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박물관'에 해당하는 글 2건

우리나라 최초의 해외투자기업인 코데코가 들어간 나라, 1년 방문객 31만명에, 진출한 한국 기업 1200개, 현지에 창출한 고용 인원 60만명, 최근 20년간 교역량 10위권에 항상 들어 있던 그 나라.. 바로 인도네시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나라 사람들에게 인도네시아는 피상적인 몇개 키워드와 손쉬운 관광지 정도로 자리매김한 것도 사실이다. 심지어 신혼여행 및 휴양지로 각광받는 발리가 인도네시아와 별개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많다. 적어도 난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를 개념적으로 정확히 가르지 못했다. 출장 다녀오기 전까지는. 

임진숙

NGO로 현지에서 몇년을 살았던 저자의 다양한 이야기는, 무채색으로 내 인식 속 동남아에 쳐박혀 있던 인도네시아에 개성과 생동감을 불어 넣었다.

 
가장 크게 배운건, 표현의 스타일이 40년 전 한국과 같다는 점이다. 인도네시아는 문화학에서 이야기하는 전형적인 고맥락 사회(high context society)다. 즉, 표현되어 지는 부분 이외의 맥락을 두루 살펴야 온전한 커뮤니케이션이 된다. 

그리고 그 목적 함수는 조화로운 사회화다. 남들과의 조화, 기분 상하지 않기 위한 배려, 결과로 남앞에서 망신당하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습성 등이다. 그 이유로, 어떤 면에서 인도네시아를 보면 매우 순박하고 온순하지만, 다른 면으로 보면 믿기 힘들고 불성실한 모습이 겹쳐지게 된다. 사실, 서구화의 진전으로 우리나라가 급속히 저맥락 사회가 되었을 뿐이지, 내가 어렸을 때 구미의 외국인이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느끼는 모습이 바로 그랬다. 한 때 코리안타임이라 불리웠던 모호한 시간관념까지 인도네시아는 그대로 지니고 있을 뿐 내가 보기에 크게 다른 점은 없다.

그 외에 가장 특징적인 인도네시아 모습은 종교의 용광로라는 사실이다. 2억명이 넘는 세계 최대의 무슬림을 가진 나라지만, 아랍의 무슬림처럼 원리주의적이지는 않다. 고대의 힌두세력, 불교정권, 그 후 아랍의 무슬림에 이어 포르투갈의 구교, 네덜란드의 신교에서 화교의 유교까지 파도처럼 순차적으로 나라를 덮은 인도네시아다. 시기상으로 거쳐간 모든 종교가 지금도 한 나라 안에 녹아 있다. 또한 각 종교가 인도의 토착신앙과 혼합되어 어찌보면 인도네시아 식 이슬람, 인도네시아식 힌두교를 빚어내기도 했다. 카스트에서 자유로운 힌두교도, 고기와 술을 마시는 무슬림 등. 인도뿐 아니라 인도네시아도 종교 박물관이다.

그외에 인도네시아는 커피의 대량 산지이다. 전통적으로 브라질, 콜럼비아에 이은 3대 커피 수출국이었다. 본섬 자바(Java)는 물론 수마트라, 슬라웨시 모두 신맛이 덜하고 흙냄새가 강한 인도네시아 특유의 커피 종을 자랑한다. 

또한 정향, 육두구 같은 향신료의 산지이기도 한 인도네시아다. 그 이유로 식민지의 아귀다툼 속에 빠지기도 했고, 네덜란드가 맨하튼을 영국에 넘기고 안정적 지배를 확보한 것도 향신료 때문이다. 

책을 읽으며 깨친 이런 생동감이 이제 내 마음 속 인도네시아를 독자적으로 채색하게 되었다. 단지 18,000개 섬으로 이루어진 세계 최다의 도서 국가, 360개 부족이 모인 다채로운 열대 국가를 넘어, 시공간 속에서 다양성을 유지하며 온전함을 유지한 인도네시아 특유의 저력에 눈길을 두게 된다. 그리고 인도네시아 출장을 통해 이런 점들을 생생히 깨닫는데 도움이 되어 유익했던 책이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WRITTEN BY
Inuit
@inuit_k / CxO / Author ("가장 듣고 싶은 한마디 YES!") / Making better world, every minute.

받은 트랙백이 없고 , 댓글  2개가 달렸습니다.
  1. 함께 일하는 직원분이 인도네시아 정글 석탄광산에서 일을 했었습니다.
    광산근처 마을 원주민이 동물이빨로 만든 목걸이를 하고 있어 돈 줄테니 하나만 구해달라고 했는데 야생곰 한마리를 통채로 사냥해 왔다더군요.

    신혼여행으로 갔던 발리외에는 인도네시아에 대해 모르다가 이 정글 얘기를 듣고는 발리가 아닌 다른 인도네시아를 한번 더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었는데 이 글 보니 더 가고싶고 알고싶어지네요.
secret

힌두와 이슬람 말고도 인도에는 다양한 종교가 있습니다.

