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에 해당하는 글 10건

지은경

아깝다

이런 책을 쓰려면 공이 만만찮게 드는데, 하필이면 벨기에일까. 파리가 있는 프랑스라면 그래도 오가는 막대한 트래픽의 곁가지라도 향유할텐데, 벨기에는 상대적으로 뜸할테다. 나도 벨기에 여행 전에야 관심이 생겨 책을 뒤지다 이 책을 발견했고, 기대 이상이다.
 

말솜씨 좋은 여인

책의 앞부분은 여느 책과 유사한 편제다. 벨기에 도시들 풍경과 음식들. 물론, 책의 컨셉에 맞게 '디자인'이란 렌즈로 들여다 본다. 그래도 미적인 사진과 이야기를 제외하면 낯익은 컨텐츠다. 그럼에도 글은 흡인력이 있다. 적절히 개인의 이야기를 하며, 균형 잃지 않을 정도의 주관을 아래 깔고 풍경과 문화를 스케치한다. 말솜씨라 좁혀 이야기하면 누가 되겠지만, 내가 말주변이 없어 솜씨란 말은 찬사다.
 

벨기에 디자인

이 부분이 책의 백미다. 벨기에의 패션, 건축, 인테리어 등 컨템포러리 예술가들을 일일이 리서치하고, 이메일 인터뷰하고 또 찾아가 만나며 벨기에 디자인을 소개한다. 벨기에 디자인이 수려하긴 하지만 주류는 아니다. 그러나 저자는 애정깊은 사명감으로 벨기에 디자인이 어떻게 유럽 디자인에 영향을 미쳐왔는지를 열정적으로 적어간다. 나도 설득되었다.

 

에필로그

영화의 엔딩크레딧 올라갈때 나왔다가 숨은 재미를 놓쳐 후회한적 없는가. 이 책도 그런 쿠키 페이지가 있다. 저자의 프랑스 절친이 한국 갔다가 저자가 다시 돌아오길 바랬다고 한다. 그래서 생년월일 받아다 잘가는 점술가에게 갔단다. 와서는 어이없어하며 "이상한 소릴하네. 너가 다시 오긴 오는데 벨기에로 온단다. 생뚱맞게 벨기에 사람하고 사귄단다." 둘은 그렇게 웃고 잊었는데, 먼 세월 지나 생뚱맞게 벨기에 남자랑 사랑에 빠지고, 벨기에 가서 살게 된 저자의 반전 에피소드. 기분 좋다.
 

Inuit Points ★★★★

서두에 적었듯 아깝다는 생각이 많다. 좀 더 주류시장에 닿는 키워드였다면 이런 좋은 책이 많이 알려질텐데. 아쉽다. 그럼에도 한 줌 안되는 독자를 위해, 또 저자들 스스로를 위해, 꼼꼼히 그리고 묵묵히 작업한 그 작가정신에 경의를 표한다. 나라 소개 책에는 드문 별 다섯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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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화

비트코인?

처음 비트코인이 나왔을 때, 이 생각을 진지하게 했다. 금의 홍수, 백은비사를 비롯해 돈의 본질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보며 많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돈이란 무엇인가

돈의 목적은 교과서에도 잘 나와있다. 가치의 측정과 축적, 거래의 수단. 하지만 왜 우리는 요상한 그림 그려진 종이쪼가리를 받고 밥도 주고 집도 내주는가? 화폐의 본원적 가치는 브레튼우즈 이후 금태환을 중지한 이후로 아무것도 없다. 하지만 우리가 걱정 안하고 돈을 통해 경제활동을 하는 이유는 신용이다. 일단 거래 상대방이 화폐의 가치를 믿고, 그 뒤에는 국가가 보증을 하기 때문이다.

 

화폐는 안전한가

하지만 그 국가의 보증이 폐기된다면? 얼마전 그리스 디폴트 사태도 그렇고 그 전의 키프러스 사태도 그렇지만, 국가가 돈의 가치를 보증 못한다면 지금까지 믿고 살았던 실물계는 환상계나 다름 없다. 실제로 저런 드라마틱한 사건이 일어나지 않아서 그렇지, 어떤 국가는 굳이 욕먹으며 세금 걷지 않고 화폐를 더 찍어도 된다. 특히 부채가 많은 정부는 실질가치를 떨어뜨림으로써 자연스레 빚을 탕감하고 빳빳히 찍어낸 신권으로 고생 안하고 빚을 갚을 수 있다. 미국이 브레튼우즈에서 완력으로 이뤄낸 결과도 이 목적이다.


금?

그렇다고 금 태환이 된다해서 더 안전한가? 금이 귀금속으로 모두가 인정하는 가치를 지녔지만 우리 생존에 필요한 효용은 없다. 먹어서 에너지를 얻을 수 없고, 철처럼 단단해 어떤 작업을 하거나 적과 싸우는데 쓰지도 못한다. 단지 금이 화폐의 기준고로 잘 작동한 이유는 딱 하나다. 희귀하다는 점. 즉 금태환으로 화폐를 묶어놓으면 인위적인 인플레이션을 유발하기가 힘들다. 자연적 균형을 지탱하는 점이 좋을 뿐. 하지만, 금과 유사한 다른 기준점이 생긴다면 어떨까.

 

사토시는 천재다

고백하면, 여러 각도로 비트코인의 허점을 찾아 보려 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이유는 비트코인의 창시자가 영리하게 기존 화폐의 문제점을 고치려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순수 수학과 기술만으로 말이다. 

