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년도 전의 이야기입니다. 대학동기가 클래스 학교에서 공학 박사를 마치고 회사를 다니다 뜻한 있어 경영학 공부를 하고자 했습니다. 필요한 퀄리피케이션은 만족했는데 의외로 거절 통지를 받았습니다. 이유가 가관입니다. 이미 박사를 땄으면 공부하는 이치를 아는데 굳이 새로운 박사를 공부할 필요는 없다는 겁니다. 100년전이야 박사가 이것저것 학식이 많아 박사지만, 요즘 박사는 아주 좁은 분야에서 기존보다 작은 진전을 이루는게 박사과정의 주된 임무지요. 전공하지 않은 다른 학문이라면 새로 배울게 많고 다른 학위는 충분히 의미가 있습니다. 오히려 다른 학문의 정수를 아는 사람이 제발로 와주면 고맙다 해야할텐데 말이죠. 이게 불과 10 , 미국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김범준

세상 일에 관심 많은 물리학자

저자는 입자물리학을 전공하지만 물리학의 수학적 모델링 도구를 사용해 세상 이치 따져보는걸 즐겨합니다. 학문 내에서는 괴짜지만, 통섭적 학문을 연구하는 '학자'입니다. 아카데미아에서 요구하는, 주로 논문형식의 글과 jargon으로 점철된 학문내 주제에 머물지 않고, '' 관점에서 '지금, 여기'에서 벌어지는 일에 관심을 갖습니다. 수학적 모델링을 통해 세상 일을 밝혀 봅니다. 결과는 꽤나 흥미롭고 숫자를 넘는 통찰이 넘칩니다.

 

예컨대 이렇습니다.

어떤 논문에서 공진(resonance) 이용해 조직이 성과를 내는 최적의 구조가 나뭇가지 모양의 상명하복 구조임을 밝혔을 , 물리학자이자 건전한 시민으로서 저자는 의문을 품습니다. 그리고 개인이 모두 같다는 전제가 강한 가정이란걸 깨닫습니다. 그리고 구성원 각자의 개성이 다른 조직, 노드의 고유진동수(natural frequency) 넣고 시뮬레이션을 돌린 결과 의미있는 결과를 얻습니다

상명하복 구조는 빠르게 조직을 통합하지만 전체적인 통합(resonance) 한계가 빨리오는 대신, 의사소통 채널을 다양화하면 시간은 걸리지만 온전한 통합이 이뤄짐을 밝혔습니다. 결과만 놓고 보면 ' 당연한 이야기지'라고 쉽게 생각하겠지만, 수학적 모형으로 합리적 결과를 얻는건 매우 중요합니다. 복잡한 일이나, 고유한 문제를 모델링하여 방법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사람 놓고 실험하긴 어려운데, 이런 모델로 시뮬레이션 돌릴 방법이 있다면 매우 긍정적 결과를 저비용으로 얻을 있지요. 그게 과학의 매력이기도 합니다.

 

물리학자가 교육 문제를 보는 시각도 그러합니다. 교육비의 효용은 위로 볼록하며 수확체감(diminishing return) 함수꼴을 갖습니다. 지금처럼 수능 점수가 미래 수입에 미치는 영향이 지수함수 꼴을 갖는다면 과한 투입이 부자계층에만 수지맞는 일이되고, 그에 따라 있는 아이가 나은 점수와 나은 미래가능성을 독식하는 빈익빈 부익부의 양극화를 만듭니다. 분배 측면에서 함수 꼴을 바꾸지 않으면 고쳐지기 힘든 사회문제란 점이 도출됩니다.

 경영학적인 이슈가 저는 제일 흥미로왔습니다. 앞서 말한 조직 구조의 의사소통 채널 문제 아니라, 조직내 또라이(또라이 제로조직 asshole) 분포도 재미납니다. 모두에게 사랑받긴 힘들고(최대 30%), 한편 모두가 싫어하는 사람은 존재하는데 (80%) 이들을 어찌 다룰지는 경영의 영역일겁니다. 그리고 마크 그라노베터(Mark Granovetter) 집단행동 문턱값 모델을 곱씹어 보면 디지털 마케터가 그리 목마르게 찾던 바이럴의 중요요소가 보입니다. 파레토 곡선처럼 척도없는 확률분포를 갖는 연결망은 인플루언서 마케팅의 공략대상입니다.

 

소소한 재미는 깨알같습니다.

조선시대부터의 족보를 데이터 처리해서 한국인의 성씨를 분석하고 유행하는 이름을 밝혀봅니다. 주식투자와 통행량, 교통체증을 시뮬레이션 하고 심지어 윷판이 돌아가게 하는 윷모양 (배가 나올확률이 1/2 안됨) 적정값도 계산합니다.

