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더멘털'에 해당하는 글 2건

우리나라에서 투자를 전문으로 다루는 사람이 쓴 주식 관련 책이 얼마나 있는가?
의사, 변호사, 단타전문가의 책은 있어도, 펀드 매니저가 직접 쓴 책이 많은가? 
내 기억에는 별로 없다. 외국의 경우는 좀 다르다.

이유는 간단하다.
첫째, 우리나라 도서시장은 매우 좁기 때문에 RoI가 안 나오기 때문이다.
소위 굳이 장사 밑천에 해당하는 '비법'을 공개하지 않더라도, 그냥 글 쓰는 노력과 시간에 비해 얻을 것이 없다.
둘째, 쓸데 없는 리스크를 안을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어차피 좁은 업계에서 평판과 성과로 이미 평가 받고 있는데, 굳이 새로 책을 써가며 고생할 이유가 없다.
더 얻을 영광은 조금이되, 폄훼될 브랜드 자산 가치는 높다.

그 결과는 어떤가. 
척박한 컨텐츠 시장이다.
맞건 틀리건, 펀드매니저가 어떤 관점과 논리를 갖고 투자에 임하는지를 책을 통해 알 수 없는 우리나라 독자와 투자가는 불쌍하다.
자업자득인 면도 있지만, 협소한 언어공간에 놓인 우리나라 독서시장의 치명적 취약성이기도 하다.

말이 길었다.
이 책은 그런 면에서 희소하고, 난 높은 평점을 준다.
얻을 부분 보다 잃을 부분 많은 저자가 용기있게 자신의 밑천과 철학을 깠다는 점에 박수를 보낸다. 내 책도 같은 과정을 겪고 있지만, 글 쓴 공임도 안나오는 전문서적 시장에서 금전적 이득보다는 지적 기여를 하는 용단을 내린 부분도 긍정한다.

이준혁

책의 의의만 짚고 넘어가기는 심심할테니 책의 얼개를 요약하자.

책의 핵심 주장은 제목과 일치한다.

좋은 주식에 집중 투자하라는 것인데, 밥먹으면 배부르다는 당연론이 아니다.

책이 논박하는 대척점은 흔히 말하는 분산투자, 포트폴리오 투자다.
위험을 분산하기 위해 다양한 기업의 주식에 투자하여 포트폴리오를 만드는게 일종의 상식처럼 되어 있다.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격언이 대표선수다.
하지만 저자 이준혁은 명백히 반대의사를 표현한다. 
결국 분산을 통해 평균 수익률의 감소만 초래하고 분석의 부실만 야기하니 똘똘한 놈 몇개에 집중하는게 옳다는 주장이다.

이 부분은, 재무학에서 다루는 CAPM과 효율적 시장가설(EMH)등 여러 재무 가설에 기반하여 논리를 전개하지만, 이는 학문적 기초를 눈여겨 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주는 일종의 서비스다. 복잡히 논증할 필요 없이 워렌 버핏이 예전 부터 강력히 주장하던 이야기니 필요하면 내 예전 포스팅을 참조하면 된다.

내 의견?
나 역시 이준혁 저자의 관점에 동의한다. 그냥 시장 수익률 쫒아 망신당하지 않겠다는 펀드는 분산투자도 나쁘지 않다. 운영은 대개 기계의 몫이다. 
하지만 차별적 수익을 내려는 펀드라면 집중 투자가 승부수이자 유력한 답이다.
이유는 뻔하다. 주식시장에서 모두가 동시에 부자가 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좋은 주식은 어떻게 고르는가?
저자의 명쾌한 답을 소개한다.
좋은 주식은 좋은 회사와 좋은 주가의 교집합이다. 

좋은 회사는 펀더멘털을 의미한다.
따라서, 좋은 지배구조, 경쟁우위, 재무적 우수성이 좋은 회사의 기본 미덕이다.

아무리 회사가 좋아도 가격이 매력적이어야 한다.
따라서 좋은 주가를 찾아내야 한다.
좋은 주가는 기업가치가 시총보다 높은 회사(달리 표현하면 저평가)와 유동성이 풍부한 회사다.

사실 좋은 회사와 좋은 주가를 설명하는, 뒷 부분은 상당히 아쉽다.
너무 교과서적이란 점이다.
틀린 말은 없는데, 이 책을 통해서만 볼 수 있는 통찰은 크지 않다.
아마 이 부분이 저자가 생각하는 '영업비밀'일 수도 있고, 막판에 책 쓰기 힘들어 훌훌 날려 써내려 갔을 수도 있다.

책의 뼈대를 추려 놓으면 단순하다.
저자는 좋은 주식 몇가지에 집중투자할 것을 주장한다.
단순한 만큼 강력하고, 또 재야고수가 아닌 주류 선수가 쓴 책이라 특이하다.
독자의 경험과 지적 배경 따라  크게 배울 점이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지적 결과물을 공유하는 저자의 자세에 고마움을 표하고, 이 책의 논지를 깊이 이해하는 몇명 독자는 큰 돈 벌 수 있으므로 이 책의 가치는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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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uit
@inuit_k / CxO / Author ("가장 듣고 싶은 한마디 YES!") / Making better world, every minu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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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협소한 언어공간이라는 약점이 여러분야에서 점점 더 느껴지네요.
secret

Harry Dent

(Title) Great crash ahead


이유는 모르겠다. 연말이라서인지, 공포를 자극하는 주제의식 때문인지, 마케팅 적으로 잘 밀어서인지 아무튼 요즘 많은 매체에서 커버하고 있는 책이다. 비관적인 내용은 항상 구뇌에 바로 속삭이는 속성이 있는지라, 나 역시 혹시라도 건질 것이 있을까 구매를 했고 단숨에 읽어 버린 책이다.

