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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너무하군

Travel 2013.01.04 08:00

중국 출장 중이다.

비행기 내려 호텔 도착하자마자 짐풀고, 현지사무소 보고 받고, 마라톤 회의 마치고, 직원들과 식사.


밤늦게 숙소에 들어와 메일 정리까지 끝내고 느긋하게 트위터를 켰는데, 안된다.

아이폰, 아이패드의 앱, 랩탑의 웹 접속 모두 안된다.

모바일 인터넷, 호텔 무선인터넷 어느 채널도 안된다.


혹시나 해서 검색하니, 역시 중국은 페이스북, 트위터, 유튜브를 막았다는 구글님의 답변.

검색결과에 우회하는 법이 있어 따라해 봤다.


VPN을 이용하는건데 결론은 이것도 막힌듯.

VPN express를 이용했는데, 여기서 사용하는 주소를 중국 정부에서 DNS fake matching을 해 놓아 서버가 작동을 못하게 했다고 한다.


어차피 출장중에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볼 일 없으니 안되어도 큰 문제는 아니다.

웹검색이나 메일은 그래도 빠르니 다행이기도 하다.

단지, 탐구심으로 이리저리 시도해보느라 가뜩이나 피곤한데 잠시간을 뺏긴게 분하다.

그리고, 중국의 QQ를 필두로, 자체 트위터, 자체 동영상 사이트, 자체 페이스북이 질주하는 이유도 자연스럽게 깨달았다. 이렇게 막아놓으니 독점적인 지위를 갖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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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중국에서 플립보드로 트위터/페이스북 접속 가능하다고 알고 있습니다. 단 중국버전이 아닌걸로
    • 그런것 같습니다.
      아이폰에서는 읽었습니다. 아이패드는 페이스북 접속이 안되니 앱인증도 불가해서 안되었지만요. 소개 감사합니다. ^^
  2. 중국에 갈 일이 있다면 한국에 SSH를 이용한 개인용 VPN을 구축 해 놓고 가야 할 것 같아 보이네요.
  3. 전 중국 출장시에 가정에서 사용하는 iptime 공유기의 vpn 기능을 이용해서 구글, twitter 등을 사용했습니다.~
  4. 중국 가셨군요. 마지막으로 간게 삼년전이었는데 그때부터 벌써 중국의 검열은 대단했죠. 그렇게 통제를 하면서 한편으로 그로 인해 자국의 산업이 발전되는 걸 보면 일단 나라는 커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ㅡ.ㅡ 폐쇄적으로 키운 힘을 전세계에 퍼진 중국인들을 등에 업고 펼칠 때가 올거라 생각하면 무섭기까지 합니다.
    • 맞습니다. 내부 검열이 목적이지만 부수적으로 자국산업보호도 되니 어느게 본목적인지 구분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네요. ^^
  5. 웨이보는 아는데, 중국판 페이스북도 있었군요;;;
  6. 중국이 원래 그래요 2013.07.29 16:28 신고
    로밍해서 간 폰으론 SNS가 다 됩니다. WIFI나 인터넷으로는 술레잡기가 한참이라 쉽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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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바르셀로나 출장이 여느 출장과 달랐던 점은, 제가 스페인어를 배운 후 처음 간 현지라는 점입니다. 물론, 전에도 영어만 가지고 잘 지내다 왔지만, 그래도 현지어를 사용하는 강점은 분명 뚜렷합니다.

#장면 1
어디든 숙소를 정하면, 근처의 슈퍼마켓을 찾아야 합니다. 물과 간단한 보급이 필요하니까요. 바르셀로나는 유럽 다른 도시보다 시내 곳곳에 상점이 많은 편입니다. 그래서 이번에도 쉽게 생각하고 나섰는데, 금방 안 찾아집니다. 조금만 다리품 팔면 금방인 일이지만 다리가 시원찮은지라, 비닐 백에 물건을 사가는 중년 부인에게 묻습니다.

