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의 맛
1️⃣ 한줄 평
요리로 치면 조미료 대백과. 레시피 아님 주의!
♓ Inuit Points ★★☆☆☆
저자는 언어 장인입니다. 중세 이후 영어의 수사적 기법을 알뜰히 적었습니다. 단순 설명을 넘어, 풍부한 예문도 모자라, 각 기법을 활용해 설명합니다. 덕분에 수사학이 어떤 의미인지, 왜 지금은 덜 중요하게 여겨지는지 어렴풋이 깨달았습니다. 다만, 영어란 한계가 있습니다. 원문은 박물관에 보관할만큼 명문인데, 번역한 내용이란게 한글 독자와 필자에겐 썩 닿지 않습니다. 회수를 건넌 귤이라 아쉽습니다. 별 둘 주었습니다.
❤️ To whom it matters
- 미문의 공식이 궁금한 분
- 중세 영문을 집중적으로 다뤄야 하는 분
- 세상 쓸모 없는 것에 관심 많은 분(=that's me)
🎢 Stories Related
- 회수를 건넌 귤이라고 했지만, 옮겨 심은 사람은 최고의 솜씨입니다.
- 거의 번역 불가능한 내용을 기어코 번역했고, 언어 구조상 통하지 않는 것 빼곤 온전히 전했습니다.
- 본문에 좀 적겠지만 수사학 기법은 라틴어로 명명되었고 그걸 번역한 한자도 거의 처음 듣는게 많습니다.
- 번역자 말로는, '모르는 것을 다른 모르는것으로 대체'한 바와 같다고 할 정도입니다.
- 각 챕터를 해당 수사학으로 적는 것도 쉽지 않은데, 마지막 문장은 해당 챕터와 다음 챕터의 수사학이 함께 들어있는 예문을 사용하는게 압권입니다.
- 그리스 로마의 수사학은 범위가 넓습니다. 논쟁, 증명, 개념의 창안, 암기, 연설, 손동작까지.
- 책은 이 중에서 문장적 수사학에 국한하여 정리했습니다.
The elements of eloquence: How to turn the perfect english phrase
Mark Forsyth, 2013
🗨️ 좀 더 자세한 이야기
책에는 총 39개의 수사학을 다룹니다.
이중 15개는 영어 고유의 표현이라 우리말에선 쓸 일이 별로 없습니다.
영어 음운적 수사학
1 두운 Alliteration: 같은 자음으로 시작
2 동어 이형 Polyptoton: 다르게 반복 Please please me.
15 결구반복 Epistrophe: 라임
21 작시법에 대한 여담 Versification: 영단어의 음운과 강세 이용하여 리듬 주기
25 유운 Assonance: 유사한 어감 Love and Prove
영단어나 문법을 활용한 수사학
10 도미문 Periodic Sentence: 길고 긴 문장
11 접속법 연속문장 Hypotaxis, parataxis, polysyndeton, Asysndeton
14 2사1의 Hendiadys: I'm going to the noise and the city
18 겸용법 Syllepsis: make love, not war
20 문법파괴 Enallage
22 액어법 Zeugma: 앞에 동사 하나, 이후로 명사들만 (로마식)
27 오어법 Catachresis: 충격적으로 틀림. I speak daggers to her.
30 전이 형용어 Transferred Epithets: 인간->환경,사물 clumsy helmet, weary way
31 용어법 Pleonasm: 군말법. 역전앞
36 예변법 Prolepsis 대명사로 강렬하게 시작
우리말에서도 활용은 가능하지만, 타격감은 크지 않을 수사학은 8개입니다.
4 양극총칭 Meriem: 신사숙녀 여러분
5 과시적 양극총칭 The blazon: 아주 많이 나열 (묘사 상상 리듬)
7 돈절법 Aposiopesis: 말줄임...
8 전치법 Hyperbation: 요다처럼 말하기. 영어 음운적 되풀이는 I-A-O
16 삼항구 Tricolon: 세가지로 정리. (2는 지루, 4는 혼란)
19 등위구문 Isocolon: 나비처럼 날아, 벌처럼 쏜다
28 곡언법 Litotes: 사교의 언어. 사전 교감 필요. 웅장하지 못한 돌려말하기
32 첫결반복 Epanalepsis: 시작한 어구로 끝내기
잘 익혀두면 쓸모있는 수사학적 기법은 16개입니다.
3 대조법 Antithesis: X는 Y다. X가 아니면 Y가 아니다. 할줄알면 한다. 할줄 모르면 가르친다.
6 공감각 Synaesthesia: 그녀가 풍기는 냄새는 달빛에 비친 타지마할 같았다.
9 전사반복 Anadiplosis: 두려움은 분노를 낳고, 분노는 증오를 낳고, 증오는 고통을 낳고.
12 띄어 반복하기 Diacope: 본드, 제임스 본드
13 수사적 질문 Rhetoric questions
17 반복법 Epizeuxis 반복반복반복
23 역설 Paradox: 살짝 비틀어 놀래킴. 두가지 비극이 있다.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는것, 원하는 것을 얻는것.
24 교차법 Chiasmus: 대칭. Me for you, you for me.
26 14번째 규칙 the 14th rule: 특정한 숫자를 거론. 수비학적 재미. 신선
29 환유와 제유 Metonymy & Synecdoche: 환유= 물리적 속성 전이(다우닝 가), 제유 = 부분을 클로즈업
33 의인법 Personification: 질투는 녹색눈을 가진 괴물
34 과장법 Hyperbole
35 불능법 Adynation: 과장의 극단
37 집적법 Congeries: 끝없는 나열. 엄용수처럼.
38 동사없는 문장 Scesis Onomation: 런던.
39 첫구반복 Anaphora: 우리는.. 우리는.. 우리는..
수사학(rhetoric)이 그리스 로마에서 꽃을 피운 후, 중세 셰익스피어 같은 문호의 필살기였습니다. 이내 수사학은 쾌락적 글쓰기의 범주로 떨어지고, 낭만주의 문학가들에게 교살당하죠. 하지만, "수사학에는 전쟁을, 문장에는 평화를"이라며 수사학을 질타한 위고의 문장 자체가 수사학적 기법으로 적혔다는데서 보듯, 관성으로 묵직해진 수레바퀴를 느낍니다.
조미료만으로 요리가 되지 않듯, 수사학이 문장을 지탱하진 못합니다. 하지만 적당한 조미료가 음식을 맛내듯, 수사학이 진가를 발휘하면 훨씬 설득력 있고, 전달의 파급효과가 큰 문장이 나타나지요.
수사학이 현대에서 그리 높은 지위를 차지하지 못하는 이유도 짐작갑니다. 왜냐면 로마 수사학은 연설에 최적화된 언어 기법이니까요. 첫문장이든 각운이든 리듬을 살려 청자의 주의를 끕니다. 또는 대조와 반복을 통해 자막없이도 이야기를 쫓아가기 쉽습니다. 게다가, 의인, 환유, 제유, 공감각을 통해 스토리를 시각화하고 생동감을 불어넣기도 합니다.
자연, 현대 미디어에서 수사학이 뒷켠으로 밀려나는듯 합니다. 긴 연설을 억지로 따라갈만한 컨텐츠란게 적으니까요. 영상처럼 시각의 지원을 훌륭히 받고, 캡션이란 문자적 보조까지 무장했으니, 오디오는 뉘앙스가 실린각주가 되었으니까요. 더우기 문장은 읽는 사람이 거의 없으니, 랩이 묵묵히 음성적 수사학의 전통을 이어가려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