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리우드'에 해당하는 글 2건

잘 아는 이야기부터 해 봅니다. 미국은 왜 아메리카라 부를까요? 세비야에 살았던 피렌체 사람, 아메리고 베스푸치의 이름을 딴거지요. 하지만, 아메리고가 승객이나 하급관리 신분으로 신세계에 다녀온건 사실이지만, 혁혁한 공을 세운 바도 없고 실제 미국 땅에는 제대로 발도 딛지 못했다는 사실을 아십니까. 얄궂게도 단지 어떤 무명작가의 편지 속에 그가 선장으로 신세계를 발견했다 언급된것이 와전되어 소문이 났고, 마침 프랑스에서 지도 개정하던 마르틴 발트제뮬러 교수가 그 이름을 듣고 아메리카라고 지었을 따름입니다. 그보다 앞서 도착했던 콜럼버스 역시, 최초는 아니었고 미국 근처까지만 갔었지요. 콜럼버스는 그래도 콜럼비아라는 지명으로 섭섭함은 달래도 됩니다. 그 이전에 신세계의 비밀어장에 몰래 드나들면서 대구잡이를 했던 영국의 어부들, 그보다 몇 백년 전에 신세계를 제집 드나들듯 했던 바이킹들은 알았으되 알려지지 않은 사람이 되었습니다.

간단한 이름, 아메리카에도 이렇게 많은 사연이 있습니다. 말은 역사를 반영하니까요. 바로 이런 내용 한가득인 책이 '발칙한 영어 산책'입니다.

Bill Bryson

(Title) Made in America

읽고 나면 '과연 빌 브라이슨이다.' 라는 생각이 듭니다. 방대한 자료를 토대로 미국 영어의 흐름을 좇으며 미국 건국 이후의 역사를 소개합니다. 앞서 아메리고의 이야기처럼 상식을 넘는 기묘한 이야기가 많습니다.

  • 초기 혁명가들, 워싱턴과 그 부하들은 밤마다 모국과 국왕을 위해 축배를 들었다. 독립은 꿈도 안꿨고 단지 조지 3세에 반대했을 뿐이다.
  • 벤저민 프랭클린은 대단한 난봉꾼이었다. 사생아 윌리엄은 법적 아내 데보라가 길렀다. 그를 방문한 손님들은 그가 어린 여자, 호텔 종업원 등과 얽혀 있는 장면을 목격하기 십상이었다. 후대의 생각과 별개로, 1790년 그가 죽었을 때 안타까워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 처음 헌법이 나왔을 때 아무도 그걸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다. 심지어 그걸 제정한 사람조차 제대로 된 헌법 나올때까지 몇 년 동안만이라도 버텨주길 바랬다.
  • 링컨의 그 유명한 게티스버그 연설은 당시 기준으로는 명연설이 아니었다. 2분도 안되어 끝나는 바람에 링컨이 착석할 때까지 기자들은 사진 찍을 틈도 없었다. 대본 보고 줄줄 읽은 그 연설은 링컨 스스로도 실패했다고 여겼고, 미국인들은 그가 외국인 앞에서 볼품없는 대통령 노릇을 했다고 비난했다.
  • 굿이어(Goodyear)는 평생 고무의 유용성을 찾느라 평생을 소비했고 우연히 고무제법을 발견했다. 그러나 그의 제조공정은 수많은 표절자만 남겼다. 심지어 자신의 특허를 고의로 취소한 프랑스에 항의하러갔다가 채무자로 감옥에 갇히기도 했다. 결국 그는 막대한 빚을 남기고 죽었다. 유명 타이어 회사는 그와 관계없는 사람들이 갖다 붙인 이름이다.
  • 꽤 알려진 사실이지만, 에디슨은 흠 많은 사람이었다. 일이 막히면 주저없이 뇌물을 썼고, 경쟁자를 가혹히 다루고, 남의 발명을 가로채고, 조수들을 닥달했다. 그의 직원들은 불면대 (insomnia squad)라 불렸다.
  • 미국의 근간은 청교도가 아니다. 1880년 이전에 들어온 소수만이 청교도였으되, 국가 이념 설정상 강조했을 뿐이다.
  • 1920년대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앞선 대중교통 시스템을 갖고 있었다. 시가 전차(trolley car) 시스템이었는데 내셔널 시티 라인스라는 회사가 미국 100여개 도시의 전차노선을 사서 버스노선으로 바꿨다. 내셔널 시티 라인스의 주주는 GM을 비롯해 석유, 고무회사들이었다.
  • 헐리우드 탄생의 주역은 에디슨이었다. 초기 영화업자들은 에디슨이 만든 회사(Motion pictures patent company)의 폭력배들이 특허권을 무기로 한 야구방망이 협박에 못이겨 서부로 도주했다. 그들이 모인 곳이 지금의 헐리우드이다.

