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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초등학교에는 반장이 없더군요. 대신 회장이라고 합니다.
예전처럼 선생님이 학기초에 임명하지 않고, 추천과 투표에 의해 뽑습니다. 공부만 잘한다고, 집에 돈이 많다고 꼭 뽑히지는 않기 때문에 나름 어렵습니다. 초등 2학년인 둘째가 올 봄에 회장으로 당선되었습니다.

실은 회장되게 하고 싶은 엄마 마음에, 학기초에 연설 연습을 시켰다지요. -_-
어떤 이야기를 할지 들어보고 쉽고 자연스럽게 내용을 다듬어 주었습니다.

제가 회장이 되면 우리 반을 웃음이 피어나는 반을 만들도록 하겠습니다.
도움이 필요한 친구들에게 도움을 주겠습니다.
저를 꼭! 뽑아주세요.

보통 회장선거에 나오는 친구들이 하는 말들이 매우 비현실적이랍니다.
최고의 반을 만들겠다던가, 친구들에게 봉사한다느니 무슨 말인지도 모르고 좋은 말만 한다는 누나와 엄마의 다년간 경험을 토대로 만들었지요.


아빠도 숙제가 있었습니다. PT하는 방법에 대해 여러차례 들어보고 조언을 해줬지요. -_-

눈은 천장을 보지 말고, 천천히 아이들 하나씩 눈을 맞춰 보면서 수평으로 이동해야 해.

마지막 말이 가장 인상에 남으니까, 약간 쉬었다가 또.박.또.박. 배에 힘을 주고 말해.

아이들은 새학기라 너를 잘 몰라. 그러니까 천천히 부드러운 표정으로 이야기하렴.

얼굴은 웃고 있는데 몸이 너무 뻣뻣해. 손가락으로 두손 얽어 꼼지락 거리면 초조해 보여.

좋아졌는데 내내 차렷자세로 있으니 좀 심심하다. 꼭! 할때 손을 주먹쥐어 가볍게 들어봐.
결국 둘째는 회장이 되었습니다. -_-;

재미있는 사실은 여자 친구들에게 많은 지지를 받았는데, 이유가 가관입니다. 똑똑해 보인다네요.

학기가 진행되면서 꼬마숙녀들로부터 초콜릿이나 편지를 많이 받아옵니다. 아빠의 대리만족을 충분히 기대에 잘 부응하는군요.

중요한 점은 이겁니다.
매주 말이 되면 둘째는 엄마, 아빠, 누나 앞에서 학기초의 공약을 다시 읊습니다.

제가 회장이 되면 우리 반을 웃음이 피어나는 반을 만들도록 하겠습니다.
도움이 필요한 친구들에게 도움을 주겠습니다.
저를 꼭! 뽑아주세요.

회장의 감동을 오래 즐기고 싶은 고슴도치 가족이냐구요.
그게 아니라 이것도 공부입니다.
공약은 여러사람 앞에서의 약속이거든.
처음에 너의 말을 믿고 많은 친구들이 너를 뽑아준거야.
그래서 시간이 지났다고 잊어버리면 안되고 처음 너의 약속을 늘 지켜야 하는거야.
공약을 다시 연설하고 아빠랑 앉아서 한주간 반을 웃음이 피어나게 하기 위해 어떤 일을 했는지, 어떤 재미있는 일이 있었는지, 어려운 친구는 누구를 어떻게 도았는지 이야기를 듣습니다.

둘째가 어린 탓에 걱정이 많았습니다. 혼자만 잘났다고 생각하는 경향도 있고, 남 잘못을 바로바로 지적해 성을 돋구기도 합니다. 사내아이 답게 권력을 즐길 여지도 많았지요.
이런 저런 걱정으로 아이 공부삼아 시켜왔던 일인데, 습관이 되어서인지 요즘 회장일을 잘한다고 합니다.
차고 넘침없이 차분하여 선생님도 엄마에게 몰래 칭찬을 하셨다 하고, 친구들 사이에서도 젠틀하고 공평하다고 평이 좋다네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작지만 소중한 처음의 약속을 꾸준히 지키는 것.

