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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나는 꼼수다'가 화제지요. 나꼼수의 정치적, 사회담론적 의미에 대해서는, 요즘 인터넷 세상에서 무수한 논의가 있으니 저는 더 말을 보태지 않겠습니다. 다만, 제게 일어난 변화를 이야기 해 봅니다.

Once upon a time
제가 팟캐스팅을 즐겨 사용한 것은 꽤 오래전 일입니다. 그 시작이 PDA 시절이니 6년도 더 된 이야기지요. PDA 이후인 윈도우 모바일 계열의 스마트폰에서도 팟캐스팅은 꽤나 유용했습니다. MP3P에 비해 음악을 듣기엔 불편하고, 인터넷이 원활히 지원되지 않았던 예전 스마트폰 시절, take out media로서 팟캐스팅은 강력한 매력이 있었습니다. 

iPhone erased podcast
그러다가 데이터를 마음껏 사용 가능하며 음악을 듣기에 최적화된 아이폰을 사용하면서부터 팟캐스팅은 먼나라 기술이 되어 버렸습니다. 굳이 인터넷에서 미리 다운받아 들고 다닐 필요 없이 음악이면 음악, 비디오면 비디오, 정보까지 실시간으로 즐길 수 있었으니 말입니다. 마침 아이튠즈의 팟캐스팅에 킬러 컨텐츠라고 할만한 팟캐스트가 없던 탓도 한 몫 합니다.

Return of podcasting
그러던 와중 '나꼼수'가 팟캐스팅으로 배포되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나꼼수의 한회분이 두시간에 육박하는지라 나꼼수를 챙겨 듣기란 제 생활 패턴에 비춰 볼 때 조화롭지 못했습니다. 가끔 주말, 학원 가는 버스에서 틈틈이 듣던 정도였지요.

Fun chat
그러다 이번 입원 때 팟캐스팅 덕을 제대로 봤습니다. 
하반신 마취 상태로 수술을 끝낸 후, 6시간 이상을 꼼짝말고 누워 있어야 합니다. 그 전에 움직였다가 척수에 주사한 마취액이 머리로 가면, 심각한 두통과 구토가 유발된다고 합니다. 아무리 수술 후 탈진한 상태에 마취가 풀리는 와중이라고 해도, 말이 6시간이지 팔팔하던 사람이 6시간을 꼼짝않고 누워있기란 매우 갑갑한 노릇입니다.

처음엔 6시간 거상 금지 시간동안 책을 볼까 했는데, 그 상태에서 독서란 말도 안되는 계획이었고, plan B인 팟캐스팅을 들었습니다. 나꼼수 2회분을 쉬엄쉬엄 들으니 6시간이 금방 가더군요. 더더욱 고마운 것은, 중간에 마취가 풀리면서 매우 고통스러운 상태가 지속되었는데 나꼼수의 유쾌한 수다로 아픔도 잊고 오랜시간 지루한줄도 모른채 얌전히 누워 있을 수 있었지요. 

Eye-closed relax
그 후로도 입원중 밤에 잠이 안올 때 다른 팟캐스팅을 찾아 들으며 지루함도 잊고 쉽게쉽게 고통도 넘겼습니다. 무릎 수술 환자에게 TV는 꽤 불편한 자세와 노력이 들어가는데, 누워서 이어폰으로 듣는 팟캐스팅은 매우 편합니다. 그래서, 허리 좀 세울 때는 독서를 하고, 누워 쉴 때는 팟캐스팅을 듣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심지어 퇴원 후에도, 발이 불편하니 회사에 다녀오면 매우 탈진합니다. 누워서 운동도 해야 하고 쉬기도 해야하는데, 요즘 팟캐스팅이 좋은 친구가 되고 있지요. 요즘에는 스페인어 팟캐스팅에 맛을 들이고 있는 중입니다. 

비디오나 텍스트는 시각(vision)이라는 많은 자원을 소모합니다. 하지만, 오디오는 다른 일을 하면서도 가능한 부분이 있으니 저관여 미디어로서 장점이 확실히 있지요.

찾아보니 다양한 팟캐스팅이 많습니다. 꼭 아이폰에서만 지원되는 것도 아니고 스마트폰은 다 가능하니, 시각적 방해없이 생활 속에 덧입히는 새로운 즐거움을 찾아보는 것도 좋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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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u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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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저는 팟캐스트를 운전할 때와 버스탈 때 등 교통편을 이용할 때 즐겨 듣게 되는데 정말 최고인 것 같아요. 그나저나 인사가 늦었는데 어여 쾌차하시길.
  2. 아이폰을 사놓고 나서 팟캐스트엔 들을것이 없어 팟캐스트에 신경을 끄고 살았었는데요, 요즘은 나꼼수 덕분에 팟캐스트의 편리함을 다시금 생각하고 있답니다.