"Excuse me. Can I.."
"¿Como?"
아차.. 
"Hay un supermercado cerca de aquí?"
순간 환히 웃는 아주머니. 라틴 특유의 상냥함이 발동되면서 굳이 길 모퉁이까지 저를 데리고 와서 조리가다 오른편에 있다고 설명을 해주었습니다.

#장면 2
상점에서 커피를 사려는데 잘 못찾겠습니다. 제가 이리저리 돌아다니니 가드가 수상한지 계속 제 주변을 맴돌면서 경계를 합니다. 마음을 편하게 해줘야겠다 싶어 말을 겁니다.
Donde esta Cafe?
햇살이 비친양 환해지는 아저씨. 또 아블라아블라 수다를 떠십니다. 전 다 못 알아듣습니다. -_-

#장면 3
스페인의 대형 통신사 임원과 미팅을 합니다. 이야기가 잘 되어 서로 지향점이 같음을 확인합니다. 마지막 펀치를 날릴 시점입니다. 그 때까지 영어로 이야기했지만 모드 전환을 합니다.
"Pedro, estoy hablando en serio." (내가 진심으로 말합니다.)
깜짝 놀라는 상대. 스페인어를 할 줄 아네요? 
그 후로 다시 영어 전환해서 제 핵심 제안을 말했습니다.

#장면들
그 외에도 길거리에서 간단한 스페인어는 윤활 작용을 했습니다.
화장실이 어디냐, 버스 정류장이 어디냐, 이 근처에 뭐 볼게 있냐, 미안하다, 얼마냐 등등
의외로 간단한 문장들이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말은 감정의 창구이고, 밝은 웃음과 상냥한 답들은 현지에서의 각박함을 한껏 누그려줬습니다. 스페인어를 더 열심히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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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ㅎㅎ 멋지십니다. 바르셀로나면 까딸란을 하셨으면 더 좋아했겠네요! :)
    • 까딸란.. 까스띠야말하고 비슷한것 같지만 많이 다르던데요.
      배워놓아도 언제 제대로 쓸지 모르겠습니다. ^^
  2. 우와 스페인어를 이렇게나 잘하시다니+_+
  3. 대체 못하시는 게 몹니까? ㅎ
  4. 확실히 현지어를 구사할줄 알면,좀더 호감을 가지는 것 같네요 ㅋ
  5. 비밀댓글입니다
  6. 비밀댓글입니다
    • 맞습니다.
      금방 너 vs 나, 타자간의 관계에서 '우리'의 관계로 넘어가는 마법이기도 하지요. ^^
  7. 안녕하세요. Inuit님
    조기 위에 있는 현대축구의 전술 책과 스페인어 이야기까지 공감하고 갑니다~
    저는 스페인에 6년쯤 살면서 축구쪽에서 5년쯤 일하다가 이제 한국으로 귀향을 준비하고 5월 1일 집에 갈 날이 되니 참 기분이 묘합니다. 답답하고 힘들기도 했고 즐거웠던 순간도 많았던 스페인 생활이 어제부터 서류상으로 정리되고 있습니다. 그저께까지만해도 실감하지 못하다가 어제부턴 감정의 기복이 상당히 커지네요^^ 스페인어 포스팅 하나에도 이렇게 감상적이 되어버렸습니다. Hasta Luego!
    • 와.. 반갑습니다.
      축구에 스페인어까지 통하는 코드가 두개나 있네요. ^^

      마무리 잘 하시고, 건강히 귀국하시기 바랍니다. 음.. 스페인 살다 돌아오면 적응이 좀 힘들지도 모르겠지만, 또 여기도 나름대로 재미난 일들이 많으니까요. ^^
secret
몇주간 글이 뜸했습니다. 출장 다녀오고, 와서 밀린 일 처리하느라 많이 바빴네요.

출장은 바르셀로나에 다녀왔습니다. 요즘 잘 알려진 MWC 2012가 있었지요. 바르셀로나는 이번이 세번 째입니다. 첫번째는 마찬가지로 MWC였고, 그 때 인상이 좋아서 가족과 함께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지금도 기억에 남는 바르셀로나의 기억은 당연히 가족여행 때입니다.

