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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공식 일정은 함부르크입니다. 세상에 내가 함부르크를 가볼 줄이야.
햄버거(hamburger)의 어원이 된 함부르크는 인구 백사십만명의 독일 2대 도시입니다.

하지만, 함부르크는 독일이라는 키워드로 읽으면 어렵습니다. 도시의 모토인 세계로의 관문(Tor zur welt; gateway to the world) 또는 시대를 풍미한 한사 동맹(Hanseatic league)의 맹주로서, 북유럽을 포괄하는 정서로 읽어야 하지요.

실제로 궁궐을 능가하는 웅장함과 아름다움을 지닌 시청사입니다. 하지만, 북해에서 내륙으로 근 100km를 들어온 내륙의 항도 함부르크는, 온라인 게임에서 많이 나오는  길드라는 개념의 진원지이기도 합니다. 그러다보니, 기능하지만 지배하지 않는 함부르크만의 독특한 시청사의 자태를 뽑아내게 되지요.

사실, 전 함부르크에서 개인적인 대실패를 겪었습니다. 독일이고, 두번째로 큰 도시라 기대가 컸지요. 특히 직전 일정이 척박한 런던인지라 독일의 푸근한 맥주 한잔으로 여행의 고달픔을 달래보려 했습니다.

왠걸. 모든 도시의 중심가인 구시가를 찾아 가보았지만, 독일하면 떠오르는 맥주집(bräuhaus)이 없습니다. 이리저리 걸어봐도 그림자도 안 보입니다. 답답해서, 지나가는 지극히 도회풍의 쉬크한 중년여인에게 물어봤습니다.

"여기.. 근방에 맥주집은 없나요?"
"음.. 그런건 여기 없습니다. 술마시고 떠들고 노는건 남부 독일이나 가야 있지요.."

이건 완전 내 마음 제2의 고향 뮌헨을 깡촌 취급하는 놀라운 선언입니다. 하지만, 그 도도함이 잘 어울리는게 또 함부르크입니다. 다음날 비즈니스 미팅 후, 식사 자리에서 현지인에게 물어봐도 같은 대답이었습니다. 그 큰 구시가 통틀어 딱 하나 브로이하우스가 있고 그것도 찾기 힘든 위치에 있다고 합니다.

브람스의 고향이기도 하지만, 비틀즈가 음악을 성숙시켜 데뷔했던 도시 함부르크입니다. 독일 아닌 유럽의 항구로 기능하는 그 용도와 크기는 인정하지만, 관광면에 있어서는 낙제점이었습니다. 

세상에, 한자 동맹과 길드의 수많은 스토리와 항구도시의 한많은 사연은 다 어디에 두었습니까. 요즘 들어서야 관광산업의 유망함에 눈뜨고 도시가 용왕매진한다고 하지만, 그 방향은 '가진 것을 버리고, 없는 것을 사는' 형국입니다. 큰 돈 들여 호수를 짓고 그 주위에 막대한 돈으로 인공환경을 조성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함부르크에 바라는게 뭡니까. 한자 동맹 시절의 많은 이야기를 자아낸 산실을 눈으로 확인하고, 비틀즈의 흔적을 찾고, 하다 못해 원조 햄버거도 맛보고 싶은거 아닙니까. 현지 택시 기사가 비틀즈를 모를 정도라면 말 다했지요.

함부르크는 뮌헨이나 베를린, 취리히 등에서 배울 바가 참 많아 보입니다. 마치 서울처럼, 가진게 참 많지만 제대로 못 보여주고 엄한데 돈 쓰는 도시가 유럽에도 또 있다는걸 깨달은 씁쓸한 순간이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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