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에 해당하는 글 25건

공간의 힘

Culture/Review 2013.08.25 10:00
트위터나 페이스북을 보면, 꽤 많은 한국인들이 해외에서 소식을 날리고 있다. 미국, 호주, 일본, 캐나다, 독일, 스웨덴 등등.
토요일 이태원에 가보면, 여기가 한국의 어떤 거리인지, 한국여행자가 많은 외국 어느 교차로인지 모르게 외국인이 많다.
나 역시, 아침 7시쯤 눈뜨면 해외에서 들어오는 메일을 체크하고, 오전에는 남미, 오후에는 유럽과 컨퍼런스 콜을 한다. 사실 내 메일함은 24시간 내내 각지에서 보고가 들어온다.

이렇게 세계가 활발히 교류한 적은 인류 역사상 처음이다. 그런데, 이렇게 활발한 교류 속에 타국에서 살고 있는 이주민은 전 세계 인구의 몇 퍼센트가 될까? (다음으로 넘어가기 전에 생각해보시길)

Harm de Blij

(Title) The power of place: Geography, destiny, and globalizaton's rough landscape


간만에 지적으로 자극을 받는 흥미로운 책을 읽었다.

토마스 프리드먼이 유명세를 떨쳤던 책의 제목이자 명제, '세계는 평평하다(The world is flat)'의 반대 입장에서 쓴 책이다. 세계는 평평하지 않고 아직도 까칠까칠 울퉁불퉁(rough)하다는 주장이다.

사실 이는 밥먹으면 배부르다는 명제처럼 자명한, 또는 쉬운 논증이다. 왜냐면, 프리드먼의 주장이, 이미 평평해지는 증거가 많이 보이고 앞으로 그럴 것이라는 언명이다. 그 말을 뒤집으면 아직 평평하지 않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의 결론은 허전하다. 해가 동쪽에서 뜨는걸 아주 다양한 각도에서 증명해봤자 그 학문적 열정은 높이살망정 결론을 높이사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책이 주는 가치는, 목적지가 아닌 여정에 있다.
각 대륙 유명도시 안 가본 곳이 별로 없고, 세계 지리와 역사에 관심이 많아 그 쪽의 상식은 일정 수준을 넘는 내가 읽어도 처음 듣는 내용이 많았다.

왜 그럴까?
이유는 내가 익숙한 세상은 경제적 약소국을 제외한 세상이었기 때문이다. 책에서는 중심부와 주변부로 나눈다. 중심부는 유럼, 북미, 호주, 일본, 한국, 대만 딱 여기까지다. 나머지는 주변부다. 주변부는 파레토 원칙처럼 자리만 차지하고 경제적으로 중요하지 않은 나머지 부분이다.

앞의 답을 말할 시점이다. 

전 지구의 이동인(mobal)들은 약 2억명이다. 꽤 많아보여도 고작 세계인구의 3%다. 세상은 전혀 평평하지 않고 저자의 표현대로 rough하다. 이동이 쉽지 않게 울퉁불퉁, 꺼끌꺼끌하다는 뜻이다.

flat의 반대표현이란 점은 알지만, 정확한 표현은 sticky하다. 운명처럼, 굴레처럼 끈적거린다. 

예를 들어, 재난 챕터를 보자. 재난은 자연현상이니 중심부와 주변부에 편향되지 않지만, 다만 그 예방과 응급 조치에 있어 주변부에 큰 타격이 되고 있다. 그보다 중요한 점은, 재난이 역사적으로 잘 알려져 있고, 근 미래에 일어날 것이 예측되어도 우리는 거주지를 떠나지 않는다. 심지어 동남아에서는 한 화산이 폭발했는데도 주민들이 대피를 안해, 총으로 위협을해서 데리고 나왔다는 사례도 있다.

그 밖의 이야기는 더 심하다. 중심부와 주변부는 안보이지만 다양한 관점에서 매우 뚜렷한 구분이 있다. 위생과 공중보건은 경제력과 국가적 여력에 의해 끔찍할 정도로 편향이 심하다. 지금도 아프리카에서는 풍토병과 잘못된 위생으로 매일 많은 사람이 죽어나가고 있다.

지역 또는 공간에의 속박은 다양한 요소에서 기인한다. 종교와 언어가 그증 중요한 요소이기도 하다. 종교와 언어로 그룹을 잡으면 쉽게 중심부와 주변부를 가를 수 있을 정도다. 또한 자국내에서의 이동은 많지만 국경을 넘는 이동이 쉽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언어와 종교는 대단한 끈적이로 작용한다.

열거하지 않은 재미난 부분도 많다. 공간과 다른 힘을 갖는 도시의 힘이나 사회적 제도에 따라 갈라지는 지역별 운명 등 평소 생각해보지 않은 관점에서 신선한 재료를 많이 제공하고 있다.

결론이다.
책의 중심 메시지인 '세상이 평평하지 않다'는 헛힘 쓴 결론이다. 애써 논증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그 논증과정 자체는 매우 재미있다. 우리가 평소 접하기 힘든 아프리카, 중동의 세세한 상황을 배우는 재미가 쏠쏠하다.

한마디로 평하면, 이 책은 '세상 구경 많이 하고 돌아와 이야기가 끊이지 않는, 행색 초라하지만 박식한 삼촌'이다.
백과사전적 지식도 가끔은 쓸모가 있다.
하나 더 추가하자. 그 삼촌이 좀 어눌하다. 
번역이 공들인 티는 나는데, 매끄럽지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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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트리즈협회

트리즈 방법론에 대해서는 앞선 포스팅에서 소개한 바 있다.


전통적 트리즈가 공학문제 해결에 치중된 숙명이 있기에, 비즈니스 문제 해결에 적합한 도구가 필요한 참이었다.
이 책은 그 조건에 잘 부합할 것으로 보였다.

저술의 주체가 한국트리즈협회이고, TRIZ 방법론을 비즈니스 맥락에 어찌 적용되는지를 집중설명하는 방식이다.
최소한 목차까지는 합격이었다.

