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사랑인줄 알았는데 부정맥
Inuit
2024. 5. 6. 07:27
1️⃣ 한줄 평
슬프다, 미소짓다, 허공을 본다.
♓ Inuit Points ★★★☆☆
제목이 강렬해서 유명해진 책입니다. 한줄로 책을 정확히 보여주는 최고의 제목이기도 합니다. 실버 센류라는 장르가 되어버린, 노년의 짧은 시들입니다. 시니까 짧아도 여운이 남고, 노년의 지혜라 슬픈데 미소가 납니다. 별셋 주었습니다.
❤️ To whom it matters
- 따뜻하고 가벼운 책 선물 고르는 분
- 어버이날, 스승의 날 선물
- 내가 이제 슬슬 노안이다 싶은 사람
🎢 Stories Related
- 책은 일본에서 유명한 시리즈라고 합니다.
- 2010년 일본 실버타운 협회에서 센류 형식의 짧은 시 공모를 받는데 11만 수나 응모할 정도로 대박이었다 해요
- 이후로도 몇번 더 공모를 진행했나 봅니다
- 센류(川柳)는 5-7-5 형식의 매우 짧은 시입니다. 하이쿠보다 형식적으로 유연해, 인간세상을 읊습니다.
- 이지수 번역가가 하루키 덕후로 유명한데, 575 운문을 우리말로도 맛깔나게 잘 번역했습니다.
사단법인 전국유료실버타운협회
🗨️ 좀 더 자세한 이야기
전 한달에 한번 규칙적으로 이발을 합니다. 그러다보니 이발 횟수로 세월을 감각하는 습관이 있어요. 앞으로 네번 더 깎으면 여행 가는구나, 23번 더 깎으면 계약이 끝나는구나..
나이가 쌓여가며 세월의 감각, 인간관계의 감각, 사물의 인지 감각이 서서히 변합니다. 날카로와지거나 둔해지거나 뒤틀리죠. 하지만 필연적인 열화는 아닙니다.
책의 미덕도 그 부분입니다. 노년의 삶이 죽음으로 가는 마지막 여정이란 생각, 그래서 우울하리라는 상상을 전복합니다. 실버 센류 작가들이 정제한 말은 흥미롭습니다. 불편할지언정 불구하진 않고, 슬퍼도 견딜만 하다는 점, 겉은 늙어도 마음은 젊은 시절 그대로입니다.
읽다보면, 살짝 눈이 촉촉해지다 피식 웃게도 됩니다. 책장 덮고 나면 기분이 한결 밝아집니다.
제가 좋아했던 몇 편을 남겨봅니다.
LED 전구 다쓸 때까지 남지 않은 나의 수명.
국민연금 부양가족에 넣고 싶다, 개랑 고양이.
물 온도 괜찮냐고 자꾸 묻지 마라. 나는 무사하다.
만보기 숫자 절반 이상이 물건 찾기
남은 날 있다고 생각하며 줄 서는 복권 가게 앞
눈에는 모기를, 귀에는 매미를 기르고 있다
생겼습니다 노인회의 청년부
할멈, 개한테 주는 사랑 나한테도 좀 주구려
「젊어 보이시네요」 그 한 마디에 모자 벗을 기회 놓쳤다
자, 출전이다. 안경 보청기 틀니 챙겨라
똑같은 푸념 진지하게 듣는 건 오직 개뿐
정년이다 지금부턴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해야지
자기소개, 취미와 지병을 하나씩 말한다
심란하구나, 손주가 보고 좋아하는 구급차
홀딱 반했던 보조개도 지금은 주름 속
손을 잡는다. 옛날에는 데이트, 지금은 부축
이 나이쯤 되면 재채기 한 번에도 목숨을 건다
오랜만에 보는 얼굴 고인이 연 이어주는 장례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