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에 해당하는 글 2건

권력의 경영

Biz/Review 2009.09.12 11:18
권력은 악일까요. 필요악일까요. 아니면..
그저 악명이 숙명인 사회적 메커니즘일까요.


Jeffrey Pfeffer

(원제) Managing with power: Politics and influence in organization

페퍼 씨는 명료하게 권력을 정의합니다.
권력은 의사결정을 실행하는 힘이다. 왜냐하면 성공은 계획될 성질이 아니기 때문이다. 성공은 실행될 뿐이다. 그리고 그 실행은 권력이 담당한다.
권력에 농락당한 로버트 그린이나, 권력을 갈망한 마키아벨리 씨를 비롯해 디지털 권력이나 팀장 정치력 등 권력을 주제로 다룬 많은 책을 봤지만, 가장 담대하고 실용적인 정의를 이 책에서 봤습니다. 권력 자체에 대한 신화적 윤리 논쟁은 곁으로 치우고, 불확실성에 대처하는 종합적 툴로서 권력을 상정합니다. 그에 따라 비즈니스 상황에서의 조직내 권력 문제를 명쾌하게 다루고 있지요.  

권력의 원천
페퍼 씨는, 권력의 3대 요소를 자원, 정보와 연결(connection), 공식적 위치(authority)로 파악합니다. 특히 자원이란 실제적 통제권이 중요하지요.

권력의 행사
프레이밍과 commit에 의한 binding을 짚습니다. 필요에 따라 희소성의 법칙, 사회적 증거를 활용하지요. 이쯤 되면 상당 부분 권력은 설득의 일면임을 알게 됩니다. 이 부분이 중요한게, 권력은 가치 중립적으로 '일을 이루는 수단'이라고 본 정의에 부합하지요. 권력은 조직을 대상으로 한 효과적인 설득일 뿐입니다. 기타로는 타이밍의 제어와 상징 관리도 중요한 효과가 있습니다.

권력의 소멸
이 책의 탁월한 점은, 로버트 그린 류의 영웅담적 권력에 천착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조직내 권력의 수명을 좇아 기록합니다. 특히 권력의 소멸 논의는 중요한 함의가 있습니다. 제가 늘 말하는 지속가능한 권력에 대한 거울상이니까요.
페퍼 씨는 환경변화가 내부적 변화를 능가할 때 권력이 상실된다고 말합니다. 즉 변화에 민감하고 좇아가지 못할 때 권력은 취약해진다는 뜻입니다. 특성적으로는 오만할 때 변화에 둔감해지니 역사적 사실과 매우 잘 부합하는 지적입니다. 더욱 효과적인 조언은 때가 되면 스스로 내려오라는 것입니다. 쉽지 않을지라도 한 자리에 10년 머물면 내려올 계획을 해야하고, 더 전향적으로는 조직에 강제적 교체가 구조화되는게 더욱 건전하다는 제언입니다.

권력, 원한다고 생기지도 않지만, 준비되지 않은 자에겐 결코 돌아가지 않는 몫입니다. 권력의 쟁취보다 힘을 가지면 무얼 하고 싶은지 궁구할 일입니다. 그리고, 하고 싶은 일이 생기면 권력을 가져야 일이 성사된다는 점 역시 똑같은 무게로 생각해야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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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uit
@inuit_k / CxO / Author ("가장 듣고 싶은 한마디 YES!") / Making better world, every minu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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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때가 되면 스스로 내려오라" <-- 이거 아무나 못하죠! 모든 권력은 소멸하기 마련인데, 권력자는 권력자이기에 그걸 알수 없습니다. "권력 역설"이라 할까요.
    • 맞습니다. 생존을 스스로 멸하기 어렵듯, 권력도 실존이라 스스로 멸하기 쉽지 않지요.
      하지만 power mortality를 아는건 매우 중요한데 말입니다.
  2. 흔히들 얘기하는 뭐랄까 부패가 되어도 그자리에서 꼼짝않고 있는것
    그것이 지속이 되면 폭발합니다.
  3. "권력의 쟁취보다 힘을 가지면 무얼 하고 싶은지 궁구할 일입니다. 그리고, 하고 싶은 일이 생기면 권력을 가져야 일이 성사된다는 점 역시 똑같은 무게로 생각해야하겠습니다."
    이 부분을 한참동안 되뇌이다 나갑니다. 휴일 잘 보내세요.
    • 네. 레이먼님도 휴일 잘 보내시기 바랍니다.
      그곳은 날씨가 어떤지 모르겠습니다. 여긴 어제 비오고 나서 매우 좋습니다. ^^
  4. 여러모로 불편한 행사로 작동하기도 하지만 의외로 숨겨져 있는 달콤한 모습이 있네요. 전 이상스럽게 긍정적인 모습으로 보여집니다. 아마, 최근 고민하는 것들과 부합되기 때문인 듯 싶습니다만... *^^*
  5. 스탠포드의 페퍼교수의 책인가요? 이 분의 아이디어라던지 발상이라던지 참 마음에 들던데...위시리스트에 올려놔야겠군요.
    • 아.. 전 이참에 처음 알았는데, 아이디어나 발상이 참신한가요?
      참고할만한 링크가 있나요? 급궁금해집니다.
    • 일단 잭 웰치를 까는 대범함도 그렇고...사실 따지고 보면 당연한 말을 하는 것 뿐이라고 생각하는데(제가 가지고 있던 생각을 정리하고 지지하는 듯한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7/06/01/2007060100835.html?srchCol=news&srchUrl=news2 를 보고 흥미있게 보고있는 아저씨죠.

