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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처럼 이해하기 어려운 존재가 있을까?
그런데, 왜 어려울까?
가장 큰 이유는 본성과 자유의지의 임의적 조합 때문일 것이다.

Mark Buchanan

(Title) Social atom


종교, 철학 그리고 사회과학의 역사는, 어찌보면 인간을 이해하기 위한 무수한 시도의 기록이다.
20세기까지는 경제학에서 정의하는 합리적 존재(rational being)이 인간상을 규정해 왔다.
모든 사람은 개인의 이기심을 충족하기 위해 움직인다는 가정이다.
예컨대, 합리적 인간상에서는 자선 역시 자기충족적 보상이 전제된 이기적 행동으로 본다.
또한, 범주를 확대하면 공동체를 위한 이타적 자기희생 역시, 종의 보존을 위한 유전자의 이기심으로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근년 들어 그 가정은 폐기 또는 전폭적 수정을 거치게 된다.
이미 1970년대에 사이먼이 주창한 제한적 합리성(bounded rationality)에서 온전한 틀은 제시하지 못할지라도, 최소한 합리적 인간상이 맞지 않음을 고백한 분기점이다.

그리고 요즘 주류화된 구뇌 이론.
내가 쓴 책도 그렇지만, 비합리적이며 감정적 의사결정을 하는 즉자적 인간상이 더해져야 보다 포괄적 이해가 가능하다는 점이 현재 합의를 이루는 인간 인식의 틀이다.

아직도 인간 자체조차 이해의 폭을 넓고 깊게하려 노력하는데, 인간의 집합인 사회를 어찌 예측할까. 바로 이 점에서 이 책은 매우 명확하고 간결한 프레임웍을 제시한다.

바로 사회물리학이다.

즉 원자 자체의 특성을 엄밀하고 완전하게 기술할 필요 없이, 간단한 자체 특성과 상호작용의 규칙만 규정하면 집합적 특성을 나타낼 수 있듯, 사회 동역학 역시 그런 접근법으로 해석하능 하다는 가설이다. 물리학에서 아직도 약력, 강력에 K입자니 현재도 많은 연구가 진행중임에도 이미 20세기 초반에 원자폭탄이니 초전도체에 그래핀이니 수많은 물리적 업적을 낼 수 있었던 바탕은 원자 자체를 규명하지 않아도 체계의 특징을 예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인간 자체에 대해서 궁극의 이해를 하지 않더라도 간단한 메커니즘만 알면 사회적 거동을 해석할 수 있다.

책에서 들고 있는 몇가지 사례는 매우 적절하며 의미있다.
인종차별이 인종간 분리 거주를 만드는가? 컴퓨터로 시뮬레이션 하면 몇가지 합리적 규칙으로만도 인종간 거주분리가 이뤄진다. 내 주위에 어떤 사람들이 많은 것을 선호하는지에 대한 정책 또는 선호도만 있다면 인종차별적 규칙은 필요 없다.
뿐만 아니라, 평범한 시위가 왜 폭동으로 번지는지, 시장은 왜 블랙스완에 가까운 요동을 치는지도 시뮬레이션이 가능하다.
즉 심리학이 현미경을 들여다보며 고민할 때, 물리학은 입자의 집합적 거동을 망원경으로 관찰가능한 것이다.

그런면에서 이 책은 요즘 유행하는 키워드를 모두 잘 담았다. 사회학과 과학의 통섭, 경제와 인문의 컨버전스, 빅데이터의 통계적 처리를 통한 컴퓨터 시뮬레이션 실험. 

하지만 책의 한계는 아직 이 부분에 머문다. 즉 규칙에 대한 체계적 방법론이 없기에 사후적 설명에 머문다. 즉, 모델의 작동을 증명하는데 치중할 뿐 의미를 미리 뽑아내긴 힘든 상태다. 많이 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모델이 완성된 후 파라미터 조절로 사후적 설명은 어떻게든 하지만, 앞으로 나올 부분에는 허당일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결론이다.
이 책은 매우 중요한 함의를 지닌다. 
하지만 아쉽게도 한마디로 요약가능한 통찰이다.
"인간 사회는 물리학적 프레임으로 해석가능하다."

