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ll Bryson'에 해당하는 글 3건

잘 아는 이야기부터 해 봅니다. 미국은 왜 아메리카라 부를까요? 세비야에 살았던 피렌체 사람, 아메리고 베스푸치의 이름을 딴거지요. 하지만, 아메리고가 승객이나 하급관리 신분으로 신세계에 다녀온건 사실이지만, 혁혁한 공을 세운 바도 없고 실제 미국 땅에는 제대로 발도 딛지 못했다는 사실을 아십니까. 얄궂게도 단지 어떤 무명작가의 편지 속에 그가 선장으로 신세계를 발견했다 언급된것이 와전되어 소문이 났고, 마침 프랑스에서 지도 개정하던 마르틴 발트제뮬러 교수가 그 이름을 듣고 아메리카라고 지었을 따름입니다. 그보다 앞서 도착했던 콜럼버스 역시, 최초는 아니었고 미국 근처까지만 갔었지요. 콜럼버스는 그래도 콜럼비아라는 지명으로 섭섭함은 달래도 됩니다. 그 이전에 신세계의 비밀어장에 몰래 드나들면서 대구잡이를 했던 영국의 어부들, 그보다 몇 백년 전에 신세계를 제집 드나들듯 했던 바이킹들은 알았으되 알려지지 않은 사람이 되었습니다.

간단한 이름, 아메리카에도 이렇게 많은 사연이 있습니다. 말은 역사를 반영하니까요. 바로 이런 내용 한가득인 책이 '발칙한 영어 산책'입니다.

Bill Bryson

(Title) Made in America

읽고 나면 '과연 빌 브라이슨이다.' 라는 생각이 듭니다. 방대한 자료를 토대로 미국 영어의 흐름을 좇으며 미국 건국 이후의 역사를 소개합니다. 앞서 아메리고의 이야기처럼 상식을 넘는 기묘한 이야기가 많습니다.

  • 초기 혁명가들, 워싱턴과 그 부하들은 밤마다 모국과 국왕을 위해 축배를 들었다. 독립은 꿈도 안꿨고 단지 조지 3세에 반대했을 뿐이다.
  • 벤저민 프랭클린은 대단한 난봉꾼이었다. 사생아 윌리엄은 법적 아내 데보라가 길렀다. 그를 방문한 손님들은 그가 어린 여자, 호텔 종업원 등과 얽혀 있는 장면을 목격하기 십상이었다. 후대의 생각과 별개로, 1790년 그가 죽었을 때 안타까워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 처음 헌법이 나왔을 때 아무도 그걸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다. 심지어 그걸 제정한 사람조차 제대로 된 헌법 나올때까지 몇 년 동안만이라도 버텨주길 바랬다.
  • 링컨의 그 유명한 게티스버그 연설은 당시 기준으로는 명연설이 아니었다. 2분도 안되어 끝나는 바람에 링컨이 착석할 때까지 기자들은 사진 찍을 틈도 없었다. 대본 보고 줄줄 읽은 그 연설은 링컨 스스로도 실패했다고 여겼고, 미국인들은 그가 외국인 앞에서 볼품없는 대통령 노릇을 했다고 비난했다.
  • 굿이어(Goodyear)는 평생 고무의 유용성을 찾느라 평생을 소비했고 우연히 고무제법을 발견했다. 그러나 그의 제조공정은 수많은 표절자만 남겼다. 심지어 자신의 특허를 고의로 취소한 프랑스에 항의하러갔다가 채무자로 감옥에 갇히기도 했다. 결국 그는 막대한 빚을 남기고 죽었다. 유명 타이어 회사는 그와 관계없는 사람들이 갖다 붙인 이름이다.
  • 꽤 알려진 사실이지만, 에디슨은 흠 많은 사람이었다. 일이 막히면 주저없이 뇌물을 썼고, 경쟁자를 가혹히 다루고, 남의 발명을 가로채고, 조수들을 닥달했다. 그의 직원들은 불면대 (insomnia squad)라 불렸다.
  • 미국의 근간은 청교도가 아니다. 1880년 이전에 들어온 소수만이 청교도였으되, 국가 이념 설정상 강조했을 뿐이다.
  • 1920년대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앞선 대중교통 시스템을 갖고 있었다. 시가 전차(trolley car) 시스템이었는데 내셔널 시티 라인스라는 회사가 미국 100여개 도시의 전차노선을 사서 버스노선으로 바꿨다. 내셔널 시티 라인스의 주주는 GM을 비롯해 석유, 고무회사들이었다.
  • 헐리우드 탄생의 주역은 에디슨이었다. 초기 영화업자들은 에디슨이 만든 회사(Motion pictures patent company)의 폭력배들이 특허권을 무기로 한 야구방망이 협박에 못이겨 서부로 도주했다. 그들이 모인 곳이 지금의 헐리우드이다.