이건 회장님의 방침일뿐 아니라 회장님 아빠의 방침이기도합니다.
네.. 팔불출 아빠지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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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uit
@inuit_k / CxO / Author ("가장 듣고 싶은 한마디 YES!") / Making better world, every minu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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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1분 안아보기에서 고민을 안겨주었던 문제의 둘째 아닌가요? 아빠를 들었다놨다 하는군요.^^; (그나저나 다시 호적에 올리신 듯?)
    • 네 그 둘째입니다. 시간상으로는 회장 된것이 학기초로 먼저입니다.
      그리고 아직 영구제명상태는 아닙니다. 그 뒤로 예쁜짓을 좀 해서.. ^^;;
  3. 타이틀 : 방문 블로거의 방침
    요약 : 눈은 천장을 보지 말고, 천천히 아이들 하나씩 눈을 맞춰 보면서 수평으로 이동해야 해.

    주요내용 : 아직까지도 눈을 천정으로 향하고 숨가쁘게 후다닥 토론이나 회의에 임하는 제게는 이 한가지만 제대로 습관화를 들여도 좋을듯 합니다.

    결론 : 오늘도 하나 건져갑니다. ^^

    추신 : 회장님 아빠의 방침 멋집니다. ㅎㅎㅎ
    • 하하 mode님 댓글은 항상 위트가 넘칩니다.
      좋은 방침 유지해 나가시기 바랍니다. ( ^^)=b
  4. 음. 확실히 세상을 사는데 있는 그냥 건져지는게 없나봅니다. 아이 교육까지도.. 잘 배웠습니다
    • 애들 키우는건 정성의 문제라서 늘 아쉬움이 많습니다. 더 말하고 더 부대끼고 더 놀아주고 싶은데, 시간이나 에너지는 한정이 있고..
  5. 멋진 아버지시군요. 저도 나중에 애가 생기면 좋은 아빠가 되어야 할텐데요;
    • 아내와 많이 이야기 나누고 생각 날때 행동에 옮겨가면 나름대로 재미있고 독특한 육아가 될겁니다. 기대할게요. ^^
  6. 음 회장이 되었군요. ㅊㅋㅊㅋ
    멋진 가족입니다.
    국민학교시절 PT방법 중, 하지말아야 할 것들만 했었군요, 전... 역시...
  7. 그러셨나요..? 감사합니다... 기억해주시고요...^^;;;
  8. 아아, 참으로 멋진 아버님이십니다.

    포스팅의 의도는 "아빠의 대리만족을 충분히 기대에 잘 부응하는군요." 라는 코멘트를 유도하여 "저도 예전에 나름 인기 좋았다는" 이라는 말씀을 하고 싶으셨다는 걸로 이해하면 될까요? :)
  9. 참 멋진 가족인 것 같습니다. 저도 꼭 이렇게 해봐야겠네요.
    아버지로서 참 기쁘실 것 같습니다. ^^
    온가족 화평하시고 둘째 아드님의 공약이 잘 이루어지길 바랍니다!
    • 고맙습니다.
      중간시험 준비한다고 이번 주말에 좀 조용히 지냈는데 시험 끝나면 봄기운이나 쐬어 줘야겠습니다. ^^
  10. 멋진 아버지상을 가지고 계시네요 ^^
    저도 나이 먹어서 아들 낳아 기를 때 참고해야겠습니다.
    • 오랫만입니다. 잘 지냈나요. ^^
      전 chanyy님 생각하면 wiki형식의 독특한 홈페이지가 자꾸 생각납니다. 무척 인상깊어요. ^^
  11. 1학년에 들어간 딸내미 아빠입니다. ~_~

