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조절능력'에 해당하는 글 2건

김주환

(부제) 시련을 행운으로 바꾸는 유쾌한 비밀

전에 소개해서 아이가진 블로거분들에게 열띤 반응을 얻었던 '아이의 자존감'의 원전에 해당하는 책입니다. 즉, '아이의 자존감'이 아이교육을 목표로 정리했다면 이 책은 보다 일반적입니다.

책의 내용을 한 단어로 관통하는 키워드는 제목 그대로 회복탄력성(resilience)입니다. 마음이 다쳤을 때 시련에서 회복하는 능력이지요. 잘 보면, 어떤 이는 떨어져도 고무공처럼 되튀어 오르고, 어떤이는 유리공처럼 부숴져 버리는 그 차이에 대해 탐구합니다.

이 주제는 Kauai 실험에서 발견된 현상입니다. 하와이의 고립된 섬에서 태어난 모든 아기의 성장과정에 대한 데이터를 모았는데, 인류역사상 전무후무한 시계열 전수 조사인 셈이지요. 흥미로운 사실은 누가봐도 잘못될 가능성이 높은 고위험군 아기중 상당 수는 환경과 무관하게 밝게 자랐다는 관찰에서 회복탄력성이란 개념을 발견합니다. 주위에도 그런 사람 있지요?

의미있는 숫자의 샘플로 봤을 때, 인구의 1/3은 회복탄력성을 갖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유리공의 마음으로 태어난 사람은 신의 은총을 받지 못한 것일까요. 고맙게도 회복탄력성은 선천적인 부분도 있지만 후천적인 점이 큽니다.

생래적이 아니라 노력에 의해 회복탄력성을 키울 수 있다는 사실은 아이가진 부모는 물론이고, 내 삶이 왜 이리 구깃구깃해라며 좌절모드에 빠져있는 성인에게도 상당한 도움이 되는 메시지입니다.

회복탄력성의 요소는 세가지입니다.

1. 자기조절능력
감정조절력: 자기이해 지능을 바탕으로 압박과 스트레스 하에서 평온함을 유지하는 능력
충동통제력: 자율성을 바탕으로 스스로 동기를 부여하고 조절하는 능력
원인분석력: 자기에게 닥친 사건에 대해 정확히 스토리텔링할 수 있는 능력

2. 대인관계
소통능력: 사실뿐 아니라 감정을 전달하는 능력
공감능력: 경청하며 말 이외의 표정까지 살펴 교감하는 능력
자아확장력: 남을 배려하며 자신이 남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느끼는 능력

3. 긍정성
위 두가지 능력의 기반이 되는 삶의 태도로, 호기심과 적극성을 가지고 정확한 낙관을 하는 마음가짐

 
이 책의 핵심 주제는 행복도 능력이라는 점입니다. 행복은 주어진 환경이 아니라 내가 개척가능한 능력입니다. 회복탄력성의 요소를 찬찬히 들여다보면, 옛 어르신 말씀, 동서고금의 도덕률이 상당히 맞닿아 있다는 점을 발견합니다. 남 탓하지 말고 내 행동 먼저 똑바로하고, 남과 자연은 다 나와 하나의 세계를 이룬다는 점 등 수두룩 하지요.

결국, 역경과 고난을 기회로 삼아 도약의 발판으로 삼을 수 있다면 회복탄력성이 좋은 사람입니다. 그리고 그 회복탄력성은 마음의 근육처럼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은 참 희망적입니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Sci_Tech > Review'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배드 사이언스  (4) 2012.05.10
오늘의 과학  (0) 2012.02.18
회복 탄력성  (4) 2011.07.12
통섭  (4) 2011.07.03
앱 하나 깔았을 뿐인데  (8) 2011.02.13
마음을 쉬게 해주는 SNS, Instagram  (12) 2011.02.03

WRITTEN BY
Inuit
@inuit_k / CxO / Author ("가장 듣고 싶은 한마디 YES!") / Making better world, every minute.

받은 트랙백이 없고 , 댓글  4개가 달렸습니다.
  1. 행복도 공감이라는 표현에 절절히 반성하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2. 생애 첫 사업이 망하고 망연자실하고 있을 때 뭔지 모르는 힘에 이끌려 서점에 가서 구입한 책이 '보이지 않는 차이'와 '회복탄력성'이었습니다.
    다행히도 전 회복탄력성에 대한 능력이 높은 편에 속했습니다. 그래서 쓰러져 있지 않고 곧 일을 하러 돌아다녔습니다. 생각보다 제 모습이 뻔뻔해 보였는지 누군가 잔소리를 늘어 놓았지만, '그럼 끙끙대고 누워 있으면 좋겠냐'고 응수했죠. 이상묵 교수와는 비교도 안되는 시련이지만, 제게는 큰 힘이 되어준 책 중 하나입니다. '장애를 얻고 나서 더 편해졌다는' 는 말씀처럼 저도 인생을 대하는 그릇이 한 둘레 더 커졌다는 뿌듯함과 설렘이 남은 경험이었습니다.
    • 자아를 긍정하는 힘, 회복탄력성이 좋으시다니 그것처럼 복이 있을까요. 잃은것보다 더 큰 것을 배우신듯 합니다. ^^
secret
제가 존경하는 석학 러셀입니다. 전에 행복의 정복 읽고, 스스로 그의 정신적 제자된 마음이지요. 이 책도, 제목만 보면 3류 수필집 같지만 믿음과 기대를 갖고 읽었습니다.

