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에 해당하는 글 21건

Lorant Deutsch

(Title) Metronome illustre

 
보는 순간 환호했다
멋진 컨셉이다. 1세기부터 21세기까지, 각 세기마다 중요한 파리의 건물이나 지역을 정하고 그 곳에 닿는 메트로(지하철) 역을 중심으로 설명하는 구조다. 공간에 흩어져 있는 파리를 시간축과 공간축에 따른 변화로 이해할 수 있기에 대단히 흥미로운 내용이기도 하다.


막연히 알던 부분이 명확해졌다
처음 로마인이 왔을 때 갈리아 사람들이 살던 곳은 시테 섬이 아니라 지금 파리로는 외곽 쪽이다. 하지만, 파리의 기원과 시발점은 시테섬이 맞다. 이후 도시로 성장하면서 시테 북쪽, 또는 센느 우안으로 공적 건물이 커 나가고, 센느 좌안은 학교나 수도원, 시장 등이 발달하게 된다. 


파리의 골격
부르주와란 말이 나오게 된 파리의 성 역시, 시테섬을 중심으로 조금 더 큰 동심원이었고, 그 외곽이 성밖이었다. 지금의 에펠탑은 예전 강남처럼 빈땅이었고. 이렇게 파리가 진화한 경로를 알면, 꽤 큰 파리도 그 뼈대가 보인다. 이 하나만으로도 큰 수확이 있었던 독서다. 


숨겨진 이야기들
부가적으로는 파리의 다른 이름인 뤼테스(Lutès)가 고대 파리지역의 늪에서 나온 이야기랄지, 루브르가 독일어 Loewer에서 나왔다는 등, 우리나라 여행서에서 잘 다루지 않는 소소한 이야기도 눈여겨볼 부분이 많다.


Inuit Points 
전체적으로, 파리 살지 않는 이방인에게라면 다소 부담스러울 정도로 소상하다. 뒷골목과, 역사적 배경을 물고 이야기를 풀어가므로 시원시원하게 읽히지는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책은 여행자를 위한 책이 아니다. 파리지앵을 위한 교양서니까. 하지만, 매우 클리어한 컨셉과, 많은 고대자료와 실물 사진이 뒷받침 되어 꽤 인상깊은 파리 소개서다. 별점 넷을 줬다. 그리고, 우리 서울에 대해서도 이렇게 세기마다 중요한 의미를 정리해도 재미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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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기홍

스타트業

그렇다. 이 책은 스타트업이란 業에 관한 책이다. 2010년 책이니 변화가 빠른 이 판에선 꽤 고전에 속한다. 그래서 책은 당시 상황을 감안해 읽어야 한다. 국내에 스타트업에 대한 기본적 안내서가 부족한 상황, 가능한 저자가 아는걸 다 적어보려 노력한 결과란 점.

 
신문같다
그 맥락을 벗어나면 신문 컬럼 같은 느낌이다. 경험을 최대한 녹이려 꺼낸 이야기들은 개인적 신상이야기로 수필이 되고, 실리콘밸리의 최신 이야기를 적어놓은 부분도 이젠 많이 알려져 철지난 기사 느낌이다. 게다가 재미를 위한 작은 유머와 에피소드에 이르면 급히 쓴 르포 느낌까지 난다.


그래도 경험이다
책의 미덕이자, 철지나 읽는 독자에게 울림을 주는 부분은 처절히 고민하고, 발로 뛰어 다니며 느낀 경험이다. 예컨대 벤처 3요소, 아이디어, 자금, 인원이니 하는 얼개는 이제 보편재가 되었다쳐도, 디테일한 고민을 쑥스러울지라도 바글바글 적은 부분은 이 책이 시간을 견디게 해주는 장점이다.


Inuit Point 
책의 기획자체가 스타트업을 소개하고 그림 보여주는데 있기 때문에, 시간에 따라 감가상각(depreciation) 되는 부분은 어쩔 수 없다. 그래서 별점은 3개 줬다. 단지 내가 늦게 읽었기 때문에, 그리고 지금 시점에서라면 누구에게나 추천하긴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 아들에겐 읽으라 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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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복

저자 정수복

사회학자이자 파리를 사랑하는 사람이다. 책은 파리에 관한 가장 풍성한 내용을 적고 있다는 평을 들었다. 읽기 시작하자 장소(lieu)와 비장소(non-lieu)를 이야기하고, 니코틴 처럼 파리에 중독되게하는 요소를 "parisine"으로 이야기할 때만해도 잘 골랐다고 환호했다.


그냥 그렇다
하지만 책을 읽어 나가는게 뻑뻑했다. 지나치게 사변적이다. 어떤 개념을 여러 방면으로 곱씹어 다양한 의미 부여를 하는 부분은 좋다. 아니 난 환영한다. 그러나 책은 그냥 중년의 넋두리 같다. 감정과잉에 내부침잠으로 점철되어 있다.


Lieu의 함정
장소(lieu)는 정체성과 정서가 있는 곳이고, 비장소(non-lieu)는 단지 기능만 있는 곳이다. 이 책은 장소를 뼈대로 삼는다. 그래서 정서적 몰입은 필수 요소다. 그러나 개인의 사변 및 인상을 곁들이면서도 경쾌하고 또한 묵직한 글쓰기는 얼마든 가능하다. 잘 적힌 여행기들은 다 그렇지 않은가. 


