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에 해당하는 글 3건

의식은 무엇인가.
인간이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고, 자신이 생각한다는 점을 깨닫고, 다시 왜 그럴수 있었을까 생각하는 능력을 가진 점은 대단하다. 한편 인간이 인간다와지면서 또 다른 고통에 빠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자신이 언젠가 죽는(mortal) 존재라는걸 아는건 생물학적 개체에게는 저주다. 그래서, 인류는 종교나 철학을 통해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사회적으로 극복해냈다. 반면, 의식을 통해 세상을 재조명하고 고민하는 능력은 생존과 번식, 나아가 자존의 확률을 높인다는 점에서 축복이다.

의식은 '진화적으로 내면화된 움직임'이다. 이나스(Rodolfo R. Llinas)의 명제다. 환경에 적절한 운동출력을 제공하는 기반이 의식의 본질이다. 다세포 생체가 출현하여 각 세포가 분화한 후, 감각세포와 운동세포를 연결하는 세포가 신경세포다. 신경세포 중 매우 특화된 상태로 진화된게 뇌다. 따라서, 신경세포 또는 뇌의 존재 이유는 감각세포의 신호를 운동세포에게 전달하는 일이다. 뇌는 일종의 프로세서(processor)다.

 

물론, 뇌의 모든 기능이 의식적이지는 않다. 뇌 활동의 5%만이 의식이다. 자세를 잡고 근육을 제어하는 나머지 95%의 계산은 소뇌가 전담한다. 보조연산장치 (co-processor)인 셈이다. 소뇌는 10Hz의 펄스에 따라 일상적이고 반복적인 연산을 담당하고, 그 외 특별한 계산만 대뇌와 변연계에서 담당한다. 의식은 이 부분에 존재한다.

 

의식만으로는 부족하다. 사물의 이면을 보고 모델화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범주화와 추상화다. 이케가야의 지적처럼[각주:1] 의식은 언어로 전형화되며, 언어로 규정되는 의식은 세가지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첫째, 표현의 선택이다. 사물을 식별하고 의미를 부여한다.

둘째, 단기기억 또는 작업기억(working memory)이 필요하다. 문장의 끝머리쯤 가서 앞 부분을 잊는다면 의식은 사그라진다.

셋째, 가소성(plasticity)이다. 다른 말로 하면 장기기억이다. 경험을 학습하는 능력이다. 경험에서 배우지 못하면 의식은 소용없는 일이다. 이러한 가소성은 뇌의 시냅스 구조가 변형되어 이뤄진다.

 

뇌는 언어를 토대로 의식을 완성한다. 에덜먼(Gerald Edelman)의 유명한 연구다. 감각세포는 하루종일 쉬지 않고 감각을 보고한다. 하지만 감각은 욕망으로 규격화된다. 배고픈지 갈증이 있는지 무서운지 갈래를 나눈다. 이는 지각의 범주화다. 범주화 된 지각은 전두엽, 두정엽, 측두엽 등을 돌며 범주화 과정 자체가 범주화된다. 개념의 범주화이다. 이 부분까지는 언어의 도움 없이 이뤄지는 의식이다. 이를 하부적 개념의 1차의식이라고 한다. 1차 의식은 당연히 동물도 갖고 있으며, 매우 강한 현재주의(presentism)를 야기한다. [footnotet]이 현재주의는 커뮤니케이션에서도 매우 중요시해야 하는 도마뱀 뇌의 특성이다.[/footnote]


여기에 언어가 개입되면 차원이 달라진다. 앞서 말한 가소성 장기기억으로 우리는 과거 장면과 경험을 불러온다. 범주화된 기억을 통해 미래를 유추하기도 한다. 이러한 과거-현재-미래의 고차원적 의식은 언어를 통해서 매개되고, 가장 중요한 특질인 자아의식(self)을 완성한다.

 

언어는 단지 소통을 위한 장식물이 아니다. 언어는 의식이고, 언어에 의해 자아상이 확립된다. 그리고, 우리의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은 이 언어가 주도한다. 말은 분절음의 총합이 아니라 의식의 발로이며, 언어의 생성 하부에는 감각의 범주화와 자아의식이 있다. 따라서 커뮤니케이션은 단순한 말 재간이 아니라, 인간과 뇌에 대한 각별한 이해가 선행될 필요가 있다. 우리가 추구하는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은 감각의 입력 단계에서 의식화 과정을 지배하는 뇌의 작동에 총체적으로 구사하는 전략이다.