이번에는 전시장의 동향을 보는 일과 예정된 비즈니스 미팅이 많아서 바르셀로나 자체를 둘러보기는 어려웠습니다. 다행히, 돌아오는 비행기편 때문에 전시회 끝나고 하루 여유가 있습니다.

단 하루의 여행을 어디로 갈까요? 바르셀로나는 왠만한 곳을 다 봤는데 말이죠.

Un día viaje
가기 전에 바르셀로나 출신의 회화선생에게 물었습니다. 교외에 어디 가볼만한지. 바르셀로나 남쪽의 시체스(Sitges)와 북쪽의 히로나(Girona)를 추천합니다.

히로나가 더 마음에 들어 간단히 찾아보니, 히로나 바로 북쪽에 피게레스(Figueres)라는 마을이 있고 이곳이 달리 미술관으로 유명하다 합니다. 그리고, 피게레스에서 다시 좀 더 들어가면 까다께스(Cadaques)라는 곳이 있는데 달리의 생가가 있지만 그보다 아름다운 해변 마을로 아는 사람들에겐 알려진 곳이더군요. 출장 전까지는 딱히 어딜 갈지 생각이 없었지만, 전시회가 끝나갈수록 마음에 떠오르는 여정이 있었습니다.

까다께스 -> 피게레스 -> 히로나를 한번 돌아보자.

Riesgos
이 중 가장 난코스는 피게레스에서 까다께스 들어가는 길입니다. 인터넷에서 간단히 찾아본 결과 하루 버스가 세편이라는 흉흉한 소문입니다. 몇년 지난 정보니 지금은 좀 나아졌겠지만 그래도 상당한 오지란 점은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그래서 일단 피게레스 가보고 까다께스 들어가는게 힘들면 그냥 피게레스 보고 바로 히로나로 돌아서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어차피 어디를 꼭 가야하는 상황도 아니니 그 모든 상황을 즐기기로 했습니다.

주중에 산츠역에 들를 일이 있어 간단히 피게레스 가는 기차편을 구할 방법 정도는 알아봤던 터. 아침에 일단 역에 가서 표를 끊고 아침을 먹으려는 계획이었지만, 표 사자마자 플랫폼으로 뛰어갔습니다. 2분 후에 출발한다고 합니다.

바르셀로나에서 두시간 반 정도 기차로 달려갑니다. 스페인과 프랑스 국경 지역의 마을이라, 도착 무렵에는 피레네 산맥의 눈이 경이로운 느낌을 줍니다.

낯선 길이라 다소의 긴장을 늦추기 어려워 잠도 못들고 창밖을 보며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달립니다. 출출하고 조금 지루해질 무렵, 드디어 그곳에 도착했습니다. 피게레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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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똑같은 농촌인데
    우리나라랑 느낌이 다르네요
    저긴 뭘 키우는 밭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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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사슬의 베드로 성당은 미켈란젤로의 모세상 때문에 꼭 가고 싶었던 곳입니다.

대리석에 붓질을 했다는 평을 듣는 부드럽고 섬세한 조각이 특징입니다. 무엇보다, 미켈란젤로 자신이 모세를 조각해 놓고, '왜 말을 안하는가?'라고 물었다니 할 말 다 했죠. 안 볼 수 없습니다.

쇠사슬 성당이 관광객 주요 루트에 있지 않은 탓인지, 파업 탓인지, 꽤나 한산한 교회에서 모세 상을 한참 바라 봤습니다. 머리에 뿔이 독특하다 했더니 아들이 설명을 해줍니다.
"유대 말로 후광이란 말이 뿔과 유사한데 와전이 되었대요. 그래서 미술품에 종종 뿔을 넣은 경우가 많대요."
"그렇군."

성당의 가운데에는 베드로를 묶었던 쇠사슬이 있습니다. 그래서 쇠사슬의 베드로 성당으로 불리웁니다. 이런 유니크 아이템을 보면 신화적 종교에서 역사적 종교로 관점을 이동해서 보게 됩니다. 예전 베드로와 바오로가 활동했던 이 땅 로마란 사실을 새삼 확인합니다.

