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문'에 해당하는 글 2건

십년도 전의 이야기입니다. 대학동기가 클래스 학교에서 공학 박사를 마치고 회사를 다니다 뜻한 있어 경영학 공부를 하고자 했습니다. 필요한 퀄리피케이션은 만족했는데 의외로 거절 통지를 받았습니다. 이유가 가관입니다. 이미 박사를 땄으면 공부하는 이치를 아는데 굳이 새로운 박사를 공부할 필요는 없다는 겁니다. 100년전이야 박사가 이것저것 학식이 많아 박사지만, 요즘 박사는 아주 좁은 분야에서 기존보다 작은 진전을 이루는게 박사과정의 주된 임무지요. 전공하지 않은 다른 학문이라면 새로 배울게 많고 다른 학위는 충분히 의미가 있습니다. 오히려 다른 학문의 정수를 아는 사람이 제발로 와주면 고맙다 해야할텐데 말이죠. 이게 불과 10 , 미국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김범준

세상 일에 관심 많은 물리학자

저자는 입자물리학을 전공하지만 물리학의 수학적 모델링 도구를 사용해 세상 이치 따져보는걸 즐겨합니다. 학문 내에서는 괴짜지만, 통섭적 학문을 연구하는 '학자'입니다. 아카데미아에서 요구하는, 주로 논문형식의 글과 jargon으로 점철된 학문내 주제에 머물지 않고, '' 관점에서 '지금, 여기'에서 벌어지는 일에 관심을 갖습니다. 수학적 모델링을 통해 세상 일을 밝혀 봅니다. 결과는 꽤나 흥미롭고 숫자를 넘는 통찰이 넘칩니다.

 

예컨대 이렇습니다.

어떤 논문에서 공진(resonance) 이용해 조직이 성과를 내는 최적의 구조가 나뭇가지 모양의 상명하복 구조임을 밝혔을 , 물리학자이자 건전한 시민으로서 저자는 의문을 품습니다. 그리고 개인이 모두 같다는 전제가 강한 가정이란걸 깨닫습니다. 그리고 구성원 각자의 개성이 다른 조직, 노드의 고유진동수(natural frequency) 넣고 시뮬레이션을 돌린 결과 의미있는 결과를 얻습니다

상명하복 구조는 빠르게 조직을 통합하지만 전체적인 통합(resonance) 한계가 빨리오는 대신, 의사소통 채널을 다양화하면 시간은 걸리지만 온전한 통합이 이뤄짐을 밝혔습니다. 결과만 놓고 보면 ' 당연한 이야기지'라고 쉽게 생각하겠지만, 수학적 모형으로 합리적 결과를 얻는건 매우 중요합니다. 복잡한 일이나, 고유한 문제를 모델링하여 방법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사람 놓고 실험하긴 어려운데, 이런 모델로 시뮬레이션 돌릴 방법이 있다면 매우 긍정적 결과를 저비용으로 얻을 있지요. 그게 과학의 매력이기도 합니다.

 

물리학자가 교육 문제를 보는 시각도 그러합니다. 교육비의 효용은 위로 볼록하며 수확체감(diminishing return) 함수꼴을 갖습니다. 지금처럼 수능 점수가 미래 수입에 미치는 영향이 지수함수 꼴을 갖는다면 과한 투입이 부자계층에만 수지맞는 일이되고, 그에 따라 있는 아이가 나은 점수와 나은 미래가능성을 독식하는 빈익빈 부익부의 양극화를 만듭니다. 분배 측면에서 함수 꼴을 바꾸지 않으면 고쳐지기 힘든 사회문제란 점이 도출됩니다.

 경영학적인 이슈가 저는 제일 흥미로왔습니다. 앞서 말한 조직 구조의 의사소통 채널 문제 아니라, 조직내 또라이(또라이 제로조직 asshole) 분포도 재미납니다. 모두에게 사랑받긴 힘들고(최대 30%), 한편 모두가 싫어하는 사람은 존재하는데 (80%) 이들을 어찌 다룰지는 경영의 영역일겁니다. 그리고 마크 그라노베터(Mark Granovetter) 집단행동 문턱값 모델을 곱씹어 보면 디지털 마케터가 그리 목마르게 찾던 바이럴의 중요요소가 보입니다. 파레토 곡선처럼 척도없는 확률분포를 갖는 연결망은 인플루언서 마케팅의 공략대상입니다.

