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원주의'에 해당하는 글 2건

엘리엇 부

참 눈에 띄는 제목만큼이나 독특한 책이다.


책의 구성은 이렇다.

인생의 여섯가지 주제에 대해 다루는데, 모든 문장이 인용이다.
아마 쉽게 와닿지 않을 것이다.
샘플 한 페이지를 보자.

즉, 모든 문장이 인문학적 명사들의 언급을 인용하여 짜깁기한 것이다.
그래서 묘하다.
같은 주제에 대해 미묘한 파열과, 다른 인물간의 기묘한 화음이 어우러져 있다.

각 챕터별, 인용으로 이뤄진 도입부를 지나면 둘째 섹션으로 간다.
여기는 명사 인용에 대한 엘리엇의 패러디 형식이다.
도입부가 편저자 엘리엇 부의 육성을 삼가고 큐레이션으로 의도를 전했다면, 둘째 섹션은 좀더 직접적으로 개입한다.

언어유희적 댓글 같지만, 그 수준은 결코 만만치 않다.

인문학, 철학적 소양 위에, 영어의 어감을 충분히 살린 말 뒤틀기와 의미 꼬기는 그 자체로 읽기 즐겁다.

저자의 역량이 돋보이는 지점은, 영어는 영어대로 한글은 한글대로 별개의 스토리를 갖고 있다.
즉, 직역이 아니라 의역, 의역을 넘어 각각 언어에 맞는 커멘트를 남기고 있다.
이는 언어가 설정하는 지역적 특성까지 감안한 창의적인 부분이다.

이 책은 여러 가지로 묘하다.
첫째로, 매우 면구스러운 제목이다.
마치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으로 오인 받을까 싶어 책 읽는 동안 앞면을 슬쩍 뒤집어 놓게 되더라.

둘째, 환원주의의 한계를 명확히 넘는다.
즉, 낱문장 자체는 명사의 인용이되, 이들을 모으는 과정에서 새로운 의미가 탄생한다.

셋째, 잠언 모음집이 갖는 일방적 수용성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한다.
한번 훑고 넘어갈 촌철살인의 문장을 엘리엇 씨의 댓구와 함께 다시 새겨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나라면 이렇게 댓구를 하는게 낫지 않을까, 아니면 이런 생각 포인트도 있군.. 하며 생각의 쉼표를 찍어준다.

칭찬이 일색이긴 하지만, 책은 썩 재미나지 않다.
우선, 절묘하게 명언을 짜깁기했더라도 다른 시대 다른 공간의 다른 생각들을 모아놓았기 때문에 한 명의 저자가 쓴 글이 아니니 읽기에 매우 뻑뻑하다.
의미가 통하는듯 하지만 문장의 마찰이 심해, 쉽게 읽히고 산뜻하게 이해되지 않는다.
또한 어떤 개념의 전달이 아니라, 이미 해 놓은 말에서 새로 의미를 되새기자는 취지라 단말적 짜릿함은 있지만 일관된 주제를 갈파하는 책 특유의 심오한 배움에는 미치지 못한다.

아무튼, 상당히 재미난 기획이고 방대한 독서 DB가 뒷받침되지 않는한 또 나오기 힘든 책임에는 분명하다.
아니면, 뭔가 배우려 하지 않더라도, 140자 트위터에 '있어 보이는' 글귀 올리는데는 도움이 될지도 모르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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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uit
@inuit_k / CxO / Author ("가장 듣고 싶은 한마디 YES!") / Making better world, every minu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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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 책 한 권만 가지고도 트윗봇 하나 만들 수 있겠네요. ㅎㅎ
secret
당신은 기업의 리더입니다.
자원도 빈약하고, 종업원의 인적 자질도 매우 취약합니다.
어느날, 강한 대기업이 당신의 시장에 진입해 들어왔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그냥 사업을 접을까요, 계란으로 바위를 쳐볼까요?

그전에 잠깐..