하지만, 내용은 영 부실하다.
우선 책의 1/3은 여기저기 주워 모은 듯한 TRIZ 방법론이다.
나머지 1/3은 비즈니스 맥락에서의 TRIZ인데, 비즈니스 전용의 문제해결 코스를 제안한다.
T: Task
R: Reason analysis
I: Imagination
Z: Zap
하지만, T-R-I-Z 에 끼워 맞춘 자유분방한 조어에서 보듯, 내용이 한참 함량 부족이다.
코끼리 냉장고에 넣는 삼단계와 똑같다.
그냥 TRIZ 책 읽고 겁나 고민하다보면 자연스럽게 나올만한 방법이다.

제일 기대를 걸었던 부분은, 마지막 1/3 분량을 차지하는 실전 응용이다.
기대가 큰 만큼 실망은 더 컸다.
더 이상 자세히 언급하지 않겠다.

느낀 점.
아.. 협회에서 홍보를 위해 지은 공동저작은 이렇게 영혼없는 책으로 귀결될 수 있구나.
'선수'들이 손대면 쓰레기도 이렇게 잘 포장해서 책의 컨셉과 목차까지 훌륭히 낚을 수도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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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IZ. 

어디서 들어본 듯도 하고 생경하기도 한 이름이다.
언젠가 이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 또 하나의 키치(kitch)적이며 마케팅용의 조어 정도로 여겼었다.

그러다 '세상 모든 CEO가 묻고 싶은 질문들'에서 TRIZ를 유용한 생각의 도구로 추천하기에 만만치 않은 무언가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
그래서 몇 권의 후보 중 처음 읽은 책이 바로 김효준의 책이다.

TRIZ에 대해 잠깐 설명을 하자. 
TRIZ는 러시아의 천재 겐리히 알츠슐러(Genrich Altschuller)가 만든 창의적 발상 기법이다.
알츠슐러는 14세에 특허를 등록하고 해군 특허파트에서 근무하면서 수많은 공학적 문제를 해결하였다.
그 과정에서 그가 깨달은 부분은 특허, 발명, 그리고 창의력을 발현하는데 있어 모종의 방법론이 있지 않을까 하는 부분이다.

이 부분에서 나는 그를 천재라 생각했다.
스스로 똑똑해서 발명을 많이 했다고 생각하지 않고, 자신의 '사고 방식'에 무언가 답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 점이 경탄할만하다.
더 놀라운 부분은 해군에 보관된 전세계 20만건의 특허를 죄다 읽고 분류하면서 문제 해결의 방법론을 찾았다.
(이러한 끈기 역시 내가 생각하는 천재의 필수조건이기도 하다.)

결과적으로 그가 찾은 답은, 창의적 문제해결에 공식이 있었다는 점이다.
즉, 문제의 근원을 모순으로 정의하고 그 모순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창의가 나온다는 방법론이다.
이  부분만 들으면 그게 무슨 대단한 발견일까 싶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모순은 두가지 모순이 있다.
첫째, 물리적 모순(physical contradiction)이다. 어떤 사물이 동시에 복수의 모순적 속성을 가져야 하는 상황이다. 예컨대, 자전거 체인은 축과 함께 회전할만큼 유연해야 하지만, 힘을 받을 만큼 충분히 강해야 한다. 즉 유연하면서 강해야 하는 물리적 모순이다. 이에 대한 해답은 우리가 알듯 쇠사슬을 엮어 강하되 매우 부드럽게 휘어지는 방식으로 해결을 했다.

둘째, 기술적 모순(technical contradiction)이다. 이는 전체적으로 하나의 성능이 좋아지면 다른 속성이 나빠지는 모순을 뜻한다. 예컨대 자동차 엔진은 출력이 좋으면 연비가 나빠지는 특성을 갖는다. 이 경우 가변 실린더 구조를 채용해 필요한 만큼의 기통을 운영하는 방식으로 해결 가능하다.

여기까지만 해도 방법론 상으로는 꽤 쓸만한 관점을 제시했지만, 알츠슐러씨는 멈추지 않는다. 소위 말하는 '40가지 해결책'으로 발상을 돕는다. 

거칠게 말하면, 문제의 모순을 정확히 규정하고 이 40가지 해결책을 꾸준히 머릿속에서 굴리면 획기적인 해결책이 나올 가능성이 상당히 높으니 대단하다.

슬프고 재미난 일화가 있다.
알츠슐러는 이러한 방법론을 찾아내고 조국에 이 사실을 알린다.
'소비에트 연방의 창의적 사고능력 향상을 위한 조언'이란 제목으로 편지를 썼고, 오히려 당국은 체제 불만자로 낙인 찍어 그를 감옥에 가둔다.
더 재미난건, 그 감옥이 지식인의 수용소인였다는 점이다. 옥중생활을 통해 수많은 석학과 이야기를 나누며 그의 이론을 더 공고히 한다. 만사 새옹지마다.
결국, 투옥된지  5년 후 스탈린이 죽고 그는 사면되어 나와 TRIZ 방법론을 세상에 전파한다.
들리기로는 소련이 TRIZ를 국가 기밀로 간직했다하고, 개방 이후 서방 대기업이 거액의 돈으로 TRIZ 전문가를 데려가 혁신을 주도했다고 한다.
공공연한 이야기지만 삼성에서도 비밀리에 TRIZ를 통해 많은 혁신과 발명을 이뤘다고도 전해진다.

책 이야기보다도 TRIZ 일반론이 길었지만, 김효준의 책은 깔끔하다.
개념 정리도 간결하고, 논점과 주장도 명확하다.
40가지 솔루션을 다 설명하지 않은 점은 아쉽지만, 저자 입장에서는 사전적으로 다 열거한 전작을 의식하지 않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더 마음에 들었던 점은, TRIZ를 실무로 고민한 흔적이 역력하다는 부분이다.
책 읽으면서 대뜸 들었던 생각, '프레임웍은 좋은데 너무 사후적이지 않나?'라는 부분이다.
신기하게도 책 말미에 그는 직접 답한다.
방법론 자체가 특허 조사를 통해 나왔고, 특히 TRIZ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방법론으로 사후적 설명을 통해 현혹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지만, 그는 TRIZ를 사랑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TRIZ 생각법을 체화하면 창의성을 발휘하는데 확실히 도움이 된다는 말은 매우 일리 있다.