시크(Sikhs)교는 구루 나나크가 힌두교에 염증을 느껴 창시한 종교라지요. 카스트가 없는 것이 특징이지만 힌두교의 유사종교로 분류되고 있습니다. 카스트가 드러나는 성(姓)을 쓰지 않고 남자는 Singh (사자라는 뜻), 여자는 Kaur (암사자, 공주 라는 뜻)를 일률적으로 씁니다. 따라서 시크교도는 성만 보아도 알아 볼 수가 있습니다. 시크교도는 머리를 자르지 못하기 때문에 터번을 두르고 다닙니다. 그래서 한눈에 알아 보기가 쉽지요. 게다가 미혼 남자는 터번에 우리나라 상투같은 꼬투리가 달려있어 혼인여부까지 알 수 있습니다.
시크교도는 힌두의 금기에서 벗어나 있어 육식을 하며, 시크교의 성립과정에서 아침저녁 예배를 제외하고는 무술 훈련을 받아 체격이 매우 건장합니다.
하지만, 힌두의 배다른 종교임에도 불구하고 시크교 역시 아픈 역사가 있습니다. 인도 정부와의 갈등으로 암리차르 황금사원이 공격당해 600여명이 희생되었고 결국 공격명령을 내렸던 인디라 간디 수상이 시크교 경호원에게 암살당합니다. 그 보복으로 인도 전역에서 시크교도 사냥이 벌어졌다고 합니다.

인도에 기독교가 있다는 것은 상당히 의외이지만, 포르투갈 점령지에는 카톨릭의 흔적이 매우 많이 남아 있고 실제 기독교도도 상당히 있습니다.
고아 주 같은 경우는 주민 절반이 기독교도라고 들었습니다. 코친 같은 경우는 예수의 제자 도마가 피신하여 기독교의 뿌리를 내려 독특한 기독교 문화가 발달되었다고 합니다.
뭄바이만해도 큰 교회가 꽤 있지요. 그리고 Bandra나 Colaba 같은 부자 동네는 영국의 영향이 강하게 남아있어 부촌이면서 기독교도가 많이 있습니다.

마리아 성당, 저멀리 알타프씨가 보인다

이곳 사람들이 포르투갈 교회라고 부르는 곳. 진짜 이름은 모름.


제가 가장 재미있게 느꼈던 것은 조로아스터 교입니다. 짜라투스트라로도 알려진 이 종교는 불을 숭배하여 배화교라고도 하지요. 인도에서는 페르시아에서 건너왔다고 해서 파르시(Parsi)라고 하는데, 파르시의 본고장인 이란에도 거의 조로아스터 교도가 없는데 인도에는 있습니다. 가히 종교 박물관이라고 할만 하지요. 특히 파르시의 대부분이 뭄바이에 몰려 산다고 합니다.
가장 유명한 파르시는 인도의 민족 자본가 타타입니다.

Parsi Temple (hard to identify it..)

신고

WRITTEN BY
Inuit
@inuit_k / CxO / Author ("가장 듣고 싶은 한마디 YES!") / Making better world, every minute.

받은 트랙백이 없고 , 댓글  6개가 달렸습니다.
  1. 참으로 많은 오래된 종교가 있는것 같습니다.
    (하긴 우리도 유사종교의 종류는 많긴 하지만요...^^)

    궁금한게 있는데 원래 이것들을 다 알고 계신거였습니까? 아니면 알타프씨의 설명을 듣고 다 기억하고 계신겁니까?
    대단하십니다.^^
    • 아무리 친절한 알타프씨라도 이 내용을 다 설명해주긴 어렵겠지요. ^^ 가기 전에 인도 관련책을 사다 놓고 공부를 좀 해갔습니다. 그리고는 제가 궁금한 점과 현지에서 실제로 느끼는 부분을 집중적으로 물어봤지요.
      그리고 따로 포스팅 하지는 않았지만, 알타프 말고도 여러 명의 인도인과 제가 궁금한 점에 대해 짧막한 대화를 많이 나눴습니다. 그렇게 종합적으로 제가 배우고 파악한 것을 주제별로 정리해 나가는 중입니다.
  2. 마지막 사진에서 어디가 Parsi Temple이죠? 저기 아무나 교도로 받아주지 않는다고 하던데 아예 알아볼수조차 없네요 -_-;
    • 조기 빨간 간판 뒤의 베이지색 기둥이 있는 건물입니다.
      조로아스터 교에서는 아무나 받아 주지 않는다구요. 불을 숭배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나보죠? 불쑈라도 한판.. -_-
  3. 타타..자동차회사 타타인가요? 오오..
    시크 교들은 네팔 용병들과 함께 용병계(멋지게 외인부대)의 양대산맥이라고 하던데..홍콩이나 싱가폴 등에 가보면 요즘은 경비원 차림으로 신분이 격하(?) 된 것 같아 아쉬웠더랬습니다 .

    그리고 인사는 잊지 말아야겠네요. 너무 재미있게 읽고있심돠. 보는 이로서는 감사감사 할 따름..아들 손잡고 인도한번 가봐야 겠다는 의무감이 불끈! 들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꾸버~~억.
    • 네, 타타 자동차도 타타그룹 맞습니다.
      시크교도들이 경비업계를 주름잡고 있다는 것은 처음 알았습니다. ^^

      재미있게 읽으셨다니 감사합니다. 블로그가 있으셨다면 교류할 수 있을텐데, 방문이라도 자주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secr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