우선 국가의존성이 없다. 분산 네트워크의 민주성에 기초한다. 특정 서버를 공격해 무력화시키지 못한다. 둘째, 총량이 정해져 있다. 수학적 알고리듬에 따라 향후 백년간 2100만개까지밖에 만들지 못하도록 알고리듬에 박혀있다. 셋째, 비트코인 채굴자라는 천재적 시스템이다. 내가 집중 탐구했던 부분이다. 왜 수학적 문제를 푸는 사람들에게 (환전 가능한) 비트코인을 주는가? 채굴자는 마이닝에 참여하면서 비트코인 시스템을 분산해 기록하는 서버의 역할을 하고, 최근 기록을 인증하는 검증자와 기록자 역할을 하게 수학적으로 규정되어 있다. 최소한 은행 이자 받는 사람보다는 역할이 크다.

 

Es dinero o está dinero?

본질적으로 돈인가 아니면 잠시 돈 역할을 하는가? 이 부분은 답이 없다. 모르겠다는게 아니라 변화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모두가 비트코인을 믿으면 돈이다. 아니면 기술이 남는다. 현재도 블록체인이라는 비트코인 암호화 기술은 핀테크에서 집중 조명을 받고 있다. 최소한 거래 프로토콜로서의 비트코인은 이미 그 존재 의미가 실현되고 있다.

 

Inuit Points ★★★★

비트코인에 대한 내 생각을 이야기하느라 책 내용은 거의 못 다뤘다. 하지만 이 책은 잘 쓴 책이다. 저자 김진화는 비트코인 거래소라는 스타트업에서 일한다. 하지만 그는 사업가보다 해커에 가깝다. 기술과 본질에 천착하며 그저 좋은 말로 비트코인을 포장하지 않는다. 취약점이나 환상에 대해 정곡을 찌른다. 하지만 비트코인의 얼리 어답터답게 비트코인이 가능하게 만들 아름다운 미래를 꿈꾼다. 그래서 그는 비트코인 전도사가 되고자 한다. 나도 깊은 인상을 받았다. 별점은 당연 다섯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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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 책이 나온지가 아마 2년이 넘었던거 같은데

    그동안의 비트코인이나 블록체인 의 변화에 대해서는 알기는 어렵지 않을까요?

    기본 개념/원리를 알기는 좋을 것 같기는 합니다.
    • 맞습니다. 소개는 지금 올리지만 저도 나온 직후에 읽었지요. 이더리움 등 요즘 이야기는 없지만, 펀더멘털을 이해하기엔 아직도 유효한 책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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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영

여행은 지리인가? 

필요조건은 맞다. 당장 어느 방면으로 가야할지, 어딜 찾아가야할지도 모르니 지리를 알 필요는 있다. 하지만, 뜻깊은 여행에는 지리에 더해 역사, 문화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그래서 난 비행기 탈 계획이 잡히면 그 도시를 읽는다. 이스탄불이 그랬고, 파리, 런던, 바르셀로나, 상파울루 등등 그랬다.


그나마 유명도시는 낫다. 역사에 대한 책은 뒤지면 좀 나온다. 하지만 문화에 대한 책은 찾기 어렵다. 그런면에서 파묵의 이스탄불은 그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들으며 현지인의 정서를 느끼기에 좋은 책이었다. 런던에 관해서라면 이 책이 문화에 대해 맛을 보기 좋은 길잡이다. 찬란하다.

A la carte
기자 출신으로 경영학 공부를 런던에서 한 저자의 포지셔닝은 깔끔하다. 비즈니스란 안경으로 본 런던이다. 그러다보니 다양한 주제를 구석구석 쉽게 접근해 간다.

필립 그린, 리차드 브랜슨, 제임스 다이슨, 데미언 허스트 같이 영국 출신의 성공한 기업가를 통해 장사에 밝은 런더너의 일면을 보게 된다. 또한 시티 (City of London)와 랜드마크 건물들에 얽힌 이야기를 풀며 겉보기 이면의 차원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도 있다. 그외 런던의 튜브, 박물관을 통해 종횡무진 런던의 문화를 짚어본다.

책은 뒤로 갈수록 더 소소한 부분으로 접어들며 흥미가 더하다. 골목시장의 중고 가게, 히트친 TV 프로그램, 직장인의 반복적인 삶과 그 속의 재미, 부동산과 먹거리까지. 특히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쁘레따 망제(Pret A Manger)는 우리 가족 여행에서 소소한 즐거움을 더했다. 살인적인 물가의 런던에서 적당한 가격에 품질있고 맛난 음식 찾는건 꽤 큰 요소기 때문이다. 그리고 참고로 쁘레따 망제 말고도 EAT. 이란 체인도 신선한 샌드위치가 일품이다.

오직 하나 아쉽다면, 런던, 아니 영국의 상징인 펍과 축구문화에 관한 챕터가 약하다는 점이다. 저자가 인정하듯 축구 자체를 좋아하지 않으니 피상적 관찰과 감상에 머무르는 점은 옥의 티다. 하지만 제일 출장가기 싫은 런던과 친해진게 펍과 축구고, 그에 대해선 잘 아니 오케이. 그냥 완성도 차원에서 아쉬운 점이라 적어둔다.

