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말했듯 제 아들은 운동권입니다.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 아이들은 실컷 뛰어 노는게 공부라고 믿어서입니다. 뇌의 형성과정을 보면, 몸의 성장과 컨트롤에서 형성되는 창의성, 게임을 통한 사회지능 등이 중요합니다. 

둘째, 아무래도 요즘 아이들이 집에서 귀하게 자라기 때문에, 기왕이면 팀 스포츠를 시키기로 했습니다. 리더가 되려면 꼭 배워야할 과정입니다. 세상에는 나 혼자 못하는 일이 있다는 점, 내 하고픈대로 하기 보다 서로 양보하고 도와야 팀으로 이긴다는 점을 배우는건 매우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유럽도 귀족일수록 축구, 폴로, 조정 등 팀 경기를 많이 하지요.

마지막, 체격은 클 때 커줘야 합니다. 공부는 나중에 해도 안 늦습니다.

* * *
낮에, 분당지역 축구 클럽들이 다 모여 경기를 했습니다. 


아들 팀은 곁에서 보니 팀웍이 참 좋더군요. 경기 중이나 경기 끝나고, 계속 서로에게 이야기해줍니다. "그때 이렇게 했던거 참 좋았다. 다음엔 이렇게 해보자." 등등. 경기 결과가 안 좋으면 어린 마음에 네 탓하고 비난하기 쉬운데, 안 그랬습니다. 겅호의 기러기들 같이 장합니다. 그러다보니 볼에 대한 집중력이 대단했지요. 수비가 안정되어 예선을 무실점, 무패로 통과했습니다.


아들 축구하는거 안본것도 아닌데, 정말 눈부셨습니다. 제가 봐도 깜짝 놀랄 정도였습니다. 수비형 미드필더로서 한번도 공격수를 놓치지 않았고, 적절한 어시스트로 공격의 숨통을 틔워 주었습니다.


골 넣고 좋아하는 모습이 부모들 마음까지 환했습니다.


드디어 준결승.  상대조 1위이자 매 대회 우승팀은 강했습니다. 아들 팀이 선취골을 넣었지만, 선수가 부족해 골키퍼에 약점이 있는걸 간파 당한 후 중거리 슛 세개로 역전패. 통한의 세번 째 슛 장면입니다.


아이들은 몸으로 막고, 다리가 부서져라 그라운드를 뛰었지만 시간은 부족했습니다.


경기 종료. 자기 잘못도 아닌데 고개를 푹 수그린 아들의 모습이 짠합니다.

결정적 영향이 있지는 않았지만, 심판의 판정이 어설프다 보니 아이들은 섭섭하기 그지 없습니다. 진걸로도 서운한데 심판만 원망하는 아이도 많았지요. 몇 명은 눈물이 그렁그렁 했습니다. 그러다보니, 메달수여식이 손기정 선수 시대와 같은 무거운 느낌입니다.

Boys will be boys.
성남 구단의 포토존에서 사진 찍고 마무리 했습니다. 
아이답게 금방 툴툴 털고 평소의 쾌활한 모습들로 돌아갔습니다. 

* * *

하루에 치러지는 대회인줄 모르고, 달랑 한경기라 생각하고 나선 길입니다. 예선에 준결승까지 해가 지도록 경기를 치렀고, 아빠는 하루가 모래알처럼 스러져갔지만 마음은 흡족하기 그지 없습니다. 
막내 노릇 톡톡히하던 아이가 그라운드에 서니, 사자처럼 용맹하고, 준마처럼 빨랐고, 꿀벌처럼 팀을 위해 헌신하는 모습을 봤기 때문입니다. 

아들아, 잘 달렸다. 수고했다. 자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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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아들아, 즐겨라

    Tracked from SerendipitY Of AmotiD 2009/05/11 17:48  삭제

    5월 5일 어린이날은 챙기던 울집 느림보(큰아이)가 8일 어버이날은 까묵었나 보다...쩝~~ 자기 운동회날이다고 아침부터 부산을 떨더니...흑흑~~(유치원 다닐때는 종이로 만든 카네이션이라도 받아봤는데....) 잠깐 작년 첫 운동회가 생각이 난다. 운동회가 뭔지도 모르는 8살짜리 꼬마가 기대에 부풀어 전날부터 '아빠도 올거지?, 아빠도 올거지?'를 반복하던 모습이 생각난다. 올해는 씩씩하게 작년 우울한 운동회 보다 잼있게 보내길 기대해본다. 아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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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Dexter 2009/05/11 00:3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릴 땐 운동이 혈액순환을 도와서 뇌 발달에 도움이 된다고 하더라구요

    저도 운동 좀 해야 할 텐데 말이죠 -.-;;

    (덧. 텍스트큐브를 로그인했더니 댓글달기가 바뀌는군요...;;)

    • BlogIcon Inuit 2009/05/11 10:31  댓글주소  수정/삭제

      티스토리끼리도 아마 그렇지요.
      로그인하면 편하게 되어 있을겁니다.