 

소소한 재미는 깨알같습니다.

조선시대부터의 족보를 데이터 처리해서 한국인의 성씨를 분석하고 유행하는 이름을 밝혀봅니다. 주식투자와 통행량, 교통체증을 시뮬레이션 하고 심지어 윷판이 돌아가게 하는 윷모양 (배가 나올확률이 1/2 안됨) 적정값도 계산합니다.

 

서두에 말한 친구는 결국 몇번의 시도 끝에 입학 허가를 받아 경영학 박사를 마쳤고, 공학적 소양을 바탕으로 계량화된 마케팅을 가르치는 교수일을 하고 있습니다. 외눈으로 세상 보는 '전문가 바보' 다른 자신의 분야를 열어가고 있지요. 저자 김범준 교수가 그렇듯 말입니다.

 

Inuit Points ★★

읽는 내내 재미납니다. 챕터별 결과는 함의가 진합니다. 과학이 이런 문제까지 있다는걸 보는건 경이롭습니다. 챕터 하나하나가 논문의 내용을 대중적으로 다시 풀어 쓴겁니다. 그래서 쉽지만 고품질의 내용입니다. 우리나라에 이런 책이 아직 나오는게 반갑습니다. 다섯 채워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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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왜 공부하십니까?

히로나카 헤이스케

수학계의 노벨상이라는 필즈 상(fields medal)을 수상한 일본의 수학자 히로나카 씨의 명저입니다. 공부는 너무 당연히 해야 하는 일로 생각들하고, 다 이유는 있지만, 그래도 왜 공부해야 하냐 물으면 똑부러지게 그자리에서 대답하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히로나카씨는 잘라 말합니다.
공부는 지혜를 얻기 위해서 하는 것이다.
지식은 왔다 가더라도 지혜는 남고, 그 지혜가 스스로를 인도하기 때문일겁니다. 그리고 그 지혜를 얻고자하는 목표도 개인적 꿈과 연결하면 의미가 크겠지요. 이렇게 목적을 명확히 한 후에 공부에 임한다면, 그 자세도 다르고 마음가짐도 다르겠지만 결정적으로 공부의 방법도 달라질겁니다. 수학 문제집 몇페이지를 푸는게 목적이 아니고, 방정식의 원리를 이해하는게 목적이 되니 말입니다.

실제로 히로나카씨는 어려서는 유년학교 입시도 떨어지고, 고등학교 때까지는 음악한다고 심취해 있었습니다. 게다가 아버지는 아들에게 장사를 시키기 위해 고의적으로 입시공부를 방해하기까지 했습니다. 그러나 결국 쿄토 대학을 졸업하고 하버드 (13일 배타고 시애틀 도착해서, 3일간 기차타고 보스턴 도착하는 시절)에 유학하며 자신의 특이점 해법을 이룹니다. 그리고 삼십살 전후의 천재들이 수상하는 필드상을 연령 제한인 40살 이전에서야 가까스로 타지요.

히로나카씨의 공부 방법론 중 제 스스로의 용도를 위해 정리한 부분을 공유합니다.
  • 가까운 데서 존경할 만한 사람을 고르고 그를 배우려 노력하라.
  • 공부는 사고력이 목적이다. 많이 배우고, 많이 잊고, 또 배우자.
  • 공부의 요체는 인내력이다. 끈기있게 장시간 집중할 수 있는 사고력이 중요하다.
  • 배움이 어느 정도 차면, 창조의 국면으로 진행하라.
  • 소박한 마음을 잃지 않는게 창조의 기반이다.
  • 소심심고(素心深考)다.
  • 인생의 목표라는 관점에서 바라본 공부는 어떤 의미인지 사색하라.
  • 니즈(needs)는 외부적 필요고, 원츠(wants)는 내적 필요다. 원츠에서 출발하라.
  • Sleep with your problem
  • 이학(耳學)은 귀동냥이다. 여러 사람에게 직접 묻고 배워라.