Inuit Points 
런던 많이 가본 사람도 이 책 읽으면 다음 가볼 때 더 많은 부분이 보일게다. 처음 가보는 사람은 일반 관광객과 색다른 코스를 구성해서 런던의 진미를 만끽할지도 모른다. 책은 글쟁이 저자답게 깔끔하게 적었고, 사진도 풍부해서 직접 날아가지 않더라도 피상적 낭만으로 생각하는 런던을 좀 더 잘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별점 넷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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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en Hubbard

(Title) Balance: The economics of great powers from ancient Rome to modern America


로마는 왜 망했나?
역사 좀 관심 있는 사람에겐 진부할 테제다. 하지만, 100명의 역사학자가 있으면 100가지 이론이 있다. 실상, 로마가 언제부터 망하기 시작했는지에 대한 합의도 쉽지 않다. 왜냐면 쇠락 원인의 진단이 다르면 망조가 드는 시점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강대국은 맷집이 세서 오랜 시간에 걸쳐 망한다는 특징도 한 몫한다.


로마가 망하든 말든
그게 지금 우리에게 무슨 영향이 있을까. 사실 많다. 이유는 미국이 언제 망하느냐와 관련 있기 때문이다. 다시말해, 지금 미국은 망하고 있는건가? 미국이 망하려면 어떤 조건에 기반하나? 중국은 미국을 제치고 다시 강대국이 될 수 있을까? 이런 실천적 의문에 대한 실마리를 역사에서 배울 수 있다.


센 놈이 쓰러지려면
역사적으로 강대국의 쇠락에는 필연적인 전쟁의 패배나 결정적 실수가 연관된다. 하지만 그건 last straw일 뿐이다. 결국은 기초체력이다. 이미 속으로 망한 국가가 잽 맞고 쓰러지는거지, 팔팔한 나라가 카운터펀치로 한방에 떨어지는 일은 없다.


그럼 기초체력이란
이 부분이 이 책의 백미다. 글렌 허버드는 모든 피상적 결과의 심연에는 경제력의 와해가 있음을 논증한다. 그리고 강대국의 지위까지 올랐다가 경제력이 빠지는 이유는 시스템의 균형이 깨지는데서 찾는다. 시스템은 제도, 법률, 운영이다. 이 부분 100퍼센트 공감한다.


강해지는 길
강대국은 세가지 성장의 축을 딛고 일어난다.
  • 스미스 식 성장:   교역과 규모
  • 솔로 식 성장:      투자와 인프라
  • 슘페터 식 성장:   혁신 
앞서 말한 경제력을 뼈만 추리면, GDP, 기술적 진전, 성장률이다. 즉 세가지 성장의 축이 연쇄적으로 일어나지 않으면, 나라는 어느 순간 더져지고 멈추다 떨어진다.


부자로 수렴
책의 경제모델 중 하나는 수렴이다. 즉, 어떤 저개발 국가라도 성장을 시작하면 두자리 성장률로 급팽창이 가능하다. 다만 이 시작을 언제 하는가(혹은 시작할수나 있느냐)는 나라마다 내부사정이다. 수렴 모델이 상정하듯, 성장이 지속하면 최대강대국의 상한에 갇힌다. 유럽이 그랬고, 일본이 그랬고, 중국이 그럴 가능성이 높다. 만에 하나 이 한계를 넘으면 패권이 바뀐다. 이 지점에 미국의 고민과 의심이 있다.


최강국이란 천장
현재 스코어 성장의 한계는 미국의 80%다. 세계 어느 강대국도 100년간 이를 넘어 지속가능한 성장을 하지 못했다. 미국은 자기혁신을 통해, 또 견제를 활용해 최강국의 지위를 유지해왔고, 당분간 대안은 없어 보인다. 비즈니스 스쿨에서 솔로 모델 배울 때, 미국경제 성장률의 의미에 대해 짚어볼 기회가 있었다. 최대 규모의 경제가 아직도 평균적으로 2% 대의 성장을 한다는건 경이다. 끊임없이 혁신이 수반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최근 눈에 보이는 성과중 한 부류가 매일 접하는 구글, 페이스북, 우버다.



한국은 어디에
한국은 유일하게 90년대 말까지 성장을 지속한 나라다. 지금은 성장이 멈췄다. 이유는 제도와 혁신이 우리 규모에 못미치기 때문이다. 그런면에서 최근 두 정부에 대한 국민의 불만은 다른 면에서 볼 필요가 있다. 누가 정권을 잡든, 이 규모의 경제를 지속적으로 성장시키는건 매우 어렵다. 그래서 똑똑하고 비전 있는 리더가 있어야 그나마 확률이 있다. 아니면 좌우를 막론하고 국민은 계속 살기 어렵고, 정치에 보내는 냉소와 희화화만 무한반복할 뿐이다. '2030 대담한 미래'에서 말했듯, 우리나라는 지금 절벽으로 가고 있다.


누가 방울을 달까
지금 우리 상황은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 같다. 답은 아는데 실행이 어렵다. 큰 규모의 민주체제는 어디나 다 어렵다. 강대국이 망한 이유도 몰라서가 아니라, 알면서도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로마는 군대의 비위를 맞추려 과다한 복지를 제공하고 통화를 증발하다 망했다. 정화가 대양을 제패하던 중국은 분파적 경쟁으로 교역을 닫고 스스로 쭈그러들었다. 스페인은 신세계의 은이 무한 유입되었지만 투자하지 않고 소비하여 인플레만 유발시키다 변방국이 되었다. 오스만은 예니체리의 대리인(agent) 비용과 지대(rent)추구로 유럽의 병자 신세가 되었다. 일본, 영국, EU 더 말해 무엇하리. 