[잉여부활 YES!]


뇌의 작용은 3단계로 봅니다. 인식, 의식, 판단으로 차원이 높아집니다. 이 중 '둘째편 의식'입니다. 의식의 핵심은 언어가 의식을 완성한다는 점입니다. 커뮤니케이션의 재료이자 도구인 언어가 의식을 규정하는 틀이라는 점은 주목해야 합니다. 소통의 언어가 결정의 단초를 제공하기 때문이지요. 의미심장하지요. 의미가 하도 심장해서 다 빠졌습니다. ^^;


아 참, 한가지 죄송하다는 말씀을 전합니다.
책이 서점 깔리는 시점이 늦어질듯 합니다. 25일 배본예정이었는데 28일로 연기되었습니다.
제목 선정에 시간을 들이고, 표지 시안을 거듭 작업하느라 시일이 소요되었습니다. 지식노마드 김중현 대표님 근성이 장난 아니십니다. 타협은 없고 마음에 들 때까지 계속 반복하고 고민하고 다시 생각하십니다. 오래 기다리신 분들이 많은데 정말 죄송하다는 말씀 드립니다. 연관된 소식 있으면 다시 전하겠습니다. 대신, 책 표지 시안을 살짝 공개 해드립니다. 어떤가요?

가장 듣고 싶은 한마디 YES! 표지



  1. <a href="http://inuit.co.kr/1705" target="_blank">교양으로 읽는 뇌과학</a> [본문으로]
신고

WRITTEN BY
Inuit
@inuit_k / CxO / Author ("가장 듣고 싶은 한마디 YES!") / Making better world, every minute.

받은 트랙백이 없고 , 댓글  24개가 달렸습니다.
  1. 앗싸 오랜만에 1등!!
    표지를 보니 Yes가 저를 막 당기는것 같군요.
  2. 성함이 나오네요. 제가 조사(?)한 바와 같네요.하하
    • 오호.. 어떻게 조사하셨을까요?
    • 굳이 조사라 할 건 없구요.
      일전에 쉐아르님이 도메인을 가졌다는 포스트가 있었는데, 그곳에 inuit님의 댓글을 읽어보았죠.
      도대체 누가 'inuit.com'과'inuit.net'을 선점하고 있는지를 whois에서 알아보다가 'inuit.co.kr'까지 검색하면서 우연히 알게 되었습니다.

      별도의 개인신용정보조사는 절대 아니였습니다.
      오늘 하루도 잘 보내시기 바랍니다.
    • 네.. 거기가 hole이었는데.. ^^
  3. Yes가 저도 땡기네요 오오오
  4. 표지의 금색배경과 글자들이 잘 어우러지네요 멋집니다~.
  5. 의미가 심장해서 다 빠졌다...에 ㅋㅋ

    지금 학교 왔습니다.
    열이 아직 내리지 않은 쩡으니는 두고 새벽에 나와서 맘에 걸립니다.

    토요 이벤트를 생각하면 지금 너무 행복하실듯..^^
    그러나 2% 서운하시다면 그것은 토댁을 못 보신다는것..ㅋ

    즐거운 날 되세요.
    • 막내가 아파서 좀 신경이 많이 쓰이겠네요.
      잘 쉬도록 해주셔야겠어요. ^^

      내일 비가 안오길 빌고 있답니당.
  6. 많은 공부가 될 것 같네요~ ^-^
  7. 나오신겁니까~~~.. 사야겠군요..ㅋㅋㅋㅋ.....
  8. 표지가 강렬하네요. 두근두근~~ ^^
  9. 언어가 의식을 규정하는 틀이란 말은 근래 관심있게 보고 있는 구조주의와 맥을 같이 하는 것 같네요..

