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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혁

앞에 소개한 '일생에 한번은 스페인을 만나라'가 이야기 중심, 정서 중심으로 스페인에 대한 이해를 깊게 해줬다면 이 책은 역사위주로 서사적인 이해를 돕는 책입니다. '일생에 한번은..'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호기심이 있어 출발 직전에 집어들고 비행기에서 읽었습니다.

전문 사가의 책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매우 꼼꼼하고 집요한 서술이 돋보입니다. 서반아어 전공에 교직까지 하는 저자의 특기를 살려, 말의 뿌리를 쫓아다니면서 의외의 중요한 역사적 단서를 내어 놓습니다. 그점이 고맙고 소중합니다.

예를 들어 스페인 반도를 규정하는 이베리아(Iberia)는 인도에게의 힌두만큼이나 정체성을 담는 말입니다. 그 연원이 에브로(Ebro)강에 있다는 점은, 현 카탈루냐를 비롯한 동부가 고대 문명의 중심이었던 흔적을 읽게 하지요. 마찬가지로,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안달루시아가 반달족에서 연원했다는 점은, 지명에 녹아 있는 역사를 느끼게 합니다. 히스파니아(Hispania)만해도 그렇습니다. 처음 페니키아 인들이 발견했을 때, 토끼가 많은 땅이란 뜻으로 Saphan이라 불린 것이 로마에 들어가 정착된 말이라고 합니다.

크게 보아 스페인 역사는 구분되는 특성이 있습니다. 미개시대, 페니키아 시대, 로마 시대, 서고트 시대, 이슬람 시대, 카톨릭 왕 시대, 합스부르크 시대, 그리고 부르봉 시대, 이념대립의 시대입니다. 현 후안 국왕 역시 부르봉 사람이지요.

인상 깊은 한 대목을 소개하고 싶습니다.
성모 마리아는 스페인 사람에게 갖고 싶은 것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들은 세계에서 가장 좋은 풍토를 부탁했다. 수락했다.
다시 그들은 가장 좋은 과일과 말을 부탁했다. 역시 들어줬다.
그들은 아름다운 노래와 춤을 부탁했다. 들어줬다.
아름다운 여자와 용감한 남성을 부탁했다. 역시 수락했다.
마지막으로 그들은 가장 좋은 정부를 부탁했다. 그러자 성모는 대답했다.
"그건 안됩니다. 그러면 천사들이 스페인에 내려가 안올라오기 때문에 안됩니다."
특히 망조가 들어가는 부르봉 시절부터 스페인은 비참해집니다. 순수한 이념에 의한 세계 대전이 벌어졌던 스페인 내전은 이념가들의 낭만 전쟁이었지만 피폐는 고스란히 스페인에 남지요. 202번째 쿠데타에 성공한 프랑코가 정치 체제는 안정화시키지만 상처와 민주주의 말살을 가져오기도 했구요.

지금 유럽의 문제아 4인방 PIGS의 마지막 자리를 차지한 스페인입니다. 과거 영광의 시절부터 나락의 시절을 따라가며 배울게 많더군요. 스페인 여행을 생각하는 분이라면 한번 읽어봐도 좋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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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uit
@inuit_k / CxO / Author ("가장 듣고 싶은 한마디 YES!") / Making better world, every minu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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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마리아님이 정말 부탁을 들어주신다면 저도 저 스페인 사람들과 비슷한 소원을 빌 것 같네요. 좋은 정부.... 가 무리라면 좋은 정치인이라도요.... =ㅂ=;;
  2. 저도 만약 마리아님이 제 부탁을 들어주신다면 비슷하게 빌꺼 같네요.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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