출신탓일게다
사회학자로서 익숙함을 벗어나, 인문학적 글쓰기를 시도하는 자세는 높이 평가할 만 하다. 그러면, 아예 먹물과 힘을 빼고 가든지, 아예 서현처럼 전공자의 치밀함을 견지하면서 인문적 터치를 하든지 선택을 했어야 하는데 엉거주춤하다. 그나마 김석철의 소년감성 충만한 칭얼거림을 면한 게 다행이랄까.


크게 네부분
글의 첫 뭉치는 파리하면 흔히 방문하는 에펠탑, 노트르담 성당, 몽마르트 등을 이야기한다.
둘째 뭉치는 여행자들이 기피하는 장소다. 슬럼, 묘지, 감옥 등이다. 그 이후는 임팩트가 떨어지기 시작한다. 저자가 좋아하는 파리의 뒤안길과 산책 코스 등이다.
분명히 말하지만, 나는 흔히 알려진 장소보다 현지에 솥뚜껑 걸고 살며 좋았던 장소에 대한 글을 높이 평가한다. 여행 가이드북이 아닌 책에서만 얻을 수 있는 정서와 정보가 빼곡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자는 독자와의 공감을 포기하고 저멀리 혼자 달아나기 바쁘다. 그러다보니, 글 끈 따라 저자 쫓아가기가 버겁다.


지도 펴고 읽은 책
쉴새없이 늘어 놓는 파리 골목 이름이 어지러워, 아예 지도에 표시해가며 저자의 마음을 느끼려 애썼다. 그러다보니, 재미난 경험을 하긴 했다. 대개 해외 도시에 대한 글을 보다보면 환상이 모락모락 자란다. 막상 가보면 여행이 아닌 '짧은 생활'이 되면서 환상과 실제간의 괴리를 느끼게 마련이고. 하지만, 이 책의 설명을 추상하며 골목골목을 돌다 보니 파리 여행이 아닌 파리 산책을 한 듯 현지 사람의 정서를 경험했다. Lieu의 위력이랄까.


수고는 인정
다소 냉소적 평을 했지만, 저자가 발품 팔고, 공들여 쓴 책이라 배운 점도 많다.
에펠탑의 위대함을 '쓸모 없음의 쓸모 있음'으로 파악하는 통찰이랄지, 몽파르나스 묘지에서 느꼈던 '슬픈 화사함'의 공감, 그리고, 일반 여행 책이라면 여간해서 듣기 힘든 파리 코뮌의 흔적을 찾아 다니는 이야기는 매우 인상 깊고, 읽는 동안 신났다. 바라건대 다음 책에서는 'compact'함의 미덕을 갖추면 좋을 듯 하다.


파리에 몇번 가봤는지 모르겠다
주로 출장 길에 잠시 둘러 봐서, 내겐 점처럼 흩어져 있는 파리 지리다. 정수복 저자를 따라 파리를, 관광객이 없는 일상의 길 따라 걸어다닌 느낌이다. 그것만으로도 내겐 충분하다. 책 읽는 시간은 좀 아깝되, 책 값은 아깝지 않았다. 가족 여행때 파리 꼬뮌의 골목을 걷는게 목표였는데 시간이 없어 못간게 아쉽다.


마지막 단상 하나
시간 날 때마다 곳곳을 다녀도 또 다닐 데가 많은 파리다. 그 사실 자체로 매력이다. 그렇다면, 서울은 어떨까?
곳곳에 장소(lieu)가 있고, 스토리가 있고, 역사와 그 흔적이 있는가? 혹시 관광객이 돈 쓰도록 기능만 작동하는 비장소로 빼곡한건 아닐까?


Inuit Points 
별 셋을 주었다. 읽기가 즐겁지 않고 수십페이지 읽어 몇 줄 건지는 수율이 섭했다. 하지만 단언컨대, 이 책은 저자의 감상을 과감히 덜고 반짝이는 독특함만 추려내면 꽤 수작이다. 처음 파리 여행 가는 사람은 이 책 읽지 마라. 파리한번 다녀온 사람은 읽어라. 아련한 정서가 쓸만할 것이다. 어쩌면 다시 또 파리행 비행기를 뒤지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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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다큐

Sci_Tech/Review 2013.10.20 10:00
오랫만에 매력적인 과학책을 읽었다.

우주비행사라고 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미국 기준으로 보면, 공군 조종사 중 정예를 선발해 우주로 보낸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전국민 대상으로 소동을 벌인 후 엘리트 두명이 선발된 바 있다.
여기에, 영화 '아폴로 13' 같은 내용을 더해 추측하건대, 우주 비행은 '무중력 상태에서 생사의 위험을 걸고 복잡한 조작과 임무를 수행하는 심신의 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의 모험'으로 보인다.

Mary Roach

하지만 우주 비행의 실체는 상상과 상당히 다르다.

책은 우주비행의 진면목을 꽤나 자세히, 하지만 복잡한 내용을 해학적으로 조근조근 설명하고 있다.