'내복단'이라고 들어보셨는지요?
이인화 씨가 거창도하게 '바츠 해방전쟁' 이란 타이틀로 묘사한 리니지 전투의 민병을 이르는 말입니다. 레벨이 낮아 돈도 없고 힘도 없어 좋은 갑옷은 입지도 못합니다. 엘리트 혈(혈맹)에게 집중된 자원과 정의를 바루고자 일반 유저들이 대항을 한 사건이 있었다고 합니다. 문제는 돈과 경험치를 지배층이 장악한 상태에서 레벨 차이로 인해 대결이 불가능한 상태였지요. 공수부대랑 초등학생의 대결정도로 보면 이해가 쉬울까요.
하지만 레벨 낮은 다수의 민병은 이길 방법을 찾아냅니다. 바로 적의 약점인 힐러를 육탄 대시하여 잡는것이죠.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라 네트워크의 힘, 자기조직화의 전형적 사례입니다. 이인화 작가였기에 채집가능했을지도 모르는 사례이기도 하구요.

당신의 '내복단 종업원'들이 스스로 강한 적의 약점을 찾아낸다면, 그래서 상황을 뒤집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실제 경영에서도 그런 일이 가능할까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유정식

(부제) 과학의 시선으로 풀어보는 경영 이야기


'컨설팅 절대 받지 마라'의 저자이자, 리뷰 포스팅이 인연이 되어 블로그 이웃이기도 한 유정식님의 새 책은, 앞서 말한 의문에 대한 일종의 답을 찾습니다.

다양한 학문을 M&A해서 커온 경영학입니다. 하지만 이제 학문적 의미의 경영학은 발전 방향이 아리송해지고 있습니다. 사후설명적 특성 때문이기도 합니다.
한가지 대안은 학제간 연구(interdisciplinary study)입니다. 통섭(consilience)까지 가긴 멀다해도 말입니다.

저는 이책에서 세가지 미덕을 꼽고 싶습니다.

기발한 상상력
책의 존재이유이기도 합니다. 경영과 과학의 퓨전입니다. 컨설팅사 대표로서 사물과 현상을 볼 때 경영학적 함의를 생각하는 저자답게 신선한 발상의 짝짓기가 많습니다. 몇가지 사례만 적어봅니다.
*조직의 공격성은 테스토스테론이란 호르몬에 의해 수준이 높고 낮아집니다.
  그렇다면 호르몬 조사를 통해 조직의 활력과 스트레스, 만족도를 알 수 있지 않을까요.

*핵심인재의 중요성을 많이들 이야기하지만, 일반 인재 없이는 성과가 발현되기 힘들겁니다.
  Junk DNA처럼 정확한 기제는 몰라도 효과는 짐작가듯 말이지요.

*동물과 식물은 비언어적 감응을 한다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그러면 리더십의 진정한 평가는 개나 화초로도 가능하지 않을까요?

*화학반응을 활성화하는 세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표면적 증가, 온도 상승, 촉매 제공.
  변화관리에도 이런 방법을 사용가능하겠지요.


경영적 통찰
제가 가장 인상깊게 읽은 부분은 과학적 결과를 조직론에 접합한 주장들입니다.
*갈등관리 (Conflict Management)
조직을 갈등 제로 상태로 유지하는 관리자는 일반적으로 훌륭다고 평가합니다. 하지만, 옐로스톤의 대화재처럼 평소에 자연발생적인 국부적 산불마저 억제하면 과밀하게 축적된 불쏘시개로 통제 불가능한 대재앙이 생깁니다. 갈등은 적절한 분출구를 마련하는게 적절한 관리입니다.
*창발성 (Emergence)
조직의 자연발생적 비효율은 어쩌면 집단지성의 발현으로 만든 지름길인지도 모릅니다. 이를 주기적으로 걷어내는건 효율화의 비경제를 얻을 수 있습니다. small world로 가는 지름길을 제거하니까요.


한국적 경영학
결국 유정식님은 책을 통해 한국적 경영학의 길을 모색합니다.
철학적 담론으로는 환원주의적 접근으로 성장해온 경영학에서 시선을 돌려 전일주의적 관점을 갖고자 합니다. 저도 제 블로그에서 주장해왔듯, 십분 동의 합니다.
서구적 경영론은 과학적 세계관을 통해 효율위주로 소기의 성과를 거뒀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부분의 합보다더 큰, 전체에서 새로운 가치를 찾을 필요가 있습니다. 이러한 유기적 관점은 동양적 세계관에서 배울점이 많지요.