그외에도 미국 언어의 기원을 찾는 여행은 재미납니다. 달러가 요아힘스탈러(Joachimstaler)에서 나왔다든지, OK가 (Oll Korrect)의 약자라든지, 인디언 말, 프랑스어, 아일랜드어, 독일어, 네덜란드어 등이 영어로 유입된 과정을 치밀하게 그립니다.

특히 초기 이민자들의 사회는 주목할만 합니다. 각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공동체를 이루고 배타적으로 살아간 사례가 대부분입니다. 우리나라 이민자들보다 먼저 겪었을 뿐이지요. 다만, 2세대 이후부터 급속히 미국화된 점이 다른데, 나라를 만들어가는 시절이라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란 생각을 합니다. 결국, 미국 사회에 적응 못하기로 정평난 한국인 교민사회는 어쩌면 좀 더 시간을 두고 평가할 내용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찌보면 몰라도 사는데 전혀 지장없는 내용이지만, 읽다보면 소설보다 더한 영감을 주는 책입니다. 우리나라에는 비교적 안 알려진 미국의 개척사와 그에서 비롯한 문화사를 다 담아냈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언어가 가진 힘이기도 합니다. 언어만 잘 추적해도 역사가 스며있고, 민심이 묻어있습니다. 꽤 발칙한 내용이지만 의미있는 작업입니다. 더불어, 영어 자체를 소재로 했기에 그 어떤 책보다 더한 애를 먹었을 번역자에게도 노고를 치하해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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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굉장히 흥미로운 내용이네요.
    경영과 더불어 영어학을 전공하고 있는터라
    더욱더 관심이 갑니다.
    추천해주신 책 감사히 잘 읽겠습니다^^
  2. 평소에 짐작했던 내용과는 매우 다르네요.
    저로선 하나하나가 처음 듣는 내용인걸요~
    상식을 키워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ㅎㅎ
  3. 앗! 영어책이라고 생각해서 설레설레 고개를 흔들었는데 내용을 보니 +_+ 잼있어 보이는... 그런데 언제 읽을진 알 수 없고.. ^^;;;;
  4. 언제고 읽으려고 생각한 책인데, 올해는 짬이 나지 않아 책을 잘 읽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ㅠㅠ inuit님이 올리신 후기를 보니 책을 잘 읽지 못하고 보낸 올 한해가 아쉽게 느껴집니다. 지금이라도 시간을 내서 책을 읽고 생각을 정리해야 할 것 같습니다.
    • 그만큼 많이 바빴잖아요.
      집에 일도 있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년에는 좀 더 색다른 한 해 되세요. ^^
  5. 흥미로운 책이네요. 한번 찾아 보도록 하겠습니다.^^
    참, 언급하신 "미국 사회에 적응 못하기로 정평난 한국인 교민사회"는 언어로 인한 배타성보다 더 큰 문제점이 있지않나 한번 생각해 보네요^^
    • 네. 전 잘 알고 있습니다. ^^
      암튼, 우리만 그랬던건 아니란 점을 말하고 싶었지요.
  6. 어멋..넘 재미있을듯한데요..^^
    배추절이다 댓글 쓰는 토댁이 넘 이쁘죠잉~~~ㅋ
    몇일동안은 자주 인사 못 드릴 듯 합니당.
    삐치지 말고 이해하셈..
    배추 다 절이고 또 열심히 얼굴 뵈들일것인께~~

