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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의 힘

Culture/Review 2013.08.25 10:00
트위터나 페이스북을 보면, 꽤 많은 한국인들이 해외에서 소식을 날리고 있다. 미국, 호주, 일본, 캐나다, 독일, 스웨덴 등등.
토요일 이태원에 가보면, 여기가 한국의 어떤 거리인지, 한국여행자가 많은 외국 어느 교차로인지 모르게 외국인이 많다.
나 역시, 아침 7시쯤 눈뜨면 해외에서 들어오는 메일을 체크하고, 오전에는 남미, 오후에는 유럽과 컨퍼런스 콜을 한다. 사실 내 메일함은 24시간 내내 각지에서 보고가 들어온다.

이렇게 세계가 활발히 교류한 적은 인류 역사상 처음이다. 그런데, 이렇게 활발한 교류 속에 타국에서 살고 있는 이주민은 전 세계 인구의 몇 퍼센트가 될까? (다음으로 넘어가기 전에 생각해보시길)

Harm de Blij

(Title) The power of place: Geography, destiny, and globalizaton's rough landscape


간만에 지적으로 자극을 받는 흥미로운 책을 읽었다.

토마스 프리드먼이 유명세를 떨쳤던 책의 제목이자 명제, '세계는 평평하다(The world is flat)'의 반대 입장에서 쓴 책이다. 세계는 평평하지 않고 아직도 까칠까칠 울퉁불퉁(rough)하다는 주장이다.

사실 이는 밥먹으면 배부르다는 명제처럼 자명한, 또는 쉬운 논증이다. 왜냐면, 프리드먼의 주장이, 이미 평평해지는 증거가 많이 보이고 앞으로 그럴 것이라는 언명이다. 그 말을 뒤집으면 아직 평평하지 않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의 결론은 허전하다. 해가 동쪽에서 뜨는걸 아주 다양한 각도에서 증명해봤자 그 학문적 열정은 높이살망정 결론을 높이사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책이 주는 가치는, 목적지가 아닌 여정에 있다.
각 대륙 유명도시 안 가본 곳이 별로 없고, 세계 지리와 역사에 관심이 많아 그 쪽의 상식은 일정 수준을 넘는 내가 읽어도 처음 듣는 내용이 많았다.

왜 그럴까?
이유는 내가 익숙한 세상은 경제적 약소국을 제외한 세상이었기 때문이다. 책에서는 중심부와 주변부로 나눈다. 중심부는 유럼, 북미, 호주, 일본, 한국, 대만 딱 여기까지다. 나머지는 주변부다. 주변부는 파레토 원칙처럼 자리만 차지하고 경제적으로 중요하지 않은 나머지 부분이다.

앞의 답을 말할 시점이다. 

전 지구의 이동인(mobal)들은 약 2억명이다. 꽤 많아보여도 고작 세계인구의 3%다. 세상은 전혀 평평하지 않고 저자의 표현대로 rough하다. 이동이 쉽지 않게 울퉁불퉁, 꺼끌꺼끌하다는 뜻이다.

flat의 반대표현이란 점은 알지만, 정확한 표현은 sticky하다. 운명처럼, 굴레처럼 끈적거린다. 

예를 들어, 재난 챕터를 보자. 재난은 자연현상이니 중심부와 주변부에 편향되지 않지만, 다만 그 예방과 응급 조치에 있어 주변부에 큰 타격이 되고 있다. 그보다 중요한 점은, 재난이 역사적으로 잘 알려져 있고, 근 미래에 일어날 것이 예측되어도 우리는 거주지를 떠나지 않는다. 심지어 동남아에서는 한 화산이 폭발했는데도 주민들이 대피를 안해, 총으로 위협을해서 데리고 나왔다는 사례도 있다.

그 밖의 이야기는 더 심하다. 중심부와 주변부는 안보이지만 다양한 관점에서 매우 뚜렷한 구분이 있다. 위생과 공중보건은 경제력과 국가적 여력에 의해 끔찍할 정도로 편향이 심하다. 지금도 아프리카에서는 풍토병과 잘못된 위생으로 매일 많은 사람이 죽어나가고 있다.

지역 또는 공간에의 속박은 다양한 요소에서 기인한다. 종교와 언어가 그증 중요한 요소이기도 하다. 종교와 언어로 그룹을 잡으면 쉽게 중심부와 주변부를 가를 수 있을 정도다. 또한 자국내에서의 이동은 많지만 국경을 넘는 이동이 쉽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언어와 종교는 대단한 끈적이로 작용한다.