    알라딘에서 검색해도 안나오더니 28일로 연기되었군요 ;)
    • 구조주의가 어떤건지 모르겠지만, 요즘 뇌과학의 개가지요.
      책이 늦어져서 죄송합니다. 주말 지나서 확인해보세요. -_-
  10. 맨날 눈팅만 하다 책이 나온다는 소식을 듣고 꼭 사봐야겠다는 맴이 듭니다 드뎌 세상에 나오니 축하드립니다
    최근 unified communication 이란 주제로 보고서를 쓰다보니 커뮤니케이션 관련하여 새롭게 고민이 됩니다 책읽으면 도움이 될꺼라 믿습니다 댓글을 휴대폰으로 남기다보니 횡설수설합니다.
    • 네. 고맙습니다.
      unified communication이라니 challenging topic이네요. 상열님이라면 책에서 풍부한 인사이트를 끌어내실 수도 있을겁니다. ^^
  11. 깜짝 놀랐네... 학교에서 보내온 찌라시 보고 이름이 형 이름이라... 프로필을 보니 꼭 찝을 수 있는 건 없고... 긴가민가 하다 구글을 찾으니 바로 답이 나오는 군... 축하드리고 새삼 안부 여쭙니다.... 빨리 책이 와야 할텐데... ㅎㅎㅎ
secret
웃음은 왜 전염될까요.
하품은 또 왜 전염될까요.
아기들 이유식 먹일 때, 왜 아~ 하고 소리를 낼까요.
놀고 있는 아이들과, 드라마에 푹 빠진 어른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Joachim Bauer

(원제) Warum ich fühle, was du fühlst (Why I feel what you feel) 

이 모든게 거울 뉴런 (mirror neuron)의 작용입니다. 거울 뉴런은 뇌 속에서 모방과 공감을 담당하는 특정영역을 말합니다. 상대의 모습을 거울처럼 비친다 해서 명명되었지요.

리촐라티 (Giacomo Rizzolatti)의 원숭이 실험에서 처음 발견된 현상입니다. 원숭이가 땅콩 먹는 계획을 하는 신경이 보내는 신호가 있는데, 다른 연구원이 땅콩 먹는 모습을 보니 자신이 계획할 때와 같은 발화를 보였습니다. 남의 행동을 보고 공감하고 공명하고 모방하는 뉴런의 존재가 밝혀진거지요.

거울뉴런의 위치는 중심렬 전후로 전두엽, 두정엽, 그리고 측두엽에 각각 분포되어 있다고 봅니다. 거울뉴런은 다른 사람의 행동을 주시하여 예측하고, 필요한건 학습하는 인류 진화의 핵심 알고리듬이 코딩된 하드웨어입니다. 거울 뉴런 덕에 우리는 직감을 합니다. 정확히는 '암시적 가정'을 하지요. 또한 상대를 첫 인상으로 판단하는 기관도 거울뉴런입니다.

아이의 학습도 그렇습니다. 어린 애 키워보신 분들은 잘 알겠지만, 아이가 뒤뚱뒤뚱 걷다가 넘어지면 엄마를 빤히 봅니다. 어른이 대수롭지 않게 쳐다 보면 그냥 툭툭 털고 일어납니다. 하지만, 엄마가 깜짝 놀라면 크게 울지요. 자신이 얼마나 크게 넘어졌는지를 엄마 표정을 통해 학습하는겁니다. 원숭이는 뱀에 지독한 경기를 합니다. 하지만 갓 태어난 원숭이는 전혀 안 그렇습니다. 몰라서 그렇죠. 하지만 엄마 원숭이의 경악한 표정을 단 한번만 보면 평생 가는 코딩이 이뤄집니다.

첫머리 사례들로 돌아가 볼까요. 이제는 거울뉴런의 존재를 아니까 자명합니다. 웃음, 하품, 아~ 소리내면서 입벌리기 모두 거울 뉴런을 통해 즉각 모방됩니다. 한편, 놀이는 학습 기제입니다. 아이들은 놀이를 통해 다른 사람의 행동양식을 배우고 사회성을 키웁니다. 그러니, 아이에게 놀이가 얼마나 중요한가요. 시간의 소일이 아니고 진정한 학습이니 말입니다. 아들을 운동권으로 키우는 제 소신이, 나름대로는 이론이 뒷받침된 일이기도 합니다. 체계적 학습은 언제든 따로 해도 되는데 친구들하고 노는건 시기가 있습니다. 그러나, 애들이 다 학원에 놀러가 버렸으니 팀 스포츠라도 해야죠. ^^

