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Soccer
지성 찬가
Inuit
2010. 3. 20. 23:07
일이 늦게 끝난 금요일.
축덕이신 아드님께서 기분이 축축합니다. 올 시즌 4연승을 달리는 성남 일화가 전북 원정 경기에서 아쉽게 비겼나 봅니다. 1:0으로 다 이겼나 생각했던 게임이, 심판이 인저리 타임 8분을 더 주는 것도 부족해 석연치 않은 골문앞 파울을 선언했다고 합니다. 결국 프리킥으로 동점골을 허용해 무실점 연승 행진이 일단 멈추게 되었습니다. 작년 플레이 오프 때도 성남 일화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던 이영철 심판이 이 날도 옐로 카드 6장을 남발했다니 성남 팬 입장에선 좀 아쉬울만 했겠지요.
하지만, 그게 축구를 비롯한 스포츠의 역할 아닌가 싶습니다. 항상 모든 것이 합리적이고 이해가능하게만 진행되지 않는게 인생이란걸 배우고, 더 나아가 그런 불확실성 하에서도 목표를 달성하는 결과 중심적 준비의 마음가짐이지요. 제가 아들을 축구 클럽에 가입시킨 이유도 그랬습니다.
이성적으로 아무리 말해도, 축구는 묘하게 팬들의 감정이입이 심한 종목 같습니다. 선수와 같이 기뻐하고, 숨가빠하고 좌절하는.. 같은 맥락에서 EPL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기사를 읽다가 재미난 사실을 알았습니다.
Don't sell my Park,
My Ji-Sung Park,
I just don't think you understand.
And if you sell my Park,
My Ji-Sung Park,
You're gonna have a riot on you're hands!
박지성을 팔면 폭동이 일어날거란 가사 내용입니다.
박지성을 팔면 폭동이 일어날거란 가사 내용입니다.
내용은 섬찟하지만, 단순한 멜로디와 직설적인 가사가 응원가에 딱입니다. (볼륨 주의하세요. ^^)
실제로도, 거나하게 한잔하면서 놀기 좋은 노래지요. 이 광경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합니다. 박지성 선수가 잘한다 해도 루니 정도 중량감의 선수는 아니지요. 게다가 외국인 선수까지 배정되는 응원가(chant)가 있다는게 신기하고, 그런 응원문화가 어떻게 보면 부럽습니다. 박지성 선수도 스스로 뿌듯하겠지요.
이번 응원가는 듣다 보면 묘한 중독성이 생깁니다. 이전 응원가는, 리버풀 디스(diss)하는 내용이라 곁다리로 한국에서 개고기 먹는 내용이 들어가 논란이 있었습니다만, 그 개고기 송보다 이 노래가 더 친근하고 즐겁습니다. 흘러간 유명한 팝송이라서 그렇긴 합니다만, 에일(ale)이 가진 막강한 친화력도 한몫 하지요. 화면 건너까지 시끌벅적 퀴퀴한 주향을 풍겨댑니다.
마지막으로 큐티 버전 박지성 챈트를 소개합니다.
듣다보면, 축구가 얽어대는 전지구적 인연과 감성에 은은한 감동을 느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