우선, 무중력은 상당히 문제가 심각한게 맞다.
지상에서의 상식은 전면 폐기해야 한다.
우선 하체로 체액이 몰리지 않으니, 상체는 부풀고 하체는 가늘어진다.
뼈는 중력에 눌리지 않으니 급격히 약해지는 골소실이 생긴다.
더 나아가, 평형감각을 담당하는 이석이 무중력 상태가 되어, 균형감각이 새롭게 편제된다. 멀미는 필수다.
배변도 어렵다. 힘을 주어도 중력으로 떨어져 나가지 않으니 말이다. 
심지어, 과열이 되어도 퓨즈가 작동하지 않는다. 녹아도 흘러내리지는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중력  이외의 부분은 얼핏 드는 생각과는 좀 다르다.

우선 조종술을 볼까.
물론 수동 조종이나 긴급상황 대처에는 비행사의 조종이 필요할 수 있지만, 대개 우주선은 자동으로 조종된다. 
실제로, 사람 이전에는 유인원이나 개가 다녀왔고, 조종사들은 이 부분을 싫어한다. 
개나소나 조종석에 앉을 수 있다는 점을.

그러면, 왜 공군 조종사 같은 프로파일이 필요한가.
조종 그 자체보다 심신의 능력과 자기 절제, 명령에 대한 복종 등이 검증되었기 때문이다.
실제로도 그러하지만, 요즘에는 심리적, 신체적 특질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비행 인원을 선발한다. 꼭 파일럿일 필요는 없다.

자기절제와 명령 복종이라는 부분은 생각 이상으로 중요하다.
이코노미석으로 10시간 비행만해도 고달픈데, 한 좌석에 며칠 동안 밀폐된 상태로 지내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동료들끼리도 마찰이 생기고, 관제센터와도 감정이 상하기 십상이다.
게다가 관제센터에서는 조종사의 모든 생활, 사생활까지도 모니터링해야 하는 상황이다.
당신이 먹는 음식은 물론이고 배변까지도 세심히 신경을 쓴다.

배변이야기가 나오니 말인데, 우주 비행은 악취와의 싸움이기도 하다.
소변은 콘돔 형태의 장치로 받아내는데 실수하면 우주복에 오줌이 찬다.
대변은 더 심하다. 초기에는 비닐로 받아내고 중력이 없으니 손으로 끊어내는 형태였다.
이제는 바람으로 빼내는 변기를 사용하는데, 조금만 조준이 잘못되면 막히고 사용이 불가하다.
대단한 선발조건을 갖춘 우주비행사는 우주공간에서 낑낑 거리고 막힌 변기를 뚫어야 한다.
실패하면 밀폐된 공간의 모든 조종사가 60년대 방식의 비닐봉지를 죄다 사용해야 한다.
실제로, 이 배변이 너무 귀찮거나 거북스러워서 짧은 임무의 경우, 아예 변비로 지내기를 선호하기도 한다.
사실, 중력이 없어 의지만 없으면 변의도 느끼기 힘들다.

배변은 물론 심리적 스트레스까지, 짦은 우주비행이라면야 어찌어찌 참고 버티는게 한가지 방법이지만 비행이 길어지면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된다. 몇개월의 임무를 수행하는 우주정거장도 있지만, 유인 화성탐사는 2년여의 비행이다. 신체와 심리에 큰 타격이 되는 일정이다. 변을 2년간 참을 수도 없다. 그래서, 면밀히 체크하며 인간의 능력과 이를 돕는 기술을 지속적으로 개발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처음에는 우주비행을 중력이 없는 잠수함 상황 정도로 생각했었다.
하지만 매우 다르다는걸 깨달았다.
고립은 공통이되, 잠수함이 우주비행보다 나은 점이 확실히 있다.
유사시 물밖으로 신속히 나와 인간세상과 재접속이 가능하고,
당신의 일거수 일투족을 누군가가 모니터링하지는 않으니 말이다.

재미난 점은, 서너군데에 우리나라 이소연의 이야기가 나온다.
이소연의 함장이었던 휘트먼의 이야기기에 딸려 나온건데, 지구 진입시에 큰 사고가 날 뻔했었다고 한다.
카자흐스탄에 불시착해서 농부가 살려준 이야기 등은 꽤 흥미로왔는데, 당시 우리나라에서 이소연 착륙시의 위험천만한 일에 대한 보도가 있었던가? 난 기억에 없다.

총평이다.
매우 독특한 소재이고, 발로 뛰어 흥미로운 이야기를 빼곡히 담았다.
전문적 내용을 설명하면서도 재치와 유머가 끊이지를 않는다.
과학 이야기를 이 정도 쓸 수 있는 내공은 정말 높이 평가한다.
그정도 규모가 되는 영어권의 도서 시장이 다시 부럽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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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배변이란 상당히 중요하고 심각한 기본문제인데 까맣게 생각 못하고 있었네요.
    도서 시장의 규모와 수준은 한글과 영어권, 비교가 안되겠지요?
    • 네. 책에서 짚어주지 않으면 생각 못할 부분이 많더군요.
      요즘 그래비티 영화도 인기지만, 우주비행사 노릇이 쉽지 않은건 확실합니다. ^^
  2. 이소연씨가 귀환 시 위험했던 내용은 언론에서도 보도했었습니다.
    http://www.yonhapnews.co.kr/economy/2008/04/21/0303000000AKR2008042120750008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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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통섭이 유행했었다.

제 과학을 통합하여 인간사의 비밀을 푼다는 것은 분명 근사한 일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
르네상스형 인간이 사라진 시대에 여러 과학을 통합하여 진리를 탐구하기엔, 지식이 넘쳐난다.
대학도 그 준비가 안 되었고, 설령 천재가 있다손쳐도 주어진 시간 내에 섭렵할 지식이 너무 많다.

