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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보다.
책장 덮으며 그런 생각이 들었다.

* * *


흔히 인문학을 알아야 경영이든 사업이든 더 잘할 수 있다고 한다.
십분 긍정한다.

마찬가지로 과학도 그렇다.
당장 응용가능한 기술보다, 근원적인 이야기를 하는 기초과학은 인문학에 상응하는 힘이 있다.
과학 자체가 사고의 틀이고, 경험을 이론으로 변환하는 지난한 시행착오의 과정이기 때문이다.

* * *

블로그 분류에도 반영되어 있듯, 난 과학 책도 무척 좋아라한다.
그런 면에서 끊임없이 과학 책 좋은 것 없나 난 기웃거린다.

David Berlinski

(Title) One, two, three: The beauty and symmetry of absolutely elementary mathematics

 

* * *

우리나라 도서시장은 좁다.
한국어 사용자가 많지 않은데, 시장은 퇴화하고 있다.

하필이면 IT 종주국이라 전자기기가 좋고 싼데다가, 지상파는 황금컨텐츠를 무료로 뿌린다.
책 안읽어도 소일할 거리는 많다.

게다가 사재기로 베스트셀러를 양산해 대니, 혹 가다 책 읽을 마음이 들어도 그 제한된 기회를 어찌 잘 활용할지도 막막하다.

* * *

과학의 근원은 수학이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과학은 수학이란 언어 위에 이뤄져 있다.
그래서 수학은 그 자체로 순수과학이지만, 과학을 이해하기 위한 메타지식적 성격도 있다.
"이것은 수학입니까?"
당돌한 질문을 던지는 이 책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자연스럽고 당연하다.

* * *

책 시장이 이럴진대, 번역시장은 수준이 떨어져도 한참이다.
그냥 영문 (다른 언어는 그나마 낫다) 글줄 깨나 읽으면 너도나도 번역이다.

꼭 번역 훈련을 제대로 받아야만 번역이 된다는 주장이 아니다.
예컨대 주제가 마음에 들어 열과 성을 다한 번역은 아마추어든 데뷔작이든 번역이 쓸만하다.

그런데, 어줍잖은 다작 번역가들은 생계와 품질을 종종 맞바꾸곤 한다.

* * *

이 책 번역가의 상황은 모르겠다.
하지만 이 책 번역이 개판이란건 내가 확실히 알겠다.
책의 컨셉이나 저자의 식견 자체는 나무랄데가 없다.

* * *

우리가 쉽게 인정하고 들지만 엄밀히 따지면 막막한 몇가지 사실이 있다.
0의 진정한 의미.
음수의 의미다.

* * *

저자는 일반인이 쉽게 넘어가는 수학의 내밀한 비밀을 공공의 장소에 내어 놓는다.
그 의미를 함께 생각하고 수학적으로 정리를 해준다.
그런데 그 이야기 풀어나가는게 제법 향기있다.

인문적 소양과 수학사적 바탕위에 블랙유머와 위트를 버무려 스토리텔링을 한다.
그런데 그 내용이 이 책의 한국어로는 잘 전달이 안된다.
사변적이지만 딱딱해 내용의 완급 조절이 필요하다. 
저자의 말솜씨를 역자의 글솜씨가 못따라가는 형국이다.

그러다보니 내용은 답답할뿐더러 주절주절 헛소리 같이 쓰여있다.
불길하기 짝이 없는 음수나, 끝없는 근심을 유발하는 분수같은 신선한 착상이,
이 책의 번역을 좇다보면 정신병자가 혼잣말 지껄이는 느낌이다.

* * *

내 자신의 지적 호기심은 물론이었다.
게다가 아이들이 수학의 매력을 맛보게 하려던 의도로 산 책이다.

그러나 난 이 책을 조용히 책장에도 안 보이는 곳으로 치웠다.
혹시 아이들이 잘못 보고 수학을 오해할까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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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Inuit
@inuit_k / CxO / Author ("가장 듣고 싶은 한마디 YES!") / Making better world, every minu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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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번역은 참 안타까운 분야에요. 쉬워보이는데, 제대로 하려면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고, 쉬워보인다고 댓가는 별로 쳐주질 않고, 그러다 보니 대충대충 날림이 난무하고...
    • 네. 들이는 노력은 엄청난데 티도 잘 안나고 보상도 적고.. 그저 일부의 열정이나 호기심, 희소한 재능에 의지해야 하는 답답한 비즈니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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