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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서전은 사리다.

전문 작가가 아닌 사람이라면, 평생 모은 글감을 단 한번 활활 태워 영롱하게 추려낸 내용이 자서전이다. 이 책 읽으며 그런 생각이 많이 들었다.
모든 사람이 사리가 나오지는 않듯, 구도하듯 치열히 산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수고의 증표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해군, 1번 잠수함의 함장, 안병구.
그가 전해주는 잠수함 이야기는, 생소한 분야의 이야기라서도 매력적이지만, 우직한 군인의 선굵은 독백이 감동적이다.

안병구

잠수함에 창문이 없다는 점을 아는가?


난 잠수함 영화를 매우 좋아하고, 왠만한건 다 봤다.
잠수함은 심해에 잠항하여 작전을 한다.
그 말은 햇볕이 안 닿는 어둠의 세계이며, 전파도 못 미치는 고립의 세상이란 뜻이다. 조금의 실수만 생겨도 고압으로 찌그려져 죽을 수 있는 캔 속의 몇몇 사내들이 거주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그래서, 잠수함 상황은 독특하다. 외롭게 의사결정하고 불확실성과 괴롭게 싸우는 과정이다. 잠수함 영화의 매력도 여기에 기인한다. 인간 사회 및 조직의 강렬한 표본이다.

처음에 잠수함 관련 공부를 하는 임무로 시작하여, 잠수함 획득 사업의 타당성 및 방향성 조사 임무, 그 후 1호 잠수함의 인수팀을 이끌고, 그 잠수함의 함장이 되고 승진하여 잠수전단장까지의 이력을 쌓는 저자의 역사는 우리나라 해군의 잠수함 역사와 정확히 맥을 같이 한다.

말은 쉽게 한줄로 요약했지만, 단계 단계마다의 고민과 갈등, 정치적 역학관계 속을 담담히 지나온 저자다. 그의 강직하고 담백한 독백이 전혀 군과 무관한 내게도 많은 울림을 주었다. 그의 말이 100% 사실이라면, 우리는 이런 군인을 지닌 행운에 감사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 잠수함의 전술능력은 강한 편이다.
사실 그런 잠수 기동에 대한 내용도 기대했지만, 군사적 기밀 사항탓인지 운용전술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다. 하지만, 그 외의 내용으로도 충분히 읽는 동안 즐거웠다. 통일 이후를 생각하면 대양해군이 허황된 개념이 아니다. 그리고 그 구상의 물밑에는 잠수함이 있다.

이런 참인간, 참군인이 계속 이어지고 더 많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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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딱딱한 책을 많이 읽은지라, 좀 쉬어가려 집어든 책이다.
클래식이나 서양미술을 좋아하는 편인데, 그냥 보고 좋다 느끼는 정도지 체계적으로는 잘 정리가 안된다.
서양미술사 관련한 책도 몇 번 읽은 적 있는데, 그 때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그래도 읽은 동안 마음이 풍성하고, 또 몇 개는 머릿속에 남으니 효율 없어도 이런식의 remind면 충분히 즐겁다.

진중권

논객 진중권은 알려진대로 미학자다.

그가 쓴 미술사 책이니 논리적인 점이나, 학문적인 점에서 아쉽지는 않으리라 생각했다.

실제로 그랬다.
최대한 쉽게 쓰려 노력한 점이 보였고, 가벼운 목적의 내겐 적당했다.

책의 컨셉 상, 각 챕터별로 중심 논문이나 저술을 기둥으로 저자의 살을 붙였다.
그래도 적절한 문헌을 토대로 일관되게 적어, 통일감이 있다.

책이 중점으로 보는 부분은 중세 이후다. 사실 모든 예술의 암흑기를 벗어난게 르네상스고 당연히 서양미술사의 볼륨은 르네상스 이후에 나온다.
까막눈인 내게, 르네상스 이후 마니에리스모(매너리즘), 바로크, 로코코, 신고전주의와 낭만주의의 미묘하지만 날카로운 간극을 어느 정도 깨친 점만해도 소득이 크다.

특히 엘그레코가, 사실의 모사에서 벗어나 느낌을 표현하려는 마니에리스모의 대표 작가라는 미술사적인 의미를 마드리드톨레도 가기 전에 알았다면 더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 다음에 갈 일 있겠지.
그 외의 작품들도 출장이나 여행 중 파리, 로마, 피렌체, 런던 등지에서 본 작품들이 많아 개인적으로는 더 흥미가 있었다.

가장 흥미로왔던 부분은 역원근법이다.
러시아에서 주로 나타나는 역원근법이, 그저 표현이 조악하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동적인 원근 표현이란 관점에서 보면 세상 보는 각도는 하나가 아니란 점을 생각하게 된다. 물론, 원근법과 달리 역원근법은 일관된 표현이 어려워 땅이 찢어지거나 사물이 도치되어 보이기도 하는 단점이 많아 멸종될 수 밖에 없는 거리감 표현의 방식이다.

전체적으로 욕심 부리지 않고 범위를 제한해 놓고 충분히 설명하는 점이 좋다. 또한 설명마다 그림이 충실히 붙어 있어 그 뜻을 알아듣기 쉽다. 편집면에서도 꼼꼼히 만든 책이다. 서양미술사를 빠르게 개괄하고픈 사람에게 추천할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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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n Goldacre

(Title) Bad science


과유 불급.


이 책에 대한 느낌은 딱 그렇습니다. 앞부분을 읽을 때 까지는 환호했습니다. 건강 관련한 사이비 과학의 실체를 낱낱이 까발리고, 신랄하게 비판하는 책의 컨셉은, '개처럼 물고 늘어지는' 저자의 근성과 맞물려 엄청난 시너지를 발휘합니다. 정의감의 통쾌함과 전문성의 대리만족을 줍니다.


흔히 이야기하는 독소제거나 피부과학의 완전한 허구성을 짚어내는 점은 박진감있는 소설같이 재미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와닿지 않지만, 영국에서 무수한 사이비 신도를 몰고다니는 동종요법이나 뇌호흡법만 해도 그렇습니다. 시비논란을 일거에 잠재운 명료한 논점은 영국에서 이 책의 성가를 높이는데 혁혁한 공을 세운셈이지요. 사실 병의 치료제는 병원균 자체에 있다고 그것을 희석해서 약으로 만들어 먹는 동종요법은 뭐 과학이라고 보기도 어려운 미신과 역술의 영역임에도 그의 허구성을 ‘과학적으로’ 지적해서 명성을 얻는 상황은 흥미롭습니다. 제삼자가 보면 너무 당연할지라도, 그 한복판에서 다수의 믿음체계에 반기를 드는 것은 대단한 용기와 출중한 언변이 필요한 일이니까 말입니다.


So shouting

그러나, 아무리 좋은 이야기도 세번 들으면 지겨운데, 시종일관 하이톤으로 과학의 엄정함에 대해 같은 주장을 반복하고 반복하는 책의 구조는 매우 불편합니다. 당연히도, ‘가디언’ 컬럼 연재물을 기반으로 책을 엮은 탓이 큽니다. 긴 호흡의 스토리가 아니고 짧은 주장들의 엮음이니까요. 하지만, 최소한 책으로 가져갈만큼의 호흡으로 가다듬었다면 훨씬 좋았을거란 생각을 합니다. 나중에는 ‘광고적 과장’으로 볼 부분까지 과학의 메스로 난자하고는 은근 으스대는 그 패턴이 지겹기까지 합니다.