Bertrand Russell

(Title) In praise of idleness

일단 도발적인 제목의 내용부터 정리하지요. 러셀의 주장은 단순합니다. 근로 자체가 미덕이냐는 의문에서 출발합니다. 전역적 실업으로 인류의 반은 손 놓고 굶는데 나머지 절반은 과로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일하는 인구가 과감히 자신의 일을 반으로 줄여서라도, 나머지 사람까지 모두 함께 일하도록 하자는 뜻입니다. 따라서 게으르라는 이야기가 아니고, 일하지 않음(idleness) 또는 여가에 대한 재조명입니다. 딱히 가해자는 없지만 피해자는 뚜렷한 청년실업 상황의 21세기 대한민국에도 적용되는 이야기니 참 탁월한 식견입니다.

책은 러셀의 다양한 컬럼을 엮어 놓았습니다. 그러나 막 뽑은 리스트가 아니라 얼마간 글끼리 유기적 관계를 갖기 때문에 러셀에 대해 다양한 관점을 세울 수 있어 좋았습니다. 제 맘대로 정리해본 러셀의 모습들입니다.


성악설자 러셀
영국 지식인답게 기본적으로 회의적입니다. 교육받지 못한 인간의 본성에는 잔인성이 있다고 규정합니다. 여기까지는 교육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순자와 닮았습니다만, 러셀은 다소 더 따뜻합니다. 인간에 대한 긍정적 믿음이 관통합니다.


실용교육자 러셀
그의 생각은 바로 교육론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실용교육이 인간의 기능만 교육하고 목적은 도외시하는 점을 비판합니다. 기능적 인간을 벗어난 목적적 인간에 대한 믿음은 이후에 나오는 다른 사상과 정밀하게 직조된 러셀 사상의 바탕이 됩니다. 
반면, 그의 도덕교육론은 냉정한 합리성이 지배합니다. 인간이 배워야할 도덕관은, 공평무사하고 친절함을 유지하는 자기조절 능력이라고 봅니다. 법조문처럼 정밀하지만, 적극적 휴머니즘은 원천적으로 배제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여러 글에서 타인에 대한 배려를 강조합니다. 필요한 일을 공정히 분담하고 불화를 없애는데 동참할 것을 요청하지요. 사실 이게 서구적 인간관의 한 틀이 아닐까 싶습니다.


주지주의자 러셀
러셀은 끝없는 사고로 나름의 일가를 이룬 사람입니다. 따라서 대단히 지적이고 또 지성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보입니다. 심지어, 개인적 불행이든 공적 불행이든, 의지와 지성이 상호작용해야 극복가능하다고 설파하지요.

따라서 러셀의 교육관은 무용 지식을 강조합니다. 꼭 써먹을 데가 없어도, 공부 자체가 재밌지 않냐는 겁니다. 결과적 효용보다 사고 자체에서 기쁨을 느끼는 것을 가치로 여깁니다. 이런 관점에서 젊은이들에게 힘없는 지성은 냉소로 빠진다고 경계합니다.

러셀이 갖는 지성에의 확신은 세가지 뿌리를 토대로 합니다. 최소한의 상식, 자기직업에의 소양, 증거에 근거해 소신세우는 습관이지요. 특히 셋째 요소에 방점을 찍고 있습니다. 지성인의 덕목은 직관을 절제하고, 관찰과 귀납을 주된 수단으로 삼는 것이라 여깁니다. 저도 십분 동의합니다.

이런 러셀의 주지주의적 성격은 몇가지 재미난 주장을 제공합니다. 예컨대, 공산주의가 육체 노동자를 지나치게 미화하는데 강한 불만을 제기합니다. 어쩌면 지식 산업이 발달하면서 공산주의가 몰락했다고 볼 수도 있으니 그의 불만은 일리가 있습니다. 또한, 앞서 말한 여가를 현명하게 이용하기 위해서는 문명과 교육이 선결 과제라고 합니다. 이 또한 동의할만합니다. 행복의 정복에서 보았듯 상당한 지적 활동과 관심사 없으면 여가는 바로 권태가 되어 불행 요소가 되니 말입니다.


