라도 책을 내주는 테드 창이 고맙다.

Ted Chiang

(Title) Lifecycle of sofware object


테드 창의 신작이다.
매우 전문용어스러워, 저자 이름이 아니면 손이 안가는 제목이기도 하다.

책 한권으로 처리하기 민망하게 짧은 소설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건 이미 설명했듯 책이 나왔다는 점으로도 고마우니 넘어가도 된다.

상황은 시간과 공간 축에서 멀지 않은, 상대적으로 친근한 환경이다.
즉, 몇 백년 후의 불특정 시대도 아니고, 다른 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도 아니다.
한때 유행했던 '세컨드 라이프'를 떠올리게 하는 가상공간의 인공지능체가 주된 소재다.

소프트웨어적으로 진화가 가능한 인공지능(AI) 개체들은 각자가 정해진 알고리듬 내에서 진화를 한다.
기본적으로는 인간의 친구로 역할하도록 되어, 큰 재주도 없다.
난독증세가 있지만 글도 어느정도 읽고, 주변을 이해하고 인간과 감성적인 교류가 특징이다.
가상공간에서 주로 거주하는 소프트웨어이지만, 개체로서의 정체성이 확립되어 있다.
소프트웨어 상태로 다운로드되면 로봇 형태의 하드웨어를 통해 물리적인 교류도 가능하다.
하지만, IT업계가 다 그렇듯 디지털생명체(디지언트)를 개발한 회사가 망하고, 그들의 주거공간인 가상 세계 플랫폼 업체도 망하게 된다. 결국, 소수 부족으로 전락한 디지언트들의 생존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철학적 주제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는 내용이다.

항상 그렇듯, 잘 빼낸 SF의 장점은 기이한 세팅에서 오히려 극명하게 인간과 사회의 철학적 주제를 정면으로 마주하게 된다는 사실이다.
소설의 기본 전제에 동의하고 익숙해지면, 바로 실존의 문제에 대한 저자의 의문에 답을 생각해볼 수 밖에 없다.

성장을 하면서 스스로 운명을 책임지는 성체가 되는데, 그 개체의 판단과 책임은 어떤 전제로 허용될 것인가?
경험인가? 나이인가? 
책처럼 디지언트의 오너인 인간이 성체(책에서는 디지언트의 법인화)가 되는 시점을 결정할 수 있다면 시간은 구속조건이 아니다.
경험은 위험을 무릅써야 하는데, 육아상황의 부모적 애착을 갖는 상태에서 쉽게 경험을 허용하게 되는가?
소프트웨어 개체의 자유의지는 어디까지인가?
알고리듬이 불완전해서 성마른 판단을 하지 않는다고 단언할 수 있을까?

비현실적이지만 현실의 거울인 소설속 상황을 보며 크게 배운 점이 있다.
결국 감정이다.
어려운 의사결정은 수치가 아니다.
정량화할 수 있는 결정은 최대화의 법칙을 따르면 되니까.
하지만, 일장일단이 있는 결정은 결국 감정을 따른다.
그게 정의든, 욕망이든, 자기성장적 투자든 감정으로 방향을 세운다.
감정이 있는 소프트웨어 객체라면 의사결정이 가능하다고 봐야 한다는 생각이다.
인간도 모든 사람이 합리적이고, 정확한 판단을 하지 못하는게 현실이다.
그래도 우리는 결정을 하고 움직인다. 

소설은 테드창의 전작에 비하면 많이 밋밋한 감이 있다.
부러 내용 모르고 읽다보니, 하드웨어로 다운로드된 소프트웨어 개체가 물리공간에서 어떤 독특한 움직임을 보일지 주목했으나, 소설은 가상세계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또한 성인이 되며 성적인 역할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서 소프트웨어 간 교배를 통한 반전이라도 기대했으나, 소설은 주어진 세계관 내에서 집요하게 철학적 주제에만 천착한다.

