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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 책을 읽어 스페인을 더 잘 알려면 무슨 책이 도움될지가 더 궁금했을지도 모릅니다. 이
전에 스페인 출장 전에 스페인의 역사문화는 물론, 가우디에 대한 별도의 책까지 읽었지만, 그래도 지난 가족 여행 전에 다시 책을 또 읽었습니다.

제가 많이 애호하는 큐리어스 시리즈입니다. 여행 전, 조금 낡은 기억을 되살려, 새롭게 다시 정리하는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역사
스페인 역사의 큰 줄기만 알아도 오늘날 스페인을 이해하기 쉽지요. 기원전 2천년전 페니키아 인들이 발견한 이래, 그리스인도 이베리아 반도에서 식민지를 경영했습니다. 이후, 로마가 기원전 100년 즈음 반도를 통치합니다. 그리고 지금 스페인어, 까딸란 어 등 모든 언어가 라틴어에서 갈라져 나옵니다.

서기 500년 즈음에 게르만이 들어오기 시작하여, 600년 무렵에 서고트족이 최초의 통일국가를 이룹니다. 하지만 711년 아프리카계 이슬람교도들인 무어인이 이베리아 땅을 정복하지요. 그리고 그를 다시 회복하기에 700년. 1492년에 그 유명한 국토회복(reconquista)이 마무리됩니다. 이자벨 여왕과 페르난도 왕이 결혼하여 통합 국가을 이뤄 알함브라를 함락한 것이지요. 이후에는 식민지 개척의 시대가 열려 신대륙의 금이 세비야를 통해 유럽으로 들어오게 됩니다.

결국, 스페인의 언어, 로마식 유산, 이슬람의 유적 및 다양한 문화가 어울리면서 지방색이 강한 현재 스페인은 굴곡많은 역사가 반영되었다는 점이지요.

카톨릭
무려 700년간 무슬림 정권의 지배를 받았지만, 그럼에도 다시 반도를 회복한 카톨릭 왕조의 저력은 대단했습니다. 그 이후로도 스페인은 유럽 카톨릭의 스폰서로 막중한 역할을 합니다. 결국, 카를로스가 로마 제국을 통째로 거둬 먹이다 그 대단한 신대륙의 금을 탕진하고 영국의 일격으로 역사에서 사라지게 되지요. 

그래도 스페인의 키워드는 카톨릭입니다. 하다못해 성직자에게 맞설 힘이 없어 생긴 자생적 조직인 오푸스 데이(opus dei)가 스페인에서 생긴 것조차 카톨릭의 힘으로 읽을 필요가 있습니다. 

가족
스페인에 특징적인 또 하나의 키워드는 가족이지요. 이는 라틴계에 공통적인 현상이기도 합니다만. 카톨릭에서는 이혼과 낙태를 금하기 때문에 대가족이 자연스럽습니다. 또한, 자식에게 끔찍히 헌신하는 라틴계의 특성이 결합하여 스페인의 삶과 문화에 가족적 유대감이 큰 역할을 합니다. 심지어 성상 숭배조차 예수보다 어머니의 이미지인 성모가 더 우세한게 스페인이기도 합니다. 또한 이름의 세번째는 가족명이 아니라 어머니 성이란 점도 라틴의 향기가 짙습니다.

황소
좀 독특한 키워드를 뽑자면, 황소입니다. 가장 오래된 예술품인 알타미라 벽화에도 생동감이 넘치는 황소 그림이 있지만, 지금도 투우를 통해 역동성과 야성을 만끽하는 스페인 사람들입니다. 외국인이 보기에 좀 잔인한 동물학대로 보일지 몰라도, 스페인에서는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순간을 강렬하게 잡아내는 행위 예술입니다.