중 제머리 깎끼
우리나라의 해법을 찾으려면 없으리. 예컨대 단임제 방식으로 장기적 성장을 고민하는 대통령이 뽑히기를 바라는건 로또를 맞기와 유사한 확률이다. 그렇다고 중임제로 간다고 해도, 중국같은 정치 엘리트를 키우는 시스템은 없다. 정치라는 직업은 RoI(투자대비 회수)가 매우 불투명해서 top talent가 고이지 않는다. 어찌어찌 정치 엘리트의 후보군을 확충해도 국민의 의사를 민주적 절차로 표현하여 당장 손에 떨어지는 무언가를 만드는게 어렵다. 


비관적이다
무작정 정치탓을 하는게 아니라, 경제력과 혁신은 제도에서 나오기 때문에 이 부분의 개선이 시급하다. 하지만 누가 이 문제를 풀까. 정치인이 스스로를 혁신하는건 역사적으로 사례가 드물다. 그렇다고 영국 권리장전 때처럼 납세거부라도 할 수 있나. 뻔히 보이는 절벽을 향해 달리는 기차에 탄 마음이다.


Inuit Point ★
글 끝에 우리나라 이야기를 많이 했다. 책 읽으며 많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재미나게도 이 책 역시 오로지 관심은 저자의 모국 미국이다. 미국이 지금보다 더 잘해야 한다는 채찍이다. 전교1등이 밤까지 새겠단다.
난 이 책에 별 다섯을 줬다. 책이 소개한 역사적 사례들은 분량관계로 짧게 넘어갔지만 분량의 대부분이며 매우 재미나다. 경제학자답게 문체는 담백하지만, 매우 지적이다. 유일한 흠이 있다면 쳐다보고 싶지도 않은 건조한 제목 정도. 
역사를 좋아하는 사람, 읽어라. 세계 역사를 잘 모르는 사람, 이번 기회에 배워라. 읽다보면 조선 말기 같은 우리나라 현실도 덤으로 느껴질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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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개인적으로는 한 명의 잘난 정치인보다는 전체적인 경제시스템의 구조가 어떠하냐가 더 중요하다고 보여집니다. 사실 시스템은 사람을 만들기도 하죠. 빈곤국가들 보면 왜 빈곤국가인지 답 나오지 않습니까...
    • 네. 책과 제 글의 핵심도 그겁니다. 체제를 제대로 정비해야 한다는 점.
      그리고 그걸 위해서는 제대로된 리더십을 갖추는 부분이 중요하다는 생각입니다. ^^
secret
Adam Grant
The Taker
세상 사람은 양극으로 가를 수 있다. 아낌없이 주는 사람 the giver, 그리고 남김없이 뺏는 사람 the taker.  테이커는 범위가 넓다. 일상에서 신경 거스르는 얌체에서, 내 중요한 것을 집요하게 앗아가는 강탈자까지. 아마 잠깐 눈을 멈추고 기억을 떠올리면, 직장, 동창, 이웃 혹은 친척 집단중에서 바로 다섯은 떠오를게다.


The Giver
기버는 바보같다. 호그와트의 후플푸프(Hufflepuff)요, 다이버전트의 에브니게이션 같다. 착하고, 남의 아픔을 못견디고 내가 손해보더라도 남을 위한 헌신에서 즐거움을 찾는다. 책에서는 나의 input보다 전체의 output이 (+)면 내 개인적으로는 (-)라도 그 일을 하는 사람으로 정의한다.


기버는 호구
결국 기버는 테이커의 밥이다. 거절하기 힘든 기버를 마음껏 활용해 테이커는 하루를 쉽게 살고, 1년을 성공하고, 인생에서 앞서 간다. 기버는 슬프고, 힘들며, 지친다.


And the matcher
그래서 대다수는 매처가 된다. 채찍엔 채찍이고, 당근에 당근이다. 실제로 매처는 직업사회에서는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어쩌면 현대사회의 규범이다. 그런데 기억해보자. 이 글 읽는 사람들, 어렸을 때 기버 아니었던가? (테이커는 돈 안되는 내 글을 여기까지와서 읽고 있지 않을듯) 삶을 살며 매처가 되고 테이커로 변신을 하지는 않았는가? 기버로서의  삶은 녹록치 않고 관계에서 생기는 생채기가 딱지가 된다. 그래서 우리는 기버 마을을 떠나지는 않았을까. 뭐 삶이 각박해 적응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이주라면 그게 인생이고 그게 인류고 또 역사일게다.


대박은 기버 
실제 조사를 해보면 '성공의 사다리' 가장 아래에 실제 기버가 있다. 늘 착취당하는 그 사람들이다. 사다리의 중간과 위는 매처다. 예상했겠지만 테이커는 더 위쪽에 있다. 그런데, 반전이 있다. 성공의 최정점에는 기버가 있다. 여기서 부조리는 시작된다. 기버로서 사는 것은 인생의 맨 밑으로 가거나 극히 드문 대성공을 거두는데, 적당히 테이커나 매처로 살면 되는걸까. 또는, 내 본성은 기버인데 매처로 각박하게 살면서, 혹시 스스로 불행하지는 않을까.


근대화에 쓸려간 Giving
여기서 한가지 생각할 부분이 있다. '진화론으로 본 종교 그리고 선지자'라는 포스팅에서 밝혔듯, 종교는 법이 존재하지 않은 상태에서 혈연집단의 크기를 넘어 인류가 협업하게 만든 기막힌 발명품이다. 심지어 정치체제가 나타난 이후에도 종족을 넘는 초집단의 결속과 조화를 이루게 하는 구심 이데올로기다.