 

서두에 말한 친구는 결국 몇번의 시도 끝에 입학 허가를 받아 경영학 박사를 마쳤고, 공학적 소양을 바탕으로 계량화된 마케팅을 가르치는 교수일을 하고 있습니다. 외눈으로 세상 보는 '전문가 바보' 다른 자신의 분야를 열어가고 있지요. 저자 김범준 교수가 그렇듯 말입니다.

 

Inuit Points ★★

읽는 내내 재미납니다. 챕터별 결과는 함의가 진합니다. 과학이 이런 문제까지 있다는걸 보는건 경이롭습니다. 챕터 하나하나가 논문의 내용을 대중적으로 다시 풀어 쓴겁니다. 그래서 쉽지만 고품질의 내용입니다. 우리나라에 이런 책이 아직 나오는게 반갑습니다. 다섯 채워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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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발간된 '사장의 '이란 책을 읽는데, 아래의 그림이 눈에 띄었습니다.

 


구뇌, 중뇌, 신뇌의 3중뇌 이론입니다. 처음 나왔을 저도 이론에 매혹되었습니다. 책을 집필하며 이 체계적인 프레임을 활용해 설명할게 너무 많아 의욕이 넘쳤습니다


그러나 리서치를 계속 할수록 3중뇌 가설은 기각해야할 가설로 여겨졌습니다. 몇개 문서 말고는 학문적 지지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의심이 커질수록 저는 많이 당황스러웠지요. 의사결정의 구뇌-감정의 중뇌-이성의 신뇌, 파충류>포유류>인간의 뇌. 골격으로 전체 스토리를 구상했었으니까요. 논문 써보신 분은 이 갑갑한 심정 공감하실겁니다. 한참 전개해놨는데 근원에서 흔들리는 경우.


그러나, 아는 범위에서는 최대한의 과학적 엄정함을 목표했기에 부분을 두루뭉수리하게 넘어갈 없었습니다당시 블로그 인연은 지금 페친, 트친과는 다른 가족적 느낌이 컸는데, 의대 졸업반이신 블친께 긴급히 상담을 요청했습니다


구뇌 또는 도마뱀의 뇌에 대해 학문적으로 짚어가고 싶은 분들을 위해 당시 주고 받은 서신 일부를 공개합니다.


질문

 

대뇌변연계란 이름을 지었다는 Paul MacLean은 뇌 삼위일체 가설을 세웠다 합니다. 의사결정을 하는 구뇌, 감정을 담당하는 중뇌, 이성을 담당하는 신뇌.


이를 신봉하는 무리가 뉴로마케팅 학파입니다. 컬처 코드와 뉴로마케팅 같은 책들입니다. 하지만, 신경학적으로 수용되는 이론이 아니라 들었습니다. 3위일체는 아니지만 비열한 시장과 도마뱀의 뇌도 저와 유사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습니다.

 

저는 신뇌-중뇌-구뇌라는 구분을 개념적 상징화 정도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실제 뇌에서 그에 해당하는 담당 구역이 있는지가 요즘 제 화두입니다. 일단 이성적 추론을 하는 신뇌가 대뇌피질, 감정을 담당하는 중뇌가 대뇌변연계라는건 무리 없습니다. 

 

하지만, 의사결정을 담당하는 구뇌는 뇌간, 소뇌 등 일텐데 이 부분이 항상성 유지 말고 실제 의사결정에 영향을 줄수 있을까가 관심입니다. Damasio (Descartes' error)의 첫머리를 읽는 중인데, 감정이 의사결정에 영향 주는 이상의 언급은 아직 못찾고 있습니다. 뉴로마케팅 류의 책들도 이 부분에 대해 두리뭉수리 넘어가지 명확한 근거는 못대고 있습니다. 주어진 '정리'처럼 쓰지요.

 

현재 제 가설은, 신뇌-구뇌 정도 이원론이 적합하리라 생각합니다. 이성과 감정으로.


 의학적 설명

괜찮은 그림을 찾았는데요. 

(dead link now)

이 그림에서 1, 2, 3, 5번은 대개 맞는 내용이구요.^^

 

  4번은 본능이라고 되어 있는데, 사실은 몸의 기본적인 생존을 위한 기능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사실 호르몬을 분비하는 등의 기능을 수행하는데요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혈압을 유지하거나 몸의 수분을 유지하거나긴장도를 유지하는 등의 일을 하게 되는 것이고요^^


  그리고 말씀하신 뇌간은 조금 근본적으로 눈을 박이고 얼굴의 감각을 조절하는 등 뇌신경의 중추인 뇌신경핵들이 위치할뿐 아니라(이게 엄밀한 의미의 중뇌, 그리고 그 밑의 뇌교입니다.) 내려갈수록 (위에서 말한 "연수; medulla oblongata") 호흡을 유지하는 등의 중추적이면서고 근원적인 역할을 합니다.