    그리고 얼른 나으세요^^
  3. 저런... 무릎수술 받으셨군요. 많이 불편하시겠어요. 빨리 쾌차하시기 바랍니다.
  4. 아이폰 사고도 Podcast엔 관심도 없다가 나꼼수 덕에 팟캐스트가 있는 줄알았습니다. ㅋㅋ 나꼼수!! 정치에 관심없다가 우연히 알게 되서 들었는데 최곱니다. 따분하고 어렵다 생각했던 정치를 이렇게 가볍고 재미있게 접할 수 있다니 말이에요!
    제 옆자리 친구는 김어준 총수의 닥치고 정치도 구매했더군요. 아이폰 앱으로 쿠쿠. 덕분에 저도 공짜로 보고 있습니다. (앞부분만 읽었는데 책은 그닥..-_-)
    podcast에 굿모닝 팝스도 좋더라구요. 물론 inuit님과 같은 영어 고수님께는 무용지물이겠지만 후후후. 스페인어를 배우시는군요. 와우 ㅇㅅㅇb!!
  5. 센스가 넘치는 제목이네요. 잘 읽었습니다
  6. 팟캐스트의 반대편에는 본방사수가 있는 듯 합니다.
    이러한 async한 점이, 컨텐츠의 생성과 소비가 비동기화 되어 언제든 들을 수 있다는 점이 팟캐스트가 기존의 매체들과 다른 매력이라고 봅니다. :)
    • 맞습니다.
      팟캐스트의 비동기성은 크나큰 장점이지요.
      특히 오프라인에도 친화적이라 유용한 디지털 도구인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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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포지효

日常 2011.10.22 19:46

*
수술 잘 마치고 어제 퇴원했습니다.

**
생살 찢고 뼈를 깎고 무른 뼈를 다듬는 수술이 어찌 가볍겠습니까만, 그래도 의사선생님의 '가벼운 수술'이란 말에 과대한 희망을 걸었던 제가 어리석었습니다.

수술 후 마취에서 깬 후, 좀 괜찮겠다 싶어 화장실 가려 다리에 힘을 준 순간, 순수한 고통의 세계를 맛 봤습니다.

인어공주가 처음 다리 생기고 걸을 때 유리 위를 맨발로 걷는 고통에 비했던 동화가 순식간에 떠오르기도 합니다. 그게 제법 현실성 있는 마법이구나..

그리고 한 다리에 힘을 줘 딛지 못하는 한, 단 한 발짝도 움직일 수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새삼 몸으로 배웠습니다.

***
원래 예정했던 연골성형술은 작게 살을 찢어 내시경을 넣어 시술할 예정이었습니다.

열고 보니 상태가 더 나빠 연골에 구멍을 뚫어 재생을 돕는 미세천공술을 추가로 시전했다고 의사는 말합니다. 그래서 아프기도 꽤 아프지만, 수술 후 발에 힘주어 걸으면 안 된다고 합니다. 

****
지척에 있음에도, 유럽의 도시보다 먼 어디 쯤 있는 것처럼 여겨지던 내 연골은 그간의 경시와 설움을 한번에 복구하려는듯 보입니다. 하루 24시간 쉴새 없이 '나 여기 있었어요'를 각인 시켜줍니다. 심지어 잘 때도 잊기를 한시간 이상 허락하지 않습니다.

연골의 작은 부분이 시원치 않으니 한 다리가 성치 못하고, 서고 걷지 못하니 온 몸의 기능이 원초적으로 변합니다. 

하루에 제법 여러가지 일을 하던 저는, 이제 하루의 목표가 단순해 집니다.
일어나 앉기,
(금식 풀려) 물 마실 수 있기,
(죽 떼고) 밥 먹을 수 있기,
소변 볼 수 있기,
배변하기...

걷기의 위대함과 연골의 가까운 위치를 망각한 죄값으로, 다시 한살 시절의 진리와 법칙을 처음부터 다시 배워 나갑니다.

*****

가장 기뻤던 순간은, 목발이 지급된 날입니다.

목발 덕에 설 수 있게 되고, 풀척풀척 움직일 수 있게 되니 어찌나 기쁘던지.
생활 반경이 침대위에서 화장실로, 복도로 급격히 늘어난 순간이기도 합니다.