Useful

확언하건대, 책의 내용에는 건질만한 구석이 많습니다. 예컨대, 모든 사이비과학의 존립기반인 위약 효과는 너무나도 강력한데, 그 생생한 고증은 제게도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피실험자는 물론이고 실험자 자체가 실험에 대한 정보를 아는 자체로도 실험의 결과가 왜곡될 수 있다는 연구결과는 깊이 새겨둘 부분입니다.


그 외에 ‘검증된’ 만병통치약 구실을 하는 항산화제, 비타민제의 허구는 저자의 논증에 수긍이 가면서도 쉽사리 믿고 싶지 않을 정도로 알려진 상식에 반하는 부분입니다.


Not fun to read

결론입니다. 책의 소재들은 기억해둘만 신선함이 있지만, 책으로서의 재미는 매우 떨어진다고 느꼈습니다. 과학적 잣대의 엄정함으로 세상을 재단하는 저자의 학문적 결벽증은 100페이지 이내에서 그쳤으면 딱 멋졌을거라 생각합니다. 그나마 이런 날 선 긴장을 누그리려 영국식 냉소유머가 책 곳곳에 있지만, 번역의 어려움인지 문화적 거리감인지 제 구실을 못합니다. 유머는 휘발하고 냉소만 남아 한결 더 어색합니다.


한의학

마지막으로 이 책은 제게 중대한 질문 하나를 남겼습니다. 과학적 잣대로 검증이 어려운 한의학은 사이비 과학일까요, 최소한 과학의 검증필터를 통과할 수 있는 대안 치료법일까요. 영국에 한의학이 주류 요법이 아니라 저자는 이 부분에 대한 반박검증은 명확히 하지 않았지만, 지나가는 투로 한의학도 과학적으로 검증할 수 없는 치료법으로 언급합니다.


 저는 체험과 경험을 통해 침술의 효익을 믿지만, 정확한 과학적 기전을 설명할 수 없는 한 위약효과에 불과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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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날카로운 분석이 돋보이는 서평 잘 읽었습니다. 그런데 망설여집니다. 책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강하게 밝히셔서 이 책을 읽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말입니다. 그래도 이렇게 소개하신 책인 걸 보면 제가 읽어볼 만한 책이겠죠? 오피니언 리더의 영향력은 정말 대단합니다. 제 판단력을 좌우하니 말입니다.^^
  2. 정말 대단한 책을 읽었습니다. 우리나라에 이런 당찬 젊은 과학자가 없다는 사실이 슬플 정도였습니다. 늘 먹던 비타민인데 오늘 아침부터는 내키지 않았습니다. 습관이니까 먹을까 하다 말았습니다. 백화점에 가더라도 항산화제나 오메가3에는 눈길도 주지 않을 것 같습니다. 비타민이랑 항산화제 권했던 의사 친구에게 책 한 권 보냈습니다. 저자의 화법은 취향의 차이인 듯도 합니다.^^ 아무튼 좋은 책에 관한 정보를 알려주셔서 고맙습니다.
  3. 예, 한의학도 사이비과학이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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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홀한 여행

Culture/Review 2011.07.23 22:00

박종호

(부제) 박종호의 이탈리아 여행기

유럽에서 가장 많은 관광객이 찾는 도시가 파리라면, 가장 많은 관광객이 찾는 나라는 이탈리아라고 합니다. 저자의 의견처럼, 파리에 가면 프랑스의 모든 것을 맛볼 수 있지만, 이탈리아는 다양한 도시국가의 집합체이지 그 어느 곳에도 '이탈리아'라는 단일한 개념이 없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흔히 말하는 이탈리아 그랜드 투어의 네 도시 밀라노, 베네치아, 피렌체, 로마가 각기 개성이 다른 만큼 그 외의 모든 도시가 자신만의 개성을 뽐내는게 이탈리아의 특징이겠지요. 어찌보면 이탈리아는 카테고리이며 스펙트럼일 것입니다.

내가 사랑하는 오페라 등으로 유명한 풍월당 주인 박종호 씨는 이탈리아의 매력에 빠져 매년 이탈리아를 찾습니다. 그가 경험한 이탈리아 곳곳의 이야기는 찬란한 경외와 예술에 대한 이해와 발로 뛴 열정이 녹아 있어 생동감있고 풍성한 재미를 줍니다.

많은 이탈리아 관련 책들이 건축가들에 의한 도시 미학을 테마로 했다면, '황홀한 여행'의 백미는 음악 중심의 이해란 점이지요. 실상, 책을 쓰려 이탈리아를 밟은게 아니라 음악을 좇아 이탈리아를 주유한 내용을 글로 적은지라 도시 곳곳에 배어있는 음악의 향취를 간접적으로 느끼는 재미가 좋습니다. 유명한 음악가가 태어난 곳, 명성을 떨친곳, 말년에 죽은 곳 등 저자의 심로를 따라다니며 삶의 쉼표 같은 만족을 느낍니다. 확실히, 지리와 역사를 다루는 책에 비해 보다 개인적이지만 생생한 스토리가 알찬게 특징입니다. 저자 특유의 스토리텔링 능력이 뒷받침된 탓도 크지만 말입니다.

어려서부터 클래식에 심취해 결국 레코드 가게 주인이 된 정신과 의사인 박종호 씨. 그가 소년시절부터 보아 오던 앨범 자켓의 생경한 이탈리아 지명과 사진 속에 결국 서 보게 되는 장면은, 내 꿈이 무엇이었나 새삼 생각해보게도 합니다.

음악에 문외한일지라도 이탈리아와 클래식의 매력에 흠뻑 빠져보는 시간이 될 독서입니다. 휴가 때 읽으면 좋은 책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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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빈에서는 인생이 아름다워진다'를 올 여름에 읽으며, 겨울엔 빈 여행을 꼭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그 곳에 꼭 가보고 싶게 만드는 그런 느낌이 있으시더라구요. 요즘 여행작가들도 많고 비슷비슷한 책들도 많이 나오는데, 깊이는 좀 덜해진것 같아요. 그 정도의 느낌에서 봐도 '빈~'은 훌륭했고 이 책도 꽤 기대가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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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갈 때마다, 여행지에 대해 샅샅이 훑는 것은 여행 이전의 즐거움이자, 여행 자체의 충실함이고, 다시 여행 이후의 여운을 되살리는 첩경입니다. 제겐 하나의 의식과도 같지요.

그런 면에서 가이드와 지도는 당연히 숙지하고, 그 수준을 넘어 그 나라 그 도시의 문화와 역사를 섭렵하는게 저만의 여행 비법이기도 합니다.

그런 면에서 이 책 '로마산책'은 흔치 않게 제 마음에 쏙 드는 책입니다. 건축가 출신의 작가는 로마에서 살면서 경험한 세월과, 미학도로서의 지식을 총동원하여 로마의 주요 명소를 설명합니다. 그래서 이 건물은 언제 세워져 어떤 특징이 있다는 수박 겉핧기 식의 가이드북과는 전혀 다른 관점을 선사합니다. 꽤나 매력적이지요.

특히, 라틴어와 현지어의 지식을 동원한 역사 찾기는 함께 세월을 더듬는 재미가 있습니다. 예컨대, 세개의 길(tre + via)이 만나는 곳에 생긴 트레비 분수라든지, 아울루스의 머리(caput oli)에서 나온 캄피돌리오 언덕이나, 팔레스 여신에서 나온 팔라티노 언덕에 대한 이야기는 그 이후 서구 각국에 퍼져 capitol, capital, palace, palast, palacio, palazzo, palais 등으로 갈라진 도도한 원류를 느끼게 합니다.
 
