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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주 전 일입니다.
I: 영어는 잘 하십니까?
A: 네, 잘 합니다. 준 네이티브란 소리를 듣고 있습니다.
I: 네, 그럼 영어로 질문하겠습니다.
답변은 가관이었습니다. 어법은 broken English고, 발음은 '탑.오.브.더.월.드.' 수준이었습니다. 도대체 네이티브가 아프리카 원주민이라고 생각하는지, 준 네이티브라는 단어를 쉽게도 쓰지요.
문제는 이런 면접자가 이 사람만이 아니고, 올해만도 몇차례 상봉을 했다는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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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우

제 블로그 오래 보신 분은 알겠지만, 전 심리학에 관심이 많습니다. 기업운영과 커뮤니케이션 스킬 관점의 심리학이 촛점입니다. 상대적으로 개인 관점의 심리학이나 심리 테스트는 제게 별로 흥미롭지 않습니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제 독서리스트에 오르기 힘든 토픽을 다루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읽기 시작한 이유는 umentia blog의 rokea님에 대한 관심 때문이었습니다. 태터앤미디어의 일원이기도 하고, 그 전에도 종종 메타블로그의 좋은 글 리스트를 통해 글을 접한 바 있었습니다. 우연히 온라인 서점을 뒤지다가 '나를 위한 심리학'의 저자가 같은 분임을 알게 되어 반가운 마음으로 읽었습니다.

책의 골자는 제목처럼 철저히 나에 대한 심리학입니다. 주아(I)보다는 객아(me) 중 사회적 자아가 테마입니다.

그리고, 많은 내용은 자기제시(Self-presentation)에 할애됩니다. 자기제시란 말 그대로 자신의 이미지를 manipulate하는 것입니다. 그 기간의 장기성에 따라 전술적, 전략적 자기제시가 있고, 반응의 주도성에 따라 방어적, 주장적 자시제시로 나뉩니다. 이 중 전략적 자시제시는 자기계발서나 정신분석학의 영역에서 오히려 많이 다루므로, 전술적 부분이 사회심리학의 영역에 속한다고 보입니다.

스스로를 불리한 조건으로 몰아 넣는 self-handicapping이나 비위맞추기, 자기선전, 솔선수범, 변명, 심지어 협박과 애원 역시 이러한 심리적 기제가 작용합니다. 각각의 자세한 내용은 책을 참조하는게 빠를 듯 합니다.

또한, Self-monitoring 을 잘 하는 사람을 고SM이라고 부르며, 변신의 귀재이며 능수능란한 솜씨를 보이지만 다중자아의 기미와 바람기를 우려할 필요가 있다는 점은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또한 저SM은 본질과 일관성을 집요하게 추구한다는 점도 잘 새겨놓으면 응용할 부분이 많습니다.

전반적으로 말하면, 책은 쉽게 잘 읽힙니다.
아무래도 내 심리에 대한 이야기라서 그렇고, 일본식 용어투가 스며있긴 하지만 번역서가 아니고 저자가 직접 저술한 탓이 클겁니다. 중간중간 심리 테스트도 흥미롭고, 저는 아이들에게 몇개를 해보기도 했습니다.
사회성을 구성하는 나의 자아와 자존심을 해부한 내용이라 읽다보면 끄덕이며 수긍가는 부분이 많습니다.
반면, 이론적으로 서술했을뿐 느껴서 알던 부분가 많은 차이가 없어 머리를 죽비에 맞는듯한 깨달음은 없습니다. 또한, 알면 매우 재미있으나, 그 지식으로 당장 삶과 업무를 개선할 부분이 잘 보이지 않는 한계도 있습니다.


예컨대, 여자 친구에게 키스해도 되는 하는 타이밍 같은 부분은 매우 흥미로운 대목입니다만, 전 어차피 모르고도 결혼했으니, 술자리에서 후배들에게 아는 척 할 때나 써먹을까요.
핑계의 방법도 그렇습니다. 의도의 부정이나 자유의지의 부정, 당사자의 부정, 호소 등 기법이 있습니다만, 몰라도 본능적으로 잘들 하지요.


마찬가지로, self-consciousness의 경우도, 동양과 서양간의 차이가 클 듯 한데 일반론으로 마감하기 아쉬운 점이 보이기도 합니다.

처음의 사례로 다시 돌아가 보겠습니다.
스스로를 과대평가하고, 조금이라도 더 긍정적인 이미지를 연출하기 위한 지원자의 모습입니다. 이를 egocentric bias로 부르든, self-centered frame이라고 부르든, 것도 아이면 이 책처럼 self-presentation의 형태로 보든 큰 상관이 있으랴 생각이 듭니다. 학문적 구조하에서의 이름이 중요한게 아니라, 그런 심리적 기제가 있음을 이해하는게 중요하겠지요. 그로 인해 인간관계의 대원칙인 '상대의 자존심'을 챙겨주되, pitfall에 빠지지 않는 지혜가 생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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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Inuit
@inuit_k / CxO / Author ("가장 듣고 싶은 한마디 YES!") / Making better world, every minute.

