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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기술

Inuit 2007. 4. 8. 19:01
제 블로그에 오래 방문하신 분은 알겠지만, 회사에서의 제 역할은 전략 담당 (CSO, Chief Strategy Officer)입니다.
전략.. 쉽게 말은 많이 하지만 그 정의는 사람마다, 상황마다 다 다릅니다. 또, 전략과 전술의 차이를 종종 이야기 합니다. 전략은 대국적이고 전술은 국소적이라는 식으로요. 하지만 저 같이 전략하는 사람들의 금언은 이렇습니다.
장교의 전략은 장군의 전술일 뿐이다.
의미심장한 말입니다. 전략은 상층부 소수 staff의 임무가 아니라 각 계층의 모든 위치에서 고민할 과제란 뜻까지 내포했으니까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Robert Greene

(원제) The 33 strategies of war


전에 소개드린 'The Game'에서 PUA (Pickup Artist)들이 원전으로 탐독하던 '유혹의 기술'이란 책이 있습니다. 바로 그 책을 쓴 로버트 그린씨가 전쟁의 33가지 책략들을 정리한 책이 '전쟁의 기술'이란 제목으로 출간되었습니다.

그린씨는 동서고금의 방대한 전쟁 기록을 새로 엮어 재미있는 전쟁사를 소개하고 배울만한 시사점을 뽑아냅니다. 다른 저작은 아직 접하지 않았으나, 명성대로 통찰력이 있습니다.
책의 내용은 크게 자기준비, 조직, 방어, 공격, 모략의 기술이라는 다섯 범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Strategies of the Self
1: Declare war on your enemies: Polarity
    [지구] 적을 식별하지 못하면 효과적으로 싸우기 힘들다.
2: Do not fight the last war: Guerilla-war-of-the-mind
    [물] 과거의 방식으로 싸운다면 패배를 자초할 뿐이다. 기동성과 유연함을 유지하라.
3: Amidst the turmoil of events, do not lose your presence of mind: Counterbalance
    [바람] 평정심을 유지하는 리더의 정신력을 유지하라.
4: Create a sense of urgency and desperation: Death-ground
    [불] 배수진으로 역량을 극대화.

Strategies of the Team
5: Avoid the snares of groupthink: Command-and-control
    [고삐] 명확하고 통솔가능한 지휘계통을 수립.
6: Segment your forces: Controlled-chaos
    [거미줄] 하부조직을 잘게 나누고 재량권을 부여.
7: Transform your war into a crusade: Morale
    [潮水] 조직 전체를 생각하도록 대의명분을 심어라.

Defensive Warfare
8: Pick your battles carefully: Perfect-economy
    [수영선수] 전쟁의 숨은 비용을 고려하라. 싸울 적과 시기와 전투의 형태를 최적으로 선택하라.
9: Turn the tables: Counterattack
    [투우] 적이 선수를 취하게 하고 한발 물러섬의 융통성을 활용하라. 그리고 반격하라.
10: Create a threatening presence: Deterrence
    [호저] 예기치 못한 광기를 드러내어 당신을 건드려 봤자 좋지 않음을 알려라. 사전경고로 전쟁억지력을 발휘하라.
11: Trade space for time: Nonengagement
    [사막] 작전상 후퇴로 시간을 벌어라.

Offensive Warfare
12: Lose battles, but win the war: Grand strategy
    [頂上] 현재 전투의 이후를 보고 대전략의 측면에서 전체 국면을 계산하고 달성하라.
13: Know your enemy: Intelligence
    [그림자] 적장의 심리를 파악하라. 사람을 읽어라.
14: Overwhelm resistance with speed and suddenness: Blitzkrieg
    [폭풍] 속도가 힘이다. 적이 판단하고 준비할 시간을 갖지 못하도록 기습하라. 당황하고 실수를 연발할 것이다.
15: Control the dynamic: Forcing
    [권투선수] 상대의 움직임을 견제하기 보다는 관계 자체를 통제하라.
16: Hit them where it hurts: Center-of-gravity
    [벽] 상대방 힘의 원천을 찾아 무력화하라. 한사코 보호하려는 무게중심이 공략의 포인트이다.
17: Defeat them in detail: Divide and conquer
    [매듭] 상대의 전체를 보고 겁내지 말고, 구성요소에 주목하여 분열시킨 후 각개격파하라.
18: Expose and attack your opponent's soft flank: Turning
    [바다가재] 우회하여 측면을 공략하라.
19: Envelop the enemy: Annihilation
    [올가미] 사면에서 압박하여 저항심리를 해제하라. 그리고 섬멸하라.
20: Maneuver them into weakness: Ripening for the sickle
    [낫] 책략을 사용하여 적의 입지를 약화하라. 어떤 선택도 고르기 힘든 딜레마를 만들라. 그리고 일거에 공격하라.
21: Negotiate while advancing: Diplomatic war
    [곤봉] 협상 중에도 진격하라. 신뢰도 거래가능한 협상 아이템이다.
22: Know how to end things: Exit strategy
    [태양] 종료 시점을 알고 인상깊게 마무리하라. 항상 빠져 나올 가능성을 남겨라.