  소뇌는 마지막으로 대뇌의 명령이 내려진 것을 정교하게 수행하는 역할을 해서, 예를 들어 피아노를 치는 행동을 대뇌가 하지만 피아노를 잘 치게 되면 그 피아노는 소뇌가 치고 있는 것이죠.. 대뇌가 치라는 명령을 내리면 소뇌가 치게 되는.. 즉 익숙해진 행동은 소뇌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자전거를 타는 등..

  

아직 의사결정의 담당 부위를 결정하는 것은 미궁 속에 빠져있기 때문에 저희도 변연계가 감정을 담당하며 세포층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어 어떤식으로 signal을 보낸다는 식으로만 배웠어요.


아직은 너무나 micro한 수준의 연구만이 진행되고 있어서 아마도 이런 부분을 의학적으로 밝혀낸다면 노벨상을 받게 될 것 같아요 ㅠ.ㅠ;

 

그리고 의학관련 서적에서는 신경학쪽에서는 이런 부분을 아예 다루지 않고 신경해부학쪽이 그나마 가깝지만 책에서는 대개 구조를 다루고 기능은 micro한 내용을 다루기 때문에 결국 inuit님이 원하시는 부분을 다루고 있는 의학서적은 거의 없지 않나 하는 의문이 드네요..ㅠ.ㅠ;;

 

 마무리 답장

편지 드리고나서 저도 공부를 좀 더 했습니다.


Damasio의 연구를 보면 의사결정에 감정이 필수라는 생각을 합니다. 편도나 대뇌변연계를 다친 사람이 정상적인 사고를 하면서도 의사결정을 못하는 경우가 있답니다. 이유는, 복잡한 팩트를 감정으로 코딩해서 기억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현재를 벗어난 상상에도 감정이 개입됩니다. 그래서 감정의 기관을 다친 사람은 합리적으로 사고하지만, 정작 의사결정은 못하는 상태가 되나봅니다. 결국, 감정이 인간의 진화에 큰 영향을 끼친점을 알았습니다. 

말씀처럼, 3위일체설 학자들(?)이 말하는 구뇌 (뇌간+소뇌)는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이 있다고 실증되지 않은 하나의 가설인듯합니다. 결국, 본능을 발현하고 진화의 비밀이 녹아있는 감정기관 (대뇌변연계)이 신피질과 협업해서 의사결정하는게 맞는듯 합니다. 그리고, 그 감정기관을 상징적으로 도마뱀의 뇌라 부르는듯 합니다.


이렇게 해서 마음은 아프지만 3위일체 가설은 속시원히 버렸습니다. 정확하게 학문적으로 짚어주신 덕에 헛시간 안버리게 되어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릅니다. 


덕분에 제 책이 뇌과학을 경영분야에 접합한 매우 초기의 저술인데, 비과학적 토대가 끼어들어 전체의 신뢰를 떨어뜨리지 않아서 다행이었습니다. 내용 자체도 이런 토론에 의한 개발이 뒷받침되어 통섭적인 설명을 옳게 가져갈 수 있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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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고 이후 인공지능과 딥러닝을 보는 인류의 관점이 완전히 변했지요.

궁극적으로 AI 사람을 이길 있음을 보여준 상징적 사건이니 당연한 일입니다.

 

하지만 연구자들은 실제로 러닝이 생활 속에 들어오려면 조금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이유를 보면 이렇습니다.

-인공지능은 데이터를 엄청나게 많이 먹여야 러닝이 작동한다. (시간과 비용의 문제)

-인간은 몇개 안되는 데이터로부터도 배울 있고, 극단적인 추상화와 일반화가 가능한데, 인공지능은 알고리듬 이를 효율적으로 따라잡을 수는 없다.

-그렇게 많은 데이터를 먹이는 과정에서 의도치 않은 편향(성차별, 인종차별 )이나 악의적 왜곡 (인간 눈에 보이지 않는 패턴을 몰래 학습시켜 오염시킴) 등이 가능한데 이를 골라내기가 쉽지 않다.

-특히 아주 명백한 차이도 학습을 해야 알게 되는 문제가 있다. (칫솔과 야구방망이를 구별하는데만도 한참 데이터를 먹여야 )

 

예컨대, 사람은 차를 피해 가라고 몇가지만 알려주면 훌륭히 임무를 수행하지만, AI 수천번 "죽어봐야" 학습을 한다는 점입니다.

 

당연히도 이를 타파하기 위해 여러가지 방법으로 연구가 이뤄지고 있습니다만, 눈에 가장 띄는건 러닝의 아버지라 불리우는 Geoffrey Hinton 방법입니다. 신경망을 대신해 '캡슐'이라는 개념을 사용합니다. 인공지능의 해답은 진화과정에 있다고 보고, 피질을 모사하는거죠.