******

아프면 환자만 아픈게 아니라, 온 식구가 고생입니다.

아내는 하루종일 붙어서 온갖 수발 들어주고, 간간히 짜증까지 받아 줍니다.
딸은, 학원 가기전에, 학원 다녀와서, 정해진 일상처럼 아빠 상태를 살피고 갑니다.
아무리 안 와도 된다 말려도, 누구 닮았는지 고집이 셉니다.

*******
가장 느꺼운 순간은 아들이 이틀 밤을 간병해준 것.

밤에 물도 소변도 혼자 힘으로 볼 수 없던 시기, 낮에 하루종일 와 있던 엄마와 교대하여 밤새 아빠 곁에서 잔 시중을 들어 주었습니다. 

작년 맹장 터졌을 때 아빠가 이틀을 꼬박 지켜준 적 있는데, 그새 컸다고 아빠 시중을 듭니다. 그 마음이 갸륵하고 그 성장이 대견합니다. 반포(反哺)로 효를 행한 까마귀가 자꾸 생각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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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uit
@inuit_k / CxO / Author ("가장 듣고 싶은 한마디 YES!") / Making better world, every minu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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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앗 퇴원 축하합니다~~
    얼른 나으세요^^
    • 고맙습니다, 띠용님.
      오늘 기사 보다 보니 혼다 선수가 저랑 같은 부위의 상처로 시즌 아웃 되었더군요. 반월상 연골판... -_-
  2. 저도 가족들 병수발 들면서 짜증 내는 걸 다 받아주지 않은 걸 반성해봅니다... 환자 본인은 정작 얼마나 아프고 만사가 짜증스러웠을지 생각하지 못했네요.
    • 그게 지나고나면 딱 쉬운 일인데, 당시에는 서로 예민하기 십상인 일이지요.
      그래도 혼자였다면 얼마나 힘들었을지 생각해보면 가족이 힘들때 얼마나 소중한지 더욱 잘 알게 됩니다.
  3. 큰 일이 있으셨네요. 수술이 잘되었다니 기쁜 소식이네요.
  4. 경과가 어떠신지요? 다른것보다 정상생활 + 라이딩생활이 가능하도록
    회복이 되어야 할텐데요 ^__^;;; 올 겨울은 자전거 잠깐 멀리 하시고 재활에
    힘쓰셔야 할듯 합니다 완쾌를 기원합니다 ^^;;

    (겨울에 쉬시면 포스팅이 늘어나려나요 ( --) ;;; )
  5. 저도 엊그제 오른쪽 새끼발가락이 부러져, 반깁스를 하고 집안에서도 목발을 집고 다니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이 글을 보니, 그저 동변상련. 전 수술은 하지 않았지만, 얼른 두발로 걷고 싶네요. 쾌차하시길.
    • 아.. 많이 불편하시겠네요.
      특히 반깁스가 보기보다 매우 제약이 많지요..
      저도 집안에서 목발 없이 화장실도 못 갑니다. -_-
  6. 얼른 쾌차하세요. ㅜ.ㅜ
  7. 불편이 크시겠네요. 쾌차하시길 바랍니다.
  8. 얼른 쾌차하시길 바랄께요.
    많이 힘드시겠네요. (댓글을 보니 이제는 그나마 좀 나아지신 듯 하지만...)
  9. 빠른 쾌유를 빌게요.
    " 다리에 힘을 줘 딛지 못하는 한, 단 한 발짝도 움직일 수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새삼 몸으로 배웠습니다."
    그리고 이부분이 크게 맘에 와닿네요.
  10. 으 이럴수가..회사분과 얘기를 나누다 inuit님이 문득 생각나서 와봤는데 이렇게 수술을 하셨군요. 대수술이었나봅니다. 얼른 나으시길 바랍니다. 화이팅!
  11. 허걱!!!
    이 무슨~~~@.@
    얼른 나으셔서 막 뛰어다니세요~~^^
    따님도 아드님도 참 이뻐요!!^^
  12. 저런, 안와본 사이에 큰 일을 치루셨네요. 아직 쾌차하지 않으신 것 같은데 얼른 회복하시길 빕니다. 전 이누잇님만큼은 아니지만 어제 집밖을 나서다 발목을 접지르는 바람에 반깁스 상태로 절룩거리고 다니고 있습니다. ㅜㅜ
    • 아.. 반깁스면 꽤 다치셨네요.
      안정을 취하고 무리하지 마세요.
      발목이 잘 안 낫습니다..
  13. 뒤늦게 알게 되었네요. 빛의 속도로 빠른 회복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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