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에 해당하는 글 3건

오스만 제국

Culture/Review 2013.10.13 10:00

진원숙

역사에 관심이 많은가?

관심이 많든 적든, 유럽 주요국 위주로 역사를 파악하는 사람들에게는 인지상의 큰 구멍이 있게 마련이다.

동로마제국 이후, 그 지리 상에 생긴 일이다. 
나 또한 그러하다.

그 구멍을 이해하는데 있어 주요한 고리는 바로 지금 터키의 전신, 오스만 제국이다.
 
서로마와 동로마가 갈라진 이후, 로마제국의 주력은 동로마로 이전하여 몇세기간 번영을 이어간다.
찬란한 문화의 핵심은 콘스탄티누스의 이름을 딴 콘스탄티노플.
십자군 원정과도 연관이 있지만, 유럽 세계를 이슬람으로부터 지켜주는 보루이기도 했다.

오스만 제국이 콘스탄티노플을 점령하여 이스탄불로 이름을 바꾼 이후로 지중해 동부와 동부유럽의 역사는 오스만 제국의 행보에 좌우된다.

여러 문헌에 잘 나와 있는 역사를 굳이 여기서 다시 되풀이해서 적을 필요는 없다.
다만, 오스만 제국의 역사에서 곰곰히 생각해볼 부분만 정리한다.

오스만 투르크
한때 소아시의 맹주 역할을 했던 셀주크 투르크는 십자군과의 오랜 전쟁으로 피폐해진 후, 몽골과의 경쟁에서 패퇴하여 흩어지게 된다.
이때 강성한 소부족이 오스만 1세가 이끌던 오스만 투르크다.
이들은 가자(ghaza)라는 투르크족 특유의 문화를 이용해 흩어진 투르크 전사를 규합했다. 가자는 약탈 원정대지만, 투르크족의 생업이자 생활이다. 더 중요한 점은 종교적 의무와 연계되어 매우 뿌리깊은 연대를 제공한다.

예니체리(Yeniceri)
예니체리는 오스만 제국의 역사를 이해하는데 필수 요소다. 
예니체리는 신군대라는 뜻이지만, 비투르크-비무슬림의 왕실 근위대다. 주로 정복지역의 기독교도 자제를 어려서부터 엘리트 전사로 교육시킨 정예다. 

오스만 제국 초기에는 바야지드 1세와 같이 인근 투르크 족을 병합하는 공격군 역할도 맡았다. 무슬림 전사는 같은 무슬림을 침략하기 꺼려하기 때문이었다. 이런 예니체리를 이용한 무슬림 정복은 초반에는 성공을 거두지만, 비무슬림을 이용한 침공을 조장한 것이므로 소아시아의 전체 무슬림들이 등을 돌려 제국이 위기에 빠지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나중에는 예니체리가 정치에 깊숙히 간여하여, 황제를 폐하고, 자신들이 황제를 선정하는 등 그 폐단이 매우 컸고, 오스만 몰락의 한가지 단초를 제공한다.

왕위의 배타적 상속
투르크 특유의 전통은, 장자상속과 같은 규칙이 없다는 점이다. 따라서 술탄이 늙으면 아들들은 피비린내 나는 계승 경쟁을 벌인다. 왜냐면, 왕위 계승에 탈락한 왕자는 바로 죽임을 당하기 때문이다. 형제간 다툼을 막기위한 이 제도는, 제국 초기에는 안정을 보이지만 갈수록 재임 말기에 극심한 혼란을 일으켜 제국의 힘을 약하게 했다. 

재미난건 제국 중반 즈음, 제도를 바꾼 바 있다. 왕위에서 탈락한 왕자들의 사형을 완화하여 유폐로 변경을 했다. 오히려 그 이후에 계승은 극심한 혼란이 되었다. 오스만 제국의 17회 술탄 폐위 사건 중 14회가 이 이후에 일어났다. 투르크 족의 배타적 계승은 나름대로의 지혜였을지도 모른다.

문화의 종말
찬란하던 오스만 제국은 17~18세기에 문화적 고갈을 맞는다. 공직자 중에도 문맹이 많고, 재판관은 무식했다. 유럽의 언어를 배우려는 사람이 없고, 세상 돌아가는 일은 외국인을 고용해 파악하도록 의존했다. 결국, 문화, 정치, 군사 면에서 비약적인 발전을 하는 유럽에 모든 면에서 열위에 놓이게 되고, 제국주의 시대에 오스만 제국은 모든 전선에서 패퇴하게 된다.


터키 공화국
투르크 족의 강한 전투력과, 소아시아 및 인근을 병합한 문화적 규모로 중세를 풍미했던 오스만 제국. 결국 낙후된 시스템과 정치적 불안요소로 근대에 들어 급격한 몰락을 한다. 발칸과 동유럽의 드넓은 영토를 다 잃고, 지금의 터키 지역만 남아 터키 공화국이 되었다.

유럽의 치열한 각축전에서 한 축의 역할을 했던 오스만 제국. 