공부는 평생 하지만, 굳이 공부론을 다시 배울 필요는 없는 제가 책을 읽고 정리한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이 책은 격물치지 아저씨가 제 아들에게 선물한 책이지요. 평생 중요성을 띄는 공부에 대해 생각해보라는 권유이자 무언의 조언이기도 합니다. 아이는 무척 재미있게 읽었고, 저도 아이와 대화하기 위해 따라 읽었습니다.

여러분, 왜 공부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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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재미있는분야는 공부 자체가 즐겁더라구요. 즐거운 분야를 더 발견하기 위해 여러 분야를 공부합니다 ^_^
    • 그 자체를 즐기는 마음도 소박한 진심이라고 생각해요.
      즐기지 못하면 breakthrough도 없는듯 하구요.
  2. 저에게 있어서 공부라는건

    무지를 없애기 위한 수단!

    또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서도 필요하지요 0ㅅ0
  3. 돈줄이라서? ^^;;;
    여기 달릴 답변 중 가장 보통사람의 답변이라고 자부해봅니다. *^^*
    공부는 인간의 원초적인 욕망 중 하나가 아닐까합니다. 공부라고 이야기 하면 먼 이야기 같지만 알고자함혹은 이루고자함이라는 인간의 욕망을 이루어지게 하는 중요한 요소중 하나잖아요. ^^ 뭐, 역시 제겐 돈줄이 답입니다만.. ㅋㅋ
    • 이론과 실제를 겸비한 답이군요. ^^

      인간 뇌의 도파민 시스템은 호기심을 충족해야 살게 되어 있지요. 다만, 공부 시스템이 재미없어서 싫어하는 사람이 많을 뿐이에요. 그러다보면 돈줄도 되겠지요.
  4. 10년이상 다른건 안해보고.. 공부만 하다보니 할줄아는게 공부 뿐이라서 하고있습니다^^

    문제는 대학이전의 공부는 누가 시켜서 하던 공부였지만, 대학에 입학하고 군대다녀오고 난뒤로는 제가 하고 싶은 공부를 하고있다는 그정도~??
    • 하고 싶어 하는 공부가 제대로죠.
      그 순간을 얼마나 빨리 당길 수 있느냐가 관건 아닐까 싶어요.
      늙도록 못 찾으면 좀 섭섭한 일이고, 젊어 찾으면 천재나 수재소리 듣는거고.. ^^
  5. 좋아하는 것을 더 잘 알기 위해 책을 읽을 때 공부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그 이유를 잠깐 생각해봤더니 공부라는 단어 자체가 가지는 부정적인 이미지 때문인 것 같아요. 공부는 아무래도 책상에 앉아 연필을 들고 뭔가 적으면서 해야할 것 같거든요.
    • 네. 맞습니다.
      공부는 무언가 배우면 모두 공부죠.
      꼭 각잡고 책상에 앉아야 공부는 아닌듯 해요.
      시험이 필수도 아니고. ^^
  6. 아침바라기 2009.08.02 21:28 신고
    예전에 추천받은 책이로군요.ㅎㅎ
    동기부여란 측면에서 훌륭하다고 들었습니다.

    저는 알아가는 즐거움 때문에 학문을 하는거 같습니다. :-)
  7. 저는 남주려고 합니다...^^
  8. 입시세상에 살다보니 공부는 왠지 성경에서 말하는 초등학문에 국한된 것처럼 들리네요.
    판을 좀더 키워 교육을 왜 하느냐 라고 묻는다면 자연의 질서를 알기위해서라 답하고 싶습니다^^
    블로그 잘 둘러 보고 갑니다.
    • 네. 공부는 자연의 질서를 아는 부분도 분명 큽니다.
      그리고, 자연의 질서를 알아내는 부분도 중요하지요.
      공부하는 공부인, 방법지도 공부의 큰 줄기로 생각해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9. 궁금해서!
    알고싶어서! 요
    지식을 측정하려는 시도만 없다면
    저에게 공부는 제일 재미난 일 중 하나
  10. Fields Medal을 우리글로 "필드상"이라고 표기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알고있습니다. "필즈상" 혹은 "필즈메달" 이라고 읽는 것 같습니다.