다행히 예상대로 테르미니 이외의 지역에선 택시 잡기가 수월합니다. 한 십 분 기다린 끝에 택시를 잡아타고 핀초 언덕으로 갑니다.

핀초는 포폴로 광장 위의 언덕인데 조망이 좋습니다. 보르게세 공원의 일부이기도 해서 숲이 시원할듯 했습니다.

역시 좋은 선택이었습니다. 언덕위 공원에서 젤라토와 함께 휴식도 취하고 더위를 식힙니다. 

이후에 포폴로 광장으로 내려왔습니다. 여기는 쌍둥이 교회로 유명한데 정확히 쌍둥이는 아닙니다. 포폴로 광장은 우리말로 인민 광장이지요. 로마로 들어오는 관문이기도하고 여기부터 베네치아 광장까지 일자 도로가 나 있습니다.

이후로는 아우구스티노의 영묘에 갔는데 공사중이라 멀리서만 바라 봤습니다.

스페인 광장은 파업을 하든, 더위가 작렬하든, 아랑곳하지 않고 젊음의 열기로 끓고 있었습니다.

퀴리날레 언덕에는 독특한 분수가 있습니다. 사거리 모퉁이마다 놓은 '네개의 분수'인데 예술품을 실생활에 던져 놓는 로마의 미적 감각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피렌체에서는 이렇게 미술품을 대중이 항상 감상 가능하도록 광장이나 거리에 놓는 것 자체가 사회에 대한 기여로 여겨졌었지요.

마지막은 테르미니 근처의 '천사와 순교자들의 성모 마리아 성당(santa maria degli angeli e dei martiri)'에 갔습니다. '디오클레티아누스 황제의 욕장'이 있던 자리에 남은 벽을 그대로 이용해 만든 교회입니다. 이런 천재성이 미켈란젤로에 의해 발휘되었다 해도 이제 더 이상 놀랄일은 아니지요.

원래의 곡선을 그대로 살린 솜씨도 이만저만이 아니지만, 내부의 아름다움은 상상 이상입니다. 원래 욕장의 옹벽이 높았던 지라 내부공간의 부피가 엄청나고, 높이가 까마득한 지경입니다. 


아침에 황당한 파업 때문에 다소 곤란도 겪었지만,  크게 무리하지 않고 쉬엄쉬엄 걸으면서 로마의 마지막 여정을 즐겼습니다. 의도 이상으로 걸었지만, 스스로 걸을 수 있어 마음 가는대로 볼 수 있는 사실을 새삼스레 감사도 하게 되었습니다. 

좀 더 욕심을 낼 수도 있었지만, 로마의 마지막 밤은 일찍 쉬면서 가벼운 비노와 함께 자축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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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오..조각이 정말 돌을 깎은게 아니고 붓으로 그린 것 같이 부드럽네요.
    남편은 다음 유럽여행은 스페인으로 하자고 하더군요. ㅋㅋ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기대됩니다.
    • 남편이란 말이 자연스럽게 나오네요. 데이트를 오래하셨는데. ^^
      스페인 참 좋아요. 나중에 꼭 가족과 가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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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를 떠나기 전 마지막 날, 관광으로는 마지막 전일 일정입니다. 해도 9시까지로 워낙 길고, 줄 서는데 시간을 거의 안 쓰고도 중요한 곳을 대부분 봤습니다. 그리고도 하루 남았으니, 꽤 여유로운 일정입니다.

아침에 일어나 세운 애초 계획은 '선선한 마무리'였습니다. 그간 일주일을 아침부터 밤까지 쉴새없이 걸었기에 식구들 모두가 자잘하게 발, 무릎 등에 무리도 있고, 몹시 피곤한 상태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많이 보겠다는 욕심 내지 않고 로마 패스를 이용해 주로 대중교통으로 이동하면서, 우선 순위는 낮지만 봤으면 하는 것들을 차분히 보려는 계획이었지요. 특히 저는 성당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로마 4대성당하면  Peter, Paul, Mary and John입니다. 즉 베드로, 바오로, 마리아 그리고 요한 성당입니다. 물론 저 성인 이름 들어간 성당은 정말 많은데 그 중 성 베드로 대성당(San Pietro Basilica), 성 밖의 바오로 대성당(Basilica Papale di San Paolo fuori le Mura), 성모 마리아 대성당(Santa Maria maggiore), 라테란의 성 요한 대성당(Basilica di San Giovanni in Laterano)을 말합니다.