      하는 말마다 지극히 상식적인 쉬운 이야기인데 남다른 설득력을 가지고 썰을 풀어서 ㅎㅎ
    • 아.. 예전에 이런 글 본 적 있는데, 이분이었군요.
      덕분에 새로운 사실을 알았습니다. 고맙습니다. ^^
secret
어떤 관점으로 보면, 여행은 그야 말로 '사서 고생'이지요. 돈 내고 고생을 자처하니까요.

대개, 여행 떠나기 전에는 온통 미사여구가 주는 환상에 취해 있습니다. 하지만 낯선 그 곳에 떨어지면 냉정한 현실만 존재하지요.

예컨대, 당장 공항에 내린 후 어디서 택시나 지하철을 타는지, 택시를 타면 목적지까지 가자고 어떻게 소통을 할지, 가는 동안 제대로 가고 있는지 아니면 어딘가로 끌려가지는 않는지, 혹은 바가지 쓰지는 않을지. 호텔만 해도, '소박하고 정감있는 목조형 5층'이 알고보면 여인숙 수준이라든지. 식당에  호기롭게 갔는데 메뉴가 온통 외계어인데다가 그림도 없고 종업원은 영어를 한마디도 못하는 경우에 가격 보고 '로또' 돌리는건 어떤가요. 짐승의 눈알만 안나오길 기도하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행은 중독적 매력이 있습니다. 진하게 고생하고 돌아와도, 체력과 일상과 그리고 금전이 복구되면 또 나갈 궁리를 슬슬 하게 되지요

(원제) Neither here nor there
미국인이지만, 더 타임즈 지와 인디펜던스의 기자로 영국 생활을 오래했던 빌 브라이슨, 여행작가로 유명한 사람입니다. 그러나 제게는 무엇보다 '거의 모든 것의 역사'를 쓴 장한 이지요. 최신 과학 조류를 정리한 방대하고도 흥미로운 서적입니다. 놀라운건 문외한이 공부와 인터뷰를 통해 이룬 작업이란 사실이지요. 그 끈기와 집중력 그리고 지적 능력이 제게 찬탄을 자아냈더랬습니다.

그 브라이슨 씨의 전공인 여행 책이니 제 눈에 띄자 마자 샀습니다. 그리고, 꽁꽁 아껴 두었다가 휴가 때 집어들었습니다. 글 맛이나 상상력 등 목적 없이 책 자체를 즐기는 독서는, 휴가의 최고 아이템이니 말입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 긴 휴가 동안 20페이지도 못 읽었습니다. 물론 휴가여행이 너무 재미있어서이기도 하지만, 책이 재미 없어서 손에 붙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재미 없는 이유는 순전히 제 개인적인 취향과 안 맞아서 입니다.

So Outdated
무엇보다 책의 발간년도가 1992년입니다. 프랑과 리라가 나오는 정도는 애교라 쳐도, 지금 유럽과 너무 동떨어진 묘사가 거의 대부분입니다. 마치 우리나라 근대소설의 한성 저자거리 묘사를 보면서 서울을 상상하는 그 느낌입니다.

Teasing Kidding
빌 브라이슨의 최대 매력은 솔직담백한 문장과 예리한 과장력입니다. 제목대로 발칙하지요. 하지만, 번역에서 그 글맛을 살리기 어려웠음인지, 서양식 블랙유머 자체를 서양의 감각으로 즐겨야 하는지 아무튼 저는 불편했습니다. 지나친 두루뭉수리는 저도 싫어합니다만, 하나의 단편적 사실로 한 나라와 민족을 신랄히 평가하고, 자신의 선입견을 내내 자가발전하는 이야기 구조는 제겐 별로 재미가 없네요.

Not Agreeable
저자처럼 유럽을 다 훑지는 못 했어도, 파리, 암스테르담, 밀라노, 이스탄불에는 직접 가 봤습니다. 시기의 차이인지, 시각의 차이인지 저자의 삐딱한 시선들에 저는 공감하기 힘듭니다. 프랑스 시골은 몰라도 파리는 예전처럼 여행객에게 불친절하거나 적대적이지는 않습니다. 다른 도시도 생경한 불편함은 있지만, 그 자체를 문화로 인정하고 보면 교감 나눌 여지는 있습니다. 심지어 베를린에서 그렇게 야박한 꼴 당해도, 전 그 사람의 문제지 도시나 국민의 고질적 문제라고 여기지는 않으니까요.