    http://ko.wikipedia.org/wiki/%ED%95%84%EC%A6%88%EC%83%81
    • 네. 그렇군요.
      책의 내용을 그대로 인용했는데 필즈 메달이라고 쓰는게 낫겠습니다.
      고맙습니다.
  11. 저도 한권사서 읽어보고, 몇년후 아이에게 읽혀야 곘어요..^^ 어렸을적 궁금했던 "이거 배워서 어디써먹지?" 하던 궁금증을 아들도 똑같이 하곘죠? 그에대한 해답을 줄거라 생각합니다. ^^;
    • 네. 인생에 가장 많은 부분을 할애하면서 막상 이유는 모르고 돌진하는게 공부 아닐까 싶어요.
      한번 왜? 라고 생각해보는건 좋은 기회겠지요.
  12. <내가 살아보니까,
    결국 중요한 것은 껍데기가 아니고 알맹이이다.
    겉모습이 아니라 마음이다.
    예쁘고 잘생긴 사람은 TV에서 보거나 거리에서 구경하면 되고
    내 실속 차리는 것이 더 중요하다.
    재미있게 공부해서 실력 쌓고,
    진지하게 놀아서 경험 쌓고,
    진정으로 남을 대해 덕을 쌓는 것이 결국 내 실속이다.
    - 장영희교수의 에세이 中 >

    여기, 답이 있네요^^
    나의 '알맹이'를 채우는 게 공부라는.
    사실 알면, 재미있지요.
    • 참 새겨둘만한 귀한 글입니다.
      고맙습니다.

      제 뜻도 그러한데 알맹이를 튼실히 하는게 목표입니다.
      한시라도 잊지 않기를 소망합니다.
  13. 방승양교수님의 역서군요...
    저도 아주 예전에 읽은 기억이 있네요.. ^^
    서가 한켠에 자리를 잡고 있을 것 같은데...
    다시금 꺼내 반추해봐야겠습니다...
    • 방승양 교수님을 아시나봐요.
      역자는 맑은독백님 댓글보고 다시 눈여겨 보게 되었네요.
  14. 저는 아직 외부적 필요에 의해... ㅜㅜ.
  15. 요점 모아놓은 것에 새겨야 할 말이 많군요...
  16. 혹시 영문판을 구할수있나 가르쳐 주십시오..
    미국인 친구에 선물용도로 사용하려합니다....





    로저.이 LANDTRUST2007@GMAIL.COM
    • 아마존에 검색해 봤는데 영문판이 없더군요.
      혹시 모르니 다른 서점에서도, Hironaka Heisuke 로 한번 찾아 보세요.
  17. 아-휴, 괞한질문에 수고하셨습니다.
    항상 감사합니다.
    건강하세요........



    로저.이
  18. 또 다른 subject(주제) 을 올려주시면 마음의 댓글 꼭올리겠습니다.




    로저.이
  19. 수학 전공자로서 이책을 재미나게 읽었던거 같아요.
    당시에는 수학자가 되는게 꿈이었기 때문에 더 와닿았던것 같구요.
    직장생활하는 내내, 야근하고 집에와서는 업무관련 자격증 공부를 병행하면서도, 처음에는 호기심에서 시작된 공부가 나중에는 응당 해야하는 압박으로 다가오더라구요.
    글쎼요. 나는 왜 공부하는가? 수 년 전에는 쉬울지 몰라도 지금은 너무 어려운 질문인것 같습니다. 그 해답을 찾아 나가야겠죠.
    • 아.. 수학 전공하셨군요.
      왜 공부해야하는지는 어른이 되어도 되돌아볼 일입니다.
      러셀 이야기처럼, 즐겁게 사는 법을 배우기위해서 공부할지도 모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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