맹자와 순자
전통 또한 마찬가지다. 겸손, 봉사, 두레 등 우리가 진부하다고 느끼는 전통과 의식(ritual)은 다 이유가 있다. 기버를 압살하지 않기 위해서다. 결국 성악설과 성선설은 기버로 태어나 매처와 테이커로 변하느냐, 테이커로 태어나 교육을 통해 매처과 기버로 개종하느냐의 접근방식이다. 난 경험상 성선설을 믿는다. 그리고 호모 사피엔스가 호모 에렉투스에서 분화되어 나온 이유가 기버의 DNA 때문이란 점을 망한 내 책에서 밝힌 바 있다.


유재석
당장 우리 곁 모델은 유재석 같다. 그를 직접 겪지 않았지만, 다양한 연예계 증언들이 유재석의 성공요인을 그의 유머재능보다 따뜻한 마음과 인성에 두고 있다. 미국에서도 최상위 성공인은 기버라고 한다.


문제는 미국이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 그리고 라틴 문화권은 물론, 유럽조차도 테이커의 기회주의는 사회적으로 필터링이 된다. 그게 평판이고 사회적 관계망이다. 하지만 미국은 테이커를 규범화하는 문화다. 한국은 미국을 무섭게 쫓아가는 중이고. 그러나 미국조차도 초기는 달랐다. 산업화 이후 백년간 주로 이런 테이커=위너의 norm이 형성되었다. 수전 케인은 좀 다른 각도에서 이 문제를 다뤘지만, 같은 지점을 향하고 있다.


기버가 테이커를 만날때
결국 책은 기버로서의 삶을 놓치 않아도 된다는 점을 길게길게 주장하고 있다. 단, 기버에게 테이커 사용설명서가 필요하다. 기버가 테이커에게 고스란히 내주기만 해서는 기버의 삶이 어려워지니까.


Giver's golden rule
저자의 공식이다.
For Giver to deal with Taker = 2/3 Matcher + 1/3 Giver
즉, 2/3는 매처로서 행동하며 응징과 거절을 하되, 30%의 관용을 가져가는게 황금비율이라고 한다. 그 외에는 기버가 스스로를 타자화하여 돕는 선에서 균형을 찾으란 조언도 하지만 이 부분까지 가면 궁색해지기 시작한다.


Inuit Points 
책은 가치가 있다. 조금이라도 더 많은 기버를 세상에 퍼뜨릴 수 있다면 이 책은 정말 큰 일하고 있다. 나는 이렇게 메모를 했다.
"종교가 사라진 시대, 과학이 자리를 메우기 위한 장한 시도"
즐겁게 읽었고 별점은 넷을 줬다. 만점을 못받은 이유는 기버의 실천적 규범에서 용두사미가 되고 있다. 까놓고 말하면 나는 아직도 테이커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책에서는 답을 못 배웠다. 당분간 매처로 스스로를 세뇌하는게 방법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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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드디어 오셨군요. 한동안 안보이셔서 뭔일(?)있으신지 알았습니다.
    RSS도 안해서 생각날때마다 종종 들렸는데 오늘 딱 새 글이 있어서 반갑네요.

    다독하는 스탈이 아니어서 일단 믿고보는 이누이트 추천책으로 주로 독서를 즐기고 있답니다.ㅎㅎ

    건강하시길~
  2. 불로그 접으신 줄 알았는데 아니었군요. 북리뷰와 좋은 글 다시 읽을 수 있게되서 기쁘네요...
secret

최윤식


믿고 읽는 책
내가 믿고 읽는 미래학자 최윤식의 저서다.
2030년 부의 미래지도, 2020 부의 전쟁 등 그의 책은 어줍잖은 미래학 잡서와 궤를 달리한다. 


재탕이다
새로운 책이라기 보다는 그간의 내용을 근간으로 몇가지 보강을 한 종합판이다. 하지만, 여기에도 강점이 있다. 그간의 책을 다 찾아 읽을 필요 없이 이 책 한권으로 우리나라와 세계의 미래지형도를 조망하기에 딱이다. 아울러 그간의 책은 절판이란다.


우리나라의 미래는 어둡다
한마디로 표현하면 시스템의 한계다. 더 이상 새로운 계기가 없는 한 지금 시스템의 관성은 세계역학이란 마찰에 의해 감속하는 운명이다. 즉, 성장의 끝이 보인다. 이유는 뻔하다.
1500조에 달하는 가계부채의 덩어리가 크다. 부동산 가격하락이라는 폭탄이 도사리고 있다. 제조업의 몰락 이후 신성장 동력이 되는 산업이 안 보인다. 미래를 점치는 동인(driver)인 인구요소는 절망적이다. 고령화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인데, 저출산까지 겹치니 대응이 전무에 가깝다. 게다가 준비안된 통일이라는 의외의 함정도 도사리고 있다.


이미 시작된 한국의 '잃어버린 10년'
일본과 마찬가지로 잃어버린 10년은 한국에도 찾아오게 되어 있다. 방법이 없지는 않다. 새로운 성장동력의 발굴, 구조 및 체질 개선, 고령화/저출산의 적극적 대처, 연금 개혁 등 산적한 과제를 풀면 된다. 하지만, 지금의 정치시스템으로 이러한 개혁을 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결국 기차는 절벽을 향해 달린다.