하지만, 통섭적 연구는 그 거품이 걷힌 지금도, 물밑에서 조용히 진행 중이다.
'통섭'의 저자인 에드워드 윌슨, 그에게 강하게 경도된 저자는 뇌과학에서 출발해 인류사적 입장에서 전환기의 상황을 진단한다.

Rebecca Costa

(Title) The watchman's rattle


책의 주장은 명료하다.

인류의 역사를 볼 때, 절멸에 가까운 파국이 생길 때는 패턴이 있다는 점이다.
첫째, 어떤 문명이 성공에 도움되는 핵심 기술이나 강점으로 번성을 한다.
둘째, 번성에 따른 복잡도가 증가하고, 그에서 야기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존의 방법을 고수한다.
셋째, 그 과정에서 효과가 안 나오는 시점이 있는데, 이 때도 기존의 방법에 집착하는 '인식한계점'에 도달한다.
넷째, 이런 인식한계점 상황에서, 근원적인 해결을 위한 방법을 쓰지 않고 '믿음'을 바꿔 안주한다.
다섯째, 결국 이런 미봉책으로 문제는 다음 세대로 넘어가고 그런 취약성이 누적된 상태에서 가벼운 외부충격에도 그 문명은 절멸한다.

이런 관점에서 저자의 인식은 현재 우리의 문명이 절멸 직전의 상황이고, 현대 문명 역시 과거에 찬란했다 사라진 문명들처럼 파국에 매우 취약하다고 지적한다.

저자의 분석은 꽤나 적절하며 상당부분 나도 동의한다.
하지만, 그 전제 이후의 해법과, 책 내용 전개 자체에 대해서는 그리 높은 평점을 못 주겠다.

우선, 파국 패턴의 분석은 회고적이라 십분 수긍이 간다.
하지만, 그 파해법으로 내 놓는게 '통찰'인데 이 부분이 매우 모호하다.
솔루션으로의 통찰과, 망하는 첩경으로서의 '믿음' 사이는 노새와 당나귀만큼이나 유사하다.
물론, 저자는 수퍼밈(supermeme)에 대항하는 지성으로, 통찰에 대한 상세한 정의를 한다.
그러나 개인의 통찰이 아닌 집단의 각성이 중요한데 이 부분에서 층위를 섞어 서술하여 솔루션 측면에서의 동감을 하기 어렵다.

무조건적 반대(irrational opposition), 책임의 개인화(personalization of blame), 조작된 상관관계(counterfeit correlation), 사일로식 사고(silo thinking), 극단의 경제학(extreme economics)를 문명 붕괴 직전의 증상이자 원인인 다섯 가지 수퍼밈으로 지적하고 있다. 이 부분도 당혹스러운게 bottom up식의 관찰인지라 MECE하지 않다. 따라서 읽는 동안은 긍정하며 읽지만 읽고 나면 이게 다일까라는 의문이 들게 마련이다.

더 큰 불편함은, 책이 취하는 방식이다. 앞서 말했듯 에드워드 윌슨의 통섭적 프레임에 지나치게 경도된 탓인지, 논리적 비약을 수사학적 언변으로 때우고 넘어가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는 개인적 취향이 반영되는 부분이기도 하지만, 내가 '설국열차'에서 느끼던 불편함과 똑 같다 즉, 비현실적 무대장치에 물리적 실제성이 어색하게 뒤섞여 어느 한쪽의 체계도 못 따르고 어정정하니 멈칫거리게 만들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책은 단단한 학문적 뼈대위에 하고 싶은 말을 죄다 얹어 놓은 구조다.
그래서 쉽사리 부정하고 말 내용도 아니고, 부분부분 논리 전개는 동의할만한 시사점도 많다.
그러나, 결론과 솔루션은 강한 의문부호를 남기며 마침표를 찍게 된다.
여깅 비하면 책 전편에 표방하고 있는, 저자가 스스로 인류 문명의 붕괴를 막을 방법을 찾아 냈다는 메시아적 자신감은 애교다.

문명사의 현대적 적용 같은 부분에 아주 특별한 관심이 있다면 읽어보는 것도 좋겠다.
하지만, 진화론과 유전학 더하기 뇌과학의 통섭적 포용을 보고프다든지, 디지털 시대의 인류사적 위기와 해결책을 찾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많이 아쉬울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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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주

지난 인도 출장 길에 무슨 책을 읽을까 생각하다, 인도의 정신이라는 바가바드 기타를 선택했다.


출장 준비가 바빠, 인터넷으로 주문한 후 받자마자 여행 짐에 쑤셔 놓고 비행기 탑승. 이륙 후 첫장을 들쳐보고는 아차 싶었다. 이 책은 바가바드 기타가 아니라, 바가바드 기타에 대한 강연을 녹취한 책이었다. 

가급적 원전을 읽고자하는 나에게, 역자의 해석 따위가 무슨 관심이겠는가? 실수는 실수고 어차피 기내에서 읽을 것도 없으니 소일하듯 한 두 장을 읽었다. 

그런데, 생각과 다르다. 

