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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주례

日常 2012.04.23 22:00

전에 한번 주례를 부탁 받았지만 신중히 생각해서 거절했더랬습니다.


그런데 얼마전 또 다시 주례를 부탁 받았네요. 이번 경우는 제가 직접 데리고 있던 친구라서 거절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특히 여자친구가 없던 작년부터 미리 주례를 서달라고 암시를 넣었던 터였는데, 사실 전 그 친구가 좀 오래 있다가 결혼할 줄 알았습니다. 뭐 불과 반년만에 득달같이 결혼할줄은 몰랐지요.


몇주 전에 예비 신랑 신부 만나서 식사하며 두 사람 이야기를 들어보니 잘 어울리는 배필 같았습니다. 그러다 결국 어제 주례를 서게 되었네요.


몇가지 단상

-주례가 너무 젊으니 좀 황당한 상황이라, 아예 소통의 메신저로 컨셉을 잡았습니다. 하객의 축하와 당부를 전해주고, 반대로 신랑신부의 사랑 이야기를 하객에게 전해주는 구조.


-한 십분 정도 짧은 분량으로 편하게 갔는데, 남녀노소의 수많은 하객이 단 한분도 한 눈 안팔고 집중을 해주셔서 정말 고맙고 흥겹게 진행을 했습니다.


-몇가지 군데 군데 넣어둔 유머 코드가 다 살아서 정말 다행. 만일 안 터지면 급랭해지는 분위기와 어색한 진행. -_-;;;


-내용은 다 숙지를 했지만 스크립트를 보조로 깔고 가는게 안전한데, 문제는 주례의 흰장갑을 낀 채로 아이패드의 파워포인트가 넘어가지 않는다는 사실. 직전에 깨닫고 식은땀을 흘리며 슬그머니 장갑을 벗고 진행했네요.


-대중 커뮤니케이션 진행의 또 다른 사례와 체험의 자리였습니다.


-신랑의 부탁 술자리, 신랑 신부 인터뷰, 스크립트 가다듬는 시간, 사전 준비 등등 시간이 숱하게 깨지고 신경도 만만찮게 쓰이는게 주례더군요. 당분간 주례는 안 서겠다고 다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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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uit
@inuit_k / CxO / Author ("가장 듣고 싶은 한마디 YES!") / Making better world, every minu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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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ㅎㅎ 정말 고생하셨어요^^
  2. 드디어 머리를 올리셨군요..^^
  3. 주례를 부탁받는다는 사실만으로도 존경스럽습니다 ^^;;;;;;;
  4. 미니베스트 2012.04.24 09:27 신고
    형, 저때도 주례서 주셔야지요~~ :P
  5. 오랜만에 들어와봤더니, '주례'에 '노화'에...제목이 왜 이렇습네까?! 이 할마이 어찌할 바를 모르겠네요.ㅎㅎ
    건강하시고 평안하시길!^^
  6. 앜 이누잇님의 주례 듣고 싶어요.
    잘 지내시나요? 정말 오랜만입니다. ;ㅁ;
    • 네. 오랫만이에요.
      점점 블로그 이웃들간 거리가 멀어지는 느낌이에요.
      트위터 열풍일까요.. ^^
secret
최근 재미난 일이 있었습니다.

몇달 전 퇴사한 직원이 오랫만에 전화를 해와서, 결혼한다는 소식을 전했습니다. 심성 곱고 참해서 특별히 잘해준건 없어도 정이 가던 친구였는데, 결혼한다니 반가왔지요.

그런데, 주례를 서주면 안되겠냐고 어렵사리 부탁을 했습니다. 회사에 있을 때부터 저를 보아온 모습이나 전사 프리젠테이션 하던 인상이 좋게 남아 있었나 봅니다. 젊은 주례가 활기차게 진행하는 결혼식 컨셉을 원했던 모양입니다. 사실 이 친구가 독실한 신자라 주례를 못 구해서 부탁할 것은 아니란걸 압니다. 게다가 제 직속도 아니었는데 말꺼내기가 여간 쉽지 않았을 것도 상상이 갔고, 그만큼 바람이 크다는 점도 느껴졌습니다.

핵심은 이제 40대 초반인 제가 주례로 적합한가하는 문제지요.

그자리에서 판단할 일이 아닌지라, 며칠 고민도 하고 주위 사람과 이야기도 나누어 결론을 내렸습니다.

주례는 퍼포먼스가 아니다
사실 여러 결혼식 다니다 보면, 젊은 주례도 볼 때가 있습니다. 오히려 판에 박힌 노장파보다 더 활기차고 의미있는 주례를 섭니다. 그런데, 저는 주례에 대해 생각이 있습니다. 그냥 결혼 세레모니의 진행자가 아니란 점이지요.

주례는 귀감이다
제가 결혼할 때는 그렇게 배웠습니다. 주례는 결혼식이 아니라 혼인의 아이콘이자 증거라고. 그래서 유명세보다는 결혼하는 두 사람의 삶에 지표가 되는 부분이 중요합니다. 지향이자 거울이 되어야 합니다. 저 역시, 주례 선생님께 아이 낳거나 신상의 변동이 생기면 인사를 드렸기도 했구요.

어찌보면 행복한 결혼생활하고 아이들과도 의미로 시간을 채워나가며, 미약하나마 모범이 될만한 삶을 산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제 인생은 한참 남았고, 저 스스로도 계속 증명을 하며 살아야하는데, 어줍잖게 한 쌍의 귀감이라 나서기는 젊은 커플에 대해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뭐, 혼자 너무 깊이 생각한 감은 있지만, 제 생각을 찬찬히 설명해주니 영특한 이 친구 잘 새겨 듣고, 고민해주어 고맙다고 밝게 웃었습니다. 저도 그렇게 중히 생각해준 점이 참 고맙다고 말해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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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u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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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주례를 부탁받았다는 것 자체가 큰 신뢰를 얻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이 되니
    Inuit 님의 평소의 모습이 보이는것 같아서 입가에 미소가 번지면서 부러운
    마음이 뭉클뭉클 솟아납니다 ^___^;;;;;;;
  2. 앗 저는 괜찮은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아쉽네요.ㅎㅎ
    주례는 나이에 상관없이 나의 결혼을 지켜봐주고 선언하는 의미로 봤었거든요;

    그래도 두 분 다 마음을 쓰시는 모습이 좋네요^^
  3. 아버지께서도 42세 때 첫 주례를 서셨던 걸로 기억합니다.
    제 주례도 41세 교회 목사님이셨구요.
    저도 아쉽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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