읽는 재미로 보면 밋밋하지만, 억지로 드라마틱해지지 않는게 주제의식을 더 잘 드러내는 절제된 선택이었다.
우리 현실도 생각은 드라마틱할 수 있지만, 실제는 삶의 범주를 넘지 못하는게 대부분이다.
그래서 비현실적인 세팅에서 현실적 전개를 하는 잘 씌여진 SF의 모범을 보인 이야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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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초등학교에는 반장이 없더군요. 대신 회장이라고 합니다.
예전처럼 선생님이 학기초에 임명하지 않고, 추천과 투표에 의해 뽑습니다. 공부만 잘한다고, 집에 돈이 많다고 꼭 뽑히지는 않기 때문에 나름 어렵습니다. 초등 2학년인 둘째가 올 봄에 회장으로 당선되었습니다.

실은 회장되게 하고 싶은 엄마 마음에, 학기초에 연설 연습을 시켰다지요. -_-
어떤 이야기를 할지 들어보고 쉽고 자연스럽게 내용을 다듬어 주었습니다.

제가 회장이 되면 우리 반을 웃음이 피어나는 반을 만들도록 하겠습니다.
도움이 필요한 친구들에게 도움을 주겠습니다.
저를 꼭! 뽑아주세요.

보통 회장선거에 나오는 친구들이 하는 말들이 매우 비현실적이랍니다.
최고의 반을 만들겠다던가, 친구들에게 봉사한다느니 무슨 말인지도 모르고 좋은 말만 한다는 누나와 엄마의 다년간 경험을 토대로 만들었지요.


아빠도 숙제가 있었습니다. PT하는 방법에 대해 여러차례 들어보고 조언을 해줬지요. -_-

눈은 천장을 보지 말고, 천천히 아이들 하나씩 눈을 맞춰 보면서 수평으로 이동해야 해.

마지막 말이 가장 인상에 남으니까, 약간 쉬었다가 또.박.또.박. 배에 힘을 주고 말해.

아이들은 새학기라 너를 잘 몰라. 그러니까 천천히 부드러운 표정으로 이야기하렴.

얼굴은 웃고 있는데 몸이 너무 뻣뻣해. 손가락으로 두손 얽어 꼼지락 거리면 초조해 보여.

좋아졌는데 내내 차렷자세로 있으니 좀 심심하다. 꼭! 할때 손을 주먹쥐어 가볍게 들어봐.
결국 둘째는 회장이 되었습니다. -_-;

재미있는 사실은 여자 친구들에게 많은 지지를 받았는데, 이유가 가관입니다. 똑똑해 보인다네요.

학기가 진행되면서 꼬마숙녀들로부터 초콜릿이나 편지를 많이 받아옵니다. 아빠의 대리만족을 충분히 기대에 잘 부응하는군요.

중요한 점은 이겁니다.
매주 말이 되면 둘째는 엄마, 아빠, 누나 앞에서 학기초의 공약을 다시 읊습니다.

제가 회장이 되면 우리 반을 웃음이 피어나는 반을 만들도록 하겠습니다.
도움이 필요한 친구들에게 도움을 주겠습니다.
저를 꼭! 뽑아주세요.

회장의 감동을 오래 즐기고 싶은 고슴도치 가족이냐구요.
그게 아니라 이것도 공부입니다.
공약은 여러사람 앞에서의 약속이거든.
처음에 너의 말을 믿고 많은 친구들이 너를 뽑아준거야.
그래서 시간이 지났다고 잊어버리면 안되고 처음 너의 약속을 늘 지켜야 하는거야.
공약을 다시 연설하고 아빠랑 앉아서 한주간 반을 웃음이 피어나게 하기 위해 어떤 일을 했는지, 어떤 재미있는 일이 있었는지, 어려운 친구는 누구를 어떻게 도았는지 이야기를 듣습니다.