이 책이 특히 재미난 부분은, 폐허만 남은 포로 로마노에 대해 과거 전성기 로마의 모습이 선연히 보일정도로 생생하게 상상을 복원해주는 점입니다. 더운 날 돌무더기만 남은 언덕은 지친 여행자에게 여간해선 아름답게 보이지 않습니다. 심지어, 어떤 가이드북에선 힘들면 생략하라고도 말하는 지역입니다. 하지만, 로마 제국의 영욕이 고스란히 새겨진 그 포로 로마노를 재구성해서 보는 것만으로도 이책의 가치는 충분합니다. 일반 가이드북이 모노톤의 형체를 알려준다면, 이책은 로마 여행 지도에 색채를 입히는 느낌입니다. 생동감있고 스토리가 있습니다.

로마 여행을 생각하는 분이라면, 아니 로마가 어떤 곳인지 궁금한 분이라면 한번 읽어볼 가치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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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말 재미난 책을 읽었습니다. 막연히 느끼던 불합리성에 대해 명쾌하게 조목조목 짚어낸 글입니다.

Michael Heller

(Title) The gridlock economy

거리의 간판이 저마다 소리쳐서 아무도 주목받지 못하는 현상을 보신 적이 있지요? 또는 알박기로 인해 서로가 질곡에 빠진 사례도 흔합니다. 

이렇게 다중소유, 또는 파편화된 소유권으로 인해, 아무도 소유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교착상태를 그리드락(gridlock)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 책은 그리드락을 유형화하고 그 영향을 살펴보는 그리드락 경제학을 다루지요.

이렇게 파편화된 소유권은 자본시장의 효율성을 극도로 저해하는 요소가 됩니다. 예컨대, 저주(Tarnation)라는 독립영화를 만드는 비용이 218달러였는데, 그 저작권을 정리하는데 드는 비용이 23만달러랍니다. 이러면 상업성은 물건너 간 이야기지요. 결국 창작과 발명, 그리고 상업화에 결정적 방해가 되는 사회적 시스템이 곳곳에 도사리게 되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퀘이커 오츠에서 프로모션으로, 실제 땅을 1제곱인치 씩 나눠준 빅 인치의 경우도 그렇습니다. 20에이커라는 큰 땅덩어리 자체가 2100만 필지로 나뉘어져 재미는 있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2100만 주인의 이해관계가 같을 수 없는 이유로 그 땅은 아무도 사용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그나마 빅인치의 경우는, 결국 세금 미납에 따른 몰수라는 테크니컬한 해법으로 다시 땅을 합쳐 경제적 가치를 회복했습니다만, 그보다 소수이고 사이즈가 큰 덩어리들은 끝까지 그리드락에 빠지게 됩니다.

바로 그 이유로, 러시아에서 정규 상점은 썰렁해도 가판은 장사가 잘 되고, 흑인들의 농장이 세대를 건널수록 백인에게 뺏기는 결과를 초래하지요.

결국, 다중소유나 그리드락의 해결은 강력한 통제 아니면 성숙한 합의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쉽지 않은 문제가 됩니다. 초월적 조정자는 실제로 나타나기도 어렵고, 그 부정적 효과가 더 크니 제외한다면, 궁극적으로는 성숙한 합의가 중요한데 절실한 이해관계자가 있는한 합의 또한 어렵지요.

그나마, 공정사용(fair use)이나 크리에이티브 커먼즈(CC) 등의 지혜로운 해법이 나오고 있습니다만 아직은 전반적인 가치회복의 길은 요원해 보입니다.

결국, 파이는 지나치게 잘게 나누면 가루가 될 뿐 아무도 먹지 못합니다. 이 명제를 깊이 생각해보는데서 그리드락 문제의 논의가 비로소 가능해집니다. 그리고 그 해법은 성숙한 논의와 창의적 옵션을 도입하는 수 밖에 없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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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댓글창이 두개인가용?^^
    어제는 도서관봉사가는 명석이에게 "숲에서 길을 묻다"를 빌려달라 부탁해 읽고 있는데 책을 사야한다고 지름신이 속삭입니다..ㅎㅎ

    숲, 나무, 풀꽃, 그리고 사람...

    제게 익숙하고, 익숙했지만 생소한 많은 이야기들이 있어 좋아요.
    뜨거운 여름이 이 책 하나로 셀레일 듯 합니다.

    오늘은 쩡으니랑 영어체험 캠프를 갑니당.

    늘 새로운 느낌은 바보처럼 셀레이면서도 도전의 용기가 생겨 신이 납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ps. 너므너므 더버요...
    • 네. 댓글창에 대해서는 아예 별도의 글로 설명을 했습니다. 참조하시구요.. ^^

      숲에 대한 그 책은 저도 관심이 많이 갑니다. 읽고 싶어지네요. ^^ 더운데 건강히 지내세요. 그래도 한여름은 이제 다 가고 있는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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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지도

Culture/Review 2010.01.02 22:00
제목에서 한 몫 챙기고 가는 책이 있는가 하면, 제목에서 밑천 털고 가는 책이 있지요. 이 책이 그러합니다. 작년부터 갖고 있던 책이지만, 그 밋밋한 제목 탓에 시덥지 않은 행복론이라 생각했습니다. 거들떠도 안 봤지요. 먼저 읽은 아내의 평이 좋아서 읽어 보리라 다짐만 한게 또 반년입니다. 작년 말 출장길에, 주간지 집듯 가벼운 마음으로 가져간 책인데, 왜 이제야 읽었는지 아쉽기만 합니다.

Eric Weiner

(Title) The geography of bliss

Theory of happiness  
행복은 지극히 주관적인 마음의 상태입니다. 하지만, 상업의 목적에 충실히 굴복한 학문은 이미 행복학을 하나의 아카데미즘으로 수용했지요. 칙센트미하이의 몰입(flow) 시리즈나 긍정심리학의 핵 길버트 씨의 '행복에 걸려 비틀거리다'도 그러합니다.

물론 행복해지고 싶은 사람의 마음은 실제로 존재하고, 누군가가 행복해지는건 도덕적으로 긍정할만한 개선이므로 인류 후생 차원에서 행복학의 의미를 부정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제가 리뷰(몰입의 즐거움, 행복에 걸려 비틀거리다)에서 지적했던 거북함들처럼, 행복 연구 자체를 위해 행복을 미시적 수준으로 끌어내려 도출한 결과를 다시 거시적 인과의 총합으로 되돌리려는 시도는 부적절하다고 봅니다. 그 이름을 행복이라 부르든 학문적 포장지에 싸서 주관적 복지(subjective well-being)라 부르든 말입니다.


Happiness Reporter
그런 면에서 에릭 씨의 시도는 차라리 박수칠만 합니다. 특파원으로서 오랜 기간 나쁜 소식 전해서 연명했던 자신의 부채의식을 상환하자는건 명분이라 쳐도, 지구상 행복한 나라, 안 행복한 나라를 직접 방문하고 저자거리로 뛰어 들어 사람속에서 부대끼면서 행복의 본질을 캐보는 책의 컨셉은 장하고 의미 있습니다.


Geography of happiness
아래의 리스트는 책에 나오는 저자가 방문한 나라들입니다. 한줄 요약은 저자의 글을 제 나름으로 간추린 내용이고, 괄호 안은 제 느낌입니다.
네덜란드: 자유와 관용이 행복요소. (하지만 불구속이 행복의 등가일까?)