지금은 후줄근한 변방 나라처럼 보이는 터키로 영역이 위축되었지만, 그 역사를 이해하는 부분은 유럽의 동력학을 이해하는데 필수다. 마치 작금에는 애매한 위치에 모호한 정체성처럼 여겨지지만, 중세를 풍미했던 오스트리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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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터키는 참 매력적인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리적 문화적으로 동서양의 교차점에 해당하다보니 많은 것들이 서로 교집합을 이루지요. 전에 비잔틴 이전에 있었던 팔미라제국의 마지막 황제 제노비아에 관한 이야기를 참 흥미진진하게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자세한 내용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미인에 다재다능하고 능력있는 여성으로 남아있습니다.
    • 맞습니다.
      정말 동양과 서양이 교차하는 곳이고, 역사도 깊어 매력적인 곳이지요. 짧게 들렀었는데, 또 가고 싶습니다. ^^
secret
테헤란의 잠못 이루는 여성들
혹시 '오프사이드'란 영화 보셨나요? 2006년 이란 영화입니다. 전 EBS 채널에서 우연히 보게 되었다가 그 미묘한 매력에 끝까지 보았고, 생각지도 않은 감동에 휩싸였던 기억이 있습니다. 

영화는 무슬림의 독특한 문화에서 출발합니다. 여성은 축구장에 들어올 수 없다는 법 때문에 축구를 좋아하는 열혈 여성 팬들이 경기장 침입을 시도합니다. 남장을 하거나 몰래 들어가는 방식이지요. 여기까지는 의례적인 상상이 됩니다만, 영화는 그 스토리텔링이 치밀하고 정서적입니다. 

무척 인상깊었던 것은, 집에서 중계로 봐도 충분한 것을 법규를 어겨가며 현장에서 보는 여성 팬의 그 강렬한 팬심입니다. 잡혀서 보호구역에서 중계를 들을지라도 현장에서 느끼는 감흥을 중시하는 신세대의 정서와 닿아 있습니다. 

또한 여성을 단순히 하대하지 않고 보호한다는 측면에서 격리하려는 경비병들의 미묘한 심경들이, 밖에서 보기에 원시적이라는 생각이 드는 이슬람의 문화와도 다른 색깔이 있었습니다.

영화는 경기의 승리와 함께 개개인의 스토리가 하나로 융화되며 승리를 만끽하는 결론으로 나아갑니다. 그 과정이 우리나라 예전 영화를 보듯 다소 시대적 전이는 있지만 보편적 정서는 통합니다. 그리고 축구라는 강력한 매개체가 갖는 나라안, 나라 밖의 대단한 유대감에 대해 생각할 기회였기도 합니다.

만일 무슬림 나라에서 아예 여자만 축구를 본다면 어떤 일이 생길까요? 그 전용공간에서 해방의 느낌은 어떤 영향이 있을까요. 여성의 섬세하고 부드러운 면은 축구의 남성적이고 거친 면과 어떤 조화를 이룰까요. 모양이 잘 보이지는 않으나, 재미난 상상입니다.

그런데, 앞서 소개한 '오프사이드'보다 더 드라마틱하고 블락버스터 같은 일이 며칠 전 터키에서 생겼습니다.

 
미친 더비, 이스탄불
먼저 이해해야할 상황이 있습니다. 흔히 축구는 전쟁이라고 하지만, 대개 수사학적 표현이지요. 하지만 직유적인 '전쟁 축구'가 있습니다. 바로 이스탄불 더비입니다. 갈라타사라이와 페네르바체의 경기가 있는 날엔 화염과 투석이 경기장에 난입하는 지경입니다.

사건 사고가 잦은 페네르바체 팬들은 지난 7월 샤흐타르 도네츠크와 평가전에서 경기장 침입으로 인해 무관중 경기라는 징계를 받게 되었습니다.

기발한 해석, 기발한 징계
여기까진 흔히 보는 훌리건들과 징계인데, 터키 축구협회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냅니다. 즉, 훌리건 짓은 못된 성인 남성이지 다른 축구팬은 죄가 없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어린이 날을 맞이해 여성과 12세 이하 어린이에 한해 무료 입장을 시켰습니다. 
결국, 여성 관중만 입장하는 희귀한 경기가 되었지요. 그 결과는 어땠을까요?

남성팬보다 더 열정적이지만, 경기와 응원 자체를 즐기는 아름다운 축구장이 되었습니다. 실제로 경기 전에 축구공 대신 꽃을 관중석에 던져주기도 했다지요. 

선수들도 무관중 속에서 힘겹게 뛰기보다 오히려 더 힘나고 즐거웠을겁니다. 또한 여성들도 남자들 없는 속에서 마음껏 열기를 발산하고 독특한 즐거움을 얻었겠지요. 터키 축구협회의 결정이 이렇게 영화보다 더 드라마틱한 스토리를 만들었습니다. 물론 엄청난 이스탄불의 축구 열기가 뒷받침된 결과기도 하지만요.