중국은 미국을 40년 안에 이기지 못한다
이 부분은 상식에 반하는 결론이지만, 저자의 예측은 합리적이다. 중국의 고도성장은 정점을 찍고 내려앉고 있기 때문이다. 도시화율이 60%를 넘고 저축률마저 떨어지면 중국도 수가 없다.게다가 중앙집중형 경제의 이면인 지방정부와 공기업의 부실은 중국이 지닌 폭탄이다. 이미 중국은 2강이고, 앞으로도 성장을 지속함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럼에도 미국을 넘지 못한다는 부분에는 수긍이 간다.


미국은 생각보다 탄탄하다
우선 무력과 정치력을 동원해 기축통화를 지니는 한 세계 경제는 미국이 짜는 판대로 돌아갈 수 밖에 없다. 게다가 EU가 부실하면 강한 통화를 원하므로, 각국은 부실해도 달러를 찾게 마련이다. 게다가 셰일 혁명으로 최대 산유국의 지위까지 득했다. 따라서 미국의 전략적 초점은 패권국가의 지위를 유지하는데 모아져 있다.


믿지 않더라도 생각해볼 미래
이 책의 접하는 가장 좋은 태도이다. 책은 상세한 논거를 제시하지만, 예측은 예측이다. 맞는다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미래학은 가능한 미래(possible future)와 개연성 있는 미래(probable future)를 포함한 미래들(futures)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짐에 본령이 있다. 그 외에도 설마.. 하는 놀라운 가능성들을 제시하지만 일일이 열거하지는 않았다. 중요한 점은 미래학이 항상 주장하는 변화동인에 근거한 추정으로 '이미 시작한 미래'를 맛보는 것 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 여러분의 회사, 가정 그리고 자신에 벌어질 다양한 상황에 유연성을 갖고 대처할 시간을 벌기 때문이다.


Inuit Points
난 별 다섯을 줬다. 읽는 시간 아깝지 않았고, 많은 영감을 얻었기 때문이다. 얻은 통찰에 비해 지불한 책값이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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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1년만에 2권 나왔네요; 미국 vs. 중국 관조를 좀 선회한 것 같기도 합니다.
    "미국이 앞으로 5~7년 정도의 회복기를 지나 2020년 이후부터 10년 정도 G1의 위엄을 회복한다고 해도 아시아의 부상을 막을 수는 없다. 미국과 유럽이 선전하더라도 아시아의 시대를 조금 늦출 수 있을 뿐이다. 고령화되고 있는 미국과 유럽이 세계의 중심축 지위를 유지할 수 있는 기간은 최대 20년 안팎일 것이다."
    • 감사합니다. 지식노마드 사장님 이야기로는 1년 정도의 단기적 예상도 나올거라고 하던데요.. 저돟 계속 follow up해보려고 합니다. ^^
secret
SF계의 최고봉이면서, 찔금찔금 작품을 발표해 읽고 싶어도 읽을 것이 없다는 점으로 유명한 테드창이다.
심지어 그의 작품 수보다 수상갯수가 많다고 알려져 있다.
첫 작품부터 상을 휩쓸었고, 과작에 중복수상이 기본이기 때문이다.

테드창의 대부분 작품세계는 '당신 인생의 이야기'를 읽으면 알게 된다.
이미 작고한 젤라즈니에 비하면 찔금이라도 책을 내주는 테드 창이 고맙다.

Ted Chiang

(Title) Lifecycle of sofware object


테드 창의 신작이다.
매우 전문용어스러워, 저자 이름이 아니면 손이 안가는 제목이기도 하다.

책 한권으로 처리하기 민망하게 짧은 소설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건 이미 설명했듯 책이 나왔다는 점으로도 고마우니 넘어가도 된다.

상황은 시간과 공간 축에서 멀지 않은, 상대적으로 친근한 환경이다.
즉, 몇 백년 후의 불특정 시대도 아니고, 다른 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도 아니다.
한때 유행했던 '세컨드 라이프'를 떠올리게 하는 가상공간의 인공지능체가 주된 소재다.

소프트웨어적으로 진화가 가능한 인공지능(AI) 개체들은 각자가 정해진 알고리듬 내에서 진화를 한다.
기본적으로는 인간의 친구로 역할하도록 되어, 큰 재주도 없다.
난독증세가 있지만 글도 어느정도 읽고, 주변을 이해하고 인간과 감성적인 교류가 특징이다.
가상공간에서 주로 거주하는 소프트웨어이지만, 개체로서의 정체성이 확립되어 있다.
소프트웨어 상태로 다운로드되면 로봇 형태의 하드웨어를 통해 물리적인 교류도 가능하다.
하지만, IT업계가 다 그렇듯 디지털생명체(디지언트)를 개발한 회사가 망하고, 그들의 주거공간인 가상 세계 플랫폼 업체도 망하게 된다. 결국, 소수 부족으로 전락한 디지언트들의 생존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철학적 주제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는 내용이다.

항상 그렇듯, 잘 빼낸 SF의 장점은 기이한 세팅에서 오히려 극명하게 인간과 사회의 철학적 주제를 정면으로 마주하게 된다는 사실이다.
소설의 기본 전제에 동의하고 익숙해지면, 바로 실존의 문제에 대한 저자의 의문에 답을 생각해볼 수 밖에 없다.