바우어 씨는 거울뉴런에 푹 빠져 다소 신비주의적 경향까지 보입니다. 우리 속담에도 있는 "말이 씨가 된다"는 텔레파시 적 소통까지 거울뉴런의 작용이라 믿습니다. 저는 일정 부분까지만 한계를 긋고 거울뉴런의 존재를 믿습니다. 거울뉴런이 실제 기능적 하드웨어인지, 또 그 능력이 얼마나 무진한지와 별개로, 거울뉴런 없이 인류의 진화와 사회적 행동을 설명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한눈에 상대를 관하고, 사물을 통하는 블링크(blink)도 거울뉴런이 있어야 가능합니다. 그리고, 생존이냐 관계냐의 선택 기로마다 거울뉴런이 우릴 비춰주었기 때문입니다.
신고

'Sci_Tech > Review' 카테고리의 다른 글

꽤 조용한 구독기, Lens  (48) 2009.06.15
생산성 3배, 듀얼 모니터  (58) 2009.06.09
공감의 심리학  (16) 2009.06.04
교양으로 읽는 뇌과학  (15) 2009.05.30
뇌의 기막힌 발견  (14) 2009.05.16
뇌, 생각의 출현  (8) 2009.04.26

WRITTEN BY
Inuit
@inuit_k / CxO / Author ("가장 듣고 싶은 한마디 YES!") / Making better world, every minute.

트랙백이 하나이고 , 댓글  16개가 달렸습니다.
  1. 오늘 본 다큐멘터리에 생후 1년 이내에 아이에게 벌어지는 일들과 관련한 내용이 나왔는데, 언어, 지각, 감정, 본능, 운동, 자각 등 많은 일이 하루가 다르게 변해 가더군요. 인간의 뇌는 알면 알수록 신기합니다.
    • 네. 그 때 뇌의 회로가 형성되는 시기지요.
      수많은 뇌세포가 폭사하는 시기기도 하구요.
      그 때 상처 받는게 평생 얼마나 큰 짐이 될까 생각하면.. 애 키울 때 신경이 많이 써야할 부분이기도 해요.
  2. 오늘도 좋은 것 배우고 갑니다. 그런데 이 거울 뉴런이 행동의 학습뿐 아니라 모든 학습에 관여를 하는 건가요? 행동에만 관련될 것 같기는 한데요.

    약간 샌 이야기이지만, 미드 히어로즈에 보면 무엇이든지 보면 따라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소녀가 나옵니다. 그 소녀는 거울뉴런의 능력이 최대로 발달된 소녀인가 봅니다 ^^
    • 관계와 역할 같은 사회성 학습에 관여합니다.
      일반 학습은 말씀처럼 다르게 형성되지요.

      히어로즈 재미나다고 이야기만 들었는데.. 그러고 보니 쉐아르님은 TV만 틀면 미드가 줄줄 나오는군요.
  3. inuit님의 거울뉴런 포스트가 넘 반가워서 트랙백 겁니다. 놀이-학습-사회성 연계고리 강화를 위해 저도 제 딸아이를 운동권으로 키워야 할 것 같습니다. ^^
    • 아빠 배를 놀이터 삼아서요? ^^

      벅샷님의 거울뉴런 글에 비하면 제 글은 초라합니다..
  4. 프란츠 보애스의 모방본능 부터 도킨스옹의 밈까지..
    그많은 수상돌기와 뉴런들의 조합
    인간의 뇌는 그저 신기할 따름입니다...^^
    • 네. 정말 그래요.
      오묘하고 기적적이지요.
      시냅스의 화학, 물리작용은 곰곰 뜯어보면 입이 딱 벌어지지요.
  5. 놀이, 학습 ..

    저도 아이를 운동권으로 키울 생각입니다. ㅎㅎ
    • 네. 노는게 공부라는거..

      맑은독백님은 가정적이라서 아이에게 정말 잘 해주고 많이 가르쳐줄거라고 보여요..
  6. 좋은내용 잘 봤습니다 ~
  7. 놀이학습...전..운동권으로 키우겠다는생각은 안해봤는데.. 아들녀석이 놀이학습에 무지 민감하다는 생각을 해봅니다.ㅋ

    옆에 친구 하품할때..절대로 안하려고 입 꾹다물고 있었더니..눈에 핏기와 함께 눈물이 나더라는....
    뉴런~~ㅋㅋ 내가 졌다.!!
    • 놀이학습.. 멋진 개념이네요.
      놀 때 제대로 놀면 배울게 참 많지 싶어요.
      전 시간 죽이면서 빈둥대는걸 싫어해서, 아이들을 닥닥할 때가 있습니다.
  8. 아.. 엄마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면 아이도 툴툴 털고 일어나는군요+_+
    • 네. 신기할 정도에요.
      꽈당 넘어져도 가만히 있으면 툴툴 털고 일어나서 제 볼일 보는거죠.
secret

컬처 코드

Biz/Review 2007.05.20 10:46
짧지만 미국에는 두차례 거주했더랬습니다. 하지만 현지 사회 속에 섞여 사는 형태가 아닌지라 관찰자로서의 삶에 가까웠지요.