      공부만 파지 말고 운동도 하세요. ^^

  2. BlogIcon wafe 2009/05/11 01:2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른들도 적절한 운동이 뇌의 활동을 자극한다고 하더군요. 저도 운동 좀 해야되는데 ^^;

  3. BlogIcon 컴속의 나 2009/05/11 01:5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이지 아이들은 뛰어 노는 것이 바로 공부인 것 같습니다. 육체적인, 특히 뇌의 성장이 마침내는 공부와 연결이 되는 것이겠죠. 정말 모범적인 부모님이시네요^^
    좋은 글 배우고 감동먹고 갑니다.
    새로운 한 주 즐겁게 맞으시기 바랍니다^^

  4. BlogIcon 엘윙 2009/05/11 08:3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유니폼의 세로줄무늬때문인가요. 상대팀 선수들이 덩치가 더 커보이네요.TV에서 봤는데 성취감을 느끼는 것이 아이들에게 매우 중요하다고 합니다. 이번에 준우승이니 다음엔 우승이라는 목표가 생겼네요 ^^

    • BlogIcon Inuit 2009/05/11 10:34  댓글주소  수정/삭제

      키는 큰 차이 없는데, 몸들이 다부지더군요.
      매일 공만 찬 아이들같이 단단하고 재주가 좋았어요.
      우리 아들도 자극을 많이 맏은듯.
      밥 많이 먹고 빨리 자라고 했어요. ^^

  5. BlogIcon 엉뚱이 2009/05/11 09:1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제 아들 크면 운동권으로 키울라고요. 운동(sports)과 운동(movements) 모두요. ㅎㅎㅎ

  6. BlogIcon mooo 2009/05/11 09:3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멋진 생각이시네요. "아이들은 실컷 뛰어 노는게 공부라고 믿어서입니다." 저도 그렇게 믿고 있는데, 실상은 마음 먹은 것처럼 잘 안되네요. : )

    • BlogIcon Inuit 2009/05/11 10:37  댓글주소  수정/삭제

      네. 마음처럼 안되죠.
      그 마음을 다스리려 노력 많이해요.
      아이를 아이로 바라보려고 합니다.

  7. BlogIcon 이승환 2009/05/11 09:5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엄친아 만들기 프로젝트... 의 발동이라는 느낌이...

  8. BlogIcon 맑은독백 2009/05/11 10:2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운동권 ㅎㅎ 저도 운동권으로 키우려 합니다.
    같이 책보는 것도 좋습니다만, 아들과 함께 하는 농구도 여러 바램 중 하나입니다.
    아드님이 씩씩하게, 그리고 튼튼하게 자라고 있는 게 보입니다. ^^

    • BlogIcon Inuit 2009/05/11 10:39  댓글주소  수정/삭제

      네. 같이 하는 활동이 참 좋습니다.
      함께 뛰고 공차고 농구하고 야구하고..
      아이가 더 사랑스럽죠. 하루하루 크는게 보이고.

      빨리 키우세요. ^^

  9. BlogIcon AmotiD 2009/05/11 10:4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얼마전 아이의 운동회가 생각나는군요...
    InuiT님의 글을 보니깐 우리 아들 운동회 관련글을 한편쓰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

    부럽습니다...

    • BlogIcon Inuit 2009/05/11 10:49  댓글주소  수정/삭제

      네. 운동회 이야기 기대됩니다.
      쓰시면 트랙백 부탁드려요. ^^

    • BlogIcon AmotiD 2009/05/11 17:54  댓글주소  수정/삭제

      ㅎㅎ, 하루일정을 마감하고 잠깐의 시간이 나서 몇자 적어봤습니다. 트랙백을 어떻게 하는 놈이냐?, 네이버에 물어보고, 덕분에 새로운 것을 배워서 즐거운 하루였습니다.^^감사

    • BlogIcon Inuit 2009/05/11 18:11  댓글주소  수정/삭제

      트랙백은 매우 중요하고 블로그의 특징이기도 한 도구죠.
      잘 쓰시면 새로운 재미들이 있을겁니다.