둘째가 어린 탓에 걱정이 많았습니다. 혼자만 잘났다고 생각하는 경향도 있고, 남 잘못을 바로바로 지적해 성을 돋구기도 합니다. 사내아이 답게 권력을 즐길 여지도 많았지요.
이런 저런 걱정으로 아이 공부삼아 시켜왔던 일인데, 습관이 되어서인지 요즘 회장일을 잘한다고 합니다.
차고 넘침없이 차분하여 선생님도 엄마에게 몰래 칭찬을 하셨다 하고, 친구들 사이에서도 젠틀하고 공평하다고 평이 좋다네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작지만 소중한 처음의 약속을 꾸준히 지키는 것.

이건 회장님의 방침일뿐 아니라 회장님 아빠의 방침이기도합니다.
네.. 팔불출 아빠지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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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1분 안아보기에서 고민을 안겨주었던 문제의 둘째 아닌가요? 아빠를 들었다놨다 하는군요.^^; (그나저나 다시 호적에 올리신 듯?)
    • 네 그 둘째입니다. 시간상으로는 회장 된것이 학기초로 먼저입니다.
      그리고 아직 영구제명상태는 아닙니다. 그 뒤로 예쁜짓을 좀 해서.. ^^;;
  3. 타이틀 : 방문 블로거의 방침
    요약 : 눈은 천장을 보지 말고, 천천히 아이들 하나씩 눈을 맞춰 보면서 수평으로 이동해야 해.

    주요내용 : 아직까지도 눈을 천정으로 향하고 숨가쁘게 후다닥 토론이나 회의에 임하는 제게는 이 한가지만 제대로 습관화를 들여도 좋을듯 합니다.

    결론 : 오늘도 하나 건져갑니다. ^^

    추신 : 회장님 아빠의 방침 멋집니다. ㅎㅎㅎ
    • 하하 mode님 댓글은 항상 위트가 넘칩니다.
      좋은 방침 유지해 나가시기 바랍니다. ( ^^)=b
  4. 음. 확실히 세상을 사는데 있는 그냥 건져지는게 없나봅니다. 아이 교육까지도.. 잘 배웠습니다
    • 애들 키우는건 정성의 문제라서 늘 아쉬움이 많습니다. 더 말하고 더 부대끼고 더 놀아주고 싶은데, 시간이나 에너지는 한정이 있고..
  5. 멋진 아버지시군요. 저도 나중에 애가 생기면 좋은 아빠가 되어야 할텐데요;
    • 아내와 많이 이야기 나누고 생각 날때 행동에 옮겨가면 나름대로 재미있고 독특한 육아가 될겁니다. 기대할게요. ^^
  6. 음 회장이 되었군요. ㅊㅋㅊㅋ
    멋진 가족입니다.
    국민학교시절 PT방법 중, 하지말아야 할 것들만 했었군요, 전... 역시...
  7. 그러셨나요..? 감사합니다... 기억해주시고요...^^;;;
  8. 아아, 참으로 멋진 아버님이십니다.

    포스팅의 의도는 "아빠의 대리만족을 충분히 기대에 잘 부응하는군요." 라는 코멘트를 유도하여 "저도 예전에 나름 인기 좋았다는" 이라는 말씀을 하고 싶으셨다는 걸로 이해하면 될까요? :)
  9. 참 멋진 가족인 것 같습니다. 저도 꼭 이렇게 해봐야겠네요.
    아버지로서 참 기쁘실 것 같습니다. ^^
    온가족 화평하시고 둘째 아드님의 공약이 잘 이루어지길 바랍니다!
    • 고맙습니다.
      중간시험 준비한다고 이번 주말에 좀 조용히 지냈는데 시험 끝나면 봄기운이나 쐬어 줘야겠습니다. ^^
  10. 멋진 아버지상을 가지고 계시네요 ^^
    저도 나이 먹어서 아들 낳아 기를 때 참고해야겠습니다.
    • 오랫만입니다. 잘 지냈나요. ^^
      전 chanyy님 생각하면 wiki형식의 독특한 홈페이지가 자꾸 생각납니다. 무척 인상깊어요. ^^
  11. 1학년에 들어간 딸내미 아빠입니다. ~_~

