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Soccer

2009 FA컵 결승전

Inuit 2009. 11. 8. 22:28
FA 컵대회 결승전 장면입니다.
정류리그에 컵대회까지 있다니, 시스템이 좀 복잡합니다만, 컵대회는 모든 축구단이 참가하는 대회라 프로리그와는 또 다른 의미가 있다고 합니다. 우승이야 프로축구단이 차지하겠지만, 형식상 열려 있어 우리나라 최고팀을 가르는 대회기 때문이지요.

결승전에 오른 성남 일화와 수원 삼성 중 제비뽑기로 성남에서 경기가 열리게 되었습니다. 안타깝게도 성남의 홈구장인 탄천 종합운동장은 아직도 공사중입니다. 뭐 이리 오래 걸리는지 모르겠습니다. 수원같이 멋진 전용구장도 아니면서 말입니다. 결국 모란의 종합운동장에서 또 경기를 치렀는데, 오늘 교통이 난리도 아니었습니다. 3번국도와 모란시장, 외곽순환도로가 만나는 그 지점이 교통이 원래도 안 좋은데, 비에도 불구하고 관중이 꽤 많았지요.
경기는 전반에 순조롭게 진행되어 성남이 1:0으로 앞섰습니다. 후반에 이상하게 수비에 치중하면서 꽤 많은 실점 위기를 잘 넘기는 듯 했지만, 결국 종료 몇분전에 페널티킥을 허용했습니다. 그 전에 심판이 경기를 매끄럽게 이끌지 못하는 점은 아쉽더군요.

어쨌든, 연장전에서 다시 적극적 공세를 취한 성남, 결정적 기회를 몇차례 놓치더니 결국 승부차기에 들어갔습니다. 수원의 문지기는 부동의 국가대표 이운재 선수. 결국 육중한 몸을 이리저리 날리더니 두 골을 막아내어 아쉽게 수원에 결승컵을 내주게 되었습니다.
전에도 수원 경기 보러갔다가 응원에 매료되도록 만든 강한 서포터즈 그랑블루. 오늘 수원 경기로 착각할만큼 엄청난 파워를 보여줬습니다. 골문 뒤 서포터즈 응원석을 가득 메우고도 넘쳐 사이드라인 쪽에 따로 응원하는 클럽이 있을 정도로 수에서도 우세를 보였고, 응원복, 깃발 그리고 경기내내 자리에 앉지 않고 콩콩 뛰는 열정은 상대팀이지만 멋지더군요.
반면, 성남 일화는 컵대회 결승전도 정규리그처럼 참 소박합니다. ^^;
복장은 당연 자유복, 도구는 맨손입니다. 왠지 모르지만 짜장면이 먹고 싶게 만드는 '천마불사' 구호와 대학교 향우회 신입 모임을 생각나게 만드는 배너 폰트 그리고 백만인구가 무색하게 듬성듬성 오손도손한 서포터즈 좌석까지.. '성남FC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는 메인 배너는 볼 때마다 지역주민 민원을 연상케 하기도 합니다. ^^
하지만, 연고구단 사랑하는 방법은 수백가지겠지요. 나름의 방식이 있는거고, 올해 여러차례 보다보니 성남 서포터즈의 수줍은 응원도 정이 갑니다.
비가 오락가락해서 갈까말까 망설였던 게임입니다. 어제 말했듯 다음 주면 집을 비우게 되어 아이에게 뭐라도 자꾸 해주고 싶습니다. 그리고 한달 전부터 약속했던 게임이라 비에 불구하고 갔는데, 잘 갔다고 생각합니다. 경기는 졌지만 매우 재미있게 봤습니다. 부자가 묵언과 내밀의 대화를 나누기도 했구요.

운동권인 아들이 열렬히 응원하는 성남 일화팀은 이제 저의 넘버원 팀이기도 합니다.
비록 옷이 촌스럽고, 구장도 엉망이며, 서포터즈가 미약할지라도 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