마냐나
카톨릭과 가족만 놓고 보면 프랑스랑도 구분이 잘 안갈테지요. 하지만 여기에 마냐나(manana)를 더하면 사뭇 스페인스럽습니다. 마냐나는 '내일'이란 뜻이지만 나중에를 이야기하지요. 결국 기약없는 언젠가입니다. 잘 미루기로 소문났고 그게 문제 안될만큼 낙천적인 스페인입니다.

그 밖에 1년내내 끊이지 않는 피에스타, 생각만으로도 입에 침이 고이는 타파스, 플라멩코와 와인, 셰리주까지 스페인의 키워드는 많지만, 무엇보다 저는 스페인 사람들의 훈훈한 미소와 인심을 짚고 싶습니다. 

여행 전, 중, 후 모두 유쾌한 스페인, 그 이면의 이야기가 잘 정리된 책입니다. 역시 명불허전 큐리어스 시리즈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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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u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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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생일의 대미는 플라멩코 공연입니다. 플라멩코는 안달루시아의 집시에서 유래되었지만, 마드리드도 잘 합니다. 왕립 플라멩코 학교도 마드리드에 있지요.

스페인 하면 경험해야 하는 3대 문물이라면, 투우, 플라멩코, 축구입니다. 투우는 10월에 시즌이 종료되어 다음해 봄 되어야 재개되니 이번 여정과는 어긋났습니다. 축구는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 모두 머무는 동안에 홈경기가 없었지요. 그러므로 플라멩코는 반드시 체험해야할 스페인 문화였습니다.
안달루시아의 발원과 달리, 관광객 용으로 플라멩코 공연을 하는 곳을 타블라오(tablao)라고 합니다. 쇼도 보고 밥이나 술도 가볍게 마시는 극장식 식당입니다. 여행 전에 검색을 하니 두 군데가 물망에 오릅니다. 코랄 데 라 모레리아(Corral de la Moreria)와 코랄 데 라 파체카(Corral de la Pacheca)입니다. 모레리아는 왕궁 근처, 파체카는 북쪽 베르나베우 경기장 근처입니다. 둘 다 평은 좋은데, 시간대 고려해 숙소에서 가까운 모레리아를 택했습니다. 코랄 데 라 모레리아는 1956년에 오픈하여 가장 오래되고 유명한 곳입니다. 관광책자 소개로는 발레와 융합한 플라멩코를 선보인 1인자가 소속된 곳이라고 합니다.
실제로, 세계의 유명 정치가, 영화배우, 가수 등 무수한 유명인사가 다녀갔습니다. 어느 타블라오든 예약은 필수입니다. 자리를 확보하기 쉽지 않습니다. 저도 전화 해봤더니 당일 예약은 당연히 안되고 이틀 후에나 자리가 있을 정도입니다. 비수기인데도 그러니, 미리 연락하길 잘했지요. 

가격은 음료 하나가 포함된 경우 35유로 수준, 음식까지 포함된 경우 60유로 수준입니다. 만만치 않은 가격이지요. 원래 플라멩코는 자정 넘어 즐기는 문화입니다만, 스페인 사람 아니면 어려운 일이고, 일찍자고 일찍 일어나는 관광객용인 10시 공연이 있습니다. 2부 공연은 12시에 시작합니다.
미리 예약하고, 또 30분 전에 도착했는데도 이미 좋은 자리는 꽉 찼습니다. 그나마 옆면에 무대 근처의 자리를 안내 받아 앉았습니다.
사실 처음에는 반신반의 했습니다. 관광객 상대의 쇼가 갖는 함의를 잘 알기 때문입니다. 적당히 스패니시하고 적당히 판타지를 만족시켜주면서 돈이나 살살 벌어가는 스타일말이지요. 
하지만, 공연이 시작되고는 그런 생각이 싹 사라졌습니다. 공연은 토케(Toque, 기타) 셋, 칸테(Cante, 보컬) 셋, 그리고 단체 무용수 셋에 메인 남자 무용수, 여자 무용수. 이렇게 구성이 되었습니다. 듣기만 해도 집시의 정취가 넘치는 토케 연주, 그리고 그야말로 영혼의 밑바닥에서 끌어올린 듯한 칸테, 거기에 더해 온 몸으로 희노애락을 표현하는 바일레(baile). 