흘리듯 들은 역자 이현주 목사의 내공은 대단함을 지나 경외스러웠다. 거미줄로 책을 들어올리듯 세심하게 하나하나 원뜻을 살펴 번역한 번역가로서의 지극한 공은 기본이다. 더 나아가 인류 보편의 진리를 찾아가는 여정으로 인도의 지혜를 대하는 그의 식견은 기독교에 속박되지 않되 기독교의 맛을 더 잘 살리고 있다. 사실, 말이 목사지, 해탈한 영혼이자, 구루이며, 랍비거나 고승으로 스승되는 사람이었다.

사실 이 책의 지향점은 바가바드 기타가 아니지만, 그래도 바가바드 기타의 핵심은 무엇인가? 이 목사는 말한다.

"손가락이 따로 떨어져 손가락인가. 
몸 어느 한구석이 따로 의미가 있는가. 
온 몸은 한몸으로 의미가 있는 것이다. 
사유가 없는 상태에서 온전한 진리, 아트마를 찾는 일, 
바로 그 아트마가 진정한 신이요 진리이다."

그 외에 인도 철학적 개념에 대해 배운 점이 많다.
-달마(dharma)는 법(法)이자 길이다. 의무이되 운명애(amorfati) 같은 개념이다.
-샹키아가 일회성 知라면 요가(yoga)는 반복적 習이다.
-흔히 업이라하는 Kharma는 의도와 목표가 중심잡고 있으며, vikharma는 결과에 초연한 행동이다. 아예 무위하는 것은 akharma다.

인도법인에서 직원들 회식 시켜줄 때, vikharma와 akharma에 대해 모호한 점을 좀 더 명확히 물었던 것 같다. 업무 보고 때 위축되었던 로컬 직원들이 한껏 신이 나서 떠들면서도, 멀리서 온 보스의 따뜻한 관심에 존경심을 표하던 생각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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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가장 좋아하는 아이폰 앱은 플립보드(Flipboard)입니다.
처음에는 그 '만져지는' 멋진 UI에 반했지만, 갈수록 다른 매력에 빠져 듭니다. 한눈에 파악되는 비주얼, 모바일 특유의 끊어 읽기 적합한 짧은 글들, 그리고 쉽게 SNS 공유가 가능한 등등, 전체 사용자 경험(UX)이 강렬합니다.

그러다보니, RSS는 고사하고 트위터도 잘 안 보게 됩니다. 플립보드가 선별해 주는 컨텐츠를 그냥 쉽게 소비합니다. 스낵을 먹듯.

뿐만 아닙니다. 아이폰은 제 토막시간을 알뜰히 메워줍니다. 트위터는 거대한 야적장에서 쓸만한걸 건지는 느낌이라 가장 주의력이 낮은 시간에만 사용합니다. 버스나 신호등을 기다리는 때가 그렇지요. 좀 길게 시간이 남으면 RSS 리더나 클리퍼에 저장된 내용을 읽습니다. 

그런데, 이런 살뜰한 시간 메우기가 과연 어떤 도움이 될까요. 하루에 읽는 문자수는 많아졌을지언정, 읽기라는 행위는 파편화 되고, 사고 또한 분절적이 되었습니다. 꽤 많은 정보를 섭렵하는 느낌은 들지만 깊이라는 측면에서의 아쉬움은 진하게 느껴집니다. 과연 저만 그럴까요?

Nicholas Carr

이 책은 '집단 주의력 결핍'시대를 사는 우리의 뇌에 메스를 들이댑니다. "always connected world"에서 독서가 비생산적인듯 느껴지지만, 사실 산만함이 일상화된 우리의 뇌 자체가 깊이 있는 읽기나 사고에 비적합하게 바뀐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뇌의 가소성(plasticity) 때문입니다. 심히 우려할 만한 상황이긴 합니다.

뇌과학의 성과를 통한 커뮤니케이션 책을 쓴 제 입장에서, 이 책은 반은 일리가 있고 반은 엄살이라고 봅니다. 즉, 산만함에 길들여져 깊이가 없어지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고 저자의 근거도 타당합니다. 하지만, 지식인들에게 종종 고질화된, 기술에 대한 공포가 저변에 자리잡은 것도 사실입니다. 모바일로 짧은 글을 자꾸 읽어 생각이 퇴화하면, 예컨대, 짧은 글을 프린트해서 아날로그로 읽으면 생각이 깊어질까요 산만해질까요. 반대로 긴 글을 독서 전용 태블릿으로 읽으면 실물 책에 비해 효과가 과연 떨어질까요. 떨어진다면 그 폭은 얼마나 될까요.

저자는 맥루한의 개념, 미디어가 메시지를 규정하고, 도구가 인간을 확장시키며 변모하게 만드는 통찰에 지나치게 경도되어 있습니다. 분명 모바일 기기를 통해 인간이 산만해지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되, 적응시기를 거친 후의 모습에 대해서는 지나친 우려 일색이란 점은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습니다.

제 사례를 들면, 25년전 처음 XT 컴퓨터를 들여 놓았을 때, 모니터만 보면 단 한글자도 쓸 수가 없었습니다. 생각이 꽉 막혀 진전이 안되었습니다. 종이에 펜이 있어야 글이 술술 써졌지요. 그래도 생산성 때문에 PC를 이용하기는 해야겠기에, 초벌을 적고 옮겨 적다가, 개요만 적어 옮기고, 이제는 목차정도만 아날로그로 작업하면 글을 쉽게 씁니다. 책도 한권 쓰고, 블로그도 근 10년 되도록 운영을 하니까요. 반면, 이제 종이에 긴 글을 적으려면 답답한 느낌이 많습니다.
 