나는 충분히 공감했고, 좋은 관점을 얻어 기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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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트리즈 맛본사람 2013.06.12 22:33 신고
    좋은글 감사합니다.
    트리즈 관련서적 꼭 한번 사서 정독하고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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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호


지구 표면적의 1/7을 차지하는 나라. 
동-서간 시차가 11시간 나는 나라. 한때 미-소 경쟁 중 한 극의 주축이 되었던 나라 러시아다. 

그러나 의외로 우리나라에는 몇가지 키워드 이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머나먼 나라다.
한-소 수교가 이뤄진 것이 1990년 즈음이고, 그 전까지는 냉전 시대의 대결구도 영향을 받은 것도 사실이지만, '중공'이라 불리웠던 중국보다도 러시아는 먼 나라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갖는 몇가지 흔한 오해도 많다.
  • 모스크바는 시베리아 한 가운데 있어 춥다. 
  • 모스크바는 유럽과 아시아의 중간 쯤 위치해 있다. 
  • 러시아 아가씨들은 다 이쁘다. 
생각과는 다르다고만 하겠다.

책은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주제를 외줄타듯 간다. 그래서 경박하지는 않지만 딱히 남는 인상도 없는 밋밋함이 특징이다. 책을 읽으면 몇가지 문구랄지 주제의식이 머리에 남지만, 잡지를 읽으면 '아, 시간 잘 때웠다'라는 느낌과 꼭 같다고나 할까. 
어찌보면 저자의 전작이 인문사회적으로 너무 묵직해, 이번 버전에서는 가벼움을 추구했다는게 보인다. 그래도 어정쩡한 포지션은 안쓰럽다. 

내가 이 책을 보며 가장 괄목하고 본 부분은 아틀란티즘과 유라시아니즘 간의 대립으로 러시아의 동역학을 설명한다든지, 고르바초프에서 옐친, 푸틴으로 넘어오는 정치 계보간의 주요 맥락이다. 이런 부분은 기자 출신의 러시아 전문가로서 충분히 무겁지 않으면서도 재미난 이야기 거리가 많은 부분이다. 앞의 일반 여행 가이드에서 볼 수 있는 부분을 과감히 쳐내고 저자의 강점을 살렸으면 하는 아쉬움이 많았다. 
그래도 전문성이 심히 모자라는 '모스크바 판타지' 보다는 훨씬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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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수기업열전

Biz/Review 2011.09.27 20:00
하나는 외롭고, 둘은 싸우고, 셋은 서열짓기다.
-Inuit
최소한 산업에 있어서는 의미있는 명제일 것입니다. 허핀달 지수(Herfindahl index)로 수치화 되기도 하는 과점은, 산업이나 기업의 복리와 생사를 결정짓는 중요 변수입니다.

모두가 독점을 원하지만, 시장은 독점을 흔쾌히 허락하지 않습니다. 아무리 사랑받는 독점기업이라도, 가격과 고객 세그먼트 상 틈새가 항상 있기 때문이지요. 하다못해 공짜 경제학을 전면에 내세워 가격 차별화의 여지를 줄여 놓은 구글조차, 광고, 플랫폼, 서비스 측면에서 수많은 경쟁자들이 생겨나고, 도전하고, 무럭무럭 자라는 형국입니다.

결국, 산업별 최적의 양적 기준은 동태적인 측면에서 봐야 합니다. 하나의 강력한 사업자가 떠오르고 이에 도전하는 강력한 맞수가 생기고 그 경쟁에 의해 산업 자체가 커지면서 새로운 사업자가 들어올 여지가 생기는 방식이지요. 만일 혁신이 없다면 산업의 외연이 정체되면서 독점이나 복점, 과점 체제가 안정화됩니다.

이런 측면을 이해할 때, 산업을 자극하면서 스스로 성장하는 맞수 기업간의 성장 드라마는 두가지 측면에서 흥미를 줍니다. 첫째, 산업-기업간의 상호작용이 가장 극명하게 보인다는 점, 둘째, 그 연대기적 추적 자체가 내포하는 수많은 스토리가 호기심을 충분히 채운다는 점이지요.

정혁준

같은 맥락에서, '한겨레 21' 경제팀장 출신의 저자가 정리한 국내 맞수 기업의 성장사는 충분히 즐겁게 읽힙니다. 우선 우리가 익숙한 기업들의 과거 모습이 주는 이야기적 함의가 재미나고, 혼자였다면 해내지 못할 시대적 혁신과 돌파를 맞수끼리 겨뤘기에 이뤄낸 구조적 측면에 대한 깨달음이 의미를 보탭니다.

현재 우리나라 기업의 근간이며 세계에서 손꼽는 플레이어인 삼성과 LG의 총수가 사돈에 동향 출신이란 점이나. 엔씨소프트와 넥슨의 대표가 같은 과 선후배이고, 다음 이재웅 창업자와 네이버 이해진 창업자가 같은 아파트에 살던 친구란 점들 등등 수많은 인연은 맞수가 단순한 짝짓기가 아니라, 정보 교류과 개인적 모티베이션의 상호작용이란 점을 다시 생각하게 합니다.

전반적으로 책은 꼼꼼하고 재미납니다. 전체 산업 돌아가는데 빠꼼한 저도 새로 알게된 팩트가 제법 많을 만큼 알찹니다. 우리나라 기업환경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고, 창업이나 신사업 론칭의 시점적 배경이 집중되므로 새로운 각오를 다지는 직장인에게도 좋은 참고가 될 것입니다.

다만, 언론사 데스크 입장에서 굵직한 기업들, 그것도 창업자의 이야기를 다루는 한계로 깊이에서 넘지 못할 선이 보이고, 사보 수준의 미화가 많아 도덕적, 전략적 맹점을 죄다 넘기는 점은 태생적 결함이라고 이해를 미리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그냥 많은 기대 말고 스토리의 재미에 빠져도 충분히 아깝지 않은 책임은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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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비밀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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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잘 버는 런던의 금융인이 잘 나가던 직장을 때려치우고, 세계를 돌아다니며 물건을 사고 팔며 경제의 새로운 면에 눈을 뜬다.
컨셉이 참 명료하면서도, 흥미진진합니다. 이미 플롯에서 반은 성공하고 들어간 책입니다. 이 책을 사 놓고도 아껴 두었다 휴가 때 비행기에서 읽었습니다. 세계라는 책의 배경과 캐주얼한 전개가 휴가 여행에 딱 맞겠다 싶었습니다.