이 모든게 정말 단순히 돈버는 공연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끊어내어 공유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어찌나 감정표현이 절실하고 직접적인지, 보는 내내 한 눈을 팔 수 없을 정도로 강한 동화를 느낍니다.  
게다가 남자 무용수의 그 열정이란. 안토니오 반데라스를 닮은 그의 무용은 우미함과 정열을 쉴 새 없이 발산했습니다. 단 하나의 성적인 동작도 없었지만, 그럼에도 그렇게 섹시할 수가 없었습니다. 공연에 온 여인들 넋을 잃습니다. 남자인 제가 봐도 매력적임을 부인할 수 없지요.

정말 재미난 건 그 다음입니다. 너무도 황홀한 공연에 모두들 자리를 떠날 때 아내와 저는 그자리에 충격을 받은듯 앉아 있었습니다. 와인을 홀짝이며 여흥을 즐기고 있었지요. 그런데, 웨이터가 제안을 합니다. 2부 공연에 자리가 여유있으니 원하면 더 봐도 좋다고 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아내는 2부 공연을 다시 돈내고 더 볼까 했는데, 예약없이 뒷자리만 차지하지 않냐고 이야기 나누던 참이었습니다. 그라시아스! 때려주고 무대 가까운 곳에 다시 자리를 잡았습니다. 웨이터는 팁을 두둑히 받았지요.

2부공연은 1부와 완전히 달랐습니다. 일단 선수 구성이 똑같으니 이미 땀에 젖고 몸이 풀린 상태입니다. 12시 공연이라 관광객이 별로 없는 탓인지, 1부의 화려하고 다채로워야 하는 강박에서 벗어납니다. 그냥 돌아가면서 재주 부리듯 자신의 장기를 표현합니다. 그 진솔하고 강렬한 매력에 모두가 마법처럼 휩싸입니다. 심지어 노래부르는 이들은 술을 갖다놓고 목 축여가면서 구성지고 애절하게 노래를 뽑습니다. 아내와 저는 다음날 일찍 일어나야 함에도 불구하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공연을 봅니다. 아니, 밤새도록 플라멩코만 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눈 깜짝할 새 두시간이 지나고 끝이 나자 공연 본 저희가 다리에 힘이 쫙 풀립니다. 그만큼 강렬하게 몰입해서 공연을 보았습니다.

아내의 생일, 꿈같은 플라멩코 공연을 보고 생시처럼 나른하게 잠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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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저도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 모두 갔었는데, 플라멩고 공연 한 번 못봤네요. (길거리 공연은 한 번 봤군요) 그 땐 배낭메고 돌아다니기 바빴는데, 각 도시의 술집 한 군데식 가자는 사전 계획을 지키기에도 돈이 빠듯. ^^;

    이젠 금전적인 여유는 있으나, 떠나기가 쉽지 않은. 또 기회가 있겠지요. 부럽습니다. ^^
    • 원래 그렇지요. 시간 있으면 돈이 없고, 돈이 있으면 시간이 없고, 또 대부분은 둘 다 없고.. ^^;
  2. 그간의 눈팅을 용서하시고 옐로카드를 거둬주시옵소서 후후후후.
    다음주에 아이폰오면 폭풍 댓글을 달겠습니다. -_ㅜ
    그러나 트위터나 페이스북으로 하는 너무 빠른 소통이 오히려 낯설게 느껴지는 저는 촌스러운 사람일까염.
    스페인..저도 꼭 가보고 싶습니다. 이런 공연을 직접 보면 어떤 기분일지 상상이 되지 않는군요. 사모님(?)께서 엄청 감동하셨겠습니닷.
    • 올해가기 전까지 두장 먹지 않으면 리셋된다는.. ^^

      근데, 회사에서 아이폰 써도 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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