Fun to read
그래도 책의 장점은 분명 많습니다. 우선, 특유의 과장된 문체는 꽤 재미있습니다.
(프랑스 여관 주인) '걸어서 가세요' 라고 말하고, 프랑스계 특유의, 턱은 허리띠 부근까지 떨어뜨리고, 어깨는 귀를 정수리까지 밀칠 정도로 끌어올리는 어깻짓을 했다.

(이탈리아 경찰) 내 대답을 엄청나게 느린 독수리 타법으로 기입해 나갔다. 감전이라도 될까봐 겁이 나는 듯이 넓이가 0.5에이커는 될 것 같은 자판을 샅샅이 살핀 다음에야 한 글자를 치곤 했다.

(이탈리아 웨이터) '주문하시겠어요?' '어, 에스프레..' 웨이터는 가버리고 없었으며, 그 웨이터의 여동생과 결혼이라도 하지 않는 한 그가 내게 이렇게 가까이 다가오는 일은 없을거란 걸 깨달았다.

(유고슬라비아에서 발을 헛디딘 후) 이 순간은 좀 길게 느껴졌는데 그 기분도 나쁘지 않았다. 그때 내 두발이 나무판자의 양쪽에 걸쳐져 있던 줄은, 그래서 곧 아래로 떨어지지 않게 버티는데 내 생식기를 쓰게 될 줄은 미처 알지 못했다. (중략) 나는 내 침대에 누워서 10분 동안 고환을 찾아 제자리에 갖다 놓았다. 녀석들은 어깨 부근 어디께 있었는데 덤으로 내 재킷 안감속에 돌아다니던 동전까지 찾았다.

또한, 서구인이 보는 심미안도 느낍니다. 광장을 걷다보면 자연스럽게 찾는 시계탑 같은 랜드마크랄지, 이쯤 되는 지형에는 교회가 와야하고, 여기는 광장이 와야한다는 도시지리 감각 등은 일반적 책에서 가늠하기 어려운 발견이었습니다.

전반적으로 브라이슨 씨는 자기보호적 냉소와 혼자 키들키들 주절거림이 심한 문체입니다. 여행 다녀보면, 생경한 도시에서 낯선 느낌을 갖다가도 머문 도시에 동화되면서 교감을 갖게 마련입니다. 하지만 브라이슨 씨는 혼자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자신의 편견을 확인하고 다음 여행지로 가기 일쑤입니다.

앞서 말했듯 저자는 지적 수준이 결코 낮지 않은 사람입니다. 그냥 신명나게 떠드는게 자기 생김새인듯 합니다. 사실, 책을 읽고나면 저자가 귀엽게 느껴지고, '나도 보따리 싸들고 여행을 갈까'하는 진한 방랑벽을 깨우는 재주도 있단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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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u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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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행은 중독적이죠. ^^ 딱 제 이야기 같습니다. 등짝에 짐을 언제까지 이고 다닐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우선은 고고씽~입니다.
  2. 빌브라이슨의 책을 눈여겨 보고 있었습니다.
    조만간 읽어야지 했는데...
    저도 읽은 후 감회를 나누어야겠네요 :)
  3. 제가 읽은 여행기로 '나를 달뜨게 했던 그날의 열병' (티벳 여행기) 이 가장 기억에 남는군요 ㅎㅎㅎ 특히 사진이 대부분을 차지해서 좋았던 기억이... 유럽쪽 여행기는 읽은적이 없지만 이건 왠지 겉표지가 맘에 안드는데 다른걸 찾아서 한번 읽어봐야 겠네요 ㅎㅎㅎ
  4. [거의 모든 것의 역사]를 쓴 이가 여행가라는 사실을 지금 알았습니다.
    하긴 거의 모든 것의 역사를 쓸 정도면 거의 모든 곳을 여행을 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집 떠나면 개고생이라고 하지만 사서 고생하라는 속담을 이기지는 못하나 봅니다.ㅋ
    • 즐거운 고생이라서 그런가봐요.
      '거의 모든것의 역사'는 과학책이지만, 그 책을 쓸정도의 경험과 지적 능력은 필수겠죠.
  5. 저도 휴가 때 읽었습니다. 전 원래 좀 늦게 읽기도 하지만, 그래도 꽤 오래 걸렸습니다. 같은 시기 읽은 칼의 노래와는 진도가 판이하게 차이가 났습니다. 저도 이 책을 바라보는 시각은 비슷합니다. 하지만, 그의 문체를 감상하며 가볍게 가볍게 잘 읽었습니다. ^^
    • 네. 문체를 즐기는 재미가 있지요.
      우연히도 김훈도 스타일리쉬한데, 그 글맛이 다른게 희한하지요.
secr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