스위스: 엄격한 규칙하에 정돈된 삶. 그 기반위에 정립된 신뢰가 행복요소. (더할 나위 없는 행복보다는 광범위한 만족. 국민 평균이 좋을 나라)

부탄: 효율과 경제성장을 외면한 은둔속의 고요. 국왕은 국민행복지수(GNH)를 통치잣대로 삼음. 자연과의 교감과 공동체적 관계, 신뢰가 행복요소. (통치술의 책략도 보이지만, 행복의 기본요소에 가까운듯)

카타르: 벼락같이 생긴 졸부의 돈이 유일한 행복요소. (역사 없는 돈은 공허하고, 관계가 불안정한 돈은 각자를 고립화시키는듯)

아이슬란드: 단일민족의 가족적 상호의존성, 바이킹의 순수성을 전승한 언어에 대한 자부심, 공동체적 공유의식과 실패에 대한 전폭적 관용 (추위가 오히려 행복의 기폭제가 된 경우)

몰도바: 역사적 정체성 모호, 러시아와 관계에 기인한 국가적 자부심 몰락, 주위 국가에 대한 질투, 족벌주의와 부패, 가난, 징크스로 만연한 불확실성에 대한 두려움, 무력감, 무례, 배려심 부족, 이기주의, 신뢰와 우정을 폄하, 비열과 속임수를 보상하는 문화, 친절이 들어설 공간이 없는 각박함이 불행요소. (많아 보이지만 서로 엮인 현상이고 악순환을 끊어야 모두가 개선되는 종류의 문제)

태국: 욕구와 충동을 인정하는 개방성, 공동체를 위한 미소, 번잡한 생각에 빠지지 않는 문화, 재미(사눅)가 우선시 되는 문화, 공동체를 의식한 냉정한 가슴(자이옌)과 고맥락(high context)적 배려가 행복요소. (하지만 그 표면적 행복속에 억눌린 감정은 불씨 같다. 폭력과 살인률, 가끔가다의 쿠데타를 보면. 그래도 마이펜라이[신경 끄자]는 배우고 싶은 주문)

영국: 투덜거림으로 스트레스를 해소. (행복한 삶보다 의미있는 삶을 추구하는 나라)

인도: 모순을 인정하는 태도, 좋은 것만 취하는 선별적 포용성, 이에 따라 즐기게 되는 예측 불가능성이 행복요소 (option 적 접근방법이 있다면 risk 있는 세상이 아름다운 세상)
이 중, 붉은색으로 표시한 나라는 좀 다른 경우입니다. 카타르는 돈이 행복의 요소라 가정한다면 (문화나 인프라없이) 순수하게 돈만 많은 나라가 행복할지 알아보려 가본 경우입니다. 몰도바는 객관적 지표에 비해 스스로 평가하는 행복이 최악이라 그 이유를 보러 간 것입니다. 영국은 행복의 시계열적 변화를 보러 갔습니다.


What is happiness?
책은 행복의 다양한 요소 뿐 아니라 행복하지 않은 이유도 꼼꼼히 따집니다. 빛과 그림자를 함께 보니 입체적입니다. 동양과 서양, 빈부 등 특정 요소의 가능한 대척점들을 이래저래 살핍니다. 그래서 어줍잖은 행복학자들보다 더 설득적입니다.

물론 에릭 씨는 행복의 요소가 이거다라고 단칼로 잘라 말하지 않습니다. 저도 그걸 원치 않습니다. 하지만 책 한권을 읽으며 세상을 함께 주유하다보면 어떤게 행복인지 뭉실하게 잡힙니다. 예컨대 세계에서 가장 춥지만,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축에 드는 아이슬랜드를 보면 종교도 필수요소가 아닙니다. 착한 무신론자들이 확장적 가족개념으로 살아도 행복이 매우 높습니다. 또, 스위스의 공리적 만족은 평균은 높고 표준편차는 작은 행복분포도를 보이면서, 넘치는 기쁨과 행복은 매우 어렵단 사실도 알게 됩니다.

확실한건, 돈이 행복에 꽤 중요한 요소지만 카타르처럼 돈만 많다고 행복하지 않고, 부탄마냥 돈이 없다고 꼭 불행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주변국, 주변인의 인정을 끊임없이 갈구하며 돈으로 세운 신기루의 나라보다, 세상과 정보를 차단하고 자기만의 기준으로 행복을 지켜나가려는 부탄의 시스템이 합리성을 보이기도 합니다.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점은, 사회네트워크와 공동체적 관계신뢰의 문화가 행복에 중요한 요소란 걸 알게 되었습니다. 누가 달랑 관계와 신뢰라는, 두 개 키워드 들고 나타났다면 진부한 결론이고 식상하다고 핀잔 받을만 하겠지만, 여러 나라의 이면을 보고 나면, 충분은 아니라도 필요조건이란 점을 인정하게 됩니다. 저도 많이 배웠습니다.


Fascinating writing style
에릭 씨 글투도 마음에 듭니다. 무척 감성적인 에세이나 여행기로 살집을 잡았지만, 군데군데 학문적 결과를 뼈대처럼 박아 넣었습니다. 그래서 부드럽지만 단단합니다. 매우 예리한 기자의 감각과 여행가의 위트가 살아 있습니다. 빌 브라이슨의 유머에 필적한다고 평가를 받았는데, 제 보기에 브라이슨 씨의 질낮은 떠벌임에 비유하긴 아깝다고 봅니다.

실험실의 표본에서 추출한 박제된 행복이 아니라, 세상 돌면서 주워 모은 행복의 이야기들, 그 이야기를 듣다보면 저절로 행복한 기분이 들겁니다. 의외로 우리나라에 행복의 요소가 많이 있음을 깨닫게 되니까요.

이 책 새해 첫 리뷰로 소개하려 꼭꼭 참았더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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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책 좋아요!!
    주위에도 몇 번 추천해보았지만, 가볍지 않은 두깨와 빡빡한 글씨.. 때문에 부담된다는 사람도 있었고..
    여행책 아니냐는 사람도 있었고 ㅜㅜ
    • 해피씨커님은 닉네임 답게 이미 읽고 잘 음미하셨군요. ^^
      이 저자도 결국 happy seeker였던거죠..
  2. 어멋..새해에 좋은 책으로 즐거움을 주시네요..
    저 블러그 하면서 많은 책을 읽게 되었는데
    그것이 참 좋아요!
    무슨 책을 읽어야할 지 모를때 짜짠~~하고 추천하시는 책이 불빛이 됩니당.

    복 받으실겨~~~~^^
  3. 보통의 책 '불안'이 오버랩되네요.
    행복과 불안. 왠지 두책이 시리즈 같이 느껴집니다. ^^
    '불안'도 참 좋았는데, 행복도 기대됩니다. 조만간 꼭 읽어보고 싶어집니다. 좋은책 알려주셔서 감사드려요.
  4. 헉...역시 형이상학을 추구하시는 신사분이세요.
    전 새해 벽두부터 below-the-belt 이야기 올렸는데.. ;)

    행복과 행운이 넘쳐나는 한 해를 만드시길..
    • 이궁..
      아거님처럼 글을 잘 쓰지 못하는지라, 주제의식이라도 선명하게 가져가려던 참이었습니다. ㅠ.ㅜ

      아거님, 항상 별처럼 영롱한 글 감탄합니다.
      글도 글이지만, 올해 개인적으로도 좋은 일 많이 생기시기 바랍니다. ^^
  5. 앜 저도 이책 읽어봐야겠습니다.
    작가가 우리나라에 와봤으면 뭐라고 썼을까요.
  6. 더러운 세상 2014.04.17 17:59 신고
    구미선진국들은 낙관적이라는 답변율이 굉장히 낮고 비관적이라는 답변율이 높은나라인건 그만큼 불평불만하며 사는것은 당연하게 여기기때문에 가능한일일겁니다! 저는 사실 의미있는삶도 좋지만 구미선진국에서는 이미 없어진 가족유대감과 마을공동체간의 유대감이 강한나라에서 몇달간 체류해보고싶더군요?
secret
당신, 남은 인생 동안 계속 설탕물(sugar water)만 팔고 살거요?
이 한마디로 스티브 잡스는 펩시콜라의 존 스컬리(John Sculley)를 영입했습니다. 여기까지는 행복한 동화지만 이후는 비극의 반전입니다. 둘은 반목을 거듭하고 결국 스컬리의 손에 의해 잡스는 자신의 육화인 애플을 떠나게 됩니다. 이는 전략의 문제도, 시스템의 문제도 아닌, 단지 리더간 갈등이 전사적 문제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 극명한 사례입니다.