성장을 하면서 스스로 운명을 책임지는 성체가 되는데, 그 개체의 판단과 책임은 어떤 전제로 허용될 것인가?
경험인가? 나이인가? 
책처럼 디지언트의 오너인 인간이 성체(책에서는 디지언트의 법인화)가 되는 시점을 결정할 수 있다면 시간은 구속조건이 아니다.
경험은 위험을 무릅써야 하는데, 육아상황의 부모적 애착을 갖는 상태에서 쉽게 경험을 허용하게 되는가?
소프트웨어 개체의 자유의지는 어디까지인가?
알고리듬이 불완전해서 성마른 판단을 하지 않는다고 단언할 수 있을까?

비현실적이지만 현실의 거울인 소설속 상황을 보며 크게 배운 점이 있다.
결국 감정이다.
어려운 의사결정은 수치가 아니다.
정량화할 수 있는 결정은 최대화의 법칙을 따르면 되니까.
하지만, 일장일단이 있는 결정은 결국 감정을 따른다.
그게 정의든, 욕망이든, 자기성장적 투자든 감정으로 방향을 세운다.
감정이 있는 소프트웨어 객체라면 의사결정이 가능하다고 봐야 한다는 생각이다.
인간도 모든 사람이 합리적이고, 정확한 판단을 하지 못하는게 현실이다.
그래도 우리는 결정을 하고 움직인다. 

소설은 테드창의 전작에 비하면 많이 밋밋한 감이 있다.
부러 내용 모르고 읽다보니, 하드웨어로 다운로드된 소프트웨어 개체가 물리공간에서 어떤 독특한 움직임을 보일지 주목했으나, 소설은 가상세계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또한 성인이 되며 성적인 역할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서 소프트웨어 간 교배를 통한 반전이라도 기대했으나, 소설은 주어진 세계관 내에서 집요하게 철학적 주제에만 천착한다.

읽는 재미로 보면 밋밋하지만, 억지로 드라마틱해지지 않는게 주제의식을 더 잘 드러내는 절제된 선택이었다.
우리 현실도 생각은 드라마틱할 수 있지만, 실제는 삶의 범주를 넘지 못하는게 대부분이다.
그래서 비현실적인 세팅에서 현실적 전개를 하는 잘 씌여진 SF의 모범을 보인 이야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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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자의 안목

Biz/Review 2013.10.27 11:00

김봉국

처음엔 읽다 덮으려 했다.


어느 정도 성공한 사람의 자기 자랑, 그리고 자기계발서에 흔한 상투적 표현들.
유명하다는 이야기도 들었고, 제목이 잘 뽑혀 사서 읽던 중, 챕터 하나를 넘기지 못하고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랐었다.

그러나,
조금 더 참고 읽다보니 투박한 속에 진정성이 보인다.
결국 경영은 리더십이고, 그 리더십에 특별한 내용이 있을손가.
특히 그 잠언적 지혜는 지금껏 많이 나왔고 그 내용이 많이 돌았기에 진부함에서 벗어나는게 쉽지도 않겠다.

결국,
평범 속의 진리라는 입장으로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덮으려던 책을 다시 고쳐 잡게 만든건 저자의 치열한 진정성이다.
표현의 거품과 허세를 거둬내면, 한 조직을 이끌어 가는 경영자의 고뇌가 어땠을지 알겠고 공감갔다.

모든 CEO는 똑같이 외롭다.

인상적인 몇가지 말들
-저질러라. 물들어 올 때 배띄우는 것이다.
-악으로 선을 지켜라. 욕먹는걸 두려워 말라.
-(관찰과 사색의 요령은) 불편함에 민감하라. 
-和而不同
-때를 기다려라. 기다림도 실력이다.
-떳떳하라. 내적인 의를 축적. 육체적으로는 강건하라.
-疑人勿用, 用人勿疑
-(경청에 관해) 그릇의 크기는 듣는 힘이다.
-(보상) 신뢰와 재미. 買死馬骨
-(motivation) 관용과 경청. 자율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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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철

건축과 도시는 일견 유사하나 서로 다른 스케일만큼이나 지향점도 다르다.

건축 관련한 책은 몇 권 읽었으나, 도시설계에 관한 책은 접한 적이 없었는데 마침 블로그 댓글로 추천을 받아 읽었다.
 
책 읽는 동안 이야기의 흐름에 따라 받는 느낌도 크게 변화했는데, 매우 독특한 경험이었다.

첫째 파트, 천년 도시, 천년 건축
크노소스 궁전, 예루살렘, 이스탄불 등의 기행이다.
내가 왠만해서 책 읽다 그만두기를 싫어하는데, 중간에 집어던지려 했다.
이유는는 내 기대와의 부정합이다.
나는 도시설계 전문가의 통찰, 그로부터의 배움을 기대했다.
그러나, 첫머리인 이 부분은 수필 수준에도 못미치는 기행문이다.
의식의 흐름에 따른 노년의 굼시렁에 가까운 사변적 이야기, 중언부언에 감정과잉 문장들.
거기에 더해 글 자체도 길이니 문체니 모두 너무 뻑뻑해서 내가 왜 이 문장들을 읽으며 시간을 허비해야 하는지 의문스러웠다.