이를 보면, 분명 미디어는 저를 변화시켰습니다. 그리고 그 방향이 좋은지 나쁜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저자의 주장처럼 타이프라이터가 섬세한 고전작가들의 문체와 문장길이까지 변화시켰을지 몰라도, 미디어 자체 뿐 아니라 미디어가 몰고 온 환경 변화의 총합이 인간을 변화시켰다고 보는게 더 온당하지 않을까요.

다소 까끌하게 글을 적었습니다만, 저는 기본적으로 이 책이 제기하는 문제의식에 동의하고, 또 고맙게 여깁니다. 시간을 아낀다고 오히려 생각의 힘을 떨어뜨리는 '생산성의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경종을 울려주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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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u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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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글 잘 읽었습니다. 저도 -지식인은 아니지만- 기술에 대한 공포를 어느 정도는 갖고 있습니다. 제 생각엔 똑같은 글이라도 태블릿으로 보는 것과 책장을 넘기면서 보는 것은 뇌에 다른 작용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전 전문가가 아니라 근거는 없습니다^^; 다만 공부를 할 때 영어사전을 펄럭이며 찾는 동작과 전자사전에 자판 두드려서 찾는 동작은 엄연히 다른 감각임은 느낄 수 있습니다. 뇌를 단련한다는 것은 그저 정보를 눈을 통해 입력하는 과정만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모든 몸의 동작들이 화학작용을 일으켜야 하는 것은 아닐까 싶습니다. 수학과 교수들이 풀이방법을 알아내는 것뿐 아니라 사칙연산까지 다 직접 해야 비로소 문제를 다 푼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단지 고리타분한 생각만은 아닐 것입니다. 글을 쓸때도 스펠링을 하나하나 그려나가는 과정이 단순 노동으로 보일 수 있지만, 그 동작들도 작가의 영감에 영향을 끼치는 것은 아닐까 싶어요.
    • 네. 그 다른 감각이 다른 심상을 낳고, 또 다른 반응과 달라진 행동패턴을 낳게 된다는게 이야기의 핵심입니다.
      일면 타당하구요. ^^
  2. 전 종이와 연필보다 오히려 데스크탑에 앉았을 때 쬐금 더 잘 써집니다. 키보드는 빨라서 생각을 따라가게 되는데 손글씨는 느려서 생각이 자꾸 끊어질 때가 많아요. 그렇다고 생각이 그렇게 빨리 나오는 것은 아닌거 같긴 한데요. ^^;;
    좀 다른 이야기일지도 모르지만, 책 제목을 보고 든 생각입니다. 요즘 어린 아이들은 정말 생각하기 싫어합니다. 지극히 수동적인 아이들이 많아요. 뭘 보고 그리는 것을 더 편하게 생각하고 생각해서 그리는 그림을 제일 어려워합니다. 상상화는 물론이고 연상그림(동그라미, 빨강, 하늘... 하면 생각나는 것 그려보기 등)을 그릴 때면 생각이 안난다, 선생님이 생각해봐라.. 이런 식입니다. 귀찮아해요. 예외적인 아이들도 물론 있지만 예전 콩나물교실이에서 주입식 교육만 했을 때 보다 오히려 아이들이 덜 창의적으로 바뀐 것 같아 심히 걱정스럽습니다.
    • 그 말, 공감갑니다.
      타자가 손글씨보다 생산성이 있지요.
      하지만, 또 그림을 비롯해 정형성을 넘는 핸드라이팅의 매력과 장점도 있구요.

      그리고 생각과 창의성은 정말.. 갈수록 더 풍부해져야 하는데 오히려 반대인듯한 느낌이 들 때 섭섭하고 어떨 때는 섬뜩하기도 합니다.
  3. 확실히 디지털기기덕분에 생각없이 또 정신없이 사는것 같아요.무언가 끊임없이 보기는 하는데 남는건 별로없는것 같고,간소하게 필요한것만 취하려고 해도 디지털기기의 유혹을 이겨내기가 쉽지 않은것같습니다.^^
  4. 저도 SNS를 통해 몇시간이고 컨텐츠를 소비하고 나면 머리는 멍하고 마음은 웬지 더 불안해지는 느낌을 겪으며 SNS소비에 대한 몇가지 원칙을 세웠습니다.

    1. 쓰고싶은 것이 있으면 먼저 쓰고, 나중에 읽는다.
    2. 한번에 30분 이상 읽지 않는다. (Pomodoro 기법 활용)
    3. RT하고픈 트윗이나, Comment를 달고픈 글이 아니면 읽지 않는다.
    (<=> 읽은 글에는 어떤 식으로든 표시를 남긴다)

    inuit님꼐서도 나름의 원칙이 있으신가요?
    • 참 좋은 원칙입니다.
      다소 의도적으로라도 '거리두기'를 할 필요가 있다는데 공감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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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캐스트 팀

저는 항상, 과학에 대한 알지 못할 목마름이 있습니다. 잘 사그라들지 않는 지적 호기심이 첫째고, 전 지구적으로 축적되는 특성으로 인해 주기적으로 업데이트를 하지 않으면 진부화되는 지식이라는 점이 둘째 이유일 것입니다.