왜 미국에는 비만한 사람이 많을까?

왜 미국 실내는 이리도 춥지?
어째 그렇게 평생 기를 쓰고 돈을 버는지, 그리고 또 쉽게 기부를 해버리는지?
기술만 놓고 보면 별로 신통하지도 않은 블랙베리는 왜 그리 인기지?

퍽퍽한 땅콩버터는 왜 그리 각별한 애정이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할 때가 잠깐씩 있었고, 느닷없이 떠오른 만큼 또 그렇게 빨리 생각의 뒤편으로 물러갑니다.
하지만 이런 의문에 대한 그럴듯한 답이 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Clotaire Rapaille

원제: The culture code

부제: 세상과 모든 인간과 비즈니스를 여는 열쇠

이 책을 통해 위에 열거한 제 개인적 의문에 대한 답을 얻었습니다. 그 외에 다른 궁금증에 대한 답들도 많습니다.

왜 패스트푸드는 미국에서 시작되었을까.
왜 미국은 앨고어 대신 조지 부시를 택했을까.
왜 미국인은 야구에 열광할까.


이유는 바로 코드. 마음의 열쇠입니다.

라빠유씨의 기본 가설은 이렇습니다.
인간의 성장 과정에서 학습을 하게 되는데, 학습과정에서 감정적 인식과 묶여 각인(imprint)된다고 봅니다. 이러한 각인은 인성을 정의하는 기초가 되며 개인이 세상을 이해하는 관점이 되기도 합니다. 따라서 학습이 이뤄진 상황에서의 관점인, 감정상태를 파악하면 학습의 본령에 접근 가능하다고 보는 겁니다.
이러한 감정상태는 문화권 마다 다르며, 책에서는 컬처 코드라 칭합니다. 따라서 각인이 행동 비밀의 자물쇠라면, 코드는 그 열쇠에 해당합니다. 결국 '왜 이렇게 행동할까?'란 물음에 대한 궁극적 답을 제공하게 되지요.


설명이 좀 어렵지요? 예컨대 자동차의 잠재고객에게 어떤 기준으로 차를 고르겠냐고 물어봅시다. 대개 연비니 인테리어니 선회 성능 등의 이야기를 합니다. 하지만, 이는 진실을 말한 것도 거짓을 말한 것도 아닙니다. 지금껏
사용자 삽입 이미지

PT Cruiser

배운대로, 또 질문자가 원하는대로 대답할 따름입니다.

실제 미국인의 감성적 각인을 조사해보면 실체에 조금 가깝습니다. 예컨대 머스탱과 캐딜락 등 고전 자동차에 대한 강렬한 인상, 처음 열쇠를 받았을 때의 해방감, 자동차 뒷자리에서 처음 가진 성적 경험 등이지요. 결국 근저에는 자유와 관능이라는 코드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따라서 크라이슬러에서는 이를 바탕으로 독특하고 도전적이며 섹시한 컨셉의 PT Cruiser를 개발하였고 출시와 함께 돌풍을 일으켰습니다. 연비나 안정성, 기계장치의 차별적 우수성이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이런 부분을 consumer survey로 알아낼리가 만무지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Jeep Wrangler

그 뿐인가요. 90년대 말 지프 Wrangler가 SUV에 형편없이 밀렸을 때의 일입니다. 미국인의 지프에 대한 코드를 찾아보니 말(horse)이었습니다. 결국 거친 가죽소재와, 탈착식 도어 및 개폐식 지붕을 채택하여 말달리는 느낌을 강화하고 사각형 전조등을 눈을 닮은 원형으로 바꾸었습니다. 광고 또한 말을 연상시키는 셰인 류로 집행하였습니다. 결과는 사라져가는 브랜드의 부활이었지요.