    건강은 늘 조심하시구요~~~
    • 댓글 안 달아도 좋으니, 짬나면 쉬고 빨랑 나으세요.
      건강해야 글도 힘있어지고, 다른 이웃들 주문도 넣어주고 하지요.. ^^
secret
어떤 관점으로 보면, 여행은 그야 말로 '사서 고생'이지요. 돈 내고 고생을 자처하니까요.

대개, 여행 떠나기 전에는 온통 미사여구가 주는 환상에 취해 있습니다. 하지만 낯선 그 곳에 떨어지면 냉정한 현실만 존재하지요.

예컨대, 당장 공항에 내린 후 어디서 택시나 지하철을 타는지, 택시를 타면 목적지까지 가자고 어떻게 소통을 할지, 가는 동안 제대로 가고 있는지 아니면 어딘가로 끌려가지는 않는지, 혹은 바가지 쓰지는 않을지. 호텔만 해도, '소박하고 정감있는 목조형 5층'이 알고보면 여인숙 수준이라든지. 식당에  호기롭게 갔는데 메뉴가 온통 외계어인데다가 그림도 없고 종업원은 영어를 한마디도 못하는 경우에 가격 보고 '로또' 돌리는건 어떤가요. 짐승의 눈알만 안나오길 기도하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행은 중독적 매력이 있습니다. 진하게 고생하고 돌아와도, 체력과 일상과 그리고 금전이 복구되면 또 나갈 궁리를 슬슬 하게 되지요

(원제) Neither here nor there
미국인이지만, 더 타임즈 지와 인디펜던스의 기자로 영국 생활을 오래했던 빌 브라이슨, 여행작가로 유명한 사람입니다. 그러나 제게는 무엇보다 '거의 모든 것의 역사'를 쓴 장한 이지요. 최신 과학 조류를 정리한 방대하고도 흥미로운 서적입니다. 놀라운건 문외한이 공부와 인터뷰를 통해 이룬 작업이란 사실이지요. 그 끈기와 집중력 그리고 지적 능력이 제게 찬탄을 자아냈더랬습니다.

그 브라이슨 씨의 전공인 여행 책이니 제 눈에 띄자 마자 샀습니다. 그리고, 꽁꽁 아껴 두었다가 휴가 때 집어들었습니다. 글 맛이나 상상력 등 목적 없이 책 자체를 즐기는 독서는, 휴가의 최고 아이템이니 말입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 긴 휴가 동안 20페이지도 못 읽었습니다. 물론 휴가여행이 너무 재미있어서이기도 하지만, 책이 재미 없어서 손에 붙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재미 없는 이유는 순전히 제 개인적인 취향과 안 맞아서 입니다.

So Outdated
무엇보다 책의 발간년도가 1992년입니다. 프랑과 리라가 나오는 정도는 애교라 쳐도, 지금 유럽과 너무 동떨어진 묘사가 거의 대부분입니다. 마치 우리나라 근대소설의 한성 저자거리 묘사를 보면서 서울을 상상하는 그 느낌입니다.

Teasing Kidding
빌 브라이슨의 최대 매력은 솔직담백한 문장과 예리한 과장력입니다. 제목대로 발칙하지요. 하지만, 번역에서 그 글맛을 살리기 어려웠음인지, 서양식 블랙유머 자체를 서양의 감각으로 즐겨야 하는지 아무튼 저는 불편했습니다. 지나친 두루뭉수리는 저도 싫어합니다만, 하나의 단편적 사실로 한 나라와 민족을 신랄히 평가하고, 자신의 선입견을 내내 자가발전하는 이야기 구조는 제겐 별로 재미가 없네요.