Coner Woodman

(Title) Around the World in 80 Trades

보이지도 않는 거액을 모니터로 거래하고, 거대한 회사를 서류로 사고 파는 증권과 금융세계. 현대경제의 총아이면서도 지나치게 가상화된 것이 사실입니다. 2008년 세계를 광풍처럼 쓸어버린 서브프라임 모기지 역시 실물 없이 파생상품이 꼬리를 물다가 거품처럼 주저앉은 현대 경제의 병폐를 드러낸 사례이지요.

우연히 실크로드에서 과거에 세계 경제를 움직였던 무역상들의 활동에 착안해 저자는 실제로 현대판 실크로드를 구상합니다.수단의 낙타를 사서 이집트에 팔고, 다시 잠비아의 커피를 사서 남아공에 팔고, 남아공에서는 와인과 칠리 소스를 사서 중국과 인도에 파는 식입니다.

이 과정에서 저자는 가혹한 낙타상인과 피말리는 흥정도 하고, 밤새 고기잡이 나가 150엔을 벌었지만 손해보지 않은 것에 행복해합니다. 물론, 와인이나 계절상품을 통해서는 큰 돈을 벌기도 하지요.

사실 상거래가 포함된 여행기라 해도 좋을만큼 가볍고도 잘 읽히는 책이지만, 그래도 굳이 따지면 배울만한 진리가 많습니다. 협상을 잘 알아도 현장에서의 흥정은 또 다른 맥락이 있다든지, 브랜드를 통해 부가가치를 낸다든지, 현금흐름이 나쁘면 손해도 감수해야 한다는 평범하지만 귀한 교훈들 말입니다. 사실, 배워서 아는 진리도 거리에 나서면 새로 겪으며 다시 체득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자 역시 책상의 지식을 거리에서 다시 지혜로 터득해 나갑니다. 그리고 목표한 수익을 올리고 영국으로 귀환하지요.

물론 이 숨가쁜 여행의 결정적 차별성은, 저자가 막다른 골목에 부딪힐 때마다 기가 막히게 나타나는 현지 전문가입니다. 처음에는 저자의 인맥이 그만큼 좋은가보다 했는데, 그 지역적, 구색적 방대함이 엄청나, 과연 젊은 런더너가 쉽게 쌓을만한 네트워크인지는 신뢰가 안 갑니다. 출판사나 방송사 같은 네트워크의 허브가 있다면 모르겠지만요.

'80일간의 세계일주'라는 고전을 패러디한 제목만큼이나, 책은 매끈한 상업적 작품입니다. 그렇다고, 마시멜로 식의 내용보다 과한 포장이란 뜻은 아닙니다. 얄미우리만치 정교하게 편집되고, 적절히 긴장과 이완이 반복되어 읽기에 지루하지 않으면서도, 묵직한 경제와 시장원리에 대해 직설적인 접근을 합니다. 마치 요즘 드라마들이 상업적 공식으로 투박함 없이 만들어지지만, 그래도 재미나서 몰입하는 것과 유사합니다. 게다가 저자는 같은 내용을 방송 컨텐츠로도 만들어 부와 명성을 쌓았지요. 국제적 보따리 장사를 통해 번 2만5천 파운드의 몇 십배는 벌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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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후후후 잘난 사람은 뭘해도 잘하는 군요. 문득 신신애의 노래가 떠오릊니다 ㅋㅋㅋ
    긴 연휴입니다! 즐거운 추석 보내세요!
  2. 저도 케이블TV를 통해서 접했는데, 정말 흥미진진했습니다.
    현대에도 저런식의 직접 상거래를 하고 있는 사람이 있구나 싶었구요. =)
  3. 아.. 전 이거 보고 나도!!! 나도 장사!!! 라고 외칠려다가
    마지막 줄을 보고 아.. 될사람만 되겠거니 OTL 하고
    포기했습니다 ㅜㅜ;;

    덧 : 오랫만의 덧글이지요? 글은 항~~~~~~~~상 보고 있습니다 ^___^;
  4. 장바구니에 넣어둔 후 와닿는 서평이 없어서 구매를 망설이던 책인데, 한 번 읽어보고 싶어지는군요. ^^
    • 네. 재미있어요 일단.
      시간 아깝지는 않습니다.
      근데 제이 키우고 게임도 해줘야 하시는데 너무 바쁘셔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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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정 작가의 신작에 해당하는 '7년의 밤'을 먼저 읽고 나니, 그의 다른 책은 읽고 싶은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글솜씨는 인정하겠지만, 불편할 정도의 몰입감과, 있음직하게 뒤틀린 세계관이 휴식을 위한 독서와 잘 안 맞는 느낌이었습니다.


하지만, 두 권 다 읽은 아내가 전작인 '내 심장을 쏴라'는 보다 가볍고 유쾌하다고 줄곧 말한지라, 작가의 다른 세상을 만나보려 휴가 때 읽었습니다.

정유정

확실히 낫더군요. 인생에 갑자기 변화구가 던져진 '7년의 밤'처럼, '내 심장'도  갑자기 정신병원에 갇힌 사내의 이야기로 시작하지만 돌이킬 수 있다는 점, 실낱 같은 탈출의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는 한껏 희망적입니다.

무엇보다 스테레오 타입의 악역은 있을지언정, 뼛속까지 철저한 악인은 없습니다. 그래서 폭력과 증오의 농도도 훨씬 묽습니다. 게다가 수용자들끼리는 큰 틀에서 용서와 화합을 하니 그래도 살만한 세상이지요.