 

어떤 방식인지는 봐야겠지만, 파충류의 뇌와 신피질에 해당하는 복층 구조로 간다면 진짜 효율적인 답을 찾아낼 거란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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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체재활용

Sci_Tech/Review 2017.04.02 15:39

Mary Roach

 독특한 책이다

시체와 죽음을 다루는 내용이라, 께름칙한 마음에  놓고도 한참을 미뤘다죽음을 다루는 비즈니스에 관심이 생겨  맘먹고 열어 읽었다.

 

(title) Stiff

  

영리한 저술이다

주제의 어두움을 문체의 발랄함으로 커버했다. 그러지 않고서는 읽는 사람보다 쓰는 사람이 힘들었을게다. 시체처리소, 해부학 교실, 인체 실험실, 장례식장 등을 발로 뛰며 글을 썼다. 물질로서의 사체와 인격이 담겼던 인체의 간극은 찰나다. 그러므로 사체의 원주인인 인간에 대한 연민과 공감은 자연스러울 . 의도적으로 쾌활한 문체로 거리두기를 해야, 그나마  딱딱한 논문이 되는걸 방지하면서 수년간의 취재를 글로도 적어내릴 있을게다.

 

그냥 곱게 죽여주오

사체가 토막나면 부활의 가능성이 사라진다고 믿던 시절이 있었다. 따라서 해부는 그냥 사형보다 , 영혼까지 죽이는 2중의 사형이었다. 이런 미신적 중세에서 출발한 해부는 사업이자 과학이었다. 바탕위에 지금의 해부학이 태동했고 '아직 살아있는' 우리는 혜택을 본다.

 

죽은자는 고통이 없다

그래서 충격 실험 인체를 사용해서 반드시 확인해야 하는 연구에 사체가 활용된다. 숭고한 목적으로 사후에 과학적 연구에 기증한 시체는 고통이 없어 낙하와 충돌 다양한 실험에서 귀한 데이터를 준다. 그로 인해 에어백과 안전띠의 정확한 안전원칙이 규명되었고. 구한 생명이 연간 8500 수준이다. 고통도 없고 영혼도 빠져나간 신체가 일로는 산사람 못지 않다

 

21그램

흔히 말하는 영혼의 무게다. 맥두걸은 사망과 동시에 발생하는 호흡, 수분 증발 분비물의 영향을 통제하여 공통적인 무게 감소를 측정했다. 그리고 개에게는 존재하지 않는 인간만의 무게 감소 21그램 가량이 영혼의 무게라 결론 지었다. 반론이 있었으나 그렇게 지나갔나 보다. 검증을 위한 후속 연구가 없는게 내겐 신기했다. 영혼의 무게가 궁금하다기 보단, 사라진 21그램이 과연 무얼까가 알고 싶다. 딱 21그램정도의 호기심이다.

 

죽음에 관한 과학이 이렇게 많았구나

외에도 인체의 이식과 식인에 관한 동서고금의 이야기도 평소 접하기 어려운 이야기다. 현재와 관련된 내용은 사체의 처리에 관한 다양한 시도다. 매장은 터가 계속 줄어드는 이슈가 있고, 화장은 공기오염의 문제가 있다. 물론 당장은 관행대로 진행될 일이지만 인류는 장기적 해결책을 필요로 한다. 조직분해 또는 환원화장이라는 친환경적이고 미래지향적이면서 당장은 받아들이기 어려운 신기술이 있다는 점을 배웠다.

 

죽음을 직시할 있어 좋았다

나이들면 죽는거지, 라고 관념적으로 생각하는 죽음이지만 어느 순간이든 실제로 마주하면 패닉에 가까운 혐오가 드는 현상이다. 본능이라 그렇다. 하지만 책을 따라 죽음 순간과 이후의 다양한 상태를 보다보면 묘하게 마음이 편해진다. 죽음 자체는 아직도 두렵겠지만 죽음 이후에 대한 상상이 더해져 생기는 공포는 없다. 그저 몸은 탄소와 산소 등으로 이뤄진 물질이구나. 다행인지 불행인지 의식이란게 진화과정에 생겨서 생각을 있을 뿐이지 물질에서 물질로 변화하는 과정이구나. 이후는 생각만치 상상하기 불편한 현실이 아니란 점을 깨달으면 살아있는 동안 살면 되겠네 은근한 의욕까지 생긴다. 어쩌면 그게 책의 가장 선물일게다.

 

Inuit Point ★★

정말 하나 쓰려 이렇게까지 생고생을 해야 하나 싶게 공들여 흔적이 묻어난다. 그리고 많은 구슬을 유쾌함으로 꿰어낸 필력은 감탄스럽다. 아무도 진지하게 다루지 않았던, 그래서 웬만한 책에서 보기 힘든 다양한 사실과 역사 그리고 이야기는 덤이다. 그리고 죽음을 보다 편하게 받아들여 삶에 자신이 생기면 그야 말로 대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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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밤 딸이 난감한 과제라며 이야기를 꺼내더군요. 수업에서 모든 학생이 발표를 해야 하는데, 1:30 동안 자기소개를 해야합니다.