Not Agreeable
저자처럼 유럽을 다 훑지는 못 했어도, 파리, 암스테르담, 밀라노, 이스탄불에는 직접 가 봤습니다. 시기의 차이인지, 시각의 차이인지 저자의 삐딱한 시선들에 저는 공감하기 힘듭니다. 프랑스 시골은 몰라도 파리는 예전처럼 여행객에게 불친절하거나 적대적이지는 않습니다. 다른 도시도 생경한 불편함은 있지만, 그 자체를 문화로 인정하고 보면 교감 나눌 여지는 있습니다. 심지어 베를린에서 그렇게 야박한 꼴 당해도, 전 그 사람의 문제지 도시나 국민의 고질적 문제라고 여기지는 않으니까요.

Fun to read
그래도 책의 장점은 분명 많습니다. 우선, 특유의 과장된 문체는 꽤 재미있습니다.
(프랑스 여관 주인) '걸어서 가세요' 라고 말하고, 프랑스계 특유의, 턱은 허리띠 부근까지 떨어뜨리고, 어깨는 귀를 정수리까지 밀칠 정도로 끌어올리는 어깻짓을 했다.

(이탈리아 경찰) 내 대답을 엄청나게 느린 독수리 타법으로 기입해 나갔다. 감전이라도 될까봐 겁이 나는 듯이 넓이가 0.5에이커는 될 것 같은 자판을 샅샅이 살핀 다음에야 한 글자를 치곤 했다.

(이탈리아 웨이터) '주문하시겠어요?' '어, 에스프레..' 웨이터는 가버리고 없었으며, 그 웨이터의 여동생과 결혼이라도 하지 않는 한 그가 내게 이렇게 가까이 다가오는 일은 없을거란 걸 깨달았다.

(유고슬라비아에서 발을 헛디딘 후) 이 순간은 좀 길게 느껴졌는데 그 기분도 나쁘지 않았다. 그때 내 두발이 나무판자의 양쪽에 걸쳐져 있던 줄은, 그래서 곧 아래로 떨어지지 않게 버티는데 내 생식기를 쓰게 될 줄은 미처 알지 못했다. (중략) 나는 내 침대에 누워서 10분 동안 고환을 찾아 제자리에 갖다 놓았다. 녀석들은 어깨 부근 어디께 있었는데 덤으로 내 재킷 안감속에 돌아다니던 동전까지 찾았다.

또한, 서구인이 보는 심미안도 느낍니다. 광장을 걷다보면 자연스럽게 찾는 시계탑 같은 랜드마크랄지, 이쯤 되는 지형에는 교회가 와야하고, 여기는 광장이 와야한다는 도시지리 감각 등은 일반적 책에서 가늠하기 어려운 발견이었습니다.

전반적으로 브라이슨 씨는 자기보호적 냉소와 혼자 키들키들 주절거림이 심한 문체입니다. 여행 다녀보면, 생경한 도시에서 낯선 느낌을 갖다가도 머문 도시에 동화되면서 교감을 갖게 마련입니다. 하지만 브라이슨 씨는 혼자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자신의 편견을 확인하고 다음 여행지로 가기 일쑤입니다.

