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vivid입니다. 통일된 독일의 수도로서 정치적 기능을 담당하면서, 유럽의 관광객 유치 순위에도 이름을 올리고 있습니다. 물론, IFA를 필두로 수많은 전시회와 베를린 영화제, 베를린 마라톤 등 다양한 행사가 손님 몰이에 한 몫을 합니다. 

그러나, 큰 행사를 유치할 만한 베를린의 매력과 힘, 도시 전체를 떠받치는 하부구조가 그만큼 튼튼하다는 반증이기도 하지요.


IFA만 해도 그렇습니다. 약 23만명이 참관한 대규모 전시회입니다만, 제가 가본 전시회 중 가장 잘 정돈되어 있습니다. 전시장 동선이며 곳곳의 식사시설은 대규모 인원이 효과적으로 전시회를 활용하도록 배려되어 있습니다. 특히, 지친 다리와 눈에 쉴 기회를 주는 중앙광장(Sommergarten)은 베를린 메세만의 장점입니다.

교통마저 그렇지요. 숙박은 편하지만, 이동이 젬병인 베가스의 CE Show와 비교해도, 사통발달 뚫려 있는 문과 게이트마다 편리하게 이용가능한 U-Bhan과 택시 등 대중교통 망은 타 도시에 비해 압도적 우위를 보입니다.

무엇보다 베를린이 생생하다고 느낀 점은, 갈 때마다 변모한다는 사실입니다. 처음 갔을 때만 해도, 동베를린 지역인 베를린 성당 근처가 크레인으로 가득했는데 지금은 단정하고 우아한 건물로 바뀌었습니다. 하긴, 베를린 성당 자체가 해마다 변했는데 더 말해 뭐할까요.

카이저 빌헬름 교회처럼, 교훈을 잊지 않기 위해 폭격맞은 건물을 그대로 보존하는 자세나, 전통과 새로움이 공존하는 가운데 또 다른 내일을 모색하는 그 모든 것이 베를린의 생생함에 단단히 기여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온갖 외국 음식만큼이나 횡적인 다양성이 있고, 종적으로는 고성과 첨단 현대건축이 거리에 일렬로 스펙트럼을 이루는 베를린은 과연 독일 최고의 도시라 칭하기에 부족하지 않습니다.

우리 서울은 이러면 안될까요. 과연 4대강에 쓰는 돈의 10%만 서울에 투자해도 더 아름다운 서울이 되지 않을까 생각도 듭니다.

누구 못지 않은 전통과, 누구 못지 않은 현대성, 동양과 서양의 감각을 충분히 다룰 수 있는 국제도시 서울은 언제나 '나 서울이요' 하는 정체성을 갖게 될런지. 베를린에서 잠깐잠깐 느꼈던 도시의 여유가 부러우면서, 자꾸 고국과 고향을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1. BlogIcon 칫솔 2010.09.30 12:54 신고

    어.. 저도 이번 IFA에 갔을 때 저 중앙 무대에서 열리는 콘서트를 풀밭에 앉아 구경했습니다. 콘서트를 보면서 그냥 제품 구경만 하지 않고 숨돌릴 여유가 있던 전시회인 것이 느껴지더군요. 그래서 또 가고 싶더라구요. ^^

    • BlogIcon Inuit 2010.09.30 22:45 신고

      저도 블로그글 보고 칫솔님이 다녀가신걸 알았네요.
      알았으면 IFA에서 한번 뵈었어도 좋았을걸. ^^

  2. BlogIcon LaStella17 2010.09.30 18:04 신고

    독일의 무서울 정도로 공정한 사람들과 잘 짜여진 법과 맥주가 부럽습니다. =ㅂ=

    • BlogIcon Inuit 2010.09.30 22:46 신고

      엉? 스텔라님 맥주 드세요?
      왠지 맥주랑 안친할듯한 느낌이었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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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A의 베를린에 다녀왔습니다.


먼저 세계 유명 전시회에 대해 간단히 짚어 볼까요.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전자제품 전시회의 양대 산맥은 봄 CeBIT, 가을 Comdex였습니다. 거의 '봄 도다리, 가을전어'와 같은 공식이었습니다. -_- CeBIT은 독일 하노버, Comdex는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개최되므로, 유럽-미국이라는 지역적 황금분할까지 이뤄졌습니다.
그러다, Comdex는 급속히 위세가 떨어집니다. PC 시장이 포화가 되면서 더 이상의 혁신, 성장 잠재력을 뽐내기엔 산업자체가 역부족이었기 때문입니다. 급기야 2004년 Comdex가 참석율 저조로 취소되면서 무대의 뒤편으로 사라졌습니다.

Comdex 몰락의 간접적 원인이자 결과의 수혜자는 CES입니다. 종전엔 2류 취급받던 백색가전 위주의 쇼였는데, DTV를 위시해서 디지털 가전이 대세가 되자 상전벽해가 되었습니다. 가전의 영역은 확장되고, 매년 1월초라는 시기적 이점, 그리고 미국에서 열리는 글로벌 전시회가 하나는 꼭 필요하다는 점 등으로 2003년 무렵부터 인지도가 급상승합니다. 아마, 현재(2008년) 기준 넘버 원 전시회로 CES를 꼽겠습니다.