이 중 베드로 성당마리아 대성당은 봤고, 버스를 타고 가까운' 라테란의 요한 성당'을 가보고 기분 내키면 '성밖의 바오로 성당'을 가볼 생각이었습니다.

생각은 좋았습니다만, 다시 또 여행자의 법칙이 작용합니다. 계획대로 되는 일 없습니다.

시스템이 엉망이라고 탓하던 제게 본때를 보여주려는지 아예 교통이 전면 파업을 하더군요. 버스는 물론이고, 전차, 메트로까지 죄다 운항 중지입니다. 관광은 고사하고 아내는 내일 귀국길 공항 갈 일까지 걱정합니다.

하긴 지금 테르미니는 전쟁통입니다. 다른 도시로 움직일 사람들 공항갈 사람들 모두 엉켜 난리입니다. 여러 명에게 확인하니 다행히 오늘만 파업이고, 그것도 5시까지만 한답니다.

아들이 재미난 커멘트를 합니다.
"이탈리아 사람들 단결 못한다고 하는데 내가 보니까 세가지에는 단결을 잘해요."
"뭔데?"
"첫째, 축구할 때요. 둘째는, 내 일 아니라고 딴데 가라고 이구동성 할 때요. 셋째는 파업할 때 단결을 잘해요."
"그말이 맞다." ㅠㅜ 

로마 패스 하루 남은 것 날리는건 일단 뒷일이고, 오늘 관광을 위해서는 어떤 수단으로든 이동해야 하는데, 방법이 막막합니다. 역 근처에 앉아서 잠시 궁리를 합니다.

세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첫째 택시입니다. 날이 날인지라 모두 택시를 원하니 줄만 서도 하세월입니다. 이탈리아 택시 장난 아니게 비싼건 또 다른 이야기지요. 
둘째는 사설 투어버스입니다. 인당 25유로인데, 주요 관광지를 계속 돕니다. 비싼게 흠이지만 이조차 사람들이 많이 몰려 매우 붐빕니다. 일단 주요 루트는 확보되는 대신, 이미 중요 포인트를 다 가본 후 자잘한 우리만의 즐거운 사이트를 가보려는 우리 가족과는 잘 안 맞습니다.
마지막은 걷는건데, 몹시 지친 우리 가족이고, 걸어서 커버할 수 있는 반경이 작습니다.

비상 상황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일단 수정전략을 세웠습니다.
첫째, 욕심을 버려야 한다. 지금은 많은 걸 보려는 목적보다, 오늘 하루 가장 즐거운게 목적이다. (Maximum joy)
둘째, 그렇다면 남부 로마의 4대성당 컬렉션은 포기하는게 맞다. 대신 테르미니 근처의 쇠사슬 성당(Basilica di San Pietro in Vincoli)까지는 가까우니 걸어 가고, 거기서는 택시로 포폴로까지 이동한다.
셋째, 포폴로에서 천천히 중간중간 쉬면서 테르미니 방향으로 이동한다. 5시 이후에는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아쉬움도 있고, 원망스러운 점도 있지만 그래도 로마 초반이나 마지막 날 맞이했다면 생겼을 재앙을 생각하면 무척 행복한 상황이니 또 다시 즐거운 길을 나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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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드님의 통찰력이 대단한데요? 이탈리아인들의 단결 포인트를 몇일간의 여행만으로 집어내는군요 :)
    • 그러게 말입니다. 저도 살짝 놀랬어요.
      그리고 아들에게 블로그 게재를 사전 허락받고 인용했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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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의 시스템이 참 불만족스럽고 사람들이 거칠다는 점은 이미 설명했지요. 궤를 같이 하여,로마에서 머문 5일 동안 우리 아들은 세번의 위기를 넘겼습니다. 