결국, 열악하지만 물리적 생존에는 큰 지장 없는 곳이지만, 정신적 생존과 자유를 위해 바깥 세상으로의 위험한 동경을 드러내는 자체적 위기구조의 책입니다. 그렇다고 흔한 탈출 스토리와 궤를 같이하지는 않습니다. 우선 치밀한 정신병원 묘사로 인해 다른 무대가 펼쳐 졌다는 점과 무엇보다 정신병원 탈출은 일탈일지언정 위법은 아니니까요.

신작을 먼저 읽고 전작을 읽은 탓에 자꾸 비교하게 됩니다. 신작이 테크닉 면에서는 보다 화려해졌지만, 순박한 주제정신과 몸을 던진 노고의 장대함에서 전작인 '내 심장을 쏴라'가 저는 더 좋네요. 가볍게 읽으면서 마음 한구석의 짐을 스르르 내려놓게 되는 책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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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 가면, 풍경사진 찍고, 음식, 특산물을 카메라에 담느라 정신이 없지요. 왜 그럴까요?
 
다녀온 기억을 오래 간직하고 싶은 욕구, 그리고 가서 본 것을 남과 공유하고 싶은 이야기 본능이 동기입니다. 바로 이 점에서 사진찍는 행위는 특정한 예술의 장르이면서도 시간의 보존, 스토리텔링, 그리고 감정의 해석까지 다양한 범주를 포함하는 창작행위입니다.
 

David deChemin

(Title) Within the frame: The journey of photographic vision

사진을 잘 찍지는 못해도 사진 찍는걸 좋아하고 잘 찍고 싶은지라, 가끔 사진에 관한 책을 봅니다. 이 책은 그 중에서도 독특합니다.

일단, 사진 잘 찍는 테크닉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이 없습니다. 시종일관 피사체를 대하는 마음, 결정적 순간을 잡아내는 마음의 자세를 다룹니다. 사진학의 선승과도 같습니다.

기교와 그럴듯한 결과물도 중요하지만, 사진을 왜 찍는지에 대한 이유, 저자가 원제에도 표현하듯 '비전(vision)'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이 책은 비전에 대한 모든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책 중간중간에 나오는 사진들은, 소위 말하는 '짠한' 사진이 많습니다. 그러나 이 모든 사진이 우연이 아니라 사진작가가 미리 공부하고, 발로 찾고, 피사체와 교감하고, 결정적 순간을 기다려 만든 시공간 상의 절묘한 순간임을 책 보며 내내 깨닫습니다. 

낯선 곳에 가더라도 장소의 혼을 담으려 노력하고, 문화와 교감하고, 사람들 속의 동질한 감성을 잡아내려 애쓴 그 모든 흔적이 결국, 눈을 사로잡고 마음이 뭉클하고 눈물 슬몃 고이는 정서적 울림이 있는 사진으로 포착되는 것이지요.

이 책을 보면 서늘하면서 따뜻하다는 양가감정을 느낍니다. 연출을 싫어하고, 모든 문화를 그대로 존중하는 작가의 시선은 저널리스트의 감성을 닮아 중립적이고 거리감이 있습니다. 그래서 사진들이 객관적 서늘함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 이면에 인간에 대한 존중, 타문화에 대한 포용, 사람에 대한 사랑이 면면에 흐르기 때문에 사진 한구석에서 강렬한 교감을 느끼며 온기가 전해집니다. 원래 종교인이 되고 싶었던 꿈이 있었던 탓인지, 뛰어난 사진실력에도 월드비전 등 구호단체의 홍보용 사진을 주로 찍어온 독특한 이력의 작가답습니다.

DSLR의 복잡한 기교를 알 필요 없을지라도, 렌즈를 통해 피사체를 접하는건 일상이 되어버린 디지털 세상입니다. 두쉬민 씨의 피사체 대하는 마음은 사진 아니라 삶에서도 견지해야할 아름다운 정신일 것입니다. 저 또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얼마전 곁을 떠난 동생같은 동료에게도 이 책을 선물했더랬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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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학창시절 돌이켜보면 가장 재미없던 수업은 단연 도덕이었지 싶습니다. 그냥 착하게 잘 살면 되지 뭘 과목으로까지 배우나 싶고, 이런건 가정 교육의 문제지 왜 학교에서 가르칠까 의문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마흔 넘은 지금 곰곰 생각해보면, 도덕은 가장 중요한 가치인것은 분명합니다. 굳이 과목으로 필요했는지를 별론으로 둔다면 과목으로라도 한 자리 차지할 의미는 충분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항상 판단하고 결정하고 관계맺어야 하는 인간 사회의 일원인 한은 늘 부딪히는 이슈니까요.

Michael Sandel

(Title) Justice: What's the right thing to do?

처음에 이 책이 베스트셀러라는 소리를 들었을 때는, 그저 사회적 심상으로 여겼습니다. 순수해서 그만큼 파괴력이 있는 질문,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이 유행한다는건 정의가 부재한 세태의 시대정신으로 읽혔습니다. 물론, 그 시대정신도 분명 큰 작용을 했겠습니다. 그러나, 그 이전에 책 자체가 가진 풍성한 함량의 논의 자체가 사람들 마음에 통했다는걸 책 읽고서 알았습니다.

삶의 지침이 되는 도덕, 정의, 쉽게 말해 무엇이 옳은가에 대하여 우리는 한번도 제대로 생각해볼 기회 없이 지내왔습니다. 그래도 문제 없는건 대개 무엇이 옳은지에 대해 스스로도 많이 고민했고, 암묵적으로 가족, 학교, 지인, 커뮤니티를 통해 배워왔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런 주먹구구 셈법은 미분 만나면 머리에 쥐만 나게 마련이지요. 

예를 들어, 낙태나 동성혼은 금해야하나요 허용해야 하나요, 그 결론의 이유는 뭔가요? 애국심은 도덕의 기준이 될 수 있나요 없나요? 아마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은 각자 마음 속에 있지만, 명확히 설명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만일 토론에 참가했다면 첫마디 꺼내고 반박당한 후에 한마디도 이어가기 힘들 것입니다. 다소 감정적인 결론이라서 그렇습니다.