워낙 자기소개에 두려움이 많은 한국의 정서도 있고 시간제약은 사실 스트레스지요.


제가 해준 조언
1. 시간이 짧으니 딱 하나의 주제만 집중해서 take away 이미지를 만들어라. 네 이름이라도 외우면 성공이다.
2. 일반적 소개 (집이 어디구요 고등학교 어디 나왔고 취미는 독서 등등)는 절대 하지 마라. 그날 90%가 그렇게 할거다.
3. 진짜 네가 좋아하는 주제를 잡아라. 그래야 생생해지고 그래야 임팩트 있게 전달된다.
4. 진술을 하지 말고 묘사를 해라.

결국 잠깐 생각하더니 딸은 '외국어'를 소재로 선택했습니다.


pitching의 구성은 WHISP를 따르라고 했습니다.



W
질문으로 시작. 
예) 하몽-빤꼰또마떼-구엘공원-몬세라티.. (한 5개정도)의 공통점이 뭔지 아십니까? (pause)

S, P
스페인의 문화입니다. 저는 스페인 여행 후 그 문화에 매료되어 중학생 때 스페인어를 따로 배웠습니다. (그 후 가본 나라 중 한두개만 더 언급)
그리고 저는 입학 전에도 계절학기를 선수강하면서 불어도 배웠습니다. (고등학교 중어 동아리, 일본 여행 가볍게 언급)


저는 대학다니면서 여러말을 더 배우면서 글로벌하게 경험하고 느끼면서 성장하고 싶습니다. 이런 부분 관심있는 분은 저랑 함께 했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ㅇㅇㅇ입니다.


뭐 이런 구조로 가보기로 했습니다. 실제 내용은 딸아이가 알아서 구성하겠지만요.

WHISP 구조는 빨리 모양을 잡는데 도움이 많이 됩니다. 5개 요소를 억지로 다 쓸 필요도 없고요. 그냥 커뮤니케이션 상 답답할 때 WHISP를 한번 떠올려보는것만으로도 매우 신속하게 품질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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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준

눈이 번쩍 뜨였다

달러를 이해하기 위해, 비트코인을 이해하기 위해 달러와 금에 대한 책을 몇 권 읽었더랬다. 그래서 대략의 개념은 이해했다 생각했는데, 책을 보며 달러에 대해 새로운 관점을 갖게 되었다.

 

강달러는 오는가

강달러 시대를 대비하라는게 책의 메시지다. 트럼프는 그리 요소가 아니다. 달러 사이클과 세계 경제 흐름 강달러가 가능성이 높다는게 저자의 예측이다. 정확히 말하면 저자는 강달러가 예상되니 달러를 사라는게 아니다. 강달러가 수도 있으니 달러 자산에 관심을 갖고 편입해 두면 좋지 않겠냐는 정도다.

 

기축통화

오히려 책의 많은 내용은 달러가 기축통화인 의미에 할애하고 있다. 달러가 기축통화의 지위를 확보한 과정을 공들여 고찰하고, 그 지위가 오래갈지 바뀔 수 있는지를 생각해본다. 결론은 매우, 아주 매우 오래갈 것이란 점이다. 부분에서 새로 배운 점은 오일 달러의 의미다. 브레튼 우즈 이후 금태환이 정지되고 달러가 금이 된게 세계 통화의 구도다. 필요한만큼 찍어낼 있는 금이 달러가 되었다. 자체는 통화자체의 약세가능성으로 취약하다. 나도 여기까지만 알고 있었다.

 

오일 달러와 패권

하지만, 석유 결제를 달러로 박아 놓았고, 결과로 달러 수요를 높여 놓은 과정이 있었기에 달러는 공고한 기축통화로 자리매김 있었다. 미국이 그렇게 중동문제에 매달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리고 달러는 미국의 젖줄이면서 무기가 되었다. 예컨대 사우디와 미국의 결정이면 유가도 오르고 달러도 올릴 있다. 실제 러시아가 그렇게 경제 파탄의 길로 갔었다.

 

초록의 암살자

책을 읽을수록 미국과 달러가 무섭다는 생각을 했다.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건 미국의 달러 정책에 크건 작건 한 나라가 나가 떨어질 수도 있고, 반대로 흥할 수도 있다. 트럼프가 책의 제목에 들어갈 유일한 이유는 바로 이부분일게다. 트럼프로 인해 달러가 강해질까 약해질까가 아니라, 트럼프가 달러의 힘을 어찌 쓸지가 관건이다. 벌써 4월의 환율조작국 지정에 콧대높은 중국도 신경을 바짝 쓰는 이유이기도 하다.