그외에도 미국 언어의 기원을 찾는 여행은 재미납니다. 달러가 요아힘스탈러(Joachimstaler)에서 나왔다든지, OK가 (Oll Korrect)의 약자라든지, 인디언 말, 프랑스어, 아일랜드어, 독일어, 네덜란드어 등이 영어로 유입된 과정을 치밀하게 그립니다.

특히 초기 이민자들의 사회는 주목할만 합니다. 각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공동체를 이루고 배타적으로 살아간 사례가 대부분입니다. 우리나라 이민자들보다 먼저 겪었을 뿐이지요. 다만, 2세대 이후부터 급속히 미국화된 점이 다른데, 나라를 만들어가는 시절이라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란 생각을 합니다. 결국, 미국 사회에 적응 못하기로 정평난 한국인 교민사회는 어쩌면 좀 더 시간을 두고 평가할 내용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찌보면 몰라도 사는데 전혀 지장없는 내용이지만, 읽다보면 소설보다 더한 영감을 주는 책입니다. 우리나라에는 비교적 안 알려진 미국의 개척사와 그에서 비롯한 문화사를 다 담아냈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언어가 가진 힘이기도 합니다. 언어만 잘 추적해도 역사가 스며있고, 민심이 묻어있습니다. 꽤 발칙한 내용이지만 의미있는 작업입니다. 더불어, 영어 자체를 소재로 했기에 그 어떤 책보다 더한 애를 먹었을 번역자에게도 노고를 치하해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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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u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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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굉장히 흥미로운 내용이네요.
    경영과 더불어 영어학을 전공하고 있는터라
    더욱더 관심이 갑니다.
    추천해주신 책 감사히 잘 읽겠습니다^^
  2. 평소에 짐작했던 내용과는 매우 다르네요.
    저로선 하나하나가 처음 듣는 내용인걸요~
    상식을 키워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ㅎㅎ
  3. 앗! 영어책이라고 생각해서 설레설레 고개를 흔들었는데 내용을 보니 +_+ 잼있어 보이는... 그런데 언제 읽을진 알 수 없고.. ^^;;;;
  4. 언제고 읽으려고 생각한 책인데, 올해는 짬이 나지 않아 책을 잘 읽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ㅠㅠ inuit님이 올리신 후기를 보니 책을 잘 읽지 못하고 보낸 올 한해가 아쉽게 느껴집니다. 지금이라도 시간을 내서 책을 읽고 생각을 정리해야 할 것 같습니다.
    • 그만큼 많이 바빴잖아요.
      집에 일도 있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년에는 좀 더 색다른 한 해 되세요. ^^
  5. 흥미로운 책이네요. 한번 찾아 보도록 하겠습니다.^^
    참, 언급하신 "미국 사회에 적응 못하기로 정평난 한국인 교민사회"는 언어로 인한 배타성보다 더 큰 문제점이 있지않나 한번 생각해 보네요^^
    • 네. 전 잘 알고 있습니다. ^^
      암튼, 우리만 그랬던건 아니란 점을 말하고 싶었지요.
  6. 어멋..넘 재미있을듯한데요..^^
    배추절이다 댓글 쓰는 토댁이 넘 이쁘죠잉~~~ㅋ
    몇일동안은 자주 인사 못 드릴 듯 합니당.
    삐치지 말고 이해하셈..
    배추 다 절이고 또 열심히 얼굴 뵈들일것인께~~