Diana McLain Smith

(원제) Divide or conquer

여기까지만 놓고 보면 매우 유니크한 책입니다. 일단 주류학계에서 잘 다루지 않는 갈등의 문제를 리더간 갈등으로 좁혀서 기업 맥락으로 들였으니 재미난 주제입니다.

하지만 책은 내용이 그리 실하지 않습니다. 사람간의 갈등은 학술적으로는 그 난이도가 '권력' 급입니다. 복잡하고 인과관계가 모호하면서 전개양상이 심리적 수준의 불확실성을 내포하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니터 그룹의 컨설턴트 답게, 저자는 프레임워크의 건립을 시도합니다.

그러나, 깊이가 부족한 탓인지 사례가 적은 탓인지, 아니면 문제의 본질이 그런 것인지, 구조적이긴하지만 다소 허무합니다. 마치 코끼리 냉장고에 넣는 3단계를 보는 느낌입니다. 프레임에 따른 상황의 통제가능성은 고사하고 그대로 재연이나 될까 의문스러울 정도로 명료하지 않습니다.

책의 주장은, 양자택일의 이슈를 관계중심으로 재조명하고 변화를 노려보라는게 핵심입니다. '대화의 심리학'에서 말하는 갈등 대화와도 유사합니다. 상황을 객관적으로 인식함으로 치유의 힘을 얻는다는 건 동의할만합니다. 그러나, 갈등 당사자의 상호작용 패턴 분석으로 들어가면, 거의 프로이트 시대의 세계관을 차용합니다. 어려서 어떤 아버지 밑에 자라서 어떤 반응을 보인다는 식이지요. 놀랍게도 꽤 합리적인 서구의 지식인들이 프로이트에 매몰된 경우가 많습니다.

아무튼 매우 재미나면서 협소한 주제라, 꽤 많이 배울것을 기대했던 제 상상은 깨졌습니다. 특히 출판의 관점에서는, 컨설팅 사 특유의 난삽한 번역이 한 몫 한것도 틀림없습니다. 국부적으로는 말이 통하는데 책 전체는 무슨 모양인지 알아보기 힘든 공동작업적 특성 말이지요. 게다가, 도입부는 내내 스티브 잡스 이야기, 그리고 나머지 2/3는 지겨운 댄과 스투의 사례로 꽉 차 있어 매우 지루합니다.

하지만, 참신한 주제를 선정하고 실제 업무에 적용했던 저자의 내공은 무시하지 못합니다. 전체 맥락이나 프레임워크는 허접해도 부분 부분의 문장들은 꽤 강합니다. 깊은 혜안이 느껴지는 문장들이 수십개입니다. 몇 개는 트위팅으로 갈무리해 놓았습니다.

우리는 조직내 관계에 문제가 있을 때 관계속의 개인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이 경우 시각을 왜곡시키고 오히려 자기실현적 예언이 된다. 반대로 한발 떨어져서 상호작용의 패턴에 집중해야 한다. -D.M. Smith

If you have a good cooling system, you'll be reflective. If you have only hot system, you'll be reflexive. Relationship starts here.

What is believed to be a pure fact is often turned out to be an interpretation, with high level of abstraction.

그나마 이런 문장들 보는 재미로 지루함을 겨우 넘긴 책이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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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현재 저에게 해당하는 상황이군요...상호작용...리더간의 갈등은 정말 치명적입니다...
  2. 입사하자 마자 현장을 뛰어넘고 사무실로 직행하여 플랜트 최고 계급들과 생활을 같이하면서 바라본 리더들사이의 눈에 안보이는 미묘한 갈등을 매우 감명(?) 깊게 바라보면서 웃었던 경험이 새삼 떠오르네요.. 안보고 있는거 같아도 아랫사람들도 다 알고 비웃지요 흐흐.. 업무적인게 아니고 개인적인 권력 영향력 다툼이라던가 ㅋㅋㅋ

    그래서 현장 사람들은 죽어나는 일이 가끔 생기는거 보면 리더들의 역량이 매우 중요한가 봅니다.

    제가 몸담은 그룹의 최상위 리더님께서는 자신의 편의를 위해서 부하들을 매우 까다롭고 격있는 틀에 끼워넣고 굴리는걸 좋아하는 타잎이라지요? 그래서 퇴사를 일주일에 두세번씩 고민하게 되더라구요..
    (아이폰 24개월 할부 아니면 관뒀을지도... )

    것보다 직급이 그정도 됬으면 좀 빨리 퇴근했으면 좋겠어요. 아랫사람들 퇴근도 못하고 제 옆 과장님은 특히 신혼인데 눈치보면서 퇴근도 못하고 흑흑 ㅠ;; 높은 사람들은 솔직히 칼퇴근 해야되요 그래야 아래사람들이 맘놓고 퇴근하지 ㅠㅜ;;

    여튼 리더들의 반목과 아이러니에 관해서 경험한게 너무 많아서 갑자기 장문의 리플을 남기고 사라집니다. 요즘 힘들어요 흑흑 ㅜ;; 보고서도 맨날 퇴짜맞고 ㅠㅜ;;;
    • 헉..Jjun님도 사셨군요 아이폰..흑..갖고 싶어요.
      술김에 질러버릴까요..크크크크.
    • 권력 게임은 조직의 본질적 속성이라서 아예 없을 수는 없지요. 다만 건전한 선에서 생산적인 부분을 견지하면 그나마 낫습니다.

      그 외의 부분은 리더간 갈등보다는 리더십 자체에 대해 개선이 필요한 관리자로 인해 고생하는걸로 보이네요.

      아이폰이 근속기간을 늘려주는 새로운 기능이 추가되었을줄은 몰랐습니다. ^^;;
    • 엘윙//
      술김.. ^^;;
      술 깨기 전에 제가 뽐뿌 좀 넣어드릴걸 그랬습니다. ^^
  3. 음..제가 있는 조직에서는 리더간의 갈등은 별로 없습니다. 위계질서가 확실해서인지..인화중심의 경영덕분인지 모르지만요. ㅎㅎ 갈수록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다는 것이 절절히 느껴집니다.
    • 그런면에서 엘윙전자는 분위기가 좋은듯 해요.
      그래도 그럼 뭐합니까. 어디있건 엘윙님이 행복해야죠. ^^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한건 정말 맞아요. 동감입니다. 그런 면에서.. 제 책은 소개좀 많이 하셨삼? -_-;;;
  4. (미투데이에 올라온 추천글을 보고) 혹해서 사서 읽다가, 정신이 산만해져서 중간에 그만두었답니다. 책 말미가 흥미롭다고 하던데, 다시 책을 읽으려고 하니 솔직히 겁이 나더군요. ㅡ.ㅡa;;;
    • 음.. 끝이라고 더 멋지진 않은듯하고요.. 전체 모양만 잡으셨으면 굳이 다시 안 읽으셔도 될겁니다. ^^
  5. 아...대기업 임원들의 정치 다툼, 대학 병원 교수들의 알력다툼, 대학교 교수들의 파워게임도 정말 대단하더군요-_-;;; 저런 사람들이 리더로서 시너지를 낼까 의심스러운 경우가 더 많은 것 같더군요.