    나름 집에서 아이와 시간을 보내면서 자립심(아빠는 뒹굴뒹굴 tv보고... 아이는 혼자놀고)을 왕창 키워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람들 앞에 나아가기를 쑥쓰러워합니다. (아버지도 그렇습니다. 컹)

    pt 방법을 아이에게도 좀 알려주어야겠습니다. (내년에 여회장 탄생시켜볼랍니다. 으싸!)
    • 하하 통상 혼자 노는 자립심은 여럿앞의 쑥스러움이지요.
      요즘 애들이 더 그런듯해요. 저희 큰애는 제법 손들고 나가서 연설하거나 발표를 잘 하는데, 둘째 녀석은 웬만해서는 손들고 발표 안하거든요.
      하는데까지 동기부여를 하고 있습니다.
      내년초 여회장 포스팅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
  12. 풋. 훈훈해요. ㅎ
  13. 진짜 훈훈하네요....^^
  14. 정말 멋집니다.. 제가 PT할 때 참고해야겠네요.. ㅎㅎ
  15. 와. 멋진 부모님이시군요.
    +_+ 저도 나중에 자식 생기면 저렇게 교육을 시킬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듭니다. ㄱ-
  16. 멋진 부모님입니다.
    저 고삼때는 피자쏜다는 애가 반장 됬고 햄버거 쏜다는 애가 부반장 됬지요.
    세상이..
    • 그렇다면 아웃백 쏘면 전교 회장..? ^^;

      초등학교에도 간간히 햄버거 돌리는 엄마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17. 전부 다 그러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렸을 때 배운 부모님의 가르침은 평생 가는듯 합니다.
    저는 어렸을때 저희 아버지께서 사람과 대화할 땐 눈을 보면서 얘기해야 믿음직스럽게 보인단다 라는 말을 들은 뒤로 사람들과 대화할 땐 저도 모르게 눈을 보면서 얘기하게 되더군요.
    자제분도 inuit님께서 가르쳐주신 지금의 그 좋은 교훈이 평생 가리라고 믿습니다. :)
    p.s : 눈을 보며 얘기하는건 약간의 부작용도 있더군요. 뭘 갈구냐면서 폭력이 발생 .. ;; -_-;
    • 맞습니다. 저도 어릴때 아버지가 해주신 말씀이 알게 모르게 평생 가는 것을 느낍니다. 그래서 아이 키우는게 조심스럽기도 합니다.

      눈맞추기 관련해서 주의사항을 빼먹었네요. 눈을 맞추되 3초이상 오래가지 마라. (여자는 제외!)
  18. 훈훈하군요 ^^
    포스트를 처음 읽을때는 그 회장자리(어색;;)에서 떨어져서 또 다른 많은것을 배웠다...
    뭐 이런 내용일걸로 예상했습니다.;; (혼자 예상하고 혼자 반전에 놀라고 있음;;)
    만, 당선되셨군요 !! 축하드립니다 !!
    아이에게는 아~주 좋은 경험이 될거고, 부모님은 두고두고 자랑이 되실겁니다 ^^
    그리고 팔불출이라니요..;; 자랑스러운건 맘껏 자랑합시닷~~
    기꺼이 부러워하고 있습니다 ^^
    • 하하 혼자 예상하고 혼자 반전이라는 말에서 막 웃었습니다. 블로그 가서 예쁜 건이 사진 보고 왔습니다. 멋진 건아로 키우시기 바랍니다. ^^
  19. 멋진 아빠가 되셨군요..
    부럽습니다..
  20. 멋져요. 저도 참고해야겠네요.
    아들의 일기장이 곧 변하겠어요.(그 때의 그 단순했던.. 사랑하는 느낌? ㅎㅎ)
  21. 션이가 벌써 이렇게 컸구나.. 보구 싶당.. 나랑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난 우리 딸래미랑 얘기할때 로직이 뭐니 근거를 대봐 그럴거 같다구 하던데... ㅋㅋ 너무 오라버니 다운 교육법!! 근데 하명은 아니 해 주시나요? ^^;;
    • 이젠 제법 훌쩍 컸네 그려.
      연락한다하고 계속 미뤄서 미안하이. 내가 잘할게. 흑흑 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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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이들 주말 숙제로, '가족과 1분간 안아보고 그 느낌을 쓰기'가 나왔습니다.
큰 아이는 제법 실감나게 따뜻한 가족의 느낌을 적었는데, 둘째는 글이 매우 솔직하고 드라이합니다.