    건강은 늘 조심하시구요~~~
    • 댓글 안 달아도 좋으니, 짬나면 쉬고 빨랑 나으세요.
      건강해야 글도 힘있어지고, 다른 이웃들 주문도 넣어주고 하지요.. ^^
secret

흥행의 재구성

Biz/Review 2006.11.19 19:15
자, 영화를 하나 보려고 합니다.
영화 사이트에 갔는데 몇개의 모르는 영화들만 있습니다. 참조할 만한 정보라고는 영화 전문가란 사람들의 별점만 있습니다. 어떤 영화를 고르시겠습니까?


이번도 뭐 정답 없는 문제입니다. 요즘은 댓글이라는 부가적 정보가 있고, 영화 전문가가 따로 필요한가 의심스러울 정도로 아마추어 리뷰어(I mean, non-paid reviewer)들이 넘쳐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별점이 감탄사나 이모티콘으로 격하된 감이 있지만, 몇년 전까지만 해도 별점은 의미소였습니다. 그리고 쓸만한 영화는 바로 별점 세개 짜리라는 농담이 있었지요. 다섯개가 아니라.

흥행의 재구성

김희경

부제: 히트하는 영화의 진실 혹은 거짓


전문 비평자의 높은 평가를 받는, 즉 별 네개나 다섯개 보다 별 세개를 선택하면 실패하지 않는 이유야 쉽습니다. 지나친 작가주의는 피곤할 뿐이고 흥행은 대중성이 담보하기 때문이지요. 바로 이러한 영화 흥행의 구조에 대해 현장의 목소리와 구조적 성찰을 엮어낸 책이 바로 '흥행의 재구성'입니다.
이 책은 1) 기획 과정, 2) 개봉 마케팅, 3) 관객의 수용자적 특성 그리고 4) 히트 영화의 사업적 속성이라는 네가지 갈래로 나뉘어 있습니다. 워낙 영화라는 재료가 친근한 까닭에 이 책이 아우르는 다양한 깊이는 어떤 의도로 책을 읽던 원하는만큼의 만족을 얻도록 텍스트와 컨텍스트가 잘 안배되어 있습니다.



Nobody knows anything
정말 하늘도 미리 알기 힘든 것이 영화의 성공여부입니다. 의외성이 많기 때문이지요. 그래도 영화산업에서 세계 최고의 위치를 점하는 헐리웃 영화는 나름대로의 생존법칙이 있으리라 믿어집니다.
헐리웃 영화의 특징이라면 무엇을 꼽을까요? 단순한 내러티브, 해피엔딩, 불에 타고 폭발하고 물에 떠내려가는 막대한 자금. 이런거겠지요. 헐리웃 영화의 기획과정과 성공공식은 사업하는 사람들에게 매우 흥미롭습니다. 제가 가장 흥미롭게 읽었던 부분이기도 합니다.

가장 근원적인 부분은 무수한 아이디어를 제한된 시간에 presentation 해야하는 상황에서 시작합니다. 그러니 한줄로 복잡한 개념을 요약하는 one line pitching이 필요합니다. 예컨대, 에일리언은 '우주선의 죠스'였다고 합니다. 유사하게 말해 인디펜던스 데이는 스타워즈가 V를 만났을 때이고, 맨인블랙은 고스트버스터스가 ET를 만난겁니다. 결국 이렇게 클리어하게 전달되는 '하이컨셉' 영화가 작업의 자금을 지원받을 확률이 무척 높으니, 원래부터 오리지널인 영화는 애초에 헐리웃의 품에 안길 가능성이 희박한 겁니다.