Unconventional Warfare
23: Weave a seamless blend of fact and fiction: Misperception
    [안개] 상대가 보고자 하는 정보를 던져줘라. 당신의 실체를 알게 하지 마라.
24: Take the line of least expectation: Ordinary-Extraordinary
    [쟁기] 상대의 기대를 뒤엎어라. 처음에는 평범하게 진행하다가 이례적으로 돌변하라.
25: Occupy the moral high ground: Righteousness
    [세균] 상대의 동기와 도덕에 의문을 제기하여 지지기반을 위축시키고 기동의 여지를 줄여라.
26: Deny them targets: The Void
    [모기] 표적을 제공하지 마라. 실체가 손에 잡히지 않아 상대가 초조해 할 때 성가시게 괴롭혀라.
27: Seem to work for the interests of others while furthering your own: Alliance
    [징검다리] 당신의 동맹을 이용하여 약점을 보강하고 대신 싸우도록 하라. 상대의 동맹은 분열시켜 고립되도록 하라.
28: Give your rivals enough rope to hang themselves: One-upmanship
    [가면] 상대에게 의심과 불안을 퍼뜨려 자멸하게 하라. 단, 당신은 결백하게 남아야 한다.
29: Take small bites: Fait Accompli
    [아티초크] 사람들의 관심의 범주를 살짝 벗어나 야금야금 갉아 먹어라.
30: Penetrate their minds: Communication
    [단검] 당신의 생각을 상대 진영에 침투시켜라. 당신이 원하는 결론을 그들 스스로 내도록 유인하라.
31: Destroy from within: The Inner Front
    [흰개미] 상대가 가진 것을 빼앗기 힘들면 우선 한편이 돼라. 그리고 서서히 차지하거나 빼앗을 기회를 기다리라.
32: Dominate while seeming to submit: Passive-Aggression
    [강] 잘 지내는 척하며 배후에서 조종하라. 숨어서 공격하라. 그리고 공격의도는 철저히 위장하라.
33: Sow uncertainty and panic through acts of terror: Chain Reaction
    [해일] 테러를 통해 공포를 유포하라. 연쇄 반응으로 혼란을 초래하라.

책 목차와 한줄평입니다. 슬쩍 보면 기억도 안날만큼 평범한 테마들이지요. 정확히 말해 전략이나 모략에 대해 논의한다치면 나오리라 예상하는 기대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특히, 맨 마지막 비정규전쪽은 실소를 금하기 어려울만큼 저급한 모략이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읽기에 재미난 이유는, 수많은 사례를 흥미진진하게 엮어 놓은 장점 때문입니다.
전략의 대명사인 손자는 물론, 클라우제비츠, 피크 등을 필두로, 나폴레옹, 징기스칸, 히틀러, 로멜 등 수많은 전략가의 기동과 전투 의도를 설명해 놓았습니다. 그 뿐인가요. 로마의 한니발, 스키피오에서 그리스 알렉산드로스 왕까지 거슬러 올라갔다가, 근세의 코르테스 남미 침탈을 거쳐 현대 베트남까지 되돌아 와 시대별 다양한 전쟁 상황을 설명합니다. 개인전의 절대고수인 무사시와 최고의 외교관 메테르니히도 인상깊고, 예술가인 히치콕과 달리의 사례처럼 무력없는 전쟁도 간간히 섞여있습니다. 가히 서양의 손빈 선생이라고나 할까요.

하지만, 이 책의 한계도 딱 그러합니다.
정신없이 읽기에는 딱 좋으나 제목처럼 이 책을 통해 어떤 전략이나 책략을 배우고자 한다면 번지수가 틀립니다.

우선 책의 포지셔닝과 마케팅 전략상, 전쟁 이야기와 실생활의 교훈을 연계하고자 하는 목적 의식이 과잉입니다. 모든 생활의 범주를 전쟁의 연속이라 가정한 부분에 무리가 있습니다. 이는 필연적으로 모든 타자를 잠재의 적으로 규정하는 오류를 낳습니다. 물론 책의 주장처럼 공격당하고 후회하느니 무조건 적이라 가정한다면 안전은 보장 되겠지요. 하지만, 그만큼 삶도 피곤하며 얻을 부분도 작습니다. 특히 선의 기반의 제휴와 시너지라는 관점은 아예 배제되어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이 책을 교과서로 전략을 배우고자 하면 문제가 심하겠지요. 상황별로 범주화 했기에 서로 상충되고 모순되어 한몸에 체화되기 힘듭니다. 동서고금의 어느 전쟁 영웅도 몇가지 조합을 궁극으로 잘 다루었지 모든 기술을 다 구사하지는 않았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읽을 때는 신나고 무슨 기막힌 스킬을 얻는 듯 하지만 읽고나서 응용하기는 어렵습니다. 더우기 전체를 관조하지 않은 상태에서 섣불리 응용해서도 안되는 책략들이 많습니다. 이전 포스팅에서도 몇번 언급했습니다만, 두고두고 곱씹어 응용가능하기로 치면 동양의 전략이 갖는 함의와 풍성함을 따라오기 힘듭니다.
결국, 재미난 전쟁사와 인간관계에 대한 방어적 통찰의 습득 정도로 생각하면 이 책을 읽어도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리라고 봅니다.
저는 계획과 실제 사이의 간극인 클라우제비츠의 '마찰' 개념과 전략의 '대안' 속성에 대해 숙고해보는 기회가 되어 좋았습니다.

끝으로 이 책의 역자에게 찬사를 보내고 싶습니다. 전체적으로 매끄럽게 읽힙니다. 결정적으로 영단어의 strategy를 곧이 곧대로 전략이라 과대포장하지 않고 '기술'이라는 단어로 중화했다는 점이지요. 전체 책의 번역에 신뢰감이 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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