엄마랑 1분간 안았다.
참 좋았다.
누나랑 1분간 안았다.
엄마만큼 좋지는 않았다.

대충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굵은 줄 노트의 반도 못 채웠더군요. 엄마는 아빠더러 글쓰기 좀 가르치라고 채근을 합니다.

헉.. 나머지 반페이지를 어떻게 채우지? -_-a

일단 둘째를 불렀습니다.
"아빠랑 안아보자."

아들을 꼬옥 안은채 대화를 나눴습니다. 글짓기에 앞서 생각하는 힘을 길러 주려 마음먹었습니다.
아빠가 자주 안아주긴 하지만, 이렇게 오래 안아보기는 처음이다. 그치?
글은 머리로 쓰는게 아니고 마음이야.

지금 아빠랑 안고 있는 느낌을 잘 생각해 보고 이따가 글로 써 보자.
자.. 지금 느낌이 어떻지?

우선 아빠가 안아주니까 따뜻하지?

그리고 아빠 심장이 두근두근 뛰는게 느껴지니?

또, 아빠가 숨쉴 때마다 배가 들어갔다 나왔다 밀리는 기분도 나지?

아빠 냄새는 어때? 엄마나 누나랑은 다른 냄새가 나지?

아빠 목소리도 느껴봐. 귀로 들리고 배로 들리고 온몸으로 아빠 소리가 나잖아.

목소리가 좋아? 높아? 낮아?

아빠 숨결을 잡아낼 수 있니? 아빠 숨쉴 때마다 가늘게 바람이 일지?

이런.. 거의 1분이 다 되었네.

지금까지 느낌을 종합하면 또 어떤 느낌이야?

아빠가 너를 사랑한다는 걸 알 수 있어?
응!
1분이 생각보다 길더군요.
팔베어서 재울 때 말고, 이렇게 오래 안아본지가 얼마일까요.
아이 숙제 때문에 시작했다가 오히려 제가 더 충만한 기쁨을 느꼈습니다.

아무튼 여러 이야기와 생각할 부분을 이야기해 주었으니 반페이지 채우기야 그리 어렵지 않을겁니다.

한참을 낑낑 거린 후 다썼다고 보여주는데, 처음 반페이지에서 딱 두줄이 추가되었더군요. -_-

(상동)
아빠도 안아보았다.

사랑하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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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 C'mon! I'm your fat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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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ㅎㅎㅎ 아버지는 뜨악하셨겠으나, 읽는이 눈엔 아드님이 너무 귀여워요~.
    • 집에서는 막내에 애기 취급받는 아이인데, 제법 사내티를 내려 노력을 많이 하네요. 글까지 과묵할 줄이야.. -_-
  3. 푸하하하하~
    (이누잇님은 심각하시겠지만, 이 말 외에 무슨 댓글을 달아야 할지 생각이 안납니다. ^^;)
  4. 하하하하 이런이런 ^^; 두 줄이...
    그나저나 '지금까지 느낌을 종합하면 또 어떤 느낌이야?'는 업무의 아로마가 풍겨오는 것 같습니다
    • 너무 예리하십니다. -_-