반면 책의 수준은 두가지 점에서 매우 떨어진다.
첫째, 책의 논의가 2007년 수준에 머문다. 그 이후로도 구뇌에 대한 심층적 연구결과가 많은데 지금 시점에서는, 이미 잘 알려진 이야기에 혼자 경탄하는 뒷북 모양새다.

이거야 시차라 치더라도 둘째 혐의는 가볍지 않다. 번역이 엉망이다. 저자는 경제학이나 시장경제에 대한 정확한 이해 하에 글을 쓴게 확실하다. 하지만, 번역자는 공학이나 과학 이외에는 문외한으로 여겨진다. 일반적인 번역 술어조차 나름대로 번역했음은 물론이고, 단어만 뒤틀린게 아니라 뜻마저 뒤틀어 번역을 하고 있다. 즉 번역자 스스로도 이해를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공학적 설명이 정확하냐면 그도 글쎄다. feedback을 되먹임으로 쓰더라도 자연스럽고 멋진 우리 말로 쓰는 사람이 있고 직역느낌이 나는 사람이 있는데 이 책이 그렇다. 결과적으로 읽는 내내 매우 피곤하다. 누더기 번역을 기워내어 원문을 상상하며 읽어야 하니까.

결론적으로 나는 이 책에 별점을 세개 주었다. 
책 자체가 별 넷, 번역이 마이너스 한개.
이 주제에 심대한 관심이 있지 않는한, 추천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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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통계역학 자체가 물리학 분야 중 가장 정형화된(?) 방법론이 없다는 평가를 받는지라-한 교수님께선 가장 인문학에 가깝다고 표현하셨죠- 기계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체계가 없는지도 모르겠네요. 좋은 글 잘 보고 있습니다. :)
    • 재미나군요.
      가장 인문학에 가깝다..
      결국 인문학과 물리학이 서로 힌트를 얻어 더 진전하면 제일 좋겠지요. ^^
secret
진화론을 믿으시나요? 아니면 종교를 믿으시나요. 둘 다 믿으시나요.

재미나게도, 우리나라 천주교 신자의 83%는 진화론을 믿습니다. 불교신자는 68%가 믿습니다. 그러나, 개신교는 40%만이 진화론을 믿습니다. 진화론이 과학이라면, 학력에 따른 편차는 있을지언정, 종교에 따라 수용하는 비율이 달라진다는건 어불성설입니다. 그러면, 왜 이런 일이 있을까요?

EBS 다큐프라임 제작팀

사실, 어렵고 복잡하고 믿기 힘들기로 따지면, 20세기 과학의 최대 성과이자 난해한 수식인 상대성 이론을 못 믿는 사람이 많아야 옳을 것입니다. 하지만 훨씬 직관적이고 이해도 쉬운 진화론은 못 믿는 사람이 많습니다. 오히려 그 탄생 직후부터 거센 논란에 휩싸이며 찬반양론이 격돌해 왔습니다.

모든 증거를 완벽하게 모으지는 못했지만, 상당히 신빙성 있는 증거과 검증가능한 가설을 통해 입지를 굳혀온 진화론입니다. 하지만, 미국의 강한 보수적 개신교측에서는 진화론 말살에 집요하고 조직적인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진화론의 생각이 과학이 아니라 신을 믿고 싶지 않아하는 무신론자 과학교도의 신앙이라는 관점마저 견지합니다. 심지어, 진화론이라는 이론의 자격을 부여하기도 싫어, 추종자가 많은 다윈의 개인적 견해라는 뉘앙스가 강한 다윈주의(Darwinism)이란 말을 쓰지요. 상대성이론을 아인슈타인주의라(Einsteinism)고는 하지 않으면서 말입니다.