그리고 거액의 스타 개런티와 제작 비용 마케팅 비용을 회수하기 위해 헐리웃이 그동안 학습해온 여러가지 기법을 동원합니다. 예컨대 프리 마케팅과 테스트 스크리닝을 거쳐 결말을 다시 고치고 촬영도 다시 합니다. 어찌보면 QC 작업이기도 하지요. 이 과정에서 또 모든 영화는 서로를 닮아가고 과거를 모방합니다. 이제 리마커블 해질 여지는 더더욱 줄어듭니다.
이렇게 전형화된 헐리웃 제작 패턴은 성공의 평균 확률을 높이고 분산을 줄이는 과정이라고 간주해야겠습니다.

그렇게 뻔한 영화를 왜 볼까요. 어차피 관객도 기대하는 부분이 딱 그만큼이기 때문입니다. 잠시 집을 떠나 어두컴컴한 극장안에서 판타지를 맛보는거지요. 스토리가 너무 복잡하거나 생경한 내러티브는 부담스럽습니다. 책에도 나오는 바처럼, 오히려 경제나 삶이 스트레스로 가득한 시절에 영화산업은 상종가를 치게 되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습니다.

하지만 이와 같이 과거 성공한 스토리의 변종을 통해 새로운 영화를 만드는 동종교배는 생물이 그러하듯 다양성의 상실로 멸절하기 십상입니다. 헐리웃은 그에 대한 대비책도 있습니다. 바로 인디 영화입니다. 인디로 성공한 영화 제작자를 영입하거나, 우리나라 영화의 대본을 사서 재작업한다든지, 작은 돈으로 다양성을 보충해 가며 지금 가진 우성의 유전자를 이어나갑니다. 얼마나 오래갈지는 몰라도 당분간은 이런 패턴을 반복하겠지요.


Business Drives Movies
이 책은 저자가 미국에서 문화과정의 MBA를 이수하며 배운 프레임웍과 자료를 바탕하였기에 사업적 관점의 조명이 탁월합니다. 저는 비즈니스와의 놀라운 유사성과 시사점이 있어 책을 잡은 내내 신이 나서 줄을 긋고 낙서하고 메모하며 읽어댔습니다.

예컨대 고딘씨의 리마커블이란 개념을 영화판에서는 'shock value'라 부르며 성공의 요소로 쳐줍니다.
멀티플렉스가 등장하며 생산설비의 discountinuity가 오히려 완화되는 점은 경제학 개념에서의 short run, long run에 시사하는 바가 있습니다. 또한, 이러한 capacity의 연속성은 마찰을 줄여 디지털 산업의 특징인 수렴성과 양극화 현상을 촉진하여 오히려 소규모 극장이 늘어도 소규모 영화가 설 자리가 없어지는 현상을 보입니다.


또한, 시사회와 대규모 선전의 심리학도 그렇습니다. 서로 판단이 힘든 낯선 상황에서 한명이 킥킥 웃으면 모두 와 하고 웃어버리며 재미있는 영화가 되는 효과를 얻거나, 엄청난 광고비를 쏟으걸로 보아 분명 대단한 영화구나 하는 인상을 심어줍니다. 유사하게 기업에서도 viral marketing 뿐 아니라 좀 더 복잡한 상황에서의 정교한 signaling 기법을 많이 사용합니다. 물론 마케팅의 기본적 tool이므로 영화라고 다르기를 기대할리 없지만 말이지요.

이 뿐인가요. 시간이나 여력이 없어 판단하기 힘든 영화는 시나리오를 사서 캐비넷에 감금해 버리는 행위 조차도, 거대기업이 작은 벤처가 경쟁사로 가서 얻을 damage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그냥 사버리는 practice와도 매우 닮았습니다.