      당시에 저도 요 녀석이 "종합"이란 말을 알아들을까 걱정을 했는데, 1분이 다 되어가는 시간의 압박이... -_-;;;
  5. 으하하하하하~
    아 오밤중에 한참 웃었네요.
  6. inuit junior 무척 귀여운데요?
    게다가 사랑하는 느낌이었다. 무척 간결하면서도 핵심을 놓치지 않는 기술이 탁월합니다. ^^
    사랑받는 느낌이었다가 아닌 것에도 주목. ^^
    또, 누나랑 안았을 때 엄마만큼 좋지는 않았다라고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는 것 역쉬 칭찬칭찬!
    소개시켜 주세용~ ^^
    • 코미님 예리하게 잘 뜯어 보셨군요. ^^;
      하지만, 아빠가 분노한 포인트는 바로 그 '사랑 받는'이 아니었다는 점.. 그리고 맨 마지막 문장을 단순반복했다는 혐의.. 라지요. (조 아들내미 사진은 띄엄띄엄 블로그에 있습니다.)
  7. 마지막 내용이 나오기 까지 정말 어떤내용이 추가 될까?
    정말 그 느낌지 전달되어 글로 표현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심으로 스크롤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아이의 추가된 두줄을 보고 ㅎㅎㅎ
    하지만, 아버지의 사랑이 아이의 몸과 마음으로 전해졌다니, 좋은 경험을 하신거 같습니다.
    저는 아직 결혼을 하지 않아서 여자친구를 이렇게 꼬옥~ 안아주어야 겠습니다. ㅎㅎㅎ
  8. 정말 멋진 숙제네요....
    • 네, 일기쓰고 독서록 쓰는 피상적인 숙제보다는 알차고 좋더군요. 예전하고는 좀 달라진 점 같습니다.
  9. 우리 준서가 딱 inuit님의 아드님과 같은 스타일일거 같네요.
    직설적...원하는것만 계속 말하고...
    아이들은 어른들이 생각하는것과는 사뭇다르게 생각하고 느끼는거 같습니다.
    아빠되기...부모되기가 쉬운 일이 아닌거 같습니다. 그것도 좋은 아빠 되기는 더더욱 힘든일인거 같구요.
    하여튼 재미있습니다.
    그래도 자상한 아빠 이신거 같습니다.
    저도 노력좀 해야 될거 같네요.^^
    • 꼭 직설적이라기보다는, 글쓰기가 무척 담백하다는 특징을 가진 아이지요. -_-
      글쓰기는 많이 읽고 많이 써보는게 중요한데, 아직까지는 막내라고 좀 방치한 감이 있습니다. 차츰 글쓰기와 책읽기에 대해 가르치는 중입니다.
  10. 저는 아직 애가 없어서 더욱 부럽게 느껴집니다. 애가 생기면 딸을 원하고 있는데 이 글을 보니 아들도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주말에 푹쉬고 아침에 즐거운 글 읽고 한 주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
    • 보통은 딸이 더 좋습니다. 키우는 재미는 딱이지요.

      이 녀석은 막내라 좀 애교가 많은데, 막내가 딸이면 더 할걸요 아마. ^^
  11. 좋으네요.^ - ^
    감성적인 무엇이든 그렇겠지만,
    느낌이란.. 무엇으로 설명해도 100%에는 못미치지 않을까 싶어요.
    오히려 좋다, 나쁘다 의 전체적인 기분을 설명할수 있는 아드님에게 칭찬을 해드려야 하지 않을까요..?ㅎ
    1분 안아보기라.. 요즘 참 그리운 단어군요. 사심없이 안아줄수 있는 사람이 주변에 있을까 싶기도 하고..
    • 맞는 말씀입니다만, 좋다-나쁘다라는 총평에 머물면 표현과 사고에 있어 발전이 없을듯해서 좀 개선되었으면 하는 바램이 있지요. 애비 마음이 다 그렇지만. ^^
  12. 재밌게 읽었습니다ㅋㅋ
    아버지 입장에선 약간 서운하다고 느껴질 수 있지만, 한편으론 너무 많은 것을 바라시는 것은 아닌가하는 느낌이^^(아드님 나이가 그렇게 많아보이지는 않던데요;;)