반면, 좋은 과학책 얻기는 쉽지 않은듯 합니다. 시간이 많다면야, 이미 경영관련한 독서에서 겪는 시행착오처럼 이런 저런 책을 시도하면서 마음에 꼭 맞는 책, 또는 시간 낭비하는 책을 두루 섭렵할 수 있지만, 과학 분야에 할애할 시간은 그리 넉넉치는 않은지라 적합한 선택이 용이하지는 않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좋은 과학책은 어떤걸까요? 꽤나 단순한 기준입니다. 일단 재미있어야 합니다. 과학이라는 무게를 짊어졌다손 치더라도 책이라는 상품이 가져야할 기본적인 덕목입니다. 둘째는 통찰이 있어야 합니다. 단순한 팩트를 나열하는 정보전달이라면 학생의 공부에 해당하지 성인의 탐독 범주는 아닙니다. 과학이 어차피 삶과 주위의 의미을 궁구한 학문일진대, 삶에 주는 의미를 다시 비춰줄 필요는 당연합니다. 마지막으로 가점을 주는 옵션은 최신 성과를 잘 설명하는 책입니다. 이런 분야는 대부분 과학서적에 해당하지 않지만, 아직도 태양계의 행성이 사라지고, 빛보다 빠른 입자가 나올락말락하는 현재진행형의 탐구시대에서 새로운 성과에 대한 설명은 제 기대를 꼭 채워주는 단비같은 옵션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이 책은 참 애매합니다. 우선, 네이버에 일별로 연재된 글모음집이라는 한계에서 출발합니다. 낱글 자체는 나쁘지 않은데 한권으로서의 책은 재미가 없습니다. 각기 다른 저자의 문체와 유머감각 등 일관성이 결여된 까닭이지요. 게다가 이야기를 끌어가는 구조가 아닌 탓에 통찰 역시 만족스럽진 않습니다. 내용이 부족한 것도 아닌데 왠지 제 기준에 미흡하다보니 아쉬움이 많은 책이네요.  

그래도 몇가지 기억해 둘 만한 내용은, 나중의 참조를 위해 정리해 둡니다.

  • 뉴튼은 연금술에 심취했었고, 힘이 매개체 없이 무한대의 거리에도 작용한다는 만유인력의 법칙역시 연금술적 사고방식에 기반한 착상이었다.
  • 신의 입자라는 별명을 가진 힉스(Higgs)입자는 원래 '빌어먹을 입자(Goddamn particle)'이었다. 레이더먼이 실험적으로 힉스입자를 발견하기가 너무 힘들어, 책 제목을 그렇게 짓자 출판사에서는 순화시켜 신의 입자(God's particle)로 표현했다.
  • 동양산학에서 자주 쓰는 분수는 이름이 있다. 1/2는 중반. 2/3는 태반이고 지금도 일상에서 쓰인다.
  • 단맛, 짠맛, 신맛, 쓴맛 이외의 제5의 맛은 감칠맛이다. 글루탐산나트륨이고 MSG라고 약칭한다.
  • 소의 네개의 위 중, 1,2,3번 위는 식도가 변한 것이다. 1번위는 양이고, 3번위는 천엽, 4번위는 막창(홍창)이다.
  • 빈 대학의 마하(Mach)는 보이지 않는 원자의 존재를 주장하는 볼츠만을 맹렬히 공격했다. 볼츠만은 결국 빈 대학을 사직했고, 6년 후 복귀는 하였지만 극심한 우울증으로 5년 후 목을 매 자살을 했다.
  • 그 원자의 존재는 베른의 특허사무소 서기가 발표한 논문에 의해 증명되었다.
  • 1이하에 대한 일본식 수사인 할-푼-리-모는 비율을 나타낸다. 숫자를 읽을 때는 분-리-호-사- 가 맞는 독법이다. (1에 대한 1할2푼5리 = 1분2리5호)
  • 지성과 창의력은 정서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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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클로라는 브랜드를 제가 처음 접한 것은, 몇 년전 유니클락이란 프로모션을 통해서였습니다. 무표정한 댄스로 시간을 알려주는, 다소 낯설지만 인상적인 접근방법이었습니다. 저같은 경우, 온라인을 통해 먼저 브랜드를 인식했고, 한참 지나 그게 의류 브랜드란걸 알게 되었으니 온라인 광고 효과는 꽤나 좋았다고 봅니다.

김성호

얼마전 명동에 큰 매장을 열었다는 점 이외에는 그다지 나와 관련 없게 느껴지던 유니클로가 새로운 의미로 다가온 것은 바로 이 책 덕입니다. 전혀 일본기업답지 않은 혁신기업이란 점에서 경영을 업으로 하는 제게 큰 흥미였습니다.

사실, 성숙산업을 넘어 사양산업 취급 받는 의류업입니다. 일부 사치품을 제외하고는 재고와 모방 속에 안정적 수익을 거두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런 시장에서 초고속 디자인으로 입지를 구축한게 자라(Zara)라면, 유니클로는 규모의 경제를 통해 품질과 가격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경우입니다.

끊임없는 추격속에 또렷한 품질과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을 유지하는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는 경영을 직접 담당하지 않더라도, 회사 조금 다녀본 사람들은 대개 이해할 것입니다. 유니클로는 철저한 혁신을 통해 이 모순을 구현했지요.

큰 얼개로 보면, 중국의 소싱업체와 장기적인 관계를 통해 질을 확보하고 이를 대량으로 뽑아내는 것이라 단순한 공식 같아 보입니다. 하지만, 시장의 센싱, 서비스의 퀄리티, 그리고 운영 능력의 부단한 제고 없이는 결코 이룰 수 없는 일이지요.