이러다 보니 멀쩡한 CeBIT이 타격을 입습니다. CeBIT은 그 약어(Centrum der Büro- und Informationstechnik)처럼 사무기기, IT제품 전시회입니다.  오랜 역사와 길어지는 약어처럼 변신에 성공해온 저력을 보였는데, 난데없이 CES가 급부상하면서 위상이 떨어졌습니다. 1월 CES에 맞춰 신제품과 혁신이 발표되고 나니, 3월 CeBIT은 재탕에 김빠진 맥주처럼 별 볼일 없어진게지요.

결국, Spring-CeBIT / Comdex Fall의 지역 분할과 반대로, 가을에 유럽 개최의 글로벌 전시회가 필요해졌습니다. 얼결에 신데렐라가 된게, 베를린 IFA 쇼입니다. 원래 리테일과 소비자 대상의 가전쇼 성격이었지만, 새로운 자리매김이 운명처럼 다가온거지요. 작년에 제가 IFA에 참관했던 이유도, IFA의 위상을 보기 위해서입니다. 꽤나 열띤 전시회였고 나름 유망하다 판단하고, 올해 소규모 참가를 결정했습니다.

개인적으로 두번째인 올해, 저도 IFA에서 일을 보고 하루 전시장을 둘러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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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는 실망입니다. 돈은 덕지덕지 발랐지만, 눈에 띄는 혁신이나 선 굵은 기술이 잘 안보입니다.
예컨대 작년 CES에서 삼성이 이슈를 도발한 true black의 컨트라스트 싸움은 아직도 진행중입니다.
물론, 정보의 전파속도와 누출의 속도가 광속인 요즘입니다.  혁신 공지의 일상화 시대에 전시회라는 이산적 이벤트에서 독점 공개(electronics show exclusive)의 기회와 가치는 효용성이 떨어지는 운명일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최소한 작년과 비교하면 볼거리가 없었습니다. 그나마 삼성, 소니 등 대형 업체의 부스가 좀 잘 꾸며졌지만, 그게 다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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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멋졌던 소니 부스입니다. 몽환적인 풍경을 넘어 거의 마약소굴 같았지요. 여기저기 약쟁이처럼 누워 있는 사람들, 그 사이에서 간간히 플래시 몹 퍼포먼스, 그리고 사람과 빛, 디지털 기술이 혼재한 이상(異常)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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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의 실망 중 하나인 LG 부스였습니다. 돈은 썼으되 기획력, 컨셉의 부재로 실물 카탈로그의 느낌이 강했습니다. 기대가 컸던 탓이지만요. 게다가, 뚱뗑이 미니 노트북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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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의 디지털 병풍은 좋았습니다. 동양의 여백적 서정성과 디지털의 무상함이 잘 어울렸습니다. 비싸지 않다면 갖고 싶은 정도.


춤추는 MP3인 소니의 Rolly는 하나일 때보다 둘을 틀어놓고 싱크로나이즈드 댄스를 하니 꽤 볼만했습니다.

아무튼, 결론은 IFA쇼 소문난 잔치가 되어가는 듯합니다. 조직위에서 획기적 대응을 하지 않으면, 내년은 장담하기 어렵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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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엘윙 2008.09.06 08:28 신고

    홍길동 inuit님이로군요..이번엔 베를린!!?
    디지털 병풍 멋진데요. +_+ 좋은 아이디어로군요. 가격이 싸고..집이 넓으면 혼수품으로 장만해 가고 싶습니다.
    LG부스는 왜저랬을까요? 요즘 마케팅이랑 기획에 돈을 엄청 쏟아붓는거 같던데 말이죠..

    • BlogIcon inuit 2008.09.06 21:56 신고

      아마 독일법인에서 주관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완전 로컬한 센스였습니다. 세계적 기준에서 떨어진. ^^

      병풍은 얼마나 비쌀지 모르겠어요. 저 패널이 다 LCD이니.. ^^;;

  2. BlogIcon 칫솔 2008.09.06 11:09 신고

    뚱땡이 미니 노트북이라... 저의 지름 욕구를 단번에 접어 주셨네요. ^^

    • BlogIcon inuit 2008.09.06 21:57 신고

      일단 외관에서는 별 매력을 못느끼겠어요.
      기능은 가격의 함수라 치면, 획기적일까 좀더 봐야겠습니다. ^^

  3. 이철웅 2008.09.06 14:44 신고

    사실 단순한 전시회가 아니라 그 기업이 가지는 전략적 아이덴티티와 전시 기획이 같은 방향을 보여주고 있어야 할텐데 그게 또 쉽지 않은일인 것 같습니다. 물론 기술적인 바탕이 되지 않는다면 전략만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기에 더욱 그렇지만요. 그런 의미에서 소니는 첨단 기술과 상상력이라는 방향으로 기업 아이덴티티와 전시 컨셉이 잘 얼라인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제가 다니던 회사가 배터리를 만드는 회사여서 CEBIT 같은 경우 저희 회사에서는 지나치지 않고 확인하는 전시회였었죠.

    • BlogIcon inuit 2008.09.06 21:58 신고

      특히 이번 IFA에선 소니가 잘했습니다.
      어찌보면, 더 잘했다기보다 남들이 더 못했던 탓도 있지만. ^^
      배터리라.. 중요한 인더스트리에 있으셨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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