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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과의 제주 자전거 일주: Day 2 본문

日常/Project L

아들과의 제주 자전거 일주: Day 2

Inuit 2016. 11. 4. 17:30

첫날의 고생으로 얼추 반은 왔지만 앞길도 만만치 않습니다.

오늘의 목표는 성산까지 80km를 주파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해 떨어지기 전에' 가는게 둘째 목표지요. 

아침을 든든히 먹고 다시 길을 떠납니다.

중문에서 출발해 서귀포 지나 20km 지점의 법환바당이 첫째 타겟입니다.

오늘은 무슨 일이 생길까 걱정하려는 찰나, 바로 꽈당 넘어졌습니다.

실은 살짝 굴렀는데, 바닥이 뾰족한 돌이라 상처는 의외로 깊습니다. 몇년을 스크래치 하나 없던 사이클 바지가 찢어지고 손가락과 무릎이 까져버렸습니다.

법환바당까지는 짧은 거리라, 내심 아침 먹고 슉 갈거라 생각했지만 길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습니다. 

서귀포 지나는 동안 업힐이 많이 나와 아침부터 힘을 소진하고 끌바도 종종 했습니다.

하지만 감탄사가 나오는 아름다운 해안도로가 그나마 힘을 내게 해줍니다.

한시간 반 가량 걸려 법환바당 포스트에 도착.

길모퉁이에 숨어 있어 저는 지나쳤고 아들이 뒤에서 발견하고 불러세워 겨우 도착했습니다. 무인 포스트에서 스탬프를 찍는데 잉크가 말라버렸습니다. 식수를 부어 겨우 희미한 도장을 찍었습니다.

다음은 약 15km 구간을 달려 나오는 쇠소깍을 향해 갑니다.

중간중간 현무암 돌담길이 아름다운 마을도 지나고, 그림같은 풍경의 해안도로를 기분좋게 달립니다. 힘은 무척 듭니다.

드디어 쇠소깍 포스트 도착.

정오 무렵 잘 도착했습니다. 생각보다 힘이 들어 원래 계획보다 한시간은 늦은 셈입니다.

쇠소깍은 강과 바다가 만나는 지점인데 그 풍경이 참 좋습니다. 전에 가족 여행 왔을 때도 좋아했던 곳인데, 다시 봐도 기분 상쾌합니다.

쇠소깍에서 좀 쉬고 풍경도 감상하다 다시 출발. 

이제 표선까지 약 30km 구간이 오늘의 고비입니다. 표선에 늦게 도착하면 다시 성산까지 시간에 쫒겨 라이딩을 해야 합니다. 동쪽 해안이 그나마 평탄하다는데 희망을 겁니다. 업힐 수두룩하면 또 시간이 지체될 것이라 걱정만 낙관반입니다.

표선 가기 전 남원 마을에 미리 봐둔 식당에서 점심을 합니다.

바다 마을 답게 전복을 국수처럼 썰어 물회를 만든 메뉴가 기가 막힙니다. 옥돔은 언제 먹어도 맛이 좋습니다.

식사 후 남원 포구의 평화로운 풍경을 보며 가볍게 산책을 합니다. 마음 같아서는 몇시간이고 머무르고 싶은 조용하고 아름다운 항구입니다.

남원에서 표선 가는 길은 다행히 순조롭습니다. 

여섯번째 포스트인 표선해변에 계획대로 잘 도착했습니다.

표선 해비치 해변은 엄청난 규모의 모래밭을 자랑합니다. 모래도 고와 한참을 놀고 싶은 생각입니다.

하지만 해떨어지기 전에 성산까지 가야하므로 초코바 하나 먹고 다시 페달을 밟습니다.

힘이 떨어졌는지, 평속이 좀 느려지긴 했지만 해떨어지기 직전 성산의 숙소에 도착했습니다.

다리는 남의 다리 같고 까진 곳은 쓰리지만, 그래도 오늘의 목표를 큰 탈 없이 달성해 기분이 매우 좋습니다.

아이가 제주가면 먹고 싶어하던 흑돼지게 오늘 저녁 메뉴입니다.

이번 여행 유일하게 실패한 식사입니다.

맛은 좋았지만, 관광객 상대의 집이라 가격이 비쌉니다. 맛은 그냥 서울에서도 살 수 있는 질 좋은 돼지고기 정도. 매번 환상적인 식사만 하다 평범하니 실망이 더 큰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이렇게 약 80km 질주한 이틀째 라이딩을 마쳤습니다.

3일차 라이딩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