정의는 삶의 지침입니다. 무엇이 옳은지, 그른지에 대한 판단은 의사결정의 중요한 잣대가 되고, 그 결정이 쌓여 자신의 삶을 규정하고 또 주변에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그런면에서 샌델 선생의 '정의론'은 매우 귀한 교훈을 줍니다. 최대 다수의 행복을 말하는 공리주의, 개인의 자유를 존중하는 자유주의, 그리고 순수실천을 위한 이성을 강조하는 칸트의 정언명령 등이 콜라주처럼 인생의 주요 결정순간에 틈입하게 마련인데 그 장점과 단점을 정확히 아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의미있는 배움입니다. 저는 이제야 이 부분을 진지하고 통합적으로 고려하게 된게 아쉽기도 하고, 그나마 다행이란 생각도 했습니다.

샌델만의 매력은 서로 상충하는 여러가지 정의론이 대립하는 부분을 화해시킨 점입니다. 특히, 제가 제도권 수업에서 전혀 들어보지 못했던 존 롤스의 정의론은 많은 부분을 생각하게 됩니다. 재능마저 랜덤하게 부여받은 요소로 보는, 사회 약자에 대한 지지적 시각을 배웠습니다.
그보다 가장 찬란한 부분은 공동체주의입니다. 결국, 합의나 의무 이외에도 공동체적 시각에서의 정의란 부분은 교과서 속 정의와 도덕이 거리의 도덕과 손 잡게 해줍니다. 또한 동양적 도덕과 정의론과도 공존이 가능합니다. 저는 머리를 치는듯한 큰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저는 논리학, 산업경제 강의에 이어 다음에 세션을 열면 교재로 이 책을 선택하고 싶습니다. 같이 이야기나누고 뜻을 쫓으며 배움을 체화하고 나면, 평생의 큰 도움 되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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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저도 이거 동영상을 회사에 어떤분이 주셔서 열심히 보...려고 했으니 아직 반밖에 못봤다죠 ^^;;
    강의도 엄청 재미있고 머랄까 좀더 깊게 생각하게 만드는 것도 많고 재미있는 강의입니다. 하버드가 참 부럽더라구요 이런 강의들이 많을거라고 생각한다면..
    그래도 엉뚱하게 전 두가지 정도를 생각했어요
    1. 수업끝나고 뒤도안돌아보고나가는건 우리나 그네나 같군..
    2. 저거 보는건 재밌지만 학점위해 공부하려면 막막하겠군..
    정도의 생각 ( --);;;
    • 하하 두번째 포인트 특히 공감합니다.
      듣기엔 재미있는데 학점 매기려면 서로 쉽지 않을듯도 하네요. ^^
  2. 저도 처음에 이 책의 제목만 보고 정의란 무엇이다.. 라고 말해주는 책인가 해서 책도 읽어보고 강의 동영상도 보았지요. 제가 생각했던 내용은 아니더군요^^ 저자는 독자에게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을 고취시키고자 하는 듯 보였습니다. 동양 사상적으로 인의예지신에서 義는 시간적으로 가을에 배속되는데... 가을이란 옭고 그름을 결정하는 때라 그런듯 싶습니다.. 정의를 정의하긴 어렵지만 시대의 정신에 맞게 정의가 되지 않을까 싶네요. 가을이 되면 알 수 있겠죠 ^^
    • 네.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는 점이 좋더군요.
      오히려 딱 답을 알려주면 덜했을듯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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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경영학

Biz/Review 2011.02.07 22:00
여러분은 만약 다시 대학으로 전공을 택한다면 어떤 공부를 해 보시겠습니까? 

저는 종종 말합니다. 이과라면 물리학, 문과라면 경제학을 택하겠다고. 전 우연처럼 운명처럼, 항공우주공학 그리고 경영학을 전공했습니다. 그 덕에 직업상의 경력도 성공적으로 쌓아 왔지만, 응용학문이 갖는 고형성보다 일반학문이 갖는 통합적이고 유용한 사고 방식에 마음 끌리는게 사실입니다. 하긴, 공부로서의 일반학이 아닌 학위로서의 일반학문 역시 매력 없는 구석이 많지요. 전문인으로서의 취업시장에서 입지도 약하고, 기본학문임에도 불구하고 학교라는 세팅하에서라면 역시 제한된 영역에 스스로를 가두고 우물안 개구리같은 천착 밖에 길이 없으니 말입니다.

어쩌면, 그런 까닭에 졸업 이후의 스스로 공부에 많은 매력을 느끼고 여가의 대부분을 몰두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일환으로 행동경제학이 고개를 들 무렵, 일찌기 관심을 갖고 행동경제학의 프레임으로 설명하는 커뮤니케이션 책을 집필하기도 했듯 말입니다.

Matthew Stewart

(Title) The management myth

Heart beating philosopher's insight
그런면에서, 이 책처럼 읽기 전 제 마음을 울렁이게 한 책도 없을겁니다. 1) 학문의 근원이자 사고의 방식을 다루는 자칭 철학자가, 2) 컨설팅 업계에서의 실무 경험을 기반으로 3) 경영학의 허구와 환상을 파헤치는 내용이니 얼마나 흥미진진하겠습니까. 게다가 그 도메인은 제가 공부해왔으며 업으로 삼고 있는 전략과 인사를 주된 내용으로하니 말입니다.


So biased
"지독히 편향적이다!"
책 읽으면서 혼자 되뇌이던 말입니다. 동서고금의 철학자 이름과 인용을 주워 삼기면서 경영학의 무용론을 설파하는 것은 좋은데, 그 교묘함이 일반인이 알아채기 힘든 말의 성찬이라는 점에서 독하다는 소리가 절로 나옵니다.


