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Soccer
아름다운 축구
Inuit
2011. 9. 25. 14:32
테헤란의 잠못 이루는 여성들
혹시 '오프사이드'란 영화 보셨나요? 2006년 이란 영화입니다. 전 EBS 채널에서 우연히 보게 되었다가 그 미묘한 매력에 끝까지 보았고, 생각지도 않은 감동에 휩싸였던 기억이 있습니다.
혹시 '오프사이드'란 영화 보셨나요? 2006년 이란 영화입니다. 전 EBS 채널에서 우연히 보게 되었다가 그 미묘한 매력에 끝까지 보았고, 생각지도 않은 감동에 휩싸였던 기억이 있습니다.
영화는 무슬림의 독특한 문화에서 출발합니다. 여성은 축구장에 들어올 수 없다는 법 때문에 축구를 좋아하는 열혈 여성 팬들이 경기장 침입을 시도합니다. 남장을 하거나 몰래 들어가는 방식이지요. 여기까지는 의례적인 상상이 됩니다만, 영화는 그 스토리텔링이 치밀하고 정서적입니다.
무척 인상깊었던 것은, 집에서 중계로 봐도 충분한 것을 법규를 어겨가며 현장에서 보는 여성 팬의 그 강렬한 팬심입니다. 잡혀서 보호구역에서 중계를 들을지라도 현장에서 느끼는 감흥을 중시하는 신세대의 정서와 닿아 있습니다.
또한 여성을 단순히 하대하지 않고 보호한다는 측면에서 격리하려는 경비병들의 미묘한 심경들이, 밖에서 보기에 원시적이라는 생각이 드는 이슬람의 문화와도 다른 색깔이 있었습니다.
영화는 경기의 승리와 함께 개개인의 스토리가 하나로 융화되며 승리를 만끽하는 결론으로 나아갑니다. 그 과정이 우리나라 예전 영화를 보듯 다소 시대적 전이는 있지만 보편적 정서는 통합니다. 그리고 축구라는 강력한 매개체가 갖는 나라안, 나라 밖의 대단한 유대감에 대해 생각할 기회였기도 합니다.
만일 무슬림 나라에서 아예 여자만 축구를 본다면 어떤 일이 생길까요? 그 전용공간에서 해방의 느낌은 어떤 영향이 있을까요. 여성의 섬세하고 부드러운 면은 축구의 남성적이고 거친 면과 어떤 조화를 이룰까요. 모양이 잘 보이지는 않으나, 재미난 상상입니다.
그런데, 앞서 소개한 '오프사이드'보다 더 드라마틱하고 블락버스터 같은 일이 며칠 전 터키에서 생겼습니다.
그런데, 앞서 소개한 '오프사이드'보다 더 드라마틱하고 블락버스터 같은 일이 며칠 전 터키에서 생겼습니다.
미친 더비, 이스탄불
먼저 이해해야할 상황이 있습니다. 흔히 축구는 전쟁이라고 하지만, 대개 수사학적 표현이지요. 하지만 직유적인 '전쟁 축구'가 있습니다. 바로 이스탄불 더비입니다. 갈라타사라이와 페네르바체의 경기가 있는 날엔 화염과 투석이 경기장에 난입하는 지경입니다.
사건 사고가 잦은 페네르바체 팬들은 지난 7월 샤흐타르 도네츠크와 평가전에서 경기장 침입으로 인해 무관중 경기라는 징계를 받게 되었습니다.
기발한 해석, 기발한 징계
여기까진 흔히 보는 훌리건들과 징계인데, 터키 축구협회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냅니다. 즉, 훌리건 짓은 못된 성인 남성이지 다른 축구팬은 죄가 없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어린이 날을 맞이해 여성과 12세 이하 어린이에 한해 무료 입장을 시켰습니다.
결국, 여성 관중만 입장하는 희귀한 경기가 되었지요. 그 결과는 어땠을까요?
남성팬보다 더 열정적이지만, 경기와 응원 자체를 즐기는 아름다운 축구장이 되었습니다. 실제로 경기 전에 축구공 대신 꽃을 관중석에 던져주기도 했다지요.
선수들도 무관중 속에서 힘겹게 뛰기보다 오히려 더 힘나고 즐거웠을겁니다. 또한 여성들도 남자들 없는 속에서 마음껏 열기를 발산하고 독특한 즐거움을 얻었겠지요. 터키 축구협회의 결정이 이렇게 영화보다 더 드라마틱한 스토리를 만들었습니다. 물론 엄청난 이스탄불의 축구 열기가 뒷받침된 결과기도 하지만요.
스포츠는 살아있다. 그리고 아름답다
무슬림이란 입장에서는, 앞서 말한 이란보다 훨씬 세속화된 터키입니다. 하지만 전 이런 유연한 사고가 더 마음에 듭니다. 우리나라 축구협회라면 이런 재미나고 혁신적인 발상과 실행이 가능했을까요? 멀지않아 우리나라에서도 재미난 축구, 재미난 스포츠 이벤트, 흥미로운 스토리가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저 또한 가을 하늘 속에서, 복귀한 김정우 선수의 실력 점검도 할겸 아내와 축구장을 찾아 갑니다.
저 또한 가을 하늘 속에서, 복귀한 김정우 선수의 실력 점검도 할겸 아내와 축구장을 찾아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