열거하지 않은 재미난 부분도 많다. 공간과 다른 힘을 갖는 도시의 힘이나 사회적 제도에 따라 갈라지는 지역별 운명 등 평소 생각해보지 않은 관점에서 신선한 재료를 많이 제공하고 있다.

결론이다.
책의 중심 메시지인 '세상이 평평하지 않다'는 헛힘 쓴 결론이다. 애써 논증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그 논증과정 자체는 매우 재미있다. 우리가 평소 접하기 힘든 아프리카, 중동의 세세한 상황을 배우는 재미가 쏠쏠하다.

한마디로 평하면, 이 책은 '세상 구경 많이 하고 돌아와 이야기가 끊이지 않는, 행색 초라하지만 박식한 삼촌'이다.
백과사전적 지식도 가끔은 쓸모가 있다.
하나 더 추가하자. 그 삼촌이 좀 어눌하다. 
번역이 공들인 티는 나는데, 매끄럽지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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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장일

제목에서부터 알아봤어야 할 일이었다.

  
지식노마드에서 선물로 받은 책인데 내용을 들쳐보니 패션에 관한 내용 같았다. 한글도 영어도 아닌 듯한 '잇백'이란 말에 묘한 호기심을 느끼며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책을 보다보면 잇백이 뭔지 알 수 있을까 궁금해 하며. 

하지만, 책 어디에도 잇백이 무슨 뜻인지 설명이 없었다. 결국 아내에게 물어보니, 그냥 최신 유행하는 '그 가방' 정도란다. 인터넷 찾아봐도 그런 모양. 세상에, 그 가방이면 the bag이지 it bag이 뭔가. (soodol님 및 wafe님 제보에 의하면 패션 업계에서 실제 쓰인 적은 있나보다. desire를 강조하기 위해 만들어내 어휘이고, 이젠 그 쓰임새가 줄고 있다는 위키의 기술 참조. wiki에 의하면 must have 'it bag'이라니 좀 수긍 안가는 신조어임에는 틀림 없다) 국적도 없고 근본도 없는 그 조어 딱 그대로가 이 책의 모습이다.

적어도 패션에 관한 책이면, 실용성을 위주로하든 지식을 위주로 하든 색깔은 있어야 할 터인데, 이 책의 색깔은 한 젊은 패션 종사자의 꾸질꾸질한 패션 에세이에 그치고 만다. 물론 글 재료의 대부분이 블로그에서 온 탓에, 더욱 신변잡기 및 감정 과잉의 단상이 많지만, 이 책은 보는 내내 하품과 눈살 찌푸림이 교차하는 내용이었다. 적어도 내겐, 스스로의 컴플렉스를 옷에 투영하는 한 젊은이의 일대기를 꾸역꾸역 듣고 있기는 솔직히 고역이었다.

중요한 질문 하나 하자. 대체 옷을 왜 입는가? 
몸을 가리기 위해? 기능을 보완하기 위해? 신분을 과시하기 위해? 짝짓기를 위해?

아마 여러가지 이유가 있고 그 혼합일 것이다. 사람따라 목적이 다르지만, 최소한 본말이 전도된 허영이 옷의 일반적인 모습은 아닐 것이다. 끊임없이 브랜드를 주워 삼키고 미세한 차이에 목숨 걸어 컬렉션을 이루는 패셔니스타의 세상은, 셀러브리티를 동경하는 자기만족적 소비에 불과하지 않을까 싶다.

물론, 내가 옷을 결코 잘 입는 사람은 아니고, 옷 입는 부분에 있어 전문 서적을 통해서도 배울 내용이 많이 있다. 그래서, 생소한 분야지만 즐거운 마음으로 책장을 들쳤다.

그러나, 한가지 분명한건 내가 옷을 입는 것은 TPO에 따라 목적이 뚜렷하다는 사실이다. 시각적, 정서적 메시지를 내기 위한 일관성에 치중한다. 그리고 내 사는 세계에서는 블링블링한 완전체 패션보다 신뢰감 있는 차림새에 포인트가 있는 정도면 패션 센스는 차고 넘친다는 사실. 

심지어 이런 일도 있다. 서울대 후배 하나가 국내 유수한 벤처 캐피탈에 지원했다가 떨어졌다. 나중에 그 VC 본부장인 파트너와 이야기하다 상세한 이유를 들었다. 꽤나 댄디한 그 후배의 차림새가 너무 깔끔하고 단정해서 아귀같은 그 세상과 안맞아 보여 CEO가 최종적으로 거부를 했다고 한다. 수긍은 안가지만 그런 세상도 있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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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용어에 너무 노여워 마시라는 의미에서... http://en.m.wikipedia.org/wiki/It_Bag

    어정쩡한 콩글리시는 아닌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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