    말단 직원의 다툼은 말썽쟁이 하나 자르는 것으로 해결이 될지 모르지만 리더간의 다툼은 조직 전체의 존립을 좌우할테니... 정말 쉽지 않은 일일 것 같습니다. 댓글에서 말씀하신대로 '리더쉽'의 문제도-_-;;;
    • 여럿 모여 있는 곳은 다 그런 면이 있다고 봐야죠.
      하지만 말씀한 부분은 그 정도가 심한 곳입니다. 병원, 교수 등. 조직 특성이라고 봐야죠.
      어느정도를 넘어서면 반드시 해결하고 넘어가야 합니다..
  6. 비밀댓글입니다
    • 안녕하세요. 관심과 제안 고맙습니다. ^^
      하지만 제가 표방하는 부분과 워낙 달라서 참여는 어렵겠네요.
      하시는 일 성과 있으시길 빕니다.
      연말 잘 보내세요. ^^
secret

전략의 탄생

Biz/Review 2009.11.18 23:13
  • 두 사람이 서로 다른 주장을 합니다. 누가 옳은지 말만 들어서는 판단이 힘듭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 경쟁사와 가격경쟁 중입니다. 가격을 따라내리지 않으면 점유율이 떨어지고, 맞대응을 하면 수익성이 나빠집니다. 어떻게 해야할까요?
  • 브랜드 평판이 안 좋은 어떤 제품이 있습니다. 하지만 품질에는 자신이 있습니다. 소비자들에게 이를 어찌 알릴까요?

이런 답답한 상황에서 우리는 어떻게든 적절한 방법을 찾아내 왔습니다. 그런데, 항상 옳은 판단을 할 수 있는 체계적인 방법이 있을까요?

Avinash Dixit &

(Title) The art of strategy

이 부분을 잘 정리한 책이 바로 '전략의 탄생'입니다.

This book won't tell any strategy that you expect
먼저 반드시 짚고 넘어갈 부분이 있습니다. 전략에 대해 기대한다면 이 책은 절대 기대에 못미칩니다. 왜냐면 흔히 생각하는 기업 전략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전에 '전략이 미래를 보는 관점'들을 정리하면서, 미래를 최대한 예측하는 결정론적 세계관과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결과를 이끌 준비를 하는 실행론적 관점을 말했습니다. 이 두가지 전략은 주어진 상황에서 내가 가야할 방향에 무게중심을 둡니다. 매우 정적(static)입니다. 즉 모든 것이 고정되어 있다고 가정한 채, 비선형적 변화 양상을 인정하고 고려하는게 실행론이라면, 보이는 부분까지를 선형화하여 풍부한 이해속에 최적해(optimal solution)를 찾는게 결정론적 전략입니다. 그래서 두 방법론 사이에 우열이 있는게 아니라 가정과 한계속에 적절한 활용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You are moving and I am too
이와 다소 다른 관점에서 미래를 보는 학파가 있습니다. 환경보다는 아예 적수의 움직임을 예측하고 그에 대한 대응에 촛점을 맞춥니다. 어떤 상황일까요? 사실 우리가 늘 겪는 경험입니다. 바로 게임 상황이지요. 가위바위보도 대표적 사례입니다. 즉 모두가 전략의 주체로서 각자가 최선의 대응을 할 때 그런 움직임과 판단을 고려해서 다시 나의 판단을 하는 과정입니다. 이는 매우 동적(dynamic)인 접근법입니다. 그 변수의 복잡도로 인해 해석의 시간축은 매우 짧습니다. 다른 전략에 비해서는 찰나적 지평을 고려합니다.

다른 관점에서 보면, 큰 틀에서 방향이 정해졌을 때, 단위 목표의 달성에 가장 적합합니다. 다분히 전술적(tactical)이지요. 그래서 책의 원제도 '전략의 기술(The art of strategy)'인 겁니다. 사실, '전략의 탄생'이라는 거창한 제목은, 진실을 호도할 뿐 아니라 사기의 혐의마저 농후합니다. 전략적 '기술'을 이야기하는 저자는 학문적으로 솔직했습니다. 우리나라 번역측의 과욕이지요.

Strategy in the game
그렇다면 전략이란 말 자체도 거둬야 할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게임론에서는 이렇게 정의합니다.
Strategy (in the game theory) is complete plan of actions.

전략은 모든 상황에 대한 행동계획이다.

즉, 정의상 '게임론적 대응 계획'을 전략이라고 부르니 거짓이나 사기는 아닙니다. 다만, 전략적 '관점' 이상의 포괄성이 모자라다는 의구심은 지우기 힘들지만, 전략적 행동에 대한 대응은 전략 본원의 목적을 내포하니까 그다지 중요한 이슈는 아닙니다.

Beyond the prisoners' dilemma
전체 개념체계를 게임론으로 부르든 행동주의 경제학이라 부르든 상관없습니다. 항상 생각할 건 '적도 나만큼 생각할테고 그 사고 위에 내가 다시 한층 사고해야 한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흔히 게임론하면 '죄수의 딜레마'만 생각하기 쉽지만 그보다 더 많은 내용이 있습니다. 다만 가장 이해가 쉽고 상황을 잘 대변하여 죄수의 딜레마가 유명할 뿐입니다. 예컨대 치킨 게임(chicken game)이나 성대결(battle of sexes) 등의 이름을 들어 보셨을겁니다.

이외에도 불확실성 하에서 전략적 수를 두는 방법, 순서가 중요한 경우와 아닌 경우를 보는 법, 내지르는 것(commit), 정보비대칭 하에서 신호를 주고 받는 법, 벼랑끝 전술, 그리고 인센티브의 설계 등 꽤 다양한 상황을 게임론적으로 풀어가게 됩니다.

Solutions of Solomon
여기까지 설명만 들어도 알쏭달쏭할지 모르겠습니다. 쉽게 앞의 예를 들지요.

솔로몬 왕은 자기 아이라고 우기는 두 여자 앞에서 아이를 반으로 자르라고 합니다. 승부를 위해 베팅을 시킵니다. 친엄마는 베팅의 결과로 아이가 죽게 됨을 알고 베팅을 중지하지요. 여기에서 중요한 단서가 나옵니다. 행동은 말로 가려지지 않습니다. 따라서 친엄마는 게임의 패배를 택함으로서 자신이 알고 있는 진실을 부지불식간 신호(signaling)합니다. 비대칭 정보상황에서 신호를 끌어내는 방법에 주목해야 합니다.

가격 경쟁이 벌어지면 출혈로 당사자가 위험합니다. 그러나 수급곡선이 탄력적이든지 가격 인하의 매력이 크면 죄수의 딜레마 상황에 빠지게 됩니다. 그렇다고 가격 담합을 하면 공정거래에 대한 위반으로 처벌을 받습니다. 이를 타파하기 위한게 최저가격 보상제입니다. 시그널은 단순합니다. "난 가격을 안내리겠다. 만일 네가 가격을 내리면 내가 가격전쟁으로 보복하겠다." 게다가 상대업체의 가격 감시를 하는 비용도 안듭니다. 소비자가 알아서  증빙해 오기 때문입니다. 결과는 무언의 담합이 유지되겠지요.