또한, 저엔트로피 경영으로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부분은 적절한 주장이며 실천적 과제를 많이 생각해 볼 부분입니다. 어렵지만 가야할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맺음말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과학적 현상 또는 설명과 경영과의 기계적 짝짓기가 눈에 걸릴 때가 있습니다. 비유체계하에서의 상사(analogy)까지 포함된 관계로 원래 주장하려던 훌륭한 뜻에서 벗어난 무수한 반대 논리가 가능합니다. 그냥 경영학에서 차용할 하나의 우화나 스토리면 될 일도, 과학적 설명이라면 논리와 이성으로 따지려드는게 인지상정이기 때문입니다.
경영과 과학이라고 타이틀은 되어 있지만, 대부분은 HR 관점의 경영입니다. 조직론, 리더십, 기업철학 등이지요. 물론 경영은 사람의 일임에 틀림없지만, 경영학은 HR의 영역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제가 우려하는 부분은 과학의 자연과 경영의 사람을 자꾸 엮다보면, 결국 생물학적 관점의 통합, 또는 통섭적 결론으로 수렴할 가능성입니다.

하지만, 책은 전반적으로 재미있고 유익합니다. 제목에서 추측되는 가벼움은 사실 없습니다. 사뭇 진지하고 촘촘한 논의입니다.
앞의 지적도 다음의 작업을 위한 진실한 충고일 뿐 사실 큰 흠도 아닙니다. 비판은 쉬우나 창조는 어려움을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경영에 관심있는 분은 경영에 대해 곰곰 생각해볼 자극이 될겁니다. 과학에 관심있는 분은, 과학이 설명할 새로운 소명에 대해 눈이 밝아지리라 생각합니다.
제 블로그에 오시는 분들이라면 좋아할 만한 주제입니다. 한번 읽어 보셔도 후회하지 않으실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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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uit
@inuit_k / CxO / Author ("가장 듣고 싶은 한마디 YES!") / Making better world, every minute.

트랙백  5 , 댓글  12개가 달렸습니다.
  1. 재밌다고 하시니... 꼭 읽어보겠습니다.
  2. 좋은 책 하나 알고갑니다. 꼭 읽어봐야겠습니다. ^^
  3. 경영에서 인문학을 찾고,
    경영에서 과학을 찾고,
    경영이 타 학문과 M&A 혹은 적어도 전략적 제휴를 많이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Inuit님께서 경영, 문화, 과학을 아우르는 책 한권 내 주시면 좋을텐데... ^^
  4. 제 졸저를 좋게 평가해 주시니 정말 감사드립니다.
    말씀하신 아쉬운 점, 저도 느낍니다.
    좀 더 연구가 필요한 부분입니다.

    책이 안 팔려서(?) 좀 그렇지만...^^
    좋은 말씀 해주신 것에 대해 거듭 감사 말씀 드리며,

    이번 설, 잘 쇠시기 바랍니다.
    • 흠, 그래서 굳이 책을 사서 보았습니다. ^^;
      좀 더 빨리 사 볼 걸 그랬나봅니다.

      유정식님도 설 잘 쇠세요.
  5. 저는 개인적으로 공학의 "합리성"을 좀 경영이 배워야 한다는 소리를 "얼핏" 어디서 주워듣고선 가끔 이런 이야기가 나오면 알지도 못하면서 공학의 우수성을 주장하곤 합니다. (물론 농담처럼 지나가는 자리에서만입니다. 경영의 경자도 모릅니다 흑흑 ). 지금까지의 주장에 제 스스로 떳떳해지기 위해서 좀 사서 읽어봐야겠습니다 쩝.
    • 공학을 많이 다루지는 않습니다만, 그래도 공학적 소양으로 읽어보면 재미있을겁니다.
      떳떳한 모습으로 다시 만나요. ^^;;;;
  6. 요즘 공부하는 것이 거의 경영에 관련된 것이다 보니, 소개하신 이 책에 관심이 많이 갑니다. 당장은 방법이 없지만, 인편으로 구해서 꼭 봐야겠습니다.
secr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