 

Inuit Points ★★★★★

책은 술술 읽히면서도 내용이 알차다. 즐겁게 읽었다. 다만 전면에 나와 있는 대문짝만한 트럼프 얼굴은 부담스럽다. 특히 지하철 서서 가며 읽을 때는 다소 머쓱하다. 그러면 어떠랴, 읽을만한 책인데. 트럼프 얼굴의 민망함에도 주저없이 별점 다섯을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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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ck Sousanis

가치와 가격

어떤 커스텀 공예품을 온라인으로 구매하려 창작자와 이야기한 적이 있다. 컨셉은 좋았지만 포트폴리오를 보니 솜씨는 별로였. 그래도 맞춤이라 진행을 하고자 했는데, 가격이 깜짝 놀랄만했다. 그런데 작가는 작품을 만드는데 드는 시간과 "기대적" 임률을 이야기하며 결코 비싼 것이 아니라 강변했다. 창작자의 노고는 분명 존중받아야 하지만 세상엔 대체품이 많다. 그래서 가격과 가치는 같이 가기도 따로 가기도 하는거다.


(Title) Unflattening


기대가 컸다

최초이자 아마 유일할, 만화 형식의 논문. 수학 전공자가 컬럼비아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화제의 ..

이라고 해서 기대를 많이 했다.

 

기대가 너무 컸다

카피 라인에 기댄 내 기대는 너무도 컸나 보다. 텍스트를 넘어 비주얼로 생각의 지평을 넓히든, 고정관념을 깨든, 통섭적 지식을 새끈하게 프리젠테이션 하든 어떤 지적 자극이나 충격을 기대했던 마음은 하나도 채워지지 않았다. 단지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일게다.

 

그래픽 논문의 강점

물론, 일반적인 책의 맥락과는 다르다. 텍스트의 시녀인 삽화로서의 그래픽이 아닌 글과 그림이 상호작용하는 효과는 현란하고 자기보완적이다.

 

이렇게 생긴 목차를 봤을 열광했고,


이런 비선형적 레이아웃은 압권이다.


후각과 시간이 중첩되는 공감각적 표현을 글로 하자면 얼마나 힘들까.

몇몇 장면은 눈을 사로잡고, 상상을 자극했다. 글로만 이루기엔 쉽지 않은 사고의 지평을 보여줄 있는 성능 확실했.

 

만화와 인문학의 샌드위치

그런데 어중간하다. 글쟁이가 넘쳐나고 크리에이티브가 서로 잡아먹을듯 경쟁하는 시대다. 그래픽 노블이니 이런 수식어는 사양하고도 자체로 힘이 넘쳐나고 지혜를 흩뿌리는 만화 작품이 많다. 텍스트만로도 신나게 상상을 자극하는 글들이 많다. 페르페티 사례일 뿐이고.

 

의미

이쯤되면 이런 컨텐츠의 존재적 의미는 작품 내부가 아닌 외부에서 찾아야 할테다. 용기다. 말많고 탈많은 아카데미아에서 이런 파격을 시도했다는 점은 분명 의미와 용도가 있다. 마치 데미안 허스트의 상어 (살아있는 자의 마음속에 있는 죽음의 육체적 불가능성: The Physical Impossibility of Death in the Mind of Someone Living) 가치는 선구성에 있듯.

 

단조로움??

사실 책을 읽으며 가장 마음에 들었던건 번역이다. Flatness 차원적으로 막혀있는 사고를 비유한 개념이다. 그래서 제목도 unflattening이다. 이걸 '단조로움'으로 번역했다. 어이가 없어 턱이 빠질뻔 했다.

어이없어 하는지 잠깐만 짚자. 책의 착안 포인트는 애니메이션 플랫랜드다. (유튜브에 찾으면 여럿 나온다) 2차원 세상에선 어떻게 설명해도 3차원을 이해 못한다. 마찬가지로 3차원 세상에선 4차원을 이해 못한다. 단순한 진리를 애니메이션으로 그리고 비주얼로 훌륭히 표현했다. 플랫랜드에 기대어 수재니스는 주장한다. 차원적 사고에서 벗어나야 창의를 발휘한다고. 동의한다. 근데 그게 단조로움이라고? '단조로움'을 벗어나면 창의적이라고? 진짜로?

 

Inuit Points ★★★

다시 처음의 커스텀 공예품 이야기를 돌이켜 보자. Flatness 극복하면 창조가 보인다는 말을 전하려 저만큼 지면을 펜으로 긁어대야 했을까. 이렇게 한땀한땀 만든 작품이니 당연히 대단하다 생각한다면, '그건 over-do'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테다.

솔직히 책은 나랑 맞는다. 그래서 최소한 지인에겐 추천 하겠다. 필요가 있든, 만화의 의미적 확장에 관심이 있다면 만하다. 하지만 한달에 한권 읽기 버거운 삶이라면 굳이 읽어야 할까 싶다. 차라리 살 돈을 웹툰에 유료 결제하라. 그게 당신 삶에 긍정적 return으로 되갚아질지도 모를 일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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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인 'Story of your life' 아주 인상 깊게 읽었다.