받은 트랙백이 없고 , 댓글  24개가 달렸습니다.
  1. 오늘부터 제 주위 사람들을 고SM과 저SM으로 나눠볼 것 같아요. ^ㅂ^
    저는.. 중SM 쯤.. -_-
    • 와우. 바로 응용이 되시는군요.
      영민한 grace님.. ^^

      제 생각엔 저 SM아닌가 싶은데. 지조와 신념의 저 SM. ^^;
  2. 비밀댓글입니다
    • 죄송합니다.
      늦게 퇴근해서 댓글보고 메일 보냈습니다.
      빨랑빨랑 답하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ㅠ.ㅜ
  3. 이 책은 읽지 못했지만 리뷰를 보니 심리학 책을 볼 때 학술서인 경우 매우 엄격한고로 실용성이 떨어지고 대중서의 경우는 과도한 일반화로 실용성이 떨어진다는 생각이 드네요. 사실 타인, 혹은 자신을 파악하는데는 심리이론보다 오히려 경험을 통해 형성한 직관이 더 무섭고 신용이 간다는 생각도 듭니다.

    결론적으로 inuit님 같은 분을 면접에서 만나면 상당히 껄끄러울 것 같습니다. -_-a
    • 잘 구성된 아카데믹 텍스트는 직관의 허와 실을 잘 발라주는 듯 해요.

      결론의 비약이 좀.. ^^;
  4. 우후후..inuit님은 그런걸 모르고 결혼하셨군여..
    결론적으로는 저도 역시 inuit님 같은 분을 면접에서 만나면 상당히 껄끄러울 것 같습니다.
  5. 흥미롭네요. (다만 여자친구에게 키스할 타이밍, 보다는 여자친구 아닌 여자에게 키스할 타이밍이 더 흥미롭지 않을까요.)

    이뉴잇님같은 분을 면접에서 만날지도 모르니까, 이 블로그를 꼼꼼히 한번 읽어봐야 겠습니다. :)
    • 여자친구 아닌 여자에게 키스할 타이밍이라니요. 하하하..
      (귓말) 알면 저도 갈쳐주삼 -_-
  6. 비밀댓글입니다
  7. I: 영어는 잘 하십니까?
    A: 네, 전혀 못합니다. 중고등학교때의 영어도 못한다고들 합니다.
    I: 네, 그럼 안녕히가십시요.

    ^^;; 하핫~
    영어를 잘하든 못하든 준네이티브라고 말하는 순간 한번의 기회는 얻을 수 있으니 괜찮지 않을까? 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준네이티브라고 포장하는 함정에 빠질 inuit님은 아니시겠지만요.
    뭐, 결과는 그럼 안녕히가십시요로 정직했던 저와 별반 다를바 없었을지도.. +_+
    • 영어 실력이 부족함을 미리 말하고, 입사후 공부하기로 약속하고 합격한 사람도 몇명 있습니다. 하지만, 명백한 거짓말을 한 사람중에 합격한 사람은 한명도 없답니다. ^^
  8. ㅎㅎ..재미있군요.
    저도 외국에서 20년을 살았지만 면접때 저런 표현은 사용하질 못했는데..그래도 용기는 대단하군요^^
  9. 음.. Inuit 님이 제가 앞으로 만나야 하는 면접관님들같은직업을가진분이셨군요 (뭔소리야 -_-)

    저 맨위에 세줄을 읽고 가슴에 무거운 돌이 얹혀있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


    ...... 저만의 비약입니다 ㅎㅎㅎ ^^;;;
    • 미리 준비하면 가슴의 무거운 돌이 가벼워지지 않을까요. ^^;
      그러고 보니, Jjun님은 어떤 삶의 지향을 하는지 궁금합니다.
      블로고스피어에서 만난지 벌써 딱 3년째인데.. ^^
  10. 얼마전에 저자분의 블로그인가? 글을 읽고 질러서 봤는데

    연습서 같은 느낌도 들더군요^^ 체크도 해야하고...

    그래도 잘 본 책 중에 한권^^
  11. 윗분과 같이 미국에 9년을 살았지만 아직 준네이티브라는 표현은 못쓰겠던데... 저런 표현을 쓰시는 분들 용기가 대단합니다. 한두마디로 판명될 일인데요 ^^;;;

    책의 내용이 흥미롭습니다. 이쪽 부분은 별로 접해보지를 못해서요. 꼭 이책을 읽을 것 같지는 않지만, 언제 서점에 들르면 심리학 코너에 한번 들르게 될 것 같습니다 ^^
    • 대개의 회사에서 영어 잘해요? 네! 이러면 그냥 넘어가는 경향이 있어서 그렇습니다.
      저처럼 까칠하게 파보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그냥 TOEIC 증명서를 요구하지..

      책을 바로 사시기보다, 유멘시아 님 블로그에 한번 들러보세요. 충분히 맛을 보실 수 있습니다. ^^
    • 저 같은 경우... 아예 처음부터 인터뷰중 한두가지 질문은 영어로 하겠다고 말을 합니다. 그러다 보니 "영어 잘합니다"라고 허세 부리는 사람은 없더라구요.

      저도 다음부터 영어로 질문하기 전에 먼저 "영어 잘합니까?"라고 질문부터 해봐야겠습니다. ^^
    • 정확히는 이렇게 묻습니다.
      "영어는 어느 정도 하실 수 있습니까?"

      이 때 자기애적 자아상이 나올 때가 많지요.
      회화는 가능하다는 사람인데 전혀 그렇지 않거나, 읽을 줄만 안다고 이야기하지만 의외로 훌륭히 의사전달을 하는 사람까지.
      자칭 준 네이티브는 지금껏 세번이상 만났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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