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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ck Sousanis

가치와 가격

어떤 커스텀 공예품을 온라인으로 구매하려 창작자와 이야기한 적이 있다. 컨셉은 좋았지만 포트폴리오를 보니 솜씨는 별로였. 그래도 맞춤이라 진행을 하고자 했는데, 가격이 깜짝 놀랄만했다. 그런데 작가는 작품을 만드는데 드는 시간과 "기대적" 임률을 이야기하며 결코 비싼 것이 아니라 강변했다. 창작자의 노고는 분명 존중받아야 하지만 세상엔 대체품이 많다. 그래서 가격과 가치는 같이 가기도 따로 가기도 하는거다.


(Title) Unflattening


기대가 컸다

최초이자 아마 유일할, 만화 형식의 논문. 수학 전공자가 컬럼비아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화제의 ..

이라고 해서 기대를 많이 했다.

 

기대가 너무 컸다

카피 라인에 기댄 내 기대는 너무도 컸나 보다. 텍스트를 넘어 비주얼로 생각의 지평을 넓히든, 고정관념을 깨든, 통섭적 지식을 새끈하게 프리젠테이션 하든 어떤 지적 자극이나 충격을 기대했던 마음은 하나도 채워지지 않았다. 단지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일게다.

 

그래픽 논문의 강점

물론, 일반적인 책의 맥락과는 다르다. 텍스트의 시녀인 삽화로서의 그래픽이 아닌 글과 그림이 상호작용하는 효과는 현란하고 자기보완적이다.

 

이렇게 생긴 목차를 봤을 열광했고,


이런 비선형적 레이아웃은 압권이다.


후각과 시간이 중첩되는 공감각적 표현을 글로 하자면 얼마나 힘들까.

몇몇 장면은 눈을 사로잡고, 상상을 자극했다. 글로만 이루기엔 쉽지 않은 사고의 지평을 보여줄 있는 성능 확실했.

 

만화와 인문학의 샌드위치

그런데 어중간하다. 글쟁이가 넘쳐나고 크리에이티브가 서로 잡아먹을듯 경쟁하는 시대다. 그래픽 노블이니 이런 수식어는 사양하고도 자체로 힘이 넘쳐나고 지혜를 흩뿌리는 만화 작품이 많다. 텍스트만로도 신나게 상상을 자극하는 글들이 많다. 페르페티 사례일 뿐이고.

 

의미

이쯤되면 이런 컨텐츠의 존재적 의미는 작품 내부가 아닌 외부에서 찾아야 할테다. 용기다. 말많고 탈많은 아카데미아에서 이런 파격을 시도했다는 점은 분명 의미와 용도가 있다. 마치 데미안 허스트의 상어 (살아있는 자의 마음속에 있는 죽음의 육체적 불가능성: The Physical Impossibility of Death in the Mind of Someone Living) 가치는 선구성에 있듯.

 

단조로움??

사실 책을 읽으며 가장 마음에 들었던건 번역이다. Flatness 차원적으로 막혀있는 사고를 비유한 개념이다. 그래서 제목도 unflattening이다. 이걸 '단조로움'으로 번역했다. 어이가 없어 턱이 빠질뻔 했다.

어이없어 하는지 잠깐만 짚자. 책의 착안 포인트는 애니메이션 플랫랜드다. (유튜브에 찾으면 여럿 나온다) 2차원 세상에선 어떻게 설명해도 3차원을 이해 못한다. 마찬가지로 3차원 세상에선 4차원을 이해 못한다. 단순한 진리를 애니메이션으로 그리고 비주얼로 훌륭히 표현했다. 플랫랜드에 기대어 수재니스는 주장한다. 차원적 사고에서 벗어나야 창의를 발휘한다고. 동의한다. 근데 그게 단조로움이라고? '단조로움'을 벗어나면 창의적이라고? 진짜로?

 

Inuit Points ★★★

다시 처음의 커스텀 공예품 이야기를 돌이켜 보자. Flatness 극복하면 창조가 보인다는 말을 전하려 저만큼 지면을 펜으로 긁어대야 했을까. 이렇게 한땀한땀 만든 작품이니 당연히 대단하다 생각한다면, '그건 over-do'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테다.

솔직히 책은 나랑 맞는다. 그래서 최소한 지인에겐 추천 하겠다. 필요가 있든, 만화의 의미적 확장에 관심이 있다면 만하다. 하지만 한달에 한권 읽기 버거운 삶이라면 굳이 읽어야 할까 싶다. 차라리 살 돈을 웹툰에 유료 결제하라. 그게 당신 삶에 긍정적 return으로 되갚아질지도 모를 일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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