스포츠는 살아있다. 그리고 아름답다
무슬림이란 입장에서는, 앞서 말한 이란보다 훨씬 세속화된 터키입니다. 하지만 전 이런 유연한 사고가 더 마음에 듭니다. 우리나라 축구협회라면 이런 재미나고 혁신적인 발상과 실행이 가능했을까요? 멀지않아 우리나라에서도 재미난 축구, 재미난 스포츠 이벤트, 흥미로운 스토리가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저 또한 가을 하늘 속에서, 복귀한 김정우 선수의 실력 점검도 할겸 아내와 축구장을 찾아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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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이폰으로는 영상은 안보이는데 어떤건지 알것같네요.흐흐 그 광경은 정말 상큼한 충격이었거든요^^

    지금쯤이면 경기장에 계실듯한데 재밌는 시간 보내세요^^
    • 네. 아까 문제가 좀 있어서 방금 고쳤습니다.
      유튜브 링크주소체계가 좀 바뀌었네요.

      오늘 경기는 재미 있었습니다.
      승점은 그다지 필요 없는데 선수들이 줄줄이 부상.. -_-
    • 아 맞다. 저 두 동영상의 후일담 같은 영상을 하나 봤는데요, 경기장에 들어가지 못한 남자들은 밖에서 홍염까면서 서포팅을 했다네요.ㅋㅋㅋ
    • 하하 상상이 가네요.
      불쌍한 남자 어른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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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이 뒤집힐 때

Biz 2010.09.24 22:00
상식은 뭘까요. 과학적 원리가 바로 상식은 아닐겁니다. 어쩌면 상식은 인류가 경험한 인과관계의 패턴화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다면 그 효용은 패턴화에 따른 인지적 에너지 세이빙이겠지요. 이러한 경우는 이렇게 되더라는 식 말입니다. 그러다보니, 가끔가다 상식과 반하는 현상이 생기면, 눈을 확 잡아 끕니다. 정치에서도 그런 경우가 있지요

강력한 중앙집권을 원하는 미국 민주당
어느 나라든지, 민주당은 지지기반이 서민이고, 자유와 권력의 견제를 숭상하지요. 
그러나, 미국 민주당은 강력한 중앙집권을 지지합니다. 전에 글썼듯 전통적으로 미국의 민주당-공화당 이념 대립의 핵심은 중앙정부가 갖는 비중이기도 합니다. 

보수를 대변하는 공화당은 지역기반의 유지들이므로, 자신들의 영향력을 크게하는 지방분권을 강하게 주장합니다. 반면, 민주당은 중앙정부가 영도력을 갖고 나라 전반을 균형감 있게 발전시키고 사회적 재분배를 드라이브하길 원하지요. 이유를 알고나면 그럴듯 하지만, 얼핏 보면 상식과 배치됩니다.

군정종식이 더 위험해 보이는 터키
며칠전 터키의 군사헌법이 개헌되었다는 기사가 있었습니다.
대개의 경우 군사헌법의 종식은 단연 민주화에 가까운 이벤트로 좋게 여겨지지만, 흥미롭게도 터키의 경우는 우려가 만만치 않습니다. 

그 이유는 터키의 독특한 정치시스템 탓입니다. 터키는 이슬람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정치-종교를 분리하는 세속주의를 주창합니다. 그 덕에 이슬람 국가의 신앙은 유지하면서 이슬람이 가진 복잡한 제약에서는 풀려나는 영리한 발전방식을 추구해 왔지요. 덤으로, 이슬람 국가와 서구국가간의 중립지대 역할까지 맡을 수 있었습니다.

이는 '터키의 아버지' 아타튀르크 이후 지속된 기조입니다. 이슬람 세력이 발흥할 때마다 군부가 나서서 쿠데타로 정교분리의 원칙을 지켜왔지요. 수단은 좋지 않지만, 목적은 좋은 희한한 경우입니다. 

이번에 군정의 헌법이 내려가면서, 정교일체의 이슬람 원리 국가로 회귀할지, 그간의 경험을 살려 성숙한 민주적 운영과 이슬람 신앙을 조화롭게 발전시켜갈지 지켜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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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저는 개인의 자유를 옹호한다는 미국 공화당이 낙태와 동성애자 결혼 반대를 밀어붙이는 게 제일 황당했습니다. 공화당이 기독교적 가치를 중요시하기 때문에 그렇다는 걸 알고 신기하게 생각했더라지요. 정치 성향을 나눈다는 게 한두 가지 원칙으로 되는 게 아니고 그 사회가 서 있는 맥락에 따라 전혀 다르게 정의된다는 걸 깨달은 일화였습니다.

    유감스럽게도 학교에서는 이런 것을 배우지 못했습니다. 좀 더 일찍 배웠으면 그만큼 세상 보는 시야가 일찍 트였을까요.
    • 네. 말씀처럼 맥락과 이력에서 나옵니다. 우리나라 정치는 그런 색깔마저 없는것도 재미난 우리나라정치의 특성이기도 하지요. ;;;

      어릴 때 아니라면, 배움은 어차피 평생이고, 그렇다면 가르쳐주지 않아도 스스로 알려는 노력이 중요할듯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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