시장을 숭배하고 시장을 호흡하는 분위기가 몸에 밴 유니클로에서는, 경력의 꽃인 '점장'을 방점삼아 젊은 슈퍼스타를 키워내는 조련을 통해 강한 체질을 키웁니다. 재미난 것은 효율을 우선시하는 제조업의 특성과 효과를 최고선으로 여기는 서비스업의 상충되는 지향점조차 하나의 틀로 엮어낸 점이지요.

물론, 모든 성공신화는 하나의 명쾌한 목표를 향해 모든 것이 잘 정렬된 이야기 구조를 갖습니다. 그래서, 중간 단계를 따라하면 마치 나도 금방 성공할 것이라고 착각하기 쉽지요. 하지만, 그 어떤 성공도 환원주의적 시각으로는 해석하기 어렵습니다. 그 모든 성공은 실패와 도전의 함수이고, 환경과 역사란 맥락에서만 성립하는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면에서 유니클로 이야기가 주는 교훈은 새롭게 해석해야 합니다. 결국, 강력한 지향점을 갖고 끊임없는 노력과 혁신을 해낸 자, 그에게만 성공이 보상으로 주어진다는 점이지요.

제가 다소 설명적으로 접근해서 딱딱해 보이지만, 책은 쉽고 흥미롭게 씌어졌습니다. 어려운 경제환경에서 혁신의 돌파구를 찾는 분이라면 한번 읽어볼 가치가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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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비밀댓글입니다
  2. 도전과 실패.

    도전을 해야 살패도 성공이 있다는 것을 알지만,
    미리 걱정하느라 도전의 엄두를 못 내는 저는
    조력자의 힘을 얻어 한 걸음을 내 딛고자 합니다. ^^;;
    그래도 겁나고 무서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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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비즈니스 모델이라고 쉽게 이야기하지만, '비즈니스 모델'처럼 광범위하면서도 모호하게 사용되는 경영학적 개념이 또 있을까요. 어쩌면 '컨설팅'이 그에 비견될까요.

하지만, 뜻밖으로 깔끔하게 비즈니스 모델을 논의한 책을 만났습니다.

Alexander Osterwalder &

(Title) Business Model Generation

비즈니스 모델의 정의부터 명확히 하겠습니다. 비즈니스 모델은 가치를 창조하고 전파하여 수익으로 변환하는지를 체계적으로 묘사하는 것입니다. 좀 더 쉽게 말하면 돈 버는 메커니즘의 핵심을 기술하는 것인데, 바로 이 부분에서 수 많은 모호성이 탄생합니다. 돈 버는 메커니즘에 대한 범위와 정세도가 제각각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구글의 비즈니스 모델은 무료 플랫폼 보급 후 광고 수익이라는 것을 쉽게 답할 수 있더라도, 기타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로 가면 다시 선뜻 명확히 정의내리기 힘들게 됩니다. 그러다보니 비즈니스 모델이라는 개념이,  IT 기업의 메커니즘을 설명하는 기제로만 국한되어 사용되기도 합니다.

이러한 한계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어떤 사업이라도 담아낼 수 있는 체계적인 조감도와 유연한 그릇이 필요합니다. 이 부분에 대해 가장 깔끔한 프레임웍을 제안하는 것이 바로 이 책입니다.

비즈니스 모델을 구성하는 9가지 핵심 요소입니다.

CS (Customer segment): 고객 세그먼트

CR(Customer relation): 고객 관계
CH(Channel): 채널

VP(Value proposition): 가치 제안

KA(Key activities): 핵심 활동
KR(Key resoources): 핵심 자원
KP(Key partnerships):핵심 파트너십

R$(Revenue stream): 수익원
C$(Cost structure): 비용구조


이렇게 보면 평이하고 감동 없이 난삽해 보입니다만, 책에서 제안하는 비즈니스 모델 캔버스에 그려보면 새로운 통찰을 얻습니다.

즉, 차별적 가치제안을 중심으로 기업의 운영과 고객의 정의를 통해 비즈니스의 흐름을 잡아 낼 수 있습니다. 물론 포터의 가치 사슬도 수급단에서 공급단까지 활동 뿐 아니라, 공통 활동까지 정확히 표현할 수 있고 그 구조 역시 비즈니스 모델 캔버스와 유사합니다. 하지만, 포터의 모델은 가치의 증진 과정을 추적하면서 운영의 효율성에 방점을 찍고 있다면, 이들의 모델은 가치의 창출과 현금화를 더 쉽게 추적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사실, 실제 현업에서는 이런 미세한 구분은 중요하지도 않고 의미도 없습니다. 캔버스를 이용해 수많은 아이디어와 가치의 흐름, 전이에 대한 통찰을 신속히 조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저는 높은 점수를 줍니다. 비주얼하면서 직관적인 도구는 항상 그 단순함에서 강력함을 발휘한다는 점을 경험으로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전략을 업으로 하는 저는, 몇년만에 좋은 프레임웍을 제시한 책을 만나 무척 흥미로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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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IDEO에서 정의한 Framework이랑 아주 유사한 듯 보입니다.
  2. 번역본이 나왔군요. 빠른 정보 감사합니다. 블로그 즐팅만하다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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