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se selection'에 해당하는 글 2건

낮에 휴대전화가 울렸는데 미팅중이라서 전화를 못받았습니다. (사실은 전 미팅중에 오는 전화는 아주 급한 일 아니면 안받습니다.)
마침 물품 배송을 기다리던 중이라서, 그 전화인가 하면서 그렇게 잊고 있었는데 오후 늦게 다시 같은 번호가 울리더군요.

받아봤더니, 끄응.. 또 텔레마케팅입니다.
이 양반들이 대개 제일 바쁜시간에 전화통 잡고 보험 설명이니 대출한도 확대니 이런 이야기를 해대는 통에 늘 매정히 끊습니다만, 제 메인 카드사에서 온 전화이고 점잖게 시작을 해서 좀 들어주었습니다.
실은 어제 신용카드 재발급을 받았는데, 오후에 신청해서 다음날 점심때 퀵으로 왔습니다. 24시간도 채 안되었기에 카드사에게 무척 호의적인 마음이 들던 참이었습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크레딧케어'라는 서비스 소개입니다.
웃기는 것은 제가 사고가 나거나 해서 60일간 신용카드 결제를 못하는 경우 5천만원까지 결제를 면제해 준다고 합니다.
얼마를 내야하냐고 물으니, 결제액의 0.5%만 내면 된다고 합니다. 친절하게도 10만원 쓰면 5백원밖에 안되니 좋은거라고 계속 권합니다.

나.. 참.. 사람을 바보로 아는지, 아니면 서비스 만든 사람이나 전화를 시킨 사람이 상황파악 못하는 바보인지.

저 같은 경우, 소득공제 때문에 카드결제 가능한 모든 생활비를 카드로 결제합니다. 그리고 기왕이면 몰아주는 것이 마일리지나 대접면에서 낫기에 한 카드사를 메인으로 사용합니다. 물론 지불수단만 카드이기 때문에 다 일시불입니다. 그리고 이 카드사는 제가 계열사에 입사했던 10여년전에 만든 후부터 계속 써왔고, 지금까지 단 한차례의 연체도 없었습니다.

계산하기 쉽게 카드결제를 매월 200만원만 한다고 가정하면 유사시 두달치, 즉 400만원을 면제받기 위해 매달 1만원을 내야하는 게임을 하라는 것입니다. 과거 연체율 제로를 고려한 위험율을 감안하면 이렇게 황당스레 비싼 보험이 또 없지요.

결국 이런 시스템은 경제학에서 말하는 역선택(adverse selection)을 내재한 것입니다. 스스로 생각하기에 향후 연체할 확률이 일정수준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주로 이런 서비스에 관심이 많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관심이 적습니다. 이를 보상하기 위해서는 보험료가 높아져야하고 높아진 보험료는 더더욱 스스로 생각하기에 건전한 가입자를 몰아내는 효과를 가져옵니다.
이 게임의 룰은, 수익률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평소에 조금 쓰다가 몸이 안좋거나 결제를 못할 사정이 생길 무렵에 몇천만원을 긁어버리는 것이 최고입니다.
그렇지 않고 단지 보험들듯이 수락한 얌전한 보통사람들은, 이런 신용불량자들의 사고처리 비용을 꼬박꼬박 메꿔주기만 하는 것이지요.

더욱 치사한 것은, 위의 내용을 단지 말로만, 그것도 좋은 쪽으로 장황히 설명을 하고, 자세한 내용을 듣고 선택할 수는 없고 가입을 수락한 사람에게만 문서를 보내주겠다고 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명백한 우롱행위입니다. 대화는 분명 녹음되고 있을테고, 잘 이해못한 상태에서 좋은 면만 생각하고 예스라고 대답한 사람은 말도 안되는 서비스에 가입한 것을 나중에야 알 수 있으니까요. 꼭 거짓으로 사기를 치는 것만 나쁜 것은 아닙니다. 덕택에 요즘 물량공세와 속도전으로 제마음을 누그러뜨렸던 카드사는 다시 원래의 한심한 포지션으로 돌아갔습니다.

짧은 통화 시간에 이런 내용을 세세히 파악하기 힘들지라도, 우리나라의 정상적 사람들이라면 눈치로 '이거 뭔가 낌새가 수상하구나' 하고 짤깍 끊어버릴테니 선의의 피해자가 많지는 않겠지요. 그나마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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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Inuit
@inuit_k / CxO / Author ("가장 듣고 싶은 한마디 YES!") / Making better world, every minu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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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전 이 글 한참 보고서야 대충 내용을 알았는데 전화로 깨닫다니 대단합니다.
    머리가 나빠서가 아니라 카드를 안 써서라고 애써 자위하고 있습니다.
    • 글로 장황히 써서 그럴겁니다. 요즘 포스팅을 잘 안해서 그런지, 글이 주저리주저리 늘어지는 경향이 있네요. -_-
      그리고, 생활이 규모있게 되기 전까진 지금처럼 카드 사용을 자제하는 방식이 좋은겁니다. ^^
  2. 경제성공학을 배우면서 카드 사용의 현명한 방법을 잘 배웠던 기억이 납니다. 대학교 1년때였습니다. 학점은 B+ OTL;;;
    저런식으로 사람을 "낚는" 수법을 사용하는군요. 확실히 자세하게 듣지 않으면 괜찮겠지 하고 "보험처럼 가입"을 해버릴 위험이 있군요......
    요즘 카드신청을 무지무지 하고싶어 안달인데 이런글 보니 또 마음이 쑥 들어가버리네요. 확실히 경제활동을 활발히 하고 능력이 어느정도 된 다음에야 만들어서 현명하게 사용해야 하는게 카드인듯 싶습니다.
    • 오옷~ '경제 성공학' 이란 것도 가르치나보군요! ^^;