이유는 단순하지만, 태도는 필사적입니다. 진화론을 거슬러가면 생명의 탄생에 대한 신학적 설명과 정면으로 배치되기 때문이지요. 신이 인간을, 동물을, 사물을 각자 쓰임새대로 생김새대로 지어 만들었다는 설명이 무력화되면, 종교 비즈니스에 큰 위험을 느끼는 사람도 있게 마련이니 그렇습니다. 

재미나게도, 이슬람교도는 진화론에 더욱 거부감을 느낍니다. 터키의 진화론 수용률은 40% 수준입니다. 반면, 천주교는 교황이 진화론의 과학적 의미를 인정하는 등, 유신적 진화론을 수용합니다. 즉 진화는 인정하되, 천주의 큰 뜻 하에 이뤄졌다는 이중구조로 조화를 이룹니다. 불교는 워낙에 윤회와 순환론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진화에 대한 거부감이 가장 작습니다.

결국, 진화론과 창조론은 과학과 종교가 벌이는 대결입니다. 그 뒤에는 거대한 권력구조의 헤게모니 싸움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책의 비유처럼 상어와 코끼리의 싸움처럼 애당초 교집합이 없는 전투입니다. 물에서 싸우면 상어가 이기고, 뭍에서 싸우면 코끼리가 이기는거지요. 하지만, 굳이 신의 섭리를 따지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이렇게 보이지도 않는 종의 기원과 인류의 발달과정을 집요하게 파헤쳐 종족의 비밀을 찾아낸 인류의 이 모습 자체에서 아름다움을 찾는게 낫지 않을까요. 정말 종교를 과학의 잣대로 제대로 파고들면, 입지를 옹색하게 만드는게 진화론만이 아니란 점을 염두에 두어야겠지요.

전 종교에 있어 개방적입니다. 그 용도가 있음을 믿기에, 신앙과 종교의 존재를 긍정합니다. 하지만, 자신의 독존을 위해 과학을 말살하는 행위는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진화론은 종교의 부정도 아니고, 종교에 대한 공격도 아닙니다. 종교는 종교대로 설명하는 세상이 있고, 과학은 과학대로 설명하는 세상이 있으며 그 둘은 결코 공존 불가능하지도 않습니다. 설명하는 세계의 범위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정 두 세계 간의 화해와 정합이 필요하면 반복가능하고 검증가능한 과학을 믿으면 될 터이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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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전 둘 다 믿어요~ 종교도 있고 진화론도 있을테구요. 자연현상이나 문명은 인간이 어떻게 정의내릴 수 없는거니까 이런 생각 저런 생각 다 수긍하고 보는거죠 뭐^^
  2. '종교 비즈니스' 라는 단어가 와닿습니다.

    그 자체의 종교가 아니라 종교 비즈니스라면 자신의 비즈니스활동에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무엇이든 당연히 반대하고 부정하고 자신의 고객이 물들지 않게 노력하는게 맞겠지요.
    • 네. 그래서 천주교는 좀 더 너그러운게 아닌가 싶습니다. 교리 자체도 그렇지만, 소매영업 위주에 market share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어서, 전투적인 성향이 증폭되는게 아닐까 생각해본 적도 있습니다.
  3. 종교와 과학이 왜 양립할 수 없는 개념이라고 생각하는지부터가 의문입니다.
    과학은 우리 주위에 있는 것이 어떻게 발생하였나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종교는 그것들이 왜 발생하였나에 초점을 맞추지요.

    인간이 멀리 있는 달에 갈 수 있게끔 해준것이 과학이라면, 인간이 가까이 있는 동료에게 가까이 갈 수 있게하는 것은 종교입니다.

    과학은 일종의 수단일뿐입니다. 과학이 종교를 대체할 수 있을까요? 절대 그럴 수 없을 것입니다.
    • 종교도 인간이 만들어낸 이상, 과학이 종교를 대체하지 못한다는 단정은 무모한 확신이죠. 사실과 인과관계에 근간을 두고 그걸 증명하려는 과학과 실체조차 불확실한 "대상"을 믿고 따르게 만들어낸 종교가 비교대상이 될 수 있을까요?