사업적 접근법을 문화에 적용하여 성공한 사례는 프랜차이즈 영화(franchise movie)라고 생각합니다. 프랜차이즈 영화는 반지의 제왕이나 해리포터 처럼 성공한 원작을 시리즈로 만들어내는 영화입니다. 프랜차이즈 영화가 헐리웃에 가져다 준 첫째의 공은, 영화의 주도권을 스타가 아니라 캐릭터로 귀속시킨 점입니다. 스타의 후속영화에 대한 제어권을 일정부분 캐릭터가 소유하므로 과다한 개런티를 지급할 필요가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나이들어 가슴 봉긋한 헤르미온느보다 1편에서 만큼 깜찍한 헤르미온느가 있다면 전 후자를 절대적으로 선호합니다. 제가 매료된 것은 롤링 여사의 판타지 세계관이지 엠마 왓슨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는 결정적인 원가 절감을 가져옵니다. 둘째로, 캐릭터는 영화사가 보유하면서 후속 사업을 지속하게 합니다. 잘만 관리되면 미키마우스처럼 100년도 가겠지요. 물리적으로 지치지도 않고 세계 어디도 마다않고 가니 레버리지 효과가 큽니다. 무엇보다, 영화 흥행의 주된 비용 계정인 마케팅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점입니다. 1편이 성공했고, 그 다음 스토리 구조를 완전히 이해하고 눈으로 확인하러 가는 관중에게 이 영화가 무슨 영화인지 설명할 필요가 무엇이겠습니까. 다만 이렇게 멋지게 찍었습니다. 그리고 이번 크리스마스까지 납품하겠습니다. 이 두가지 메시지면 충분하지요. 흥행의 변동성을 최소화하면서 마케팅 비용까지 줄이니 금상첨화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장화홍련을 필두로 대두된 기이한 현상입니다. 이른바 어설픈 내러티브의 흥행성공입니다. 2000년대 들어와 전통적 관점으로는 말도 안되는 스토리가 성공하는 이유가 바로 관객이 한번 상황에 몰입만 된다면 모자라는 스토리를 적극적으로 해석하여 더 만족스러운 스토리 소비를 한다는 사실입니다. 이는 소극적 UGC 개념으로 봐도 되고, prosumer라는 관점으로 받아들여도 되겠습니다. 인터랙티브가 부족한 영화라는 전통 미디어에서 상상을 통해 소비자가 참여할 여지를 남긴다는 점이 신선한 발상 아닙니까.
이 모든 유사성과 시사점이 어차피 영화를 산업화 한 헐리웃의 공이고 업보겠습니다.


Excerpts
현직 문화담당 기자가 쓴 책이라서, 글이 재미있습니다. 딱딱한 재료를 양념 치고 조리를 하여 말랑말랑 잘 읽히지요. 공감이 가는 섬세하고 힘있는 펀치라인이 많습니다.
영웅은 개처럼 맞는다. 영웅은 끝까지 두들겨 맞고 멸시를 당해야 한다. 그래야 그때까지 당한 것의 총합보다 더 무시무시하고 센 반격을 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의 마지막 장면에서 부활한 예수의 벌거벗은 허벅지가 터미네이터를 연상시키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폭력의 강도를 높여 스펙터클을 만드는 과정을 설명하며
요즘 엔터테인먼트로서의 영화를 만드는 생산자들이 가장 두려워해야 할 것은 관객들의 분노보다 관객들의 무관심이 되었다. 엔터테인먼트란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심박수를 높이는 것이다. 관객들은 자극받고 도발당하고 분개하고 도전받기 위해 돈을 지불할 준비가 되어 있다.
-오리지널 영화가 되기 위한 노력보다 타협의 산물이 받아들여지는 현상에 대해
영화관람은 집단으로 겪는 일이지만, 근본적으로는 개인의 고독한 행위라는 것이다. 다시말해, 영화관람은 강한 사회적 제의와 개인이 소설을 읽으면서 겪는 백일몽의 합성된 경험이라 할 수 있다.
-영화가 주는 경험의 가치에 관하여
책은 영화 자체보다 영화를 만드는 과정과 그 물밑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그리고 영화 자체의 재미 뿐 아니라 흥행에도 촉각을 기울이는 현 세태의 궁금증을 효과적으로 해소합니다. 어찌보면 공식에 의해 만들어지는 영화판을 들여다 보았기에 더이상 영화에 대한 환상이 깨지고 재미가 없을 듯 하지만, 어차피 알면서 원해서 속는게 영화입니다. 그래서 밑바닥을 알고 보면 영화보는 일이 더 즐거워 질 듯 합니다.