복잡한 개념이 들어가서 이걸 어떻게 visualize할지 궁금해서 영화를 봤다찬사 받은 소설 영화화해서 안먹기가 쉽지 않다. 영화는 원작 생각하면 솔직히 실망스럽지만 반면에 어려운 이야기를 나름 풀어 나갔다.


테드 창의 핵심은

  • 언어는 사고를 규정한다.

  • 만일, 시간에서 자유로운 언어가 있다면, 사고도 시간에서 자유로와지지 않을까?

라는 SF 상상력에 있다.


그리고 SCIENTIFIC novel 답게 다양한 과학적 근거로 독자가 수긍도록 설득의 수위를 높인다. 가장 직관적 논증은 빛의 굴절이다. 빛이 최단 경로로 가기 때문에 매질이 달라질 굴절을 한다. 근데 끝점을 미리 알지 못하면 어떻게 최단경로를 있을까. 과학적으로 끝점 또는 '정해진 미래' 있는 차원이 있으리란 발상이다. 궤변이지만 꽤나 신선한 착안이기도 하고.

영화에서는 미래를 아는 것을 신비한 초능력처럼 설명하고 있는데, 대중성을 고려한 남루한 타협이고 원작은 우회하지 않는다.

 

SF 과학에 기반한 생경한 설정을 통해 우리 삶을 되돌아 보게 하는데 매력이 있다. 복잡하거나 번거로운 증명은 차치하자


만일 미래를 있다면 삶을 받아들일까? 철학적 질문이다. 어찌보면 우리는 미래를 알지 못하기 때문에 오늘 슬퍼하고 기뻐하고 행복하게 산다. 비극의 결말을 안다면 슬몃 슬픈 느낌이 있겠지만, 그래서 순간순간이 빛나게 감동적이고 고맙기도 할테다.


그런면에서 테드 창이 제시한 세계관은 묻는다. 운명에 대처하는 당신의 자세가 어떠한지. 받아들일텐가? 슬퍼할텐가, 감사할텐가?

 

마지막으로 제목은 언급해야겠다. 컨택트? 조디 포스터의 영화를 재개봉하는줄 알았다. '당신 인생의 이야기'라는 서정적 제목을 버릴 이유도 못찾겠지만, arrival이라는 중의적 제목을 굳이 괴랄하며 이미 소비된 컨택트란 워딩을 택한 이유를 도대체 모르겠다. 제목 지은 사람은 조리 돌림 당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테드 창의 소설 모음집 강력 추천한. 과작으로도 유명한 테드 창의 진수가 오롯이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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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copo Perfetti

아름다운 책이다

책의 얼개나 프레임웍 보다 자체가 좋아 야금야금 읽었다. 경영, 미술, 음악, 공연 장르를 현란하게  그리고 자유롭게 넘나들며 이야기 풀어가는 말솜씨에 완전 매료됐다.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 빨리 읽고 싶지만 지금 문장을 즐기고 싶어 살라미처럼 저며 읽었다.

 

(title) Fai fiorire in cileo (Make the sky bloom)


제목은 참담하다

믿을만한 누군가의 추천 리뷰가 아니었다면 단연코 책을 집어들지 않았을테다. 어디서 본듯 하면서 한없이 저렴한 제목이란. 성공, 아이디어, 영감, 거의 모든. 어디서 들어본 모든 키워드는 집어 넣느라 애썼다. 하지만 과욕으로 제목이 주는 심상은 한없이 모호하고 기대는 진부해지며 심지어 이미 읽은 책인지 혼동스럽기까지 하다.

 

실화라니

책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true story이다. 어렵게 이야기하면 기표가 아닌 기의이며, 식상하지만 그래도 영롱한 진정성을 말한다. 그냥 영어 표현 그대로 '진짜 이야기'. 이걸 실화로 적어 놓으 의미는 협소해진다.  챕터를 읽고 실화가 오독임을 깨닫기 전까지는 지극히 혼란스럽다. 내가 저자라면 쫓아가 화를 내고 싶을 정도지만, 사실 외의 번역은 깔끔하고 읽히므로 패스.

 

크로스오버

문화와 경영의 접목을 시도한 책은 더러 있다. 하지만 책은 주로 문화에 방점이 있고 경영을 양념 삼았다. 그래서 나같은 문화문외한에게 신나는 독서였는지 모르겠다. 예를 들면 이렇다. 성공한 브랜드와 카피 브랜드의 속성을 설명하기 위해 마르셀 뒤샹에서 시작해서 조지 코수프를 거쳐 벨기에 TNT 유튜브 광고를 동원한다.