더더욱 재미있는 사실이 있습니다. 랭글러가 미국시장 성공 이후 유럽시장에 진출할 때는 다른 전략을 사용했다는 사실입니다. 지프에 대한 프랑스인과 독일인의 각인 코드는 독일로부터 벗어난 '해방'이었고, 랭글러는 즉시 해방자 (liberator)로 포지셔닝 하였습니다. 유럽에서의 시장점유율은 즉각 상승했지요.

이처럼 마술과 같은 코드 각인 가설에 대해 저자는 인간 뇌구조로 설명합니다. 즉 이성을 담당하는 대뇌피질, 감정을 담당하는 대뇌 변연계 그리고 생존과 연관된 파충류의 뇌 (reptilian brain)까지 복합적, 심층적으로 각인을 담당하지만 외부와의 교신은 오직 대뇌피질이 담당하므로 피상적 설문에는 그럴듯한 이야기만 나오지 근저의 진짜 원인에는 접근이 어렵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코드에 접근하기 위한 라빠유씨의 방법은 양파 벗기듯 뇌의 내부로 들어갑니다. FG를 모아놓고 세개의 세션을 갖습니다. 예를 들어 식사에 대해 조사한다고 가정하면 이렇습니다.
첫째 시간은 이성(理性)과 대화합니다. 식사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는 외계인을 상대로 개념을 설명하도록 요청하는 방식입니다.
둘째 세션에서는 감성의 영역에서 놉니다. 잡지에서 식사와 연관된 그림이나 단어를 자유롭게 오려서 새로 붙이며 마음을 열어갑니다.
가장 중요한 세번째 세션은 파충류의 뇌와 통신하는 시간입니다. 포커스 그룹사람들을 눕게 하여 가수면상태로 한 후 최초의 식사에 대한 인상을 묻습니다.
바로 각인이 코딩된 그 시점으로 되돌아 가는 것이지요. 이렇게 여러 명의 응답을 확보하면 그 문화의 코드에 다가설 수 있을 듯도 합니다.


책의 대부분은 프로젝트를 통해 저자가 알아낸 미국인의 코드들에 대한 설명입니다.
재미가 있어 책에 나온 코드를 빠짐없이 정리해 보았습니다.


보실분만 클릭



어쩌면 이 책의 진정한 부제는 미국의 해부학 (anatomy of US)일지도 모릅니다.
실제로 미국인의 문화에 대한 많은 해답을 줍니다. 그러나 미국인에 한정된다는 제한성도 갖습니다.
그래도 컬처 코드 개별이 아닌 총체로서의 시사점도 큽니다.


이를테면, 경영학의 주류를 점하는 미국의 학문적 결과에 대해 반드시 음미할 필요가 있음을 또 한번 되새기게 됩니다. 특히 심리 및 행동의 문화적 컨텍스트가 강하게 작용하는 HR 관련한 분야라면 더 그렇습니다. 실험으로 검증되었을지라도 대양을 건너면 다른 차원의 이야기가 될 가능성이 있으니까요.

다른 관점에서는 각국이 다른 문화 코드를 소유함을 전제하면 지나치게 빠른 세계 동조화가 우려됩니다. 전쟁이든 교역이든 문화 교류 자체도 충격이 컸는데, 기술 발전에 의해 물리적, 정보적으로 통합되는 상황에서 상이한 페이스로 인한 불일치 가능성이 높습니다. 당장 우리나라만 해도 그런 사례를 많이 보게 됩니다. 장유유서에 대한 뿌리깊은 각인과 능력위주 사회성의 요구 간의 마찰과 같은 방식으로 말이지요.

마지막으로 기업 경영자로서의 관점입니다. 책에 나온 기업 사례는 무섭도록 조직적입니다.
예를 들어 일본에 커피를 팔기 위해 컬처 코드를 조사한 사례가 나옵니다. 조사 결과 커피에 대해 아무런 코딩이 되어 있지 않음을 발견합니다. 여러분이라면 어떻게 대처하겠습니까. 이 회사는 결국 일본 전체에 대해 10년 이상 장기에 걸쳐 커피라는 개념을 각인시킵니다. 코딩을 하는 거지요. 그리고 일본을 커피 중독국가로 만들어 많은 매출을 기록했습니다. 현재 일본은 미국, 독일에 이어 세계 커피 3대 소비국이며, 커피의 여왕이라는 블루마운틴은 90%를 일본이 입도선매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회사의 이름은 네슬레입니다.