      궁금한 것이, 카드가 없으면 온라인 쇼핑이 불편하지 않나요? 결제확인에 시간이 걸릴듯한데..
  3. 오옷. 저는 저런 전화가 오면 자세히는 이해를 못해도 낌새로 -_- 수상하다 싶어 안합니다. 뭐든 복잡한건 안하는게 좋아요!>_<
  4. 텔레마케터가 뭘 설명하면, email이나 팩스로 자세한 설명 또는 브로셔를 보내달라고 합니다. 대부분의 경우 그럴 수 없다고 하더군요. 그럼 즐~ 하지요. ^^
    • 전 그냥 나직히 말합니다. '관심없습니다.'
      수율을 신경써야 하는 텔레마케터의 특성상 90%는 그냥 끊습니다.
      일부 의욕과잉 또는 눈치결핍인 분은 찐득이처럼 들러붙어 자기 말을 하려고 합니다. 그땐
      '제 전화번호 어떻게 아셨지요? 상급자 좀 바꿔주시겠어요?' 하면 바로 전화를 끊지요.
      여기까지 처리시간 약30초..
  5. 투입과 산출이 정확한 자본의 세계
secret

오늘 받은 광고메일이다.
서로의 인맥을 공유하여 인맥을 넓히는 "온라인 양방향 네트워크"라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즉 A라는 사람의 인맥 정보를 공유 약속이 된 B라는 사람이 접근할 수 있고 반대급부로 B의 인맥을 A에게 제공하는 것이다.
요즘같이 인맥의 중요성이 나날이 증가하는 시대에 부합하는 재미난 발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사업모델을 보고 좀 우려가 되는 부분이 좀 있었다.

1. 게임이론에 따른 cheating 가능성
1:1 인맥 교환의 상황상 상대의 중요 정보를 취하고 나의 중요 정보를 공개하지 않으면 이득이 된다고 판단할 수 있고, 양자는 똑같은 결론하에 중요하지 않은 정보를 공개할 유인이 있다. (게임이론을 아주 짧게 설명하면 cheating의 인센티브가 항상 유리하다고 모든 참여자가 판단하게 되어, 개인의 최적화가 시스템의 비최적화를 이루는 것이다.)

2. Lemon problem
위의 게임이 벌어지는 상황에서는 경제학에서 말하는 소위 "lemon problem"에 직면하게 된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중고차 시장인데, 연식과 차종에 따라 공정 가격이 매겨지면 그 가격보다 비싼 차 (좋은차)는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 중고차 시장에 팔지 않고, 그 가격보다 낮은 차(숨은 결함이 있는 차)만 중고시장에 나오게 되고, 이는 시장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져 가격의 신뢰성을 잃고 거래 기능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imperfect information이 주 요인이다.)
즉, 모든 사람이 상대로부터 얻는 인맥 정보가 별볼일 없을 것이라는 상황을 예측하게 되면 더이상 인맥공유 시스템에 참여하지 않게 된다.

3. Network effect에 의한 파국
이러한 지식 집중형 모델의 핵심은 네트웍 효과이다. 즉 참여자가 많을수록 정보의 양과 질이 우수해져서 새로운 참여자가 자발적으로 참여하면서 기하급수적인 가입자 증가로 critical mass를 통과하여 수익과 서비스가 안정적으로 되는 것이다. (제일 대표적인 예로 MMORPG를 생각하면 된다.)
그러나 negative network effect를 타면 그 반대의 결과로 참여자가 적어 쓸만한 정보가 없고 이로 인해 가입자가 속속 이탈하게 되어 결국 썰렁한 서비스가 되어 버린다. (무수한 예가 있지만 아이러브스쿨만큼 드라마틱한 것이 또 있을까. 내 고교 동창이 사장이었지만. -_-)

결국 이러한 사업모델은 아이디어의 참신성과 마케팅만으로는 지속가능하지 않을 수 있으며, 이를 보완하기 위한 정교한 메커니즘이 필요하다. 모쪼록 참신한 아이디어가 좋은 사업결과로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이다.

(내부를 들여다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과연 안면없이 전화번호와 이메일 등 주소록 수준의 데이터만 가지고 효과적인 인맥이 될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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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uit
@inuit_k / CxO / Author ("가장 듣고 싶은 한마디 YES!") / Making better world, every minu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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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제 이글루에 오셨기에 왠 기인이신가 했는데... 수준이 그저 부럽네요 ㅜ.ㅜ<br />
    저도 졸업하고 사회 나가서 이렇게 살아갈 수 있을지... (지금은 병역특례중...)<br />
    <br />
    위 글은 확실히 공감갑니다. 하지만 잠시라도 저 그림만 보고 고개를 끄덕거렸는데 광고의 힘(구라빨?)이란 정말 무섭다는 생각이 새삼 듭니다. 그리고 저 아이템은 성공 여부를 떠나 타인의 정보를 함부로 넘긴다는 게 도덕적으로 정당화 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사회가 워낙 인맥국가이긴 하지만 이런 사업까지 등장하는 건 좀 씁쓸하네요.<!-- <homepage>http://seires.egloos.com</homepage> -->
  2. 서로가 합의하에 교환한다면 문제가 없을 수 있습니다만, 전체 모델의 "도덕성"은 생각해 볼 가치가 있겠네요. <br />
    <br />
    춘향이 글은 허락을 받았다는 가정하에서 퍼왔습니다. 원하지 않으시면 말씀해 주세요. ^^
  3. 공터 공원 공용....과연 나 아닌 이웃을 위하여 스스로의 숨겨진 얼굴을 내보일 수 있는지가 먼저 궁금해집니다...어쩐지 먼나라의 이야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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