브랜드의 내면화를 설명하기 위해 미장아빔(Mise en abime) 1924 셜록 주니어 영화에서 출발하고, 데미안 허스트의 상어와 사막의 전시예술 Prada Marfa로부터 브랜드 포지셔닝의 방향을 모색한다. 죽음의 사막에서 살아돌아온 에밀 르레이와 파초선 하나로 대군을 물리친 제갈량의 사례에서 유형과 무형의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을 고찰하는 식이다. 낯설지만 맞는 궁합의 공통 속성에 대해 이야기에 빠져들며 상상하는 재미는 쏠쏠하다.

 

에코의 재림

어느 정도 읽으면서 드는 생각은 움베르토 에코를 닮았. 학문에 걸친 자유분방한 상상이 매력이다. 같은 이탈리아 인이며 아직도 이어져 내려오는 르네상스적 인간의 면모인지도 모르겠다. 다만, 글감은 읽기 즐거워도 '경영학적' 프레임웍은 공허하다는 점만 짚어 둔다. 이탈리아 사치품 처럼, 보기 좋지만 장식적이며 비실용적이다.

책이 제공하는 가장 심플한 프레임웍이 BOATS(based on true story)인데 배와 항구와 파도의 비유는 저자 자신만의 자기만족이고 진담으로 경영 프레임웍을 이야기 한다면 곤란한 정도다. 책은 말고 수십가지의 약칭 프레임웍을 제공하는데 그냥 슬슬 흘리며 읽는게 훨씬 유익하고 재미나다. (믿어도 좋다)

 

Inuit Points ★★★★

경영서라 읽으면 . 인문학 책으로 읽으면 넷반 정도 된다. 읽는 내내 즐거웠으므로 줬다. 읽으며 내가 이런책 있을까 생각했다. 수다가 많지 않은 그리고 아이의 상상력을 많이 잃었다는 점에서 이런 스타일의 글은  쓸거란 생각을 했다. 다행인건 나같이 괴팍한 독자가 좋아라할 문체라 애써 연습까지 필요는 없으리란 스스로의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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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소프트 6인

트렌드가 트렌드인 시대

트렌드라고 명명된 얄팍한 버즈워드를 보며 하찮게 여기면서도 스윽 눈길이 가는게 낚시 키워드(hooking words) 본령이다. 빅데이터를 통해 비즈니스 키워드를 본다는 담대한 발상에 얼마나 잘했나 어디한번 보자는 못된 마음으로 책을 샀다.

 

동네 빅데이터

처음 참신했던 빅데이터, 이제 도처에 널린 식상함을 넘어 의미마저 상실한 습관적 수식어로 전락했다. 책은 공들여 연관 키워드를 통해 분주히 의미를 끌어내려 애를 쓰지만 연관 검색어는 연관 검색어지 빅데이터는 아니다. 그냥 많은 데이터를 뒤지면 빅데이터라고 자기들끼리 인정해주는 상황이니 넘어가는거지.

 

 시대정신의 심리학

하지만 트렌드니 빅데이터니 상업적 성공을 갈망하는 수식어를 제외하면 책의 내용은 재미있다가장 많이 회자되는 키워드를 연관 단어를 통해 세태를 추정해가는 과정에서 생각해볼 거리가 많기 때문이다. 예컨대, 평타와 추천이 엄청난 무게와 부피를 지닌 젊은 세대. 결정장애 공화국의 떠오르는 세대에는 남보다 튀기는 싫지만 뒤쳐지기는 싫은 평균회귀의 심리 그리고 무언의 억압이 기저에 있음을 추정한다.

 

빅데이터와 인문학

추정이 맞다. 인과는 냅두고 상관관계를 추구하는게 빅데이터라면 이부분은 빅데이터다. 다만, 데이터로 증명하기보다는 인문학의 소양으로 합리적인 추정을 하자는게 책의 기조일뿐이다. 내가 빅데이터라 인정하지 못하는 이유이지만 방법론 자체는 전혀 잘못이 아니다. 원래 인문학이 그런거다. 논리적 문제만 없다면 추정의 전개 자체로 의미있는거다. 지금까지 그래왔고. 하지만 명칭의 호도성만 짚어 두고 싶었다.


여섯저자

그러다보니 여섯 저자의 여섯 챕터가 관점의 색채와 본질탐구의 열기가 다르다. 다양성이 좋았다. 하지만 읽는 RoI 따지는 독자에겐 끼워팔기 같은 느낌이 들지도 모르겠다.

 

Inuit Points ★★★★

아침 지하철은 일상성에 묻히다보니 충전적이진 않다. 하지만 책을 읽는 동안은 발랄한 기운이 좋았다. 솔직히 크게 배울 점이나 눈여겨볼 내용은 없었다. 그래도 내가 가진 크고 작은 화면 밖의 다른 화면들 세상을 정리해서 보여주니 내겐 그런 느낌 모두가 배움이었다. 그리고 필력과 사고의 깊이가 다른 여섯 저자의 챕터들이 그래도 표피적 일관성을 유지하려는 노력도 높이 평가할만하다. 그래서 3점은 주기 미안해 4점이다. 재미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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