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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학창시절 돌이켜보면 가장 재미없던 수업은 단연 도덕이었지 싶습니다. 그냥 착하게 잘 살면 되지 뭘 과목으로까지 배우나 싶고, 이런건 가정 교육의 문제지 왜 학교에서 가르칠까 의문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마흔 넘은 지금 곰곰 생각해보면, 도덕은 가장 중요한 가치인것은 분명합니다. 굳이 과목으로 필요했는지를 별론으로 둔다면 과목으로라도 한 자리 차지할 의미는 충분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항상 판단하고 결정하고 관계맺어야 하는 인간 사회의 일원인 한은 늘 부딪히는 이슈니까요.

Michael Sandel

(Title) Justice: What's the right thing to do?

처음에 이 책이 베스트셀러라는 소리를 들었을 때는, 그저 사회적 심상으로 여겼습니다. 순수해서 그만큼 파괴력이 있는 질문,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이 유행한다는건 정의가 부재한 세태의 시대정신으로 읽혔습니다. 물론, 그 시대정신도 분명 큰 작용을 했겠습니다. 그러나, 그 이전에 책 자체가 가진 풍성한 함량의 논의 자체가 사람들 마음에 통했다는걸 책 읽고서 알았습니다.

삶의 지침이 되는 도덕, 정의, 쉽게 말해 무엇이 옳은가에 대하여 우리는 한번도 제대로 생각해볼 기회 없이 지내왔습니다. 그래도 문제 없는건 대개 무엇이 옳은지에 대해 스스로도 많이 고민했고, 암묵적으로 가족, 학교, 지인, 커뮤니티를 통해 배워왔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런 주먹구구 셈법은 미분 만나면 머리에 쥐만 나게 마련이지요. 

예를 들어, 낙태나 동성혼은 금해야하나요 허용해야 하나요, 그 결론의 이유는 뭔가요? 애국심은 도덕의 기준이 될 수 있나요 없나요? 아마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은 각자 마음 속에 있지만, 명확히 설명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만일 토론에 참가했다면 첫마디 꺼내고 반박당한 후에 한마디도 이어가기 힘들 것입니다. 다소 감정적인 결론이라서 그렇습니다.

정의는 삶의 지침입니다. 무엇이 옳은지, 그른지에 대한 판단은 의사결정의 중요한 잣대가 되고, 그 결정이 쌓여 자신의 삶을 규정하고 또 주변에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그런면에서 샌델 선생의 '정의론'은 매우 귀한 교훈을 줍니다. 최대 다수의 행복을 말하는 공리주의, 개인의 자유를 존중하는 자유주의, 그리고 순수실천을 위한 이성을 강조하는 칸트의 정언명령 등이 콜라주처럼 인생의 주요 결정순간에 틈입하게 마련인데 그 장점과 단점을 정확히 아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의미있는 배움입니다. 저는 이제야 이 부분을 진지하고 통합적으로 고려하게 된게 아쉽기도 하고, 그나마 다행이란 생각도 했습니다.

샌델만의 매력은 서로 상충하는 여러가지 정의론이 대립하는 부분을 화해시킨 점입니다. 특히, 제가 제도권 수업에서 전혀 들어보지 못했던 존 롤스의 정의론은 많은 부분을 생각하게 됩니다. 재능마저 랜덤하게 부여받은 요소로 보는, 사회 약자에 대한 지지적 시각을 배웠습니다.
그보다 가장 찬란한 부분은 공동체주의입니다. 결국, 합의나 의무 이외에도 공동체적 시각에서의 정의란 부분은 교과서 속 정의와 도덕이 거리의 도덕과 손 잡게 해줍니다. 또한 동양적 도덕과 정의론과도 공존이 가능합니다. 저는 머리를 치는듯한 큰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저는 논리학, 산업경제 강의에 이어 다음에 세션을 열면 교재로 이 책을 선택하고 싶습니다. 같이 이야기나누고 뜻을 쫓으며 배움을 체화하고 나면, 평생의 큰 도움 되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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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uit
@inuit_k / CxO / Author ("가장 듣고 싶은 한마디 YES!") / Making better world, every minu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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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저도 이거 동영상을 회사에 어떤분이 주셔서 열심히 보...려고 했으니 아직 반밖에 못봤다죠 ^^;;
    강의도 엄청 재미있고 머랄까 좀더 깊게 생각하게 만드는 것도 많고 재미있는 강의입니다. 하버드가 참 부럽더라구요 이런 강의들이 많을거라고 생각한다면..
    그래도 엉뚱하게 전 두가지 정도를 생각했어요
    1. 수업끝나고 뒤도안돌아보고나가는건 우리나 그네나 같군..
    2. 저거 보는건 재밌지만 학점위해 공부하려면 막막하겠군..
    정도의 생각 ( --);;;
    • 하하 두번째 포인트 특히 공감합니다.
      듣기엔 재미있는데 학점 매기려면 서로 쉽지 않을듯도 하네요. ^^
  2. 저도 처음에 이 책의 제목만 보고 정의란 무엇이다.. 라고 말해주는 책인가 해서 책도 읽어보고 강의 동영상도 보았지요. 제가 생각했던 내용은 아니더군요^^ 저자는 독자에게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을 고취시키고자 하는 듯 보였습니다. 동양 사상적으로 인의예지신에서 義는 시간적으로 가을에 배속되는데... 가을이란 옭고 그름을 결정하는 때라 그런듯 싶습니다.. 정의를 정의하긴 어렵지만 시대의 정신에 맞게 정의가 되지 않을까 싶네요. 가을이 되면 알 수 있겠죠 ^^
    • 네.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는 점이 좋더군요.
      오히려 딱 답을 알려주면 덜했을듯 합니다. ^^
secret