Knocking off the gurus
저자가 거짓말을 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그의 논증은 꽤나 충실합니다. 제가 알던 사실보다 더 적나라하고 상세하며 치밀하게 고증되어 있습니다. 저는 사실 이 부분에서 지적인 만족감을 느꼈습니다. 스튜어트 씨는 경영학의 대표적 구루 4인을 불러내 하나씩 난자합니다.
1. Frederick Taylor
과학적 관리기법을 제안하여 경영학의 학문적 정체성을 만든 인물. 하지만, 그의 과학적 관리기법의 핵심 논증인 피그 아이언(pig iron) 연구는 과학의 성과라기 보다는 잘 된 샘플 하나의 확대해석과 주변 정황의 날조란 사실. 그가 실제로 창조한 효율성보다, 그의 컨설팅 비용이 비쌌다.
2. Elton Mayo
과학적 기법보다 인간에 대한 관심이 중요하다는 행동주의(behaviorism)의 태두. 그러나 그의 유명한 호손 실험 (hawthorne experiment)의 핵심 요소가 인본주의적 요인보다는 급여 인상 효과가 더 컸고, 그는 데이터를 선택적으로 골라 썼다.
3. Michael Porter
전략개념을 경영에 도입한 인물. 하지만 그의 구조적 특이성을 이용한 초과수익 개념은, 모두가 초과수익을 도입할 때 초과수익이 사라지는 논리적 모순을 초래한다. 단지 경영자의 이익에 복무하는 이론임.
4. Tom Peters
6백만부를 넘는 판매부수로 경영학의 대중화를 이끈 인물. 그의 설득방식은 종교주의적 색채를 띄며 스스로를 교주화 하고 있음. 자기 자신의 회사조차도 그의 경영원칙과 강령을 따르지 않음.
협소한 공간이므로 매우 거칠게 요약했기에 상세한 논증은 책을 참조하시는게 낫습니다.


Inuit's counter-argument
스튜어트 씨 논증을 종합적으로 비판하자면 교각살우입니다. 다만, 고사처럼 정성이 넘쳐 실수로 소를 잡은게 아니라, 본원적인 살의를 담아 뿔을 비틀고 있다는 점이지요.
시간순으로 최근부터 봅니다. 피터스의 경우, 저도 예전에 글 썼듯 바락바락 악쓰며 자극적인 문구가 난립해 읽기에 매우 피곤합니다. 게다가 매번 하는 이야기도 똑 같습니다. 하지만, 잔소리도 새겨들어 배우고 깨달을 점이 있으면 그 뿐입니다. 책 한권 산 것으로 그의 신도가 된 것도 아닌데 본질을 매우 호도합니다.
포터의 경우, '프레임웍은 사고의 틀이다'에서 지적했듯, 5 forces model을 기업분석과 기업경영전략에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는건 요즘 비즈니스 스쿨에서 생기초에 해당하는 사항입니다. 즉 산업의 매력도를 보기 위한 프레임웍이지 개별 기업의 갈 방향에 대해 아무 것도 말하지 못함을 알고 있습니다.
메이요와 테일러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그들의 말을 단어 그대로교조주의로 받아들이는 경영학도는 없습니다. 그리고, 당시의 성과가 매우 거칠고 초보적인 학문적 성취란 점도 다 아는 점입니다. 단지, 각각은 경영학 정립과정에서 크게 물줄기를 틀었다는 점에서 인정 받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Killing corpes
제가 가장 불편한 점은, 전형적인 허수아비 논증을 펼친다는 점입니다. 즉, 경영학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네 명을 골라 그들을 각개 저격한 후, 이제 경영학은 죽었다, 무용하다는 결론을 끌어내는 방식입니다. 마치 본문비평학 하는 사람들이 오버해서 '성서가 날조이니 기독교는 무용하다'는 주장과 흡사합니다. 저는 성서가 특정한 견해를 담은 사적 문서라는 생각을 합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교의 무용함을 주장하지는 않습니다. 진화론적 관점에서 종교는 그 역할이 분명하고, 유용하지요. 다만, 교회가 비즈니스 조직화되고 사유화되는 점이 불만입니다. 
경영학도 마찬가지입니다. 앞의 네 명의 흠에는 저도 동의하고, 누구의 영향없이도 문제의식을 갖고 있기도 합니다. 반면, 그들이 경영학의 등가는 아닙니다. 왜냐하면 경영학은 시간에 따라 변해 왔고, 경영하는 사람들의 이해를 돕는 도구에 불과할 뿐이니까요. 스튜어트 씨는환원주의의 오류를 지적하면서, 스스로 환원주의의 오류에 빠져 있습니다. 아주 중요한 구성입자 몇개가 오류이니 전체는 오류다, 라고 논증합니다.


It's all dynamic
심지어 드러커 보고는 매번 말을 바꾼다고 놀립니다. 50년이면 세상이 얼마나 변하는데, 같은 말을 반복해야 일관된다고 생각할까요. 자기 생각이 틀렸다면 그에 맞춰 수정하는게 옳은 것 아닐까요. 

테일러나 메이요도 그렇습니다. 그들의 역사적 의미는 사람들에게 인식적인 전환점을 주었다는 부분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닙니다. 결과가 수단을 정당화 한다는 뜻이 아니라, 시대적 요청이 그 사람에 의해 아이콘화 되었을 뿐이라는 뜻입니다. 그들이 데이터를 날조했든 안했든, 시대 상황에 따라 결과적으로 유사한 흐름이 형성될 수 밖에 없었다는 점을 이해하는게 중요합니다. 

테일러의 시대에는 기업이 양산되며 경영에 대한 구조적 틀이 필요했던 시점이었습니다. 그게 과학이 융성하는 시대와 맞아 과학적 경영이라는 기법이 탄생된 것이지요. 무엇이든 과학으로 해석하는 사회적 동의가 있었고, 트렌드였고 더 중요하게는 주먹구구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제시한 부분에 열광한 것입니다.

메이요도 그렇습니다. 지나친 과학주의가 야기하는 비인간성 때문에 테일러주의가 비판받던 시대였기에, 누구의 연구 결과일지라도 인본주의가 주도하는 반작용에 대한 갈망이 응집되던 시점이었습니다. 메이요는 그런 시대정신을 잘 읽었고, 마침 호손의 데이터는 테일러주의의 결정적 반증 역할을 맡아야 했던 것입니다.

그 후는 잘 알듯, 과학적 관리와 인본적 관리가 융합하며 경영의 모양을 잡았고, 기업 외부적 시각에서 보는 관점도 필요하고, 지식 노동자의 특성에 맞는 새로운 경영도 필요했기에 포터와 피터스가 득세했습니다. 