    나름 집에서 아이와 시간을 보내면서 자립심(아빠는 뒹굴뒹굴 tv보고... 아이는 혼자놀고)을 왕창 키워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람들 앞에 나아가기를 쑥쓰러워합니다. (아버지도 그렇습니다. 컹)

    pt 방법을 아이에게도 좀 알려주어야겠습니다. (내년에 여회장 탄생시켜볼랍니다. 으싸!)
    • 하하 통상 혼자 노는 자립심은 여럿앞의 쑥스러움이지요.
      요즘 애들이 더 그런듯해요. 저희 큰애는 제법 손들고 나가서 연설하거나 발표를 잘 하는데, 둘째 녀석은 웬만해서는 손들고 발표 안하거든요.
      하는데까지 동기부여를 하고 있습니다.
      내년초 여회장 포스팅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
  12. 풋. 훈훈해요. ㅎ
  13. 진짜 훈훈하네요....^^
  14. 정말 멋집니다.. 제가 PT할 때 참고해야겠네요.. ㅎㅎ
  15. 와. 멋진 부모님이시군요.
    +_+ 저도 나중에 자식 생기면 저렇게 교육을 시킬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듭니다. ㄱ-
  16. 멋진 부모님입니다.
    저 고삼때는 피자쏜다는 애가 반장 됬고 햄버거 쏜다는 애가 부반장 됬지요.
    세상이..
    • 그렇다면 아웃백 쏘면 전교 회장..? ^^;

      초등학교에도 간간히 햄버거 돌리는 엄마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17. 전부 다 그러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렸을 때 배운 부모님의 가르침은 평생 가는듯 합니다.
    저는 어렸을때 저희 아버지께서 사람과 대화할 땐 눈을 보면서 얘기해야 믿음직스럽게 보인단다 라는 말을 들은 뒤로 사람들과 대화할 땐 저도 모르게 눈을 보면서 얘기하게 되더군요.
    자제분도 inuit님께서 가르쳐주신 지금의 그 좋은 교훈이 평생 가리라고 믿습니다. :)
    p.s : 눈을 보며 얘기하는건 약간의 부작용도 있더군요. 뭘 갈구냐면서 폭력이 발생 .. ;; -_-;
    • 맞습니다. 저도 어릴때 아버지가 해주신 말씀이 알게 모르게 평생 가는 것을 느낍니다. 그래서 아이 키우는게 조심스럽기도 합니다.

      눈맞추기 관련해서 주의사항을 빼먹었네요. 눈을 맞추되 3초이상 오래가지 마라. (여자는 제외!)
  18. 훈훈하군요 ^^
    포스트를 처음 읽을때는 그 회장자리(어색;;)에서 떨어져서 또 다른 많은것을 배웠다...
    뭐 이런 내용일걸로 예상했습니다.;; (혼자 예상하고 혼자 반전에 놀라고 있음;;)
    만, 당선되셨군요 !! 축하드립니다 !!
    아이에게는 아~주 좋은 경험이 될거고, 부모님은 두고두고 자랑이 되실겁니다 ^^
    그리고 팔불출이라니요..;; 자랑스러운건 맘껏 자랑합시닷~~
    기꺼이 부러워하고 있습니다 ^^
    • 하하 혼자 예상하고 혼자 반전이라는 말에서 막 웃었습니다. 블로그 가서 예쁜 건이 사진 보고 왔습니다. 멋진 건아로 키우시기 바랍니다. ^^
  19. 멋진 아빠가 되셨군요..
    부럽습니다..
  20. 멋져요. 저도 참고해야겠네요.
    아들의 일기장이 곧 변하겠어요.(그 때의 그 단순했던.. 사랑하는 느낌? ㅎㅎ)
  21. 션이가 벌써 이렇게 컸구나.. 보구 싶당.. 나랑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난 우리 딸래미랑 얘기할때 로직이 뭐니 근거를 대봐 그럴거 같다구 하던데... ㅋㅋ 너무 오라버니 다운 교육법!! 근데 하명은 아니 해 주시나요? ^^;;
    • 이젠 제법 훌쩍 컸네 그려.
      연락한다하고 계속 미뤄서 미안하이. 내가 잘할게. 흑흑 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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