    이렇게 생각해보시는건 어떨까요? 느껴지지 않는 감정을 그저 분량을 채우기 위해 이것저것 만들어서 적어넣는 것보다는 나름의 진솔한 표현을 적은 것이라고. 그리고 아드님께서 자신이 쓴 글을 다른 누군가(부모님 혹은 선생님 내지는 친구들)에게 보여주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적지 못한 표현도 많을 것이란 느낌도 듭니다. 부끄러울테니까요ㅋ 아마.. 제가 그 나이 때라면 그랬을 거란 생각이^^
    • 이거이거 점점.. 아들내미 편이 많아지네요. ^^;;
      보여주는 글도 잘 적어야 할 때는 제대로 적으라고 가르치는 편이긴 합니다. ^^
      아이편이 많아 말하기 어려운 감이 있습니다만 ^^;; 부끄러움도 없애려 여러 훈련을 하고 있지요. 흐흐흐
  13. 몸사랑을 실천하고 계시네요.
  14. 푸하하. inuit님 아드님 귀엽고 재치만점이네요.
    한참 끙끙댔다는 것을 보면 생각이 많았던 모양인데, 생각하는 것을 글로 다 써보라고 하면 어떨까요. 그리고 다듬는 것이 문제..ㄱ-
  15. 저의 어릴적에 저의 느낀 점을 쓴다라고 하면 딱 저러했습니다.
    저의 아버지 탓을 하는 건 아니지만, 누구도 저한테 저러한 느낌을 표출되도록 가르쳐준 사람도 없었고요.
    시를 읽어도 저게 왜 감동적인지 잘 몰랐습니다. 심지어 대중가요를 들어도...
    딱 전통적 가부장적 가치.
    감정을 표현한다라는 행위 자체가 금기시 되어왔고, 저에게 갑자기 저런 숙제- 예를 들어, 일기 쓰기 - 나오면 저또한 함축적 문장을 쓸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치열한 사회를 살면서 나오는 생존적(?) 문화의 산물이기 때문에 아들에게도 느낌을 표현하면 안되라고 알게 모르게 강요하게 될지 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저런 기회가 온다면 저도 일부러 적극적으로 저와 같은 대답을 하게 노력하고 싶습니다.
    그냥 그때의 상황을 써도 그것이 느낌이 된다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습니다. :)
    • 소중한 이야기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느낌은 표현해봐야 더 풍부해지는 부분이 있는 듯해요.
      그냥 마음속에 있는 감정이지만, 더 풍성해지면 스스로나 함께 있는 사람에게 다 전해지고 더해지고 늘어나는.. ^^
  16. 사무실에서 완전 큰 목소리로 우하하하하 라고 웃어버리고 말았습니다.
    (꽤 관리한 이미지였는데.. ㅎㅎㅎ)
    • 이런.. 죄송하군요.
      사무실에서 이미지를 실추시킨 원인이 되었으니..
      이참에 계속 편하게 가시지요 뭐. ^^;
  17. 아드님이 제대로 요약하는 재능이 있네요 ^^ 충분히 표현력 있는 것 같아요.
  18. 짧고 굵습니다. ^^
    오밀조밀하지 않지만 아이의 순전함이 너무 묻어나는 간단한 표현인걸요.
    저렇게 말할 수 있는 아드님이 부러워요~ >ㅇ<
    • 애비로서 아니꼽지만, 아빠엄마의 사랑에 대한 근거없는 확신을 갖고 사는 아이닙니다. 컹~ -_-
  19. 아, 이런 글 너무 좋습니다. 역시 개인적인 얘기가 눈에 들어오는 군요. 그리고 훨씬 촉감이 부드럽게 느껴집니다.
    • 블로그의 정체성 때문에 가급적 가정이야기는 안합니다만, 재미있는 스토리가 많습니다. ^^;;;
  20. 으아... 저도 이제 세살이 된 아들이 있는데... 어떤 이야기를 할까 궁금한걸요 ^
  21. 와, 정말 따뜻한 아빠의 모습이네요. 이상적인 모습 감동입니다 ^^
    • 감사합니다.

      그런데 혹시.. clare님 전에 zog 때 뵙던 분이신가요? (블로그 주소가 없어서 다시 오실지도 모르겠지만 이름이 무척 낯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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