앞서 말했듯 저자는 지적 수준이 결코 낮지 않은 사람입니다. 그냥 신명나게 떠드는게 자기 생김새인듯 합니다. 사실, 책을 읽고나면 저자가 귀엽게 느껴지고, '나도 보따리 싸들고 여행을 갈까'하는 진한 방랑벽을 깨우는 재주도 있단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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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행은 중독적이죠. ^^ 딱 제 이야기 같습니다. 등짝에 짐을 언제까지 이고 다닐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우선은 고고씽~입니다.
  2. 빌브라이슨의 책을 눈여겨 보고 있었습니다.
    조만간 읽어야지 했는데...
    저도 읽은 후 감회를 나누어야겠네요 :)
  3. 제가 읽은 여행기로 '나를 달뜨게 했던 그날의 열병' (티벳 여행기) 이 가장 기억에 남는군요 ㅎㅎㅎ 특히 사진이 대부분을 차지해서 좋았던 기억이... 유럽쪽 여행기는 읽은적이 없지만 이건 왠지 겉표지가 맘에 안드는데 다른걸 찾아서 한번 읽어봐야 겠네요 ㅎㅎㅎ
  4. [거의 모든 것의 역사]를 쓴 이가 여행가라는 사실을 지금 알았습니다.
    하긴 거의 모든 것의 역사를 쓸 정도면 거의 모든 곳을 여행을 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집 떠나면 개고생이라고 하지만 사서 고생하라는 속담을 이기지는 못하나 봅니다.ㅋ
    • 즐거운 고생이라서 그런가봐요.
      '거의 모든것의 역사'는 과학책이지만, 그 책을 쓸정도의 경험과 지적 능력은 필수겠죠.
  5. 저도 휴가 때 읽었습니다. 전 원래 좀 늦게 읽기도 하지만, 그래도 꽤 오래 걸렸습니다. 같은 시기 읽은 칼의 노래와는 진도가 판이하게 차이가 났습니다. 저도 이 책을 바라보는 시각은 비슷합니다. 하지만, 그의 문체를 감상하며 가볍게 가볍게 잘 읽었습니다. ^^
    • 네. 문체를 즐기는 재미가 있지요.
      우연히도 김훈도 스타일리쉬한데, 그 글맛이 다른게 희한하지요.
secret

Bill Bryson

(원제) A short history of nearly everything

처음 이책의 제목을 접했을 때는 정말로 역사에 관한 책이라고 생각했다.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길래 거의 모든 것에 대한 역사를 썼을까 관심을 갖고 검색해 보니, 웬걸, 과학에 관한 책이란다.

책을 읽어보면 저자가 허풍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책에 나온 것처럼, 45억년 지구의 역사를 24시간이라고 비유해보자.
단세포 동물이 처음 출현한 것은 새벽 4시경이었지만, 그뒤 별다른 진전이 없다가 저녁 8시 30분에야 최초의 해양식물이 등장하고 밤 9시 4분에 캄브리아기의 스타, 삼엽충이 등장한다. 밤 10시가 다되어서야 육상 식물이 돌연 나타나고 그 직후 육상 동물이 출현한다.
이때 지구는 10분간 온화한 기후가 주어지고 이 덕에 10시 24분 숲과 곤충이 나타나게 된다.
11시 직전에서야 지구에서 가장 성공한 족속이었던 공룡이 나타나서 무려 45분간을 지배한다.
자정 21분 전에 공룡은 돌연 사라지고 포유류의 시대가 열렸다.
인간의 출현은 자정전 1분 17초이고 이중 호모 사피엔스는 3초가 될까말까이다.

즉, 지금껏 우리가 아는 기록된 역사는 위의 비유에서 1초도 안되는 시간에 대한 기록이니 거의 모든 것에 대한 역사는 물리, 화학, 지질, 유전학 등이 역사를 기술하는 적확한 언어인 것이다.

저자인 빌 브라이슨은 과학의 문외한으로서 과학을 설명하는 책을 쓰겠다는 마음으로 현대 과학의 state of art를 두루 섭렵하고 수많은 과학자를 인터뷰하여 명저를 완성하였다.
(거의 20년 전이지만) 공학을 전공한 나로서도 놀랄만큼 현대과학의 이슈는 다양하고 찬란하며 인간적이다.
입시를 위한 과학 이후로는 별로 흥미가 없었던 과학 제분야를 어찌나 생동감있게 묘사했는지 재미나고 친근한 과학이 되는 느낌이다.

이책의 가장 큰 미덕은 과학을 통합적으로 볼 수 있게 한다는 점이다.
이는 전세계 과학계의 고질적 문제이기도 한데, 물리하는 사람은 물리만 하고 지질하는 사람은 지질만 하고, 또 일반인은 그런 체계를 그대로 배우다 보니 사실은 하나의 문제를 각각으로 보게 된다.
빙하주기를 측정하는 책의 사례처럼 지질학의 고민은 사실 천문학에서 알 수 있는 답인데도 말이다.