제조사는 품질 좋은걸 아는데, 소비자는 모르는 정보비대칭. 이를 타파하는 방법은 품질 보증을 하는 겁니다. 품질이 좋은걸 아는 나는 보증의 댓가가 비싸지 않다는걸 아는 유일한 사람입니다. 따라서 내 돈을 걸고 품질을 시그널링 합니다. 소비자는 말을 믿는게 아니라 보증을 믿고 품질을 수용하게 되지요. 결과는 둘다 만족입니다. 바로 현대차가 미국에서 10년 보증으로 브랜드 대약진의 발판을 마련한 사례가 해당합니다.

Rough translation
전 비즈니스 스쿨에서 체계적으로 수련을 거친 내용이라 기억을 되살리며 즐겁게 읽었지만, 이런 개념이 생소한 분들은 마냥 쉽게 읽히지는 않을겁니다. 그러나 시간들여 꼼꼼히 읽으면 재미있고 유익합니다.

이 책의 가장 큰 문제는 번역이 함량 미달이라는 점입니다. 행동경제학이나 게임론은 이미 학문적으로 많이 소개된 바라 학술적 함의를 보존해야 하는데 단순히 번역만 된듯 해서 아쉽습니다.

confidence game과 assurance game을 둘 다 확신게임으로 번역하는 부주의 정도는 애교입니다. 흥정에 해당하는 bargain을 협상이라 일컫거나 우리나라에 이미 잘 알려진 최후통첩게임을 '얼티메이텀 게임'으로 적은 것은 역자가 해당 주제에 대한 이해가 깊지 않음을 시사합니다. 가장 마음에 안든 역어는 공약이라 일컫는 commitment입니다. 저도 영문교재로 공부한지라 우리나라에서 어떤 술어가 통용되는지 모르겠지만 약속에 무게 중심을 두는 공약은 반쪽만 반영하는 개념입니다. 제가 위에서 내지른다고 표현했듯 행동을 수반하거나 결심한 상태를 뜻하기 때문에 매우 큰 차이가 있습니다. 공약으로 생각하고 책 읽으면 해당 챕터는 오해의 소지가 많을겁니다.

다소 두툼하긴 하지만 유익한 책입니다. 특히 포커 치면 매번 돈 잃는다는 분은 한번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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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저는 포커치면 항상 따지만 꼭 원서로 읽어봐야 겠습니다 :)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편안한 밤 되세요~
  2. 서평하신 것 읽다보면 전략의 탄생이란 느낌보다는 책 내용이 결정의 기준 이런 느낌입니다. 책은 안 읽어서 모르겠지만 책 표지는 맘에 든다는.. ^^:;;;
  3. 우리나라에서 '전략적 사고'라고 번역된 'Thinking strategically'라는 책의 저자의 신작이군요. 게임이론에 관한 책이었는데, 이 책도 게임이론이 주가 된 책 같습니다. 서점에서 들춰보다가 전작보다 비슷한 듯하여 내려 놓았었죠. 흔히 '제목의 승리'라는 말이 있는데, 이 책도 그러한 듯합니다. ^^
  4. 저도 이거 읽고 있는데 역시 아는 것에 따라 해석하는 수준이 다르군요, 리뷰 못 쓰겠다;;;

    그리고 전 고스톱은 항상 따는데 포카는 항상 잃습니다.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_-
    • 승환님 리뷰도 궁금하군요.
      함의가 풍부한 책이니 말입니다.

      고스톱은 확률의 게임이고 포커는 심리의 게임이지요. 둘의 핵심역량이 다릅니다. ^^
  5. 제대로 된 번역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되는 글이네요.
    inuit님은 이 분야에 해박하시군요. 저에겐 생소한 분야라 부럽기만 합니다ㅎㅎ
    • 네 번역이 참 중요합니다.
      어떤 책은 번역에 따라 죽고살고 하지요. ^^

      전략은 생업도 그렇고 흥미가 있는 분야라 공부를 좀 했습니다. ;;;
  6. 언제 이렇게 많은 책들을 읽으시는지? 역시 독서는 습관인건가요? 두툼하건 얇건 일정하게 꾸준히만 읽는다면 언젠간 다 읽게 될 텐데 그게 쉽지 않습니다.
    • 네. 책 읽는걸 기본적으로 좋아합니다. 주말에 주로 읽어요.
      말씀처럼 꾸준함 앞에 못 이길 장벽은 없지요.
  7. 말씀하신대로 게임이론 관련도서로군요. 학부 레벨이지만 지금 배우고 있는 내용이 나와서 새삼 반갑습니다.ㅎㅎ

    commitment를 '내지르기'로 번역한다면 그것도 재밌을 것 같습니다.
    • commitment.. 매우 중요한 개념인데 말이죠. ^^
      지금 배우고 계신다면 이 책을 보조교재처럼 봐도 재미있겠네요. 사례도 풍부하고. ^^
  8. commitment란 단어, 참 번역하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오랜만에 게임이론 책을 들춰보니 왕규호, 조인구 교수님 책에서는 번복할 수 없다는(irreversible) 의미를 강조해 '맹약'이라 번역했고, 김영세 교수님 책에서는 위 책처럼 '공약'이라 번역했습니다. 세분 모두 게임이론 쪽을 오래 연구하신 분들이죠. 하지만 뭘로 번역해도 부연설명 없이 정확한 개념을 알기는 어려운 것 같습니다. -.-;;;

    학부때 게임이론, 인센티브의 경제학을 들었는데 두 수업에서 모두 그냥 'commitment'라고 호칭했습니다. ^^
    • 맞습니다. 번역이 생각보다 어렵지요.
      맹약이란말은 저도 수긍이 갑니다. 돌이킬 수 없다는 점에서 말입니다.
      공약은 다른 뜻이 교차해서 영 맥 빠집니다. 영어로 배울 땐 고민해본적이 없는데, 책에서 사용한다면 고민 좀 되겠네요. ^^
  9. 꽤 두툼해보이는데 역시 배경지식이 있으셔서 술술 읽으시는 건가요? ㅋㅋ (블로거중에 1년에 천 권을 읽는다는 분이 계신데 그게 가능하냐고 누군가 물었더니 처음 개념 못 잡을 때 읽는 책은 2~3권 읽는데 몇 주도 걸리지만 그 이후에는 비슷한 주제나 소재의 책은 내용이 대동소이해서 아는 부분 스킵하고 새로운 부분만 쉭쉭 읽으면 하루에 10권도 읽는다는 얘기를 듣고 '아하~!' 했습니다.

    전 만화책 단행본 한 권을 읽어도 한 시간이 걸리는지라orz
    • 만화책이 은근히 오래걸리지 않아요?
      그림의 디테일까지 즐기면 시간이 꽤 걸리죠. 대사만 훑고 지나가면 모를까.

      마찬가지로 경영서도 어떤건 완보하고 어떤건 속보로 갑니다. 이 책은 초반 이후부터 속도를 내서 읽었던듯 해요. 저자 내공 파악한 후에.
  10. 정말 간략하게 잘 정리해주셨네요. 이번 글은 참 와닿는 부분이 많네요. 언제나처럼 잘 읽고 많은 것을 배워 갑니다. ^^
  11. 저야말로 읽어봐야겠습니다. 포커 뿐 아니라 모든 게임에서 따본 적이 없어요 ㅡ.ㅡ
  12. 항상 좋은 글, 감사히 읽고 있습니다.
    저는 포커는 줄곧 따는 편인데, 고스톱은 매번 잃습니다. 심리에는 강하지만 운은 없는 놈일까요? ^^
    게임이론 관련하여 추천도서 있으시면 부탁드려봅니다!
    • 이 책이 게임 관련한 부분은 잘 망라되어 있습니다.
      많이 지루하지도 않아서 제이크님이라면 재미나게 읽으실 수 있을겁니다.
  13. 우연하게 링크 타고 와서 좋은 글 보고 갑니다.
    꽤 예전 글이군요. 가끔 눈팅하러 오겠습니다.
  14. 오랫만에 인사드립니다. 마이클 폴라니의 『개인적 지식』 리뷰를 쓰다가 commitment 개념을 보충하고 싶어서 이 포스팅을 인용했습니다. '내지르기'라는 말이 적절한 표현인 듯해서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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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곡자

Biz/Review 2009.09.25 22:00
Warring states, 戰國시대는 그 무쌍한 변화와 극적인 전개가 흥미로울뿐더러, 다양한 사상과 철학의 온실이기도 했습니다. 특히, 합종의 소진과 연횡의 장의는 상상의 스케일과 피치(pitch)의 요사로움이, 세계 역사 어디에 내 놓아도 톱 클래스입니다. 하나 있기도 힘든 사나이가 둘이나 동시대에 존재했고, 게다가 그 둘은 동문이었습니다.