첫째는 로마에 도착한 날입니다. 테르미니 역 앞의 길을 건너려는데 택시가 쏜살 같이 앞을 지나가는 바람에 아이가 큰일 날 뻔 했습니다. 다행히 놀라서 가방을 놓아버렸고 가방만 건드리고 갔습니다.

둘째는 나보나 광장이었는데 쓰레기 차가 아이 귀 옆을 정말 5cm 여유도 없이 곁을 스쳐갔습니다. 짧은 순간이었음에도 눈앞에서 오버랩되는 아이와 차의 모습은 기이하도록 길고 느리게 느껴졌습니다. 열받은 아내, 차를 쫓아가서 큰소리로 항의를 했는데, 여성 운전사는 비실비실 웃고 도망가 버렸습니다. 일부러 놀리려고 한게 아닐까 싶게 뻔뻔한 모습이었습니다.

셋째는 다시 테르미니 역이었습니다. 역에서 아들이 화장실 가고 싶다고 합니다. 이제 이탈리아와 로마의 시스템에 익숙해진 아들입니다. 아래 층쪽으로 화장실 표지가 보이니 혼자 다녀오겠다고 합니다. 기차역이라, 유료일듯 해서 1유로 하나 쥐어서 보냈습니다.
 
보내고 나서 2분쯤 지났을까, 아차 싶었습니다. 테르미니는 큰 역이라 길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로마의 표지판은 가다가 갑자기 사라지거나 모호하기 일쑤입니다. 게다가 돌아오는 계단이 똑 같이 생긴게 두개 있어 되짚어 올 때는 헛갈리기 쉽습니다. 

저는 단박에 아래층으로 내달았습니다.
역시 화장실이 두개 있습니다. 왼편에 하나, 오른 편에 하나. 

과연 아들이 어디로 갔을까? 일단 왼쪽을 가봅니다. 비교적 짧은 거리에 화장실이 있는데 아이가 그 안에 없습니다. 오른쪽인가 봅니다. 후다닥 가보니 아이가 없습니다.

이국 이탈리아의, 싹싹하지 못한 도시 로마에, 메마르고 광할한 테르미니에서 아이를 잃어 버렸습니다.

심장이 콩닥거리고, 머리에 피가 솟습니다. 흥분하기보다 침착해야할 순간입니다. 이 세상에서 아들을 가장 잘 아는 내가 아들 입장에서 경로를 추적해야 합니다. 모든 분기의 가능성을 살펴 길과 가능성을 하나씩 따내야 합니다.

우선 다시 위로 올라가, 딸을 첫번째 분기점인 아래 층 사거리에 세워 놓습니다. '넌 여기서 동생이 지나는지 주위를 둘러봐야 해. 절대 찾는다고 움직이면 안 돼. 아빠가 널 찾으러 올 때까지 여기서 등대 역할을 하는게 네 임무야.' 상황을 이해한 누이는 임무에 들어갑니다.

아내는 처음 아이가 길 떠난 위층 그 자리에서, 그대로 기다립니다.

저는 오른쪽 분기점을 하나씩 뒤지다가 아이가 길을 혼동했을 법한 계단을 발견합니다. 처음과 꼭 같이 생긴 계단입니다. 그리로 올라가니 과연 저 멀리서 아이가 정신없이 엄마 아빠를 찾아다니는 모습이 보입니다. 

테르미니 지나는 사람이 다 쳐다볼만치 큰소리로 아이를 불렀습니다. 다행히 아들이 제 소리를 들었습니다. 웃기게도 저는 아이에게 뛰어가고 아이도 제게로 뛰어 중간에 또 서로 놓칩니다. 다시 이름을 크게 불러 찾았습니다.

겨우 손을 잡고 안도하는 부자. 아이는 그제야 참았던 불안과 공포가 목을 타고 오릅니다. 
"어디 갔었어? ㅠㅜ"

어디 가긴. 네가 길을 잃은거란다.. 