둘째 파트, 해외의 건축, 도시 이야기
이 부분의 몇 페이지를 읽지 않았다면, 책을 별점 하나짜리 서가에 투옥하고 다음 책으로 건너갔을테다.
하지만, 이 부분은 충분히 매혹적이었다.
백남준 선생과의 조인트 전시회를 연 크로아티아 미라마 박물관 프로젝트, 신규 증설이 금지된 베니스 비엔날레의 자르디니 구역에 한국관을 꽂아 넣은 흥미진진한 스토리, 공자의 도시를 고대와 현대, 서양과 동양이 만나는 새로운 해석으로 탈바꿈시키는 취푸 신도시 프로젝트, 몇 안 남은 이슬람 중세도시를 재해석하는 바쿠 신행정 수도 프로젝트 등은 읽는 내내 흥미롭기도 했지만 많이 배웠다.
첫째는 도시설계가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는지에 대해 배웠다. 내가 책에 기대했던 그 부분이고 기대 이상이다.
둘째, 목숨 아끼지 않고 프로젝트에 말 그대로 혼을 붓는 프로페셔널의 자세다. 지금껏 열심히 일한다고 해왔는데, 내 스스로 돌아보게 만드는 위엄이 있다.

셋째 파트, 국내의 건축, 도시 이야기
김석철 교수는 예술의 전당을 설계한 이다. 사실 서현 등은 예술의 전당 프로젝트를 성공사례로 보고 있지 않다. 관료의 입김에 의해 심대히 변질된 기형 프로젝트기 때문이다. 흔한 스토리 그대로다. 설계를 다 해 왔는데, 한국적 특징을 넣어라 강하게 밀어붙여 결국 큰 갓과 부채를 넣고 마무리하는 전개.
반면, 국립현대미술관 때는 한국적 정서를 담기 위해 팔각정을 넣으라는 군부정권의 지시에, 건축가는 그게 조선적 정서지 어찌 한국적 정서냐고 버텼다는 전설도 있다.

아무튼 10년의 노력을 쏟아부은 저자는, 예술의 전당에 매우 강한 자부심을 갖고 있고, 실제로 그 이후에 세계적 명성을 쌓게 된다.

넷째 파트, 나의 건축 나의 도시
여기서 다시 중2 감수성의 사변적 글 모음으로 전환한다.
첫번째로 개인의 성장과정을 적은 글은, 매력적이고 존경할만한 저자의 성장이력을 통해 그의 건축과 사상을 엿볼 수 있어 그런대로 의미가 있었다. 하지만 그 후의 수필적 감상문과 자부심 넘치는 '자뻑'은.. (더 이상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결론이다.
도시설계의 흐름이나 철학을 보고 싶은 사람은 주저하지 말고 둘째, 셋째 장만 읽어라.
너무도 즐거울 것이다.
김석철 교수를 너무나 흠모하는 사람은 넷째 파트의 첫장까지 읽어라.
나머지는 그냥 두어도 무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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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ktor Mayer-Schonberger

(Title) Big data: A revolution that will transform how we live, work and think


'빅데이터는 이 책으로 완성이다.'

TRIZ에서도 보듯, 난 한 주제를 공부할 때 관련된 책을 여러권 집중적으로 읽는다. 대개 내게 생소한 분야니까 시행착오도 있지만 여러권 읽다보면 분명 내가 원하는 줄거리와 통찰을 찾게 마련이다.

빅데이터 관련한 두번째 책인데, 이 책을 1/3 정도 읽었을 때 그런 확신이 들었다.
'빅데이터 개념 잡기에는 이만한 통찰과 퀄리티가 없겠군.'
'나머지 책은 각주다.'

어찌보면 먼저 읽은 책의 대비효과일수도 있겠다.
그러나, 이 책은 최소한 내 입맛에 꼭 맞췄다.
빅데이터의 함의와 비전 같은 큰 그림을 원했기에.

제일 먼저 이 책의 매력을 느낀 것은 짧은 한 마디 선언이다.

빅데이터는 인과관계에서 상관관계로의 전환이다.

이 말을 듣는 순간 정말 모호하던 빅데이터가 내겐 또렷이 이해되었다.
인과관계(causality) 사고에서 상관관계(correlation) 사고의 틀로 이동하는 것은 혁명적 전환이다.
피 흘리고 땀 흘리지 않으면 닿기 힘들다는 뜻이기도 하다.
또한, 기득권의 권력구조에 심대한 변화가 생긴다는 의미다.
왜? 인과관계를 찾아주는 전문가가 필요 없이, 빅데이터로 상관관계만 뽑으면 어차피 정확한 답을 얻을 수 있으니까.

빅데이터 관련한 수많은 명제를 이렇게 하나로 추려내니 다음은 쉽다.
빅데이터의 가치사슬을 저자는 data - tech - idea로 정리하는데, 솔직히 이 부분은 통찰이 넘치지는 않는다.
오히려 간결하고 아름다운 개념에 누가 되는 프레임웍이다.

그러나, 좀 더 지나면 빅데이터가 가져올 미래의 리스크들, 프라이버시에 대한 다양한 문제 소지들에 대한 정리는 눈여겨 볼만하다.

이미 우린 빅데이터 세상에 살고 있다. 내가 행위의 주체든 객체는 나의 모든 행동은 매일 축적되는 데이터를 구성하며, 또 내가 일하는 재료가 빅데이터가 되기도 한다. 개인정보는 물론이고 법적 클레임의 소지가 다분하다. 빅데이터는 그 자체로 너무 크기 때문에 모든 경우를 법적으로 보장하기 매우 어렵다. 또한 인과관계가 아니라 상관관계이므로 지금 허용한 데이터의 용도는 미래에 다르게 사용될 가능성이 훨씬 많다. 때 되면 정리 되겠지만 그 안에 리스크를 쌓지는 않을 필요도 있다.

아무튼, 매우 만족스럽게 읽었다.
빅데이터 관련해서 딱 한권만 읽겠다면 단연 이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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