한편. 당대 최고의 재사(才士) 손빈. 동문이랍시고 위나라에서 성공한 절친 방연을 찾아갔다가 계략에 걸려 얼굴에 먹글씨를 새기고 관절이 제거되어 앉은뱅이가 됩니다. 방연은 손빈이 있는 한 위나라의 대업을 못 이룬다 생각했던거지요. 여차저차 제나라에서 첩보작전으로 손빈을 빼와 군사로 앉힙니다. 손빈의 복수전. 방연이 쳐들어오자 솥단지 수를 줄여가며 유인. 나무에 적습니다. "방연 여기에 죽다." 한 밤에 무슨 글씨인가 불을 밝혀 본 방연. 불빛이 조준점이 되어 빗발같은 화살을 맞습니다. 손빈의 예언은 이뤄졌습니다.

그 소진과 장의, 그리고 손빈과 방연의 스승이 같습니다. 귀곡에 살았다하여 귀곡자라고만 불리운 어느 은자의 전략서, 귀곡자입니다.
 
(부제) 귀신같은 고수의 승리비결

박찬철 공원국


귀곡자는 일을 도모하는 방법을 적은 책입니다.
영문 키워드와 핵심주장을 제 나름대로 적습니다.
  • 패합(Go/No go decision): 시작할진대 주도하라. 투합하지 않으면 아예 접어라.
  • 반응(Team building): 경청과 떠보기로 일을 도모하는 주변 사람의 마음을 읽어라.
  • 내건 (Trust building): 공동운명체로 묶어라. 내건이 안되었다면 여기서 그만 두라.
  • 저희 (Risk control): 틈이 생길 여지를 미리 막아라. 틈이 생겼다면 활용하라. 틈을 못막겠다면 물러서라. 그러기 위해 미리 관찰하고 계획하라.
  • 오합 (Analysis): 세심히 형세를 살펴라. 세력을 불려 천시를 잡아라. 거스름을 피한 후, 주도하라.
  • 췌마 (Scout): 상대 힘의 크기와 방향을 가늠하라. 욕망과 두려움을 부추겨 본심을 드러내게 하라.
  • 비겸 (Flatter): 결정권자의 능력과 진심을 파악하라. 칭찬하라. 상대를 높여 제압하고 설득하라.
  • 권 (Persuasion): 상대말에서 힘을 얻어 더하라. 상대의 특성에 맞춰 설득하라.
  • 모 (Plotting): 각자 생김에 따라 모든 사람을 십분 활용하라. 주장하지 말고 형세를 설명하여 스스로 납득하도록 하라. 일의 완성 전까지는 기밀을 유지하라. 사람을 통해 실행을 완성하라.
  • 결 (Resolution): 철학과 세계관이 요구된다. 나와 결정권자의 실질적 이익을 목적하라. 우리 실력과 객관적 정황에 맞는 결단을 내려라. 이익 뿐 아니라 명분과 책임을 더해 결단하라.
사실 귀곡자 자체보다, 중국고사에 정통한 두 저자가 진미입니다. 이 책이 아름다운 모든 이유는 저자의 해석과 변주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왠만한 책은 원전을 섣불리 해석하는걸 경계하고 혐오합니다만, 귀곡자 한 줌의 글을 다양하고 유관한 고사와 사례를 통해 오늘에 배울 점을 정리한 솜씨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전체 테마를 프로젝트 관리 방법(project management methodology)로 포장했습니다. 막힘 없고 쓸모 있습니다.

귀곡자 자체에 대해서는 역사적으로도 평가가 엇갈립니다. 앞에 보듯, 권(權)과 모(謨)의 술수가 바로 귀곡자의 가르침이지요. 일반적 도덕을 가볍게 여긴탓에 유가에 의해 군자의 책이 아니라 치부되었습니다. 하지만, 왕들은 귀곡자 가르침을 이래저래 실천했지요.

제가 보는 관점은 복잡한 철학적 논쟁 필요 없이, 매우 실용적인 주장이라고 봅니다. 시대적으로 공자 이전이므로 유교적 도덕관념이 없던 시절에 대해 후일의 잣대를 대는건 무리입니다. 게다가 당시는 전국시대, 죽이지 않으면 죽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또렷이 목표에만 집중하는 단순함이 귀곡자 전략의 뼈대겠지요. 뼈를 감싸는 살은 사회심리입니다. 결국 일은 사람이 하는 것이므로, 사람의 마음을 읽고, 얻고 다지는 방법에 많은 공을 들이고, 대단한 통찰을 보입니다. 중국의 인간심리 모델은 그렇게 2,500년전에 고도로 완성된 것입니다.

물론, 귀곡자가 진짜 누군지, 어디까지가 당대의 진본인지조차 모호한게 사실입니다. 또한 귀곡자가 손무의 병법서를 지니고 가르쳤다는 설도 있습니다. 그런 논란은 서지학의 과제로 넘긴다면, 귀곡자의 글들이 주는 집중력과 메시지에 마음을 열고 들어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일을 도모하고 싶으십니까. 여러분과 함께 일할 사람에 답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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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Inuit
@inuit_k / CxO / Author ("가장 듣고 싶은 한마디 YES!") / Making better world, every minute.

받은 트랙백이 없고 , 댓글  4개가 달렸습니다.
  1. 일을 도모함에는 좋고, 실행하기에는 무리수가 많고, 외면하기에는 합당한 말이라 어렵다 느껴집니다. 귀곡자의 이치를 아는 사람은 제법 있을건데 생각보다 행하는 사람이 적지 않나 싶습니다. 뭐, 그 첫번째 예가 접니다만... ^^:;;;;;; 책은 한번 읽어보고 싶습니다만.. 예전에 읽어보겠다 말했던 것도 채 읽지 못하여.. ㅠㅠ 최근엔 그저 부끄러울...따름.. *^^* 그보다 함께 일할 사람에 답이 있다고 답을 내신 식견이 부럽습니다.
    • "일을 도모함에는 좋고, 실행하기에는 무리수가 많고, 외면하기에는 합당한 말"

      곰곰 곱씹을만한 커멘트입니다. 모드님이 썩 좋아할만한 주제는 아닌듯하지만, 한번 서점에서 스윽 들쳐보셔도 좋을듯.
  2. 마지막 말이 맺히네요..
    근래 팀원중에 한명이 회사를 떠난다고 합니다.
    회사 사정상 매력적인 제시를 할 수도 없고,
    믿고 남아 달라고 사정하기도 그렇구요 ..

    결국 사람이 전부인데..
    이래저래 저도 한번 읽어봐야겠습니다. ^^
    • 맞습니다.
      어떤 상황인지 짐작이 갑니다. 많이 아쉽죠.. 그럴때.

      책 재미있습니다.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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