인상깊은 대목이 많지만, 특히 와닿는 부분은 어쩔 수 없이 인류에 관한 부분이다.
전 지구의 역사를 놓고 볼때 인류는 갓 번성하기 시작한 족속이라는 점.
그 성패는 전혀 검증이 되지 않았다는 점. 오히려 지금까지를 따지면 삼엽충이나 공룡이 그나마 성공했던 선조라는 점.
미시세계로 내려가보면, 사실 인류는 DNA의 숙주라는 점.
우리는 DNA의 보존을 위해 주어진 다양한 인센티브(성적 만족이나 성취감)에 그저 만족하고 살아갈 뿐이고 환경이 급변하면 새로운 숙주가 우리를 대체할 것이라는 점.

우주의 탄생부터 원자의 세계, 그리고 지구의 총 역사를 보고나면 갑자기 사는 것이 시시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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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구경만 하다가 글 남기네요. 마지막부분의 말씀, &#039;과학을 통합적으로 볼 수 있게 한다&#039; 란 말씀. 늘 문제와 사건의 관점을 멀티디시플리너리하게 보려 하지만, 지식의 부족을 핑계삼아 포기해 버리고 마는 제가 요즘 느끼고 있는 것과도 일견 상통하네요. 학교때 어느 교수님께서 &#039;만약 과학자와 과학자가 오픈마인드를 가지고 서로의 학문이 자유롭게 소통할 수만 있다면 인류는 지금의 100배로 발전할 수 있을것&#039; 이라고 말씀하신것도 기억나고. ^^ <br />
    <br />
    DNA 에 관한 책중에 &#039;이기적 유전자&#039;란 책을 봤었는데, 아마 흥미로우실 겁니다. (이미 독하셨는지도...^^) DNA 란 놈들이 인류를 어떻게 이용하고 있는가가 &#039;과학적&#039;으로 증명되어 있더군요. ^^<br />
    <br />
    항상 좋은 정보 좋은 글 감사합니다 .<!-- <homepage>http://www.photable.com/scjin</homepage> -->
  2. 분명 잘 쓰기는 했는데... <br />
    <br />
    아무래도 현대 과학까지 600p도 안 되는데 구겨넣다보니 좀 어렵더라고요...; <br />
    <br />
    문과생의 비애인지, 제가 무식한건지... 솔직히 벡터가 뭔지도 며칠 전에 알았습니다-_-<br />
    <br />
  3. 호..맨 DNA가 우리를 이용해 먹는다는 부분 흥미롭습니다. <br />
    Inuit님 덕분에 좋은 책을 많이 알게 됩니다. 저도 책을 좀 읽어야겠는데..잘 안되는군욧! <br />
    Inuit님께서 요약을 너무 잘해주셔서 그래욧!<!-- <homepage>http://elwing.egloos.com</homepage> -->
  4. 찐 // 커밍아웃을 축하해야 할지 감사드려야 할지... 아무튼 반갑습니다. ^^<br />
    10년전에도 multidisciplinary study가 화두였습니다. 그나마 공학은 mechatronics, MEMS, optoelectronics, nano-technology 등등 자본과 시장이 모일 수 있는 부분이 많아서 자발적 통합의 동기가 부여되는데, 자본하고 동떨어져서 고매하게 연구에 매진하는 소위 순수학문쪽에서는 구태여 고생스럽게 남의 학문을 배울만한 이유가 없는 듯 합니다. 그 교수님의 지적이 절대로 과장이 아니란 생각이 듭니다.<br />
    <br />
    &#039;이기적 유전자&#039;는 아직 안 읽어봤습니다. 위의 글이 실은 도킨스의 주장에 기반한 것이지만요. ^^
  5. 누드모델 // 그.. 그럼... 매트릭스는...? -_-
  6. 엘윙 // 엘윙님을 위해서, 앞으로는 책을 읽은 후에도 30자평을 해야겠군요! ^^
  7. 찐 //<br />
    multidisciplinary 라는 말씀을 들으니 bubble box로 노벨상을 수상했던 Berkeley의 물리학자 Luis Alvarez와 지질학자인 그의 아들 Walter Alvarez가 70년대에 공동으로 발표했던, 6500만년 전의 공룡 멸망의 원인을 멋지게 설명한 K/T event theory가 문득 생각납니다.<br />
    <br />
    Alvarez 父子의 예에서 보듯 multidisciplinary 혹은 interdisciplinary study는 학자들 특유의 고집과 쫀쫀함으로 인해 한국에서든 歐美에서든 가족이나 친지 정도의 유대감이 없다면 아직 至難할 듯 싶습니다. 아쉽게도...<br />
    <br />
    Inuit //<br />