대단히 무거울 가능성이 높은 내용을 매우 깔끔하고 섬세하며 단정히 엮어낸 책입니다. 책은 주인을 닮는다던데, 이 책의 주인공이 궁금해질 따름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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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u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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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그러고 보니, 어째서 "영화"라는 문화에만 별점이 활성화 되어있는지 궁금해지는군요.
    • 재미난 궁금증입니다. 저도 생각해봐야겠습니다.
      언뜻 생각나는 부분은 이런게 아닌가 싶습니다.
      1) 일단 경험재다. 미리 소비한 남의 의견이 궁금하기 때문 2) 이리저리 길게 말하면 귀찮으니 딱 얼마나 좋은지 쉽게 표현해주라

      그러고보니 마찬가지 이유로 20자평도 영화에서 잘 쓰이는 듯 합니다.

      더 궁금하시면 이부분은 이 책의 저자인 김희경 님께 여쭤 보도록 할까요? ^^
    • 별점 평가는 레너드말틴이 원조라고합니다. 시초라고 하기에는 이견들이 있지만 30년전부터 별갯수로 점수를 매기는 방법으로 유명해졌으니까요.

      우리나라에서 처음 그런방식으로 점수매긴분은 고 정영일씨구요....

      손가락으로 up,down해서 평가를 하는방식은 유명한 평론가인 로저 애버트가 원조라고합니다.

      ^_^
    • 20자평 원조는 씨네21
    • 2)번 말씀 공감합니다. 미국영화는 보통 엄지손가락으로 하죠..^^
      그리고 냉혹하게 수우미양가 혹은 점수보다는 조금더 인간적인듯.
      음식점과 호텔 평가도 "별"로 많이 합니다.
    • 주성치님//
      영화평의 역사를 꿰뚫고 계시는군요. 덕분에 좋은 사실을 많이 알았습니다. 감사합니다. ^^

      isanghee님//
      그러고보니 음식점과 호텔도 영화와 유사한 상품이군요. 주저리주저리 이건 좋고 이건 어떻고 골치아프지 않은 분류도 의미가 있겠네요. zagat survey는 혹시 보셨는지 모르겠습니다.
  2. 비밀댓글입니다
  3. 서점에서 제목만 보고 떡밥인줄 알고 지나쳤는데...
    지렁이였군요 ㅡㅡ;; 저에게 상당히 도움이 될듯한... ㅋㅋ
  4. 이미 아시겠지만, 저자 분의 블로그입니다. http://www.bookino.net/
    저는 한 주 전에 처음 만나뵙게 되었는데, 아주 묘한 매력이 있는 기자님이셨습니다.
  5. 포스팅도 멋지지만 마지막 문장이 참 재미있습니다. 궁금해하던 그 책의 주인공과 지금은 꽤나 친밀한 관계가 되셨으니까요 ^^
    • 그렇지요.
      저때도 산나님하고 댓글로 친한 상태였지만, 지금처럼 깊은 존경과 우정을 나누는 사이가 될줄은.. ( 저혼자만의 생각일진 모르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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