한초삼걸

Biz/Review 2011.03.19 21:00
아주 먼 옛날. 정치경제 시스템이 발달해 사상과 철학이 융성했고, 먹고살만 하니 생존 아닌 번영을 위한 살육이 근간이 되어 전쟁이 일상이었던 시대가 있지요. 이름 자체도 전국시대라 불리웠던 그 시기의 끝은 진나라가 맺었지만, 결국 초와 한의 대결에 의해 중국은 통일 왕조를 이뤘습니다.

한나라 시조 유방의 먼 후손인 황숙 유비와 조조, 손권이 각축하는 삼국지에 비해 초한지는 그 유명세가 퍽 시들한 요즘입니다. 아무래도, 수많은 호족들의 각축 속에 정립된 3대 세력은 제갈량의 계책 그대로 변화가 무쌍해 관전의 재미가 더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스토리텔링의 매체가 풍부한 점이 크겠지요. 우선은 나관중에 의해 삼국지연의라는 형태로 소설화된 이야기는 구전설화라는 형태로 민간에 검증된 여러 이야기와 엮이며 매력적인 서사구조를 갖게 되었고, 근년만 해도 코에이를 비롯한 일본 게임의 영향으로 일상 속에 살아 숨쉬는 고전이 된 까닭일겝니다.

반면, 유방과 항우의 대결은 장기라는 동양의 양대 보드게임 중 하나로 구현되어 지금까지 내려왔지만, 약자 유방이 강자 항우를 이기는 단선적 구조로 인해 삼국지에 비해 다소 밋밋한 내러티브를 갖는 것도 사실입니다.


저만 해도, 삼국지는 지금까지 다양한 형태로 열번 이상 섭렵했다면, 초한지는 끽해야 두번 정도 봤을겁니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유방과 항우의 대결을 인물 중심의 시각으로 다
시 볼 수 있었던 즐거운 기회였습니다.

장따커, 쉬르훼이

한나라의 개국에 큰 공을 세운 세명의 영웅, 장량, 소하, 한신을 일컬어 한고조 유방은 삼걸이라 불렀지요. 이 책의 독특함은 군주 레벨의 시점을 유지하는 기존 책과 달리, 공신 레벨에서 이야기를 재편합니다.

예를 들면, 귀족의 자제로 진시황을 못잡은 한을 품고, 유방과 제휴하여 개국한 장량의 경우는 유방과 군신 뿐 아니라 사제라는 맥락을 갖고 느슨한 동맹을 맺습니다. 반면, 소하는 시골에서 유방과 함께 봉기한 친구이자 동지지만, 안살림을 도맡은 천하의 재상이었고, 충성스러운 신하였습니다. 그 유명한 대장군 한신, 그는 뜻을 펼치기 위해 유방과 의탁하여 세상을 평정했으나 개인적 야심과 치솟는 명성간의 조화를 못이루고 결국 토사 후의 팽구로 전락합니다. 그외에 독한 계략을 잘 쓰는 진평의 이야기는 또 하나의 재미기도 합니다.

읽으면서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지만, 난세의 정의, 난세의 처신에 대한 부분이 가장 주목할 부분입니다. 평민인 포의(布衣)가 세상의 주인으로 나서는 과정에서 이합과 집산, 그리고 명분과 실리, 들어가고 나오는 타이밍 등 모든 것에 대한 통찰이 결국 성패의 요건이지요. 널리 보는 비전과 사람을 담는 그릇도 중요한 덕목입니다.

몇번을 작은 성공에 안주하며 후궁에서 주색에 빠져있던 유방을 꺼내온 유방의 신하들과, 성공의 계책이 있었음에도 채택하지 않아 범증을 내쳐 죽게 만든 항우의 용인술은 그 차이가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점이기도 합니다.

한신 또한, 괴통의 천하 삼분지계를 받아들이지 않아 유비의 운명이 될 수도 있었던 그가, 왕도 아닌 회음후로 격하되어 끝내 척살 당하는 운명이 된 점도 재미납니다. 반면, 욕심을 내지 않고 영예와 영화를 모두 누린 장량의 노회함은 고대 중국의 정치 시스템을 꿰뚫은 전략가 다운 면모가 잘 드러난 사례입니다.

복잡한 의미 다 빼고도, 동네 건달의 형님이었던 유방이 세상을 제패하는 과정, 모든걸 다 가진 엘리트 항우가 서서히 몰락하는 과정을 다양한 프리즘으로 보는 재미만으로도 충분한 책입니다. 우리 아들도 매우 재미나게 읽은 이야기기도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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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초한지가 2개 종족이 등장하는 커맨드&퀀커라면, 삼국지는 3개 종족이 등장하는 스타크래프트같죠. 그래서 삼국지가 더 인기있나봐요.
secr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