    &#039;입시를 위한 과학&#039; : 난 아직도 물리학을 단순한 &#039;算術&#039;로 격하시킨 한국의 고교 물리 교육 과정을 용서하지 못하고 있다네. 계산문제만 죽어라 풀다가 고3 때 과기대 입시 문제를 접했을 때의 충격이란... 계산이 전혀 없는 물리 문제들을...<br />
    <br />
    여담이네만, 군복무 시절에 장교 선발 시험의 전공 분야 출제 의뢰가 들어왔을 때 위의 경험을 상기하며 기사 시험 문제집 류의 문제를 출제하던 관행을 깨고 계산기가 전혀 필요없는 문제들을 잔뜩 내 주었는데(사실 출제하기는 이게 더 어렵더군...), 이 시험 치고 들어왔던 후배의 말을 나중에 들어 보니 시험보면서 출제자 욕을 속으로 엄청 했다 하더군...^^
  8. 波灘// <br />
    지금 생각해 보니 제 석사논문이 무선인터넷서비스의 인터페이스를 &#039;연구(라기 보단 그냥 슬쩍 본)&#039;한 usability testing 쪽이었는데, 그때 제가 결론 및 제언으로 언급한 내용이 일제시대를 거친 우리나라 문화와 일본내의 무선인터넷서비스와의 상관관계까지 들먹이면서 썼던 기억이... 결국은 교수님들께 &#039;황당하다, 소설쓰냐&#039; 란 말을 듣고 대폭 수정을 했습니다만...^^ <br />
    <br />
    어쨌든 전 현재 공학을 업으로 삼고 있진 않지만, 현재 저의 필드에서(광고를 합니다만) 문제에 대한 솔루션을 공학적으로 접근한 몇몇의 프로젝트에서 &#039;신선하다&#039;란 말을 듣습니다. <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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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굳이 광고뿐만이 아니라 여러 분야에서 다른 경험과 다른 전공의 인재들이 모여 서로의 지식으로 문제를 풀면, 지금보단 훨씬 &#039;잘풀리는&#039; 문제해결방법이 되지 않을까 가끔 생각합니다. <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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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nuit //<br />
    예전에 &#039;마이크로소프트의 비밀&#039;이란 책에서 빌게이츠가 사원선발시 냈던 문제를 보고는 여러가지 상념에 잡혔었습니다. <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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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결하기 위한 방법이 단순히 한가지 공식에 대입해서 나오는 한가지 답만이 아니었단 말이 정말 당연하지만, 그 당시엔 참으로 빌게이츠가 &#039;기특&#039;했습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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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두 여담이지만, 제가 예전에 사원선발과정에 참여했던 적이 한번 있었는데, 이런 비슷한 문제를 냈었는데, 위에 팀장님이 바로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더군요. ^^ <br />
    무척 민망했던 기억이... T.T <!-- <homepage>http://www.photable.com/scjin</homepage> -->
  9. 波灘 // 맞아. 과학에 대해 좋게 생각하는 고등학교 학생이 1%라도 될까..<br />
    그나저나 출제 건은 좀 파탄스럽군. ^^ 조직이 받아 들일만큼 먼저 하고 또 해야지..<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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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찐 // 요즘은 그래도 고등학교에서 창의성 위주의 교육을 많이 한다고 들었습니다.<br />
    토론도 많이 하고.. 앞으로는 좀 더 나아지겠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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