너무 평온한 여행에 두고두고 기억할 추억과 이야기거리가 생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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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이쿠.. 정말 큰일날뻔했네요. 테르미니역에서 저도 로마패스 산다고 여기저기 가판대 기웃거리던 거며, Information 위치가 지도와 달라서 주변 배낭여행자들과 허탈하게 찾아 돌아다니던 기억이 나요..
    다행히 (아찔하지만,) 추억이 하나 늘어났네요. ㅎㅎ

    다시 또 가고싶어졌다는... ㅠ.ㅠ
  2. 아찔하셨겠네요. 이렇게 불친절한 로마인데도 많은 사람들이 다시 가고 싶어하는 걸 보니 정말 매력적인 도시인가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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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신도를 감싸안듯 웅혼한 광장에서 잠시 머물다, 산탄젤로(Sant'Angelo)를 향합니다. 

제가 로마에서 가장 가고 싶었던 곳이기도 합니다. 거룩한 천사의 성이란 이름에 걸맞는 대천사 미카엘 상이 꼭대기에 올려져 있습니다.

590년 대 역병이 돌 때 대천사 미카엘이 칼을 집어 넣는 모습을 교황이 꿈에 본 후 정말 역병이 멈췄습니다. 그 이후 거룩한 천사가 도시를 구했다는 감사로 지은 조각상입니다. 물론 건물 자체는 하드리아누스 황제의 영묘로 지어졌고, 그 튼튼함으로 인해 방어 건물 역할을 톡톡히 합니다. 예술적, 문화적 건물이 빼곡한 로마에서 유일하게 본 성채, 카스텔로이지요. 중세 이후에는 감옥으로 사용 되기도 합니다. 

우아하지만 단단한 건물, 세련되지만 절제된 장식이 어울려 귀족 장군 같은 독특한 장관입니다. 보고 또 봐도 질리지가 않습니다. 계획은 의미 없습니다. 일정을 멈추고, 우리 가족은 산탄젤로 공원에서 한참을 머물며 지금 이 즐거움을 만끽합니다. 

테베레 강이 있어 바람이 정말 시원합니다. 거리는 아지랭이가 보일듯 뜨거운데 여긴 별세계입니다. 게다가 앞에는 산탄젤로. 서로 무릎 베고 눈도 붙이고, 젤라토도 먹고 한참을 쉬었습니다. 아니 적극적인 붙박이 관광을 했습니다. 이게 자유여행의 진미이기도 하지요. 안 내키면 안가고, 마음에 들면 실컷 머물다 가고. 

산탄젤로에서 철수하고 테베레를 건너 다시 일곱 언덕쪽으로 가려던 차에, 아내가 제의를 합니다. 혹시 모르니 바티칸 미술관에 가보자고 합니다. 

그 때가 네시경. 기적같은 광경입니다. 미술관에 줄이 하나도 없습니다. 모든 관광객이 오전에 주로 보고 빠졌나봅니다. 그냥 걸어 들어가 바티칸 미술관을 어이없도록 쉽게 감상합니다.

미술관은 전반적으로 좋았지만, 시스티나 예배당을 본 순간 그 앞의 모든 기억은 지워져 버렸습니다. 천재 미켈란젤로의 흔적이 남아 있는 그 곳, 천장에는 천지창조가, 앞면에는 최후의 심판이 떡하니 버티고 있는 곳. 아무리 봐도 계속 새로운 것이 보이는 뺴곡하고 세세한 천장화와 벽화들. 바티칸 미술관의 실체는 시스티나 예배당이었습니다.


시스티나는 콘클라베(conclave)라는 교황선출의 장소로 유명하지요. 선출권을 가진 추기경들이 이곳에 들어와 만장일치로 선출할 때까지 문을 잠궈버리는 독특한 시스템. 메디치의 아들들이 그렇게 교황으로 뽑혔고, 최근의 베네딕토 16세도 그렇게 교황이 되었습니다. 전 딱 그렇게만 알고 있었는데, 이건 불후의 명작이 말 그대로 도배되어 있는 곳이었다니.
 
로마에서 볼 수 있는 아름다움은 이만하면 다 봤다고 단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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