      차라리, 마음의 평온을 얻고 사람들과의 교류를 위해 교회/성당/절에 다닌다고 말하는 사람이 솔직하고 더 믿음이 갑니다.
    • 저도 third stage님과 의견이 비슷합니다.
      종교와 과학이 양립하지 못한다고 이야기하는게 아닙니다.
      다만, 반대로 과학이 종교와 배타적인 개념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4. 물론 제가 말하는 종교는 비지니스식 종교를 지칭하는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슬프게도 세계적으로 거의 대부분의 종교는 비지니스식 종교로 바뀌었습니다. 종교인이라도 인정할 건 해야지요.
  5. 과학이 종교를 대치할 수 없다고 말한것은... 그 용도가 틀리기 때문입니다.
    과학이 발견해온 것은 제한적인 것이지요.
    그 제한적인 것을 전체에 대한 잣대로 들이댄다면 곤란합니다.
    • 과학의 제한은 시간이 지나면서 더 풀려가는건 잘 아실겁니다. 이 점은 논의에 핵심적 내용은 아니구요.
      앞에서도 밝혔듯, 과학과 종교의 용도가 다른점은 제 주장의 핵심이기도 합니다. ^^
  6. 요즘 눈먼 시계공을 읽고 있는데요.(한 3주째..-_-) 자연선택설에 대해 썰을 푸는데 아주 솔깃합니다. 그전부터 진화설을 믿었는데 확률이 너무 낮긴해요. 그렇지만 우주는 엄청나게 넓고 행성도 무수히 많으니..그중에 지구같은 환경을 가진 별도 많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중에 운좋은 행성이 지구라고 생각해요. 그렇지만 신이 있다고 믿습니다. 젭알..-_ㅜ
    • 확률은 매우 낮은게 맞습니다만, 무한시행이라는 모수가 곱해지는 점이 중요합니다. ^^
  7. 토니가 흥미있는 테마를 올려 놓았네요.
    책 하나 소개합니다. 프랜시스 S. 콜린스의 "신의 언어"......
    의학유전학자가 인간 DNA 설계도를 작성하는 중에 발견한 "신의 존재"를 흥미있게 기술하였습니다. 리처드 도킨스와 같은 도발적인 진화생물학자나
    신정국가를 표방하는 미국의 골수 개신교도들과는 달리, 토니가 얘기한대로,
    교황과 같은 "유신론적 진화론자(자신의 표현대로는 BioLogos)"의 기가막힌 논리가 전편에 흐르네요..참고로, 소생은 아시는 분은 아시는바와 같이, 신의 존재를 믿을 수 밖에 없는 천주쟁이올시다. super choi
    ps: 사실상 오늘 facebook 처음 들어왔습니다. 본사에서 선물로 얻은 갤럭시 탭을 새벽녘 마누라 핀잔을 들어가며 만지작 거리다가 우연히 토니의 블로그에 들어왔네요..그런데 분명히 갤럭시로 먼저 올렸는데 다시 와 보니 자취가 없네요? 갤럭시 문제인가요, 아님 소생의 무지인가요? super choi again.
    • 아.. 형님.. 닉이 길어졌네요, 봄롬에서.. ^^

      책 소개 고맙습니다 형님. 전 자신의 믿음을 유지하면서도 사실을 받아들이고, 또 자기 세계관에 맞게 포용하는 사람들이 좋습니다. 불교나 천주교는 그런 넉넉함은 있는듯 합니다. 개신교도 일부 influential한 몇명이 고립주의를 표방하는데 많은 신자가 양떼처럼 좇아가는 경향이 좀 아쉽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

      갤럭시 문제는 아닌듯하고, 저도 아이폰에서 모바일 페이스북이 종종 글 날려먹는걸 경험한적 있습니다. 갤럭시로 페북에 글 쓸 때는 조심하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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