아무튼, 이 책은 매우 재미있습니다. 귀 기울일 개연성은 충분합니다.
다만 모든 코드를 다 믿을 필요는 없겠습니다. 예컨대 임의의 두 상징를 연관시키고 사후적으로 설명하기는 매우 쉬우나 인과성 있는 적확한 개념을 뽑는 것은 항상 어렵기 때문입니다. 결국 아무것도 몰라도 반은 맞을 확률을 깔고 들어가는 부채도사의 오류에 봉착할 수도 있다는 점을 주의해야 겠지요.

신고

'Biz > Review'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성공하는 기업에는 스토리가 있다  (8) 2007.06.16
도서증정 이벤트 - 완벽한 컨설팅 (Flawless Consulting)  (77) 2007.06.07
컬처 코드  (20) 2007.05.20
위대한 결정  (10) 2007.05.19
인도에 미치다  (10) 2007.05.12
일하면서 책쓰기  (10) 2007.05.09

WRITTEN BY
Inuit
@inuit_k / CxO / Author ("가장 듣고 싶은 한마디 YES!") / Making better world, every minute.

트랙백  5 , 댓글  20개가 달렸습니다.
  1. 나왔을때부터 찍어둔 책인데
    도서관에서 계속 다른 사람이 대출..-_-;;;
    아무래도 사라는 뜻일가요?;;
  2. 멋진 리뷰 잘 읽었습니다! 책장에 꼽혀만 있던 '읽어야할텐데'류의 책이었는데, 우선순위가 단번에 올라갔습니다. 감사합니다.
    • 재미있는 표현입니다.
      '읽어야 할텐데'에서'어서 읽자' 등급으로 상향 조정인가요. ^^
  3. 내일부터 출퇴근길에 읽으려고 가방에 챙겨둔 책입니다.
    다음부터는 [스포일러有]라는 말머리를 달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스포일러 죄송합니다...만, 사실 스포일러 없습니다. 하하
      내용 보시면 포스팅과 또 느낌이 많이 다를겁니다. 제 리뷰가 늘 그렇듯. -_-
  4. 오옷~ 이 책 읽으려고 사둔 건데! 코드정리해두신 걸 보니 '이것만 보고 말까'하는 마음이 뭉글뭉글 피어오릅니당~.^^
    • 코드 정리는 susanna님 책 다 읽으시기 전까지는 빼도록 하겠습니다. susanna님의 '컬처 코드' 리뷰를 보고 싶기 때문이지요. ^^
  5. 멋진 책이군요. 사실 이와 같은 논의는 수도 없이 반복되었던 것입니다. 소위 경영 전략을 위해 소비자 조사를 하지 말라는 금언과 연관된 내용 같군요. 그렇지만 이 책처럼 인간의 뇌 구조나 문화적 코드, 그리고 시간적 접촉점까지 구체적이고 색다른 분석을 제시한 책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저도 꼭 사서 읽어봐야겠어요. 책이라면 일각연 있으신 분들 모두 이 책을 구입하신 것 같은데 당장 읽고 동참해야겠습니다.
    • 정신분석학자가 마케팅을 분석했기 때문에 가능한 가설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더 흥미롭지요.
  6. 정말 흥미로운 책입니다. 컬쳐 코드를 잘 이용하면 저렇게 무섭게(?) 효과가 나온다는 것이 섬뜩하기도 합니다. (코딩이 되다니 -_-)
    우리나라사람들의 코드도 좀 분석해보면 좋을텐데요. Inuit님께서 좀 해주세욤. +_+
  7. 여지껏 inuit님의 책 리뷰중 가장 읽고 싶은 느낌이 드는 책이군요. 당장 주문해야 겠습니다. ^^
  8. 책 선물 받을 기회가 있었늗네 inuit님 리뷰로 이 책으로 낙찰되어 오늘 받았습니다. +_+ 열심히 읽어봐야겠습니다.
  9. 저도 한번 읽어보고 싶은 책입니다. 책 소개 잘보고 갑니다.
  10. 아마도 제 잠제의식에 inuit님의 포스트가 남아서 이 책을 사게 됬던거 같습니다. 반디앤루니스에서 싸게 팔길래 후다닥 사서버렸다는...

    제 포스트가 부끄러워 감히 트랙백하지 못함을 이해해주세요 ㅜㅜ
    • 제가 스팟님 '구뇌'에 전했나 봅니다. ^^
      리뷰 읽어봤지만 훌륭한데, 트랙백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secr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