합리주의자 러셀
사실 러셀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합리주의입니다. 합리주의는 러셀 특유한 주지주의의 결과이기도 합니다. 다른 사상적 색깔은 합리주의의 응용이라고 보면 됩니다. 

시대를 견주어 보면 쉽지 않을 일이지만, 러셀은 종교에 강한 회의를 제기하지요. 톨스토이의 인용에도 많이 나오지만, 러셀은 종교체계와 메시지가 과연 합리적인 사람이라면 수용 가능한지 조목조목 짚어 나갑니다.

마찬가지로 민족이라는 가치도 낮게 봅니다. 민족은 단지 정치적 체제를 담기 위한 틀짓기로 간주하지요.
공산주의는 능률을 증대시켜 부를 창출하는게 아니라 노동자를 압제하여 창출하는 시스템으로 매우 강하게 비판합니다. 파시즘은 인류의 일부를 선택해 그들만 중요하다는 점이 문제라 지적하면서 사상적 모순에 빠져있다고 거의 경멸을 하지요.

러셀 보기에 보편적이고 공정한 진리의 유일한 기준은 합리성이고, 인간 종족 으뜸의 요소로 꼽고 있습니다.


사회주의자 러셀
실행적 관점에서는 러셀은 사회주의자입니다. 필요하면 산업의 이익이 금융의 이익보다 우선 보호되어야 한다는 선명한 입장을 표명합니다. 산업이 공동체적 관점에서 더 중요한 결과를 낳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그런 러셀이 금 무용론을 펼쳐도 놀랄 일은 아니지요. 금은 자본재가 아니니까요. 

러셀 자신이 사회주의를, 민주주의와 기계생산체제에 대한 매우 중요한 보완책으로 믿고 있습니다. 사적 이윤동기에 대한 통제와 개인을 조정하는 사회적 관점의 유지를 가능하게 하는 방책이 마련되어 있으니 말이지요.


인본주의자 러셀
러셀 사상의 물밑은 인본주의라고 할 수 있습니다. "획일화는 모든 기준을 낮춤으로서 손쉽게 얻어진다"라는 주장에서 알 수 있듯, 몰개성과 규격화에 따른 반인본주의를 거부합니다. 미국을 비판하는 이유도, 기계에 의해 만들어진 세상이라는 까닭입니다. 마찬가지로, 공산주의는 민주적이지 않기 때문에 반대합니다. 얼핏 민주적인듯 해도 결국 당파적 비민주에 빠짐을 지적합니다. 

규율이 아무리 현명해도 애정과 접촉을 이기지 못한다는 주장이나, 곳곳에 드러나는 자유로운 성장, 자연스러운 삶과 능동성에의 찬미라는 점에서 그의 통찰은 시대를 관하는 매력이 있습니다. 러셀의 열정과 생의 환희가 선연히 느껴지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이상 몇 가지 키워드로 러셀을 정리해봤습니다. 제가 러셀을 너무 찬미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옛날 적은 글이 지금의 후학에게도 심금을 울리고, 다양한 통찰을 제시하고, 적절한 관점을 제시한다면, 그는 분명 합당한 이야기를 하고 있음이겠지요.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Culture > Review'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체코: Curious Series  (2) 2010.10.23
스웨덴: Curious Series  (10) 2010.10.12
게으름에 대한 찬양  (6) 2010.10.02
마크 트웨인의 유쾌하게 사는 법  (0) 2010.08.24
워싱턴 퍼즐  (6) 2010.08.15
50대에 시작한 4개 외국어 도전기  (24) 2010.07.31

WRITTEN BY
Inuit
@inuit_k / CxO / Author ("가장 듣고 싶은 한마디 YES!") / Making better world, every minute.

받은 트랙백이 없고 , 댓글  6개가 달렸습니다.
  1. 흠흠...제가 최근 읽고 있는 책이 정신과 전문의 문요한 씨의 <굿바이 게으름>입니다. 그 책에서도 러셀의 <게으름에 대한 찬양>을 잠시 언급하고 있는데,,,,그가 말하길 정작 러셀은 하루에 수천단어씩의 글을 매일 쓰는 절대 게으른 적이 없는 사람이랍니다....
  2. 책 제목만 봐도 사고 싶어집니다.
    조금 덜 일하고 일좀 나눠주자는거군요...
    회사내에도 혼자 일 다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덕분에 저 같은 사람은 놉니다. 후후후후.
    • 음.. 쉽지 않은 커밍아웃입니다. -_-
      보통은 내가 일을 다하고, '쟤가 묻어간다'고 이야기하기 마련인데.

      엘윙님은 큰 인물이 될듯 합니다. ;;;
  3. 안녕하세요 ~ 좋은 소개 글 잘 봤습니다

    아 이런 책 소개는 실제로 읽지 않아도.. 왠지 배가 부르네요(?!) 하하
    아무튼 매력적인 분의 글을 매력적으로 소개해주셨어요~
secr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