      트랙백 쏴주셔서 고맙습니다. ^^

  10. BlogIcon 쭌맘 2009/05/11 11:1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열심히 노는 아이들이 나중에 맡은 일은 악착같이 해내는경향이 있더라구요..어떻게 열심히 노느냐가 중요하겠지만^^
    햇볕아래에서도 아랑곳않고 친구들과 두어시간 거뜬히 뛰어노는 아들을 보면서 '그래 열심히 놀아라'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이렇게 놀리기만 해도 될까??'하는 마음도.. 밀려오니.. 머리와 마음이 따로노는 우왕좌왕하는 엄마인것이 답답하기도 합니다.ㅋ^^*

    • BlogIcon Inuit 2009/05/11 17:26  댓글주소  수정/삭제

      맞아요. 어떻게 노느냐가 중요하죠.
      노는것도 공부도 똑같은듯 해요.
      이리저리 고민하고 더 잘하려 노력하는 사람하고 그냥 시간만 때우는 사람하고. ^^

  11. 올리브 2009/05/11 11:3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운동의 중요성을 이해하시는 아버지를 둔 아드님은 참 좋겠습니다.

  12. BlogIcon 유정식 2009/05/11 17:0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리 아들도 inuit님의 아드님처럼 건강하고 씩씩하게 자랐으면 좋겠군요. ^^

  13. BlogIcon astraea 2009/05/11 21:3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uefa 가 주관하는 챔피언스도 심판이 말썽인데...
    유소년도 마찬가지군요..
    아니 당연한건가-_ㅠ

    암튼 자랑스러우시겠어요~;)

    • BlogIcon Inuit 2009/05/11 22:08  댓글주소  수정/삭제

      심판들이 아무데서나 긁어모은 사람들이라서 자질이 의심스럽더군요.
      아이들에겐 하나의 교육인데, 공정성도 없고, 권위도 없고..
      (코치들이) 항의하면 슬금슬금 피하기 바빴다죠. ;;;

  14. BlogIcon 토댁 2009/05/11 23:0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왕 부럽..
    시골이지만 제대로 놀 곳도 놀 친구들도 없답니다.

    더 놀아야하다는 우리 둘째는 더 이상 놀 친구들이 없어 "이제 공부 좀 해 볼까"라고 하더군요..
    웃어야하는지 울어야 하는지...ㅎㅎ

    inuit님 넘 멋진 아빠세요!!^^*~~~

    • BlogIcon Inuit 2009/05/11 23:33  댓글주소  수정/삭제

      하하 놀다 지쳐 공부하는것도 나쁘지 않지요.
      여기도 비슷해요.
      애들이 다 학원가서 놀이친구 찾아주기가 무척 힘들죠.

  15. BlogIcon 진주귀고리 2009/05/12 08:5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드님이 운동을 잘하나봅니다.
    제 아들은 저 닮아서 그런지
    운동은 잼병이예요.
    약간 비만이기도 하고..
    그래서 운동잘하는 멋진 아들 둔 분들이 부럽습니다~
    한국에도 이렇게 지역축구 활동을 할수 있는 기회가 있군요?

    • BlogIcon Inuit 2009/05/12 21:56  댓글주소  수정/삭제

      네. 남들하고 맞춰서 놀 정도는 합니다.

      지역축구 하기가 썩 쉬운 형편은 아닌데, 그래도 찾아보면 예전보다는 굉장히 낫지요.
      학교에 있는 축구클럽이 다소 폐쇄형이라서 기존 멤버 (주로 엄마들)의 동의를 얻어야 하고 그래요. 농구도 있습니다. 지금 아들이 하고 있어요.

  16. BlogIcon 쉐아르 2009/05/14 03:3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희 애는 라크로스라는 경기를 합니다. 근데 저 닮아서 그런지 별로예요 ㅡ.ㅡ 그래도 팀스포츠를 하는게 필요한 것 같아서 계속 시키고 있습니다.

    근데 경기를 하루에 다 하나요? 예선에 본선까지 다 할려면 아이들이 지치겠네요. 정말 체력전이 될 것 같습니다.

    • BlogIcon Inuit 2009/05/14 21:34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렇지 않아도 어젠가 라크로스 이야기를 했는데..
      그거 막대리고 살벌하게 맞기도 한다더군요. ^^;;;

      유아팀도 있어서, 경기장이 작고, 20분 가량 뛰어서 체력은 전혀 문제 없었습니다.
      오히려 문제는, 경기 중간 다른 경기 동안 쉬는 시간이 한시간 정도씩 있는데, 그동안 이 녀석들이 축구하고 야구하고 노는 바람에 두시부터 네시간 내내 뛴 셈이 되었지요.
      나중에는 얼굴도 벌겋고, 진탕 논 상태로 준결승에 갔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