즉, 경영의 흐름은 인류의 사고 방식에 발맞추어 변화할 따름이지 어떤 몇명 인간의 조작에 의해 인류가 사기를 당하는 시추에이션은 아니란 소리입니다. 제가 잘 쓰는 말이 있습니다.
"한명을 오래 속일 수 있고, 여러 명을 잠깐 속일 수 있어도, 여러 명을 오래 속일 수는 없다."


So what?
스튜어트 씨는 한술 더 뜹니다. 경영학은 비즈니스 스쿨과 몇몇 이해관계자들의 배를 불리는 도구일 뿐이고, 철학이나 인문학만 배워도 충분하다는 경영학 무용론을 펼칩니다. 이게 뭐 대단한 사실처럼 난리를 치지만, 동양에서는 주지의 사실입니다. 중국의 엘리트 공무원이나 기업 총경리들이 그렇고, 우리나라 대기업 사장단만 봐도 경영학 전공자보다 공학 전공자가 더 많습니다. 

단지 경영학은 엔트리 레벨의 직업훈련이며 일부 숙련된 중간관리자를 양산하는 유용한 하나의 시스템에 불과합니다. 이를 알만한 사람이 흑백논리를 펼치며, 무용하니 폐지하자는 유치한 논증을 벌입니다. 물론, 미국적 맥락에서 MBA 타이틀이 갖는 비정상적 우월지위에 대한 반작용임을 알지만 개인적 컴플렉스를 의심할 만큼 의도 과잉입니다. MBA의 의미라면, 이미 시장 메커니즘에 의해 공급이 늘면서 초과수익력이 떨어진지 오래입니다. 요즘 우리나라 대기업에서 미국 MBA는 그냥 국내와 마찬가지로 석사 2년 인정입니다.


A consultant will ba a consultant
이러니 내가 컨설턴트 욕을 안 할 수 없습니다. 빼곡한 팩트와 현란한 말솜씨로 본질을 호도하고 '나 잘났지 그치?'하고 사라지는 수법입니다. 대안도 없습니다. 그저 '경영학은 잘못된 학문이고 일부 놀음에 너희는 피해만 봤지, 메롱.'입니다. 기껏 대안이라고 주장하는건 철학을 가르쳐야 한다는 얼토당토 않은 소리입니다. 이쯤되면 철학에 대한 판타지를 넘어 페티시를 느끼는 스튜어트 씨입니다.

실제로 인더스트리에서 전쟁을 치르며, 전진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경영학의 계보나 흐름에 퍽 많은 관심이 있다고 생각하는줄 아나봅니다. 더 날카롭고 포괄적인 직관으로 스스로의 길을 열어가면서, 필요할 때 경영학적 도구의 도움을 받을 따름인데 말입니다. 

저는 이미 비즈니스 스쿨 초년병 시절에 'Good to Great'의 맹점을 까는 글로 동기들의 열성적 지지를 받은 바 있습니다. 유행가 같은 전략책들이 갖는 사후적 해석의 함의가 미래를 열어주지 못함을 충분히 이해합니다. 

하지만 더 중요하게도, 저는 모든 경영학자의 주장에 귀 기울입니다. 내가 사람과 현상에 매몰되어 갈피를 다시 잡아야 할 때 중요한 조언을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즉, 경영학은 가이드지 리더가 아니란 점입니다. 이를 모르는 경영자가 얼마나 있을까요. 그걸 모르는 컨설턴트는 꽤나 많은듯 합니다만.


So funny but still interesting
결론적으로, 논란의 여지는 많지만 재미난 책입니다. 읽기에 지루하지 않고 즐거운게 사실입니다. 또한 경영학, MBA, 더 나아가 미국적 학문체계를 비난하고 싶은 사람의 무기고로 사용해도 좋을 책입니다. 하지만, 그의 논리에 동화되는 순간 무의미한 게릴라 반군에 합류할 따름이란 점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예컨대 스튜어트 씨는 미래 예측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불가지론을 펼칩니다. 그의 결정론적 세계관은 전형적인 20세기 사고방식입니다. 지금은 미래를 예측하고, 실행하여, 만들어가자는 프레임웍으로 성공을 거두고 있습니다. 유정식님 같은 분이 그 분야의 대표적인 컨설턴트이지요.

책의 구조상, 경영학 비난과 그의 직장생활 회고를 왔다갔다하며 기술하고 있습니다. 그의 세상은 컨설팅이 그 이름만 내 보여도 돈을 벌던 시기였습니다. 구조적으로 안정되기 전에 생기는 일입니다. 

스튜어트는 자신이 본 세상에 기반하여 너무 많은 부분을 일반화하려다가 역작을 졸작으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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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와우^^
    지금까지 InuiT님의 서평과 글들을 봤을때 이처럼 비판 & 비난(?)이 심한 글은 처음입니다. Matthew Stewart 많이 혼났네요^^ 이거 영문판 만들어서 저자에게 보내주면 재밌겠다는 생각해보았습니다^^ ㅎㅎ 한국인을 우습게 보지마라...뭐이런메세지를 담으면 재미도 있을것 같구요^^
    간만에 또다른 시각에서 InuiT님을 바라보게 하는 글이었습니다.
    • 저도 잘 읽었습니다. 한국인 언급은 본문과 상관이 없어 보이네요. ^^
    • 비난은 아니고 비판, 또는 비평이지요. ^^
      독하게 이야기하는 사람은 독하게 받아줘야 하는지라..
  2. 비밀댓글입니다
    • 관련해서는 예전 제 글 참조하시면 좋을 듯 합니다.
      http://inuit.co.kr/1665
    • 감사합니다.
      나름 자세히 보았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못 본 내용이 많았네요.
      블로그 정책에서 말씀하신 것 처럼 보고 충분히 고민하고 생각을 남기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3. 아 전공을 다시 선택할수 있다면!! 정말 행복한 상상입니다. -_ㅜ
    저는 사회학을 선택하고 싶군요.
    그건 그렇고 책이 정말 별로였나봅니다. ㅎㅎ
    스튜어트씨가 MBA가 없어서 그런모양이에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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