400페이지 정도 부피감이 있지만, 그 핵심 메시지는 놀랍도록 단순하다.

-2013년을 지나면서 미국 경제를 필두로 세계는 디플레이션에 들어간다.
-그 이유는, 베이비부머 들이 소비의 정점을 지나기 때문이다.
-베이비부머들이 46세를 지나면서 지금껏 누적된 거대한 부채조정과 소비 축소, 저축 확대를 도모하므로 디플레이션은 필수다
-디플레이션은 인플레이션 시대의 사고방식으로 이해하기 힘든 일들이 진행되고, 매우 혹독한 경제 상황이 도래한다
-이런 디플레이션은 경제 순환의 말기, 즉 겨울에 해당하며 겨울이 지나면 다시 장기 호황의 봄-여름이 진행될 것이다.

일단, 책의 내용은 상당히 긍정할만 하고, 귀기울일 필요가 있다. 반드시 그러하다기 보다는, 이런 주요 동인이 있다는 점으로 이해하면 다양한 옵션을 가지고 미래를 대비할 수 있기에 그것 만으로도 책의 가치는 충분하다.

다만 난 저자의 메시지를 교훈으로 받아들이지만, 교조적으로 들이지는 못하겠다.

첫째, 미래학에서 흔히 사용하는 인구동태학적 변화동인(change driver)은 분명 도도한 흐름이고 여기에서 이끌어낸 결론은 상당한 개연성이 있다. 하지만, 저자는 미국에 위치한 한계에 갇혀, 미국 베이비부머의 영향력을 과대 평가하고 있다. 베이비부머의 2세대(에코 부머)는 물론, 미국 외 국가의 인구동태학은 결과적으로 배제하고 있다. 확실히 미국의 영향력은 지대하며, 베이비부머는 에코부머보다 또렷한 덩어리를 형성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저자 논리 전개의 취약지구는 지나친 단순화에 있다.

이점은 둘째 결함으로 이어진다. 단순하면 명료하지만, 무시하는 동인들이 초래하는 임의성 역시 무시한다는 단점이 있다. 쉽게 말해, 과거의 일본 단카이 세대, 현재의 미국 베이비부머라는 두 가지 팩트에 근거해 앞으로의 미래를 단정적으로 묘사한다. 

셋째, 어쩌면 이 책은 이 지점에서 일반적 미래학과 결별한다. 미래학에서는 다양한 변화동인의 시너지를 바탕으로 타당한 복수의 미래(futures)를 예상한다. 이는 예측의 확률을 높이는 안전장치 같아 보이지만, 실상의 함의는 변화하는 미래를 추적하는 실마리를 제공함에 있다. 하지만, 덴트 씨는 지나치게 단순화하여, 베이비부머가 활력이 떨어지니 이젠 디플레이션이라고 선언하고 있다.

넷째는 문제가 심하다. 덴트씨가 이러한 단순화에 스스로 신이 나 오버를 함에 있다. 즉, 변화동인을 추적해 미래를 예측하는 기법은 철저히 펀더멘털을 중시하는 분석법이다. 그러나, 책 말미로 갈수록 저자는 과거 몇백년의 주기를 분석해 80년 주기설로 경제의 사계절을 설명하는 기술적 분석법에 의존한다. 그러나, 이는 두가지 분석법을 잘 버무렸다기 보다는 양복에 갓 쓴 꼴이다. 산업과 기술이 발달하면 경제적 토대가 변하기 때문에, 과거의 주기는 의미가 변질된다. 최소한 순환 사이클을 보일지라도 그 주기는 점점 짧아질 확률이 높다. 전 지구적 규모의 생산-소비는 쏠림현상을 초래해 급격한 변화를 잉태하고 미래학에서는 경련(spasm)에 가까운 불규칙성을 상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례로 저자의 논거 중 중요 부분을 차지하는 미국의 민간 부문 부채를 보면, 2007년 42조달러에서 2012년 40조 달러로 줄었다. 아직 충분하지는 않지만, 공론화된 문제에 개입하는 인간 행동의 교란효과를 무시한 결과다. 물론 민간부채의 압력은 아직도 크고 저자는 단순히 폭발시점이 이연된 상황으로 치부할 수 있지만, 내가 지금껏 경험한 바로는 분석이 틀릴 정도로 꽤 오랜 이연도 가능하다. 그게 인간이기 때문이다.

다소 비판적인 점들을 열거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매력적이다. 단순한 얼개로 하나의 나쁜 시나리오를 잘 설명해 주고 있다. 이 부분을 배우는 것만으로도 시간과 돈이 아깝지 않을 것이다. 만약 디플레이션이 온다면 분명 지금의 사고습성으로는 쫓아가기